소설리스트

매니저 어플-118화 (118/599)

<-- [이계 퀘스트] -->

‘어디보자.’

이렇듯 트윈 헤드 오우거를 노예로 만든 나는 모든 노예 정보를 열람해보았다.

[노예]

[이름 : 엘레노아]

[종족 : 서큐버스]

[레벨 : 6]

[등급 : Normal]

[보유 스킬 : 유혹, 정기 흡수(+2), 생기 흡수(+1), 성노예(+1)]

[보유 아이템 : 없음]

[보유 장비 : 가면, 매혹의 채찍(R)]

[호감도 : 67]

[충성도 : 42]

[이름 : 마틸다]

[종족 : 인간]

[레벨 : 2]

[등급 : Normal]

[보유 스킬 : 성욕(+3)]

[보유 아이템 : 없음]

[보유 장비 : 가죽 갑옷]

[호감도 : 75]

[충성도 : 3]

[이름 : 에나]

[종족 : 인간]

[레벨 : 27]

[등급 : Rare]

[보유 스킬 : 카리스마(+1)]

[보유 아이템 : 없음]

[보유 장비 : 없음]

[호감도 : 50]

[충성도 : 83]

[이름 : 렉스]

[종족 : 트윈 헤드 오우거]

[레벨 : 55]

[등급 : Rare / Hero]

[보유 스킬 : 마법 저항(+2), 물리 내성(+2), 체력 재생(+5)]

[보유 아이템 : 마정석 파편]

[보유 장비 : 없음]

[호감도 : 47 / 42]

[충성도 : 12 / 0]

‘……이러니까 못 잡지.’

레벨이면 레벨, 등급이면 등급, 심지어 스킬에서도 트윈 헤드 오우거가 우리를 압도하고 있었다.

‘오히려 잡은 게, 용할 지경이네.’

새삼 칠흑의 지팡이의 위력을 실감하는 나였다.

“히히, 이제 안 뺏을 거지?”

이렇듯 안도의 숨을 내뱉고 있는데, 왼쪽 머리가 시시덕거리며 내게 물었다. 그리고 그 물음에 무어라 대답하려는 순간 오른쪽 머리가 크게 소리쳤다.

“바보야! 너 때문에 나까지 노예가 되어 버렸잖아! 우린 이제 망했어! 전부 다 빼앗길 거야!”

“아니야, 안 뺏는다고 했어! 그치, 인간아? 안 뺏을 거지?”

오른쪽 머리가 빽빽 소리 지르자, 왼쪽 머리도 이에 질 새가 빽빽 소리를 질렀다. 이에 나는 트윈 헤드 오우거 앞으로 나서며 재빨리 입을 열었다.

“안심하세요. 빼앗지 않을 겁니다.”

이렇듯 내가 말하자, 왼쪽 머리가 환하게 웃음을 터트리며 재빨리 입을 열었다.

“히히, 들었지? 안 뺏는다잖아!”

“정말이야? 정말로 안 빼앗는 거야?”

여전히 의심 가득한 눈길로 나를 쳐다보는 오른쪽 머리의 태도에 나는 고개를 작게 끄덕이며 대답했다.

“정말입니다. 대신 렉스 씨에게 부탁드릴게 있습니다.”

이리 말하며 두 개의 머리를 번갈아보자, 돌연 오른쪽 머리가 놀란 표정을 지어보이며 갸우뚱했다.

“어? 너 우리 이름을 어떻게 아는 거야?”

“렉스 씨가 제 노예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내 말이 이해되지 않은 모양인지, 오른쪽 머리가 게슴츠레 눈을 뜨고서 나를 쳐다보았다.

“너 지금 내가 똑똑하다고 일부러 못 알아듣게 말하고 있는 거지!”

버럭 소리치는 오른쪽 머리의 태도에 가만히 있던 왼쪽 머리도 나를 무섭게 쏘아보며 소리쳤다.

“맞아, 우리가 똑똑하다고 지금 무시하는 거지!”

그 항의에 나도 모르게 그만 웃음을 터트릴 뻔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나는 금방이라도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억지로 삼키며 태연한 표정을 연기했다.

“그럴 리가요. 저는 있는 그대로 이야기를 했을 뿐입니다.”

“그럼 증명해봐!”

펄펄 뛰면서 소리치는 트윈 헤드 오우거의 태도에 나는 옅게 웃음을 터트리며 곧바로 입을 열었다.

“렉스 역소환.”

이리 말한 직후, 나는 스켈레톤들로 하여금 나를 지키도록 만든 뒤에 다시 입을 열었다.

“……렉스 소환.”

렉스를 재차 소환하자,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땅바닥이 흔들렸다.

“헉! 깜짝 놀랐다!”

“깜짝깜짝 놀랐어!”

녀석은 정말로 깜짝 놀란 모양인지, 하나 같이 입을 쩍 벌린 채로 사방을 둘러보았다. 그리고는 곧 나를 발견하고는 한 걸음 성큼 다가왔다. 그러자 이에 맞춰서 스켈레톤과 오크 그리고 고블린들이 나를 보호하듯이 감쌌다.

“너 대단하구나!”

“대단, 아니 굉장해!”

렉스는 굉장히 흥분한 얼굴로 폴짝폴짝 뛰었다. 그러자 숲 전체가 쿵쿵 울리며 마치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심하게 요동쳤다.

“대단한 일입니까?”

물론 마음대로 소환할 수 있다는 건, 무척이나 대단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까지 기뻐해야 될 일 같지는 않았다. 나는 조금 어떨떨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물었다. 그리고 이런 내 물음에 렉스는 여전히 흥분한 채로 소리쳐 말했다.

“맞아! 대단해! 얼른 우리를 숨겨줘! 보물을 숨겨야해!”

“맞아! 맞아! 아까 거기에 있으면 검은색 돌을 빼앗길 걱정을 안 해도 되잖아!”

덩실덩실 춤이라도 출 것처럼 폴짝폴짝 뛰는 렉스의 태도에 나는 그제야 납득할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퀘스트의 내용에는 ‘마정석 파편을 지키기 위해서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말은 즉, 렉스의 최대 관심사는 바로 마정석 파편을 안정하게 지킬 수 있냐 없냐라는 것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저들에게 있어서 내게 귀속된다는 것은 최고로 안전한 안식처를 제공받는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일단 진정하시죠.”

나는 여전히 폴짝폴짝 뛰고 있는 렉스를 진정시키며 말을 이었다.

“……제가 렉스 씨를 노예로 받아들인 것은 어떠한 도움을 받기 위해서입니다.”

이런 말에 두 개의 머리가 동시에 갸우뚱 기울어졌다.

“도움이 필요해? 도와줄게!”

“걱정 마, 전부 다 박살내줄게!”

그 태도를 보니, 든든해졌다. 이에 나는 옅게 웃음을 터트리며 재차 입을 열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다음에 검은색 돌을 찾을 때, 렉스 씨를 부르겠습니다.”

이러한 내 말에 렉스는 자신의 가슴을 탕탕 두드리며 대답했다.

“그래, 마음대로 불러!”

“너무 자주 부르지는 마!”

서로 상반된 말을 내뱉는 두 머리의 말에 나는 옅게 웃음을 터트리고는 렉스를 역소환했다. 그러자 방금 전까지만 해도 꽉 차보이던 숲 속이 그제야 여유로워졌다.

가볍게 한숨을 내뱉은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자 선망 어린 시선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는 에나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마틸다는 연신 와아, 와아 하고 감탄성을 터트리고 있었고, 엘레노아는 역시라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가슴을 쭉 내밀고 있었다.

슬쩍 스마트폰을 들어보니, 렉스를 포함한 모든 노예의 충성도가 상승했다는 알림문구가 떠올랐다.

[렉스의 소망을 이뤄주었습니다.]

[렉스의 충성도가 각각 20 상승했습니다.]

[에나가 당신의 능력을 동경합니다.]

[에나의 충성도가 1 상승했습니다.]

[마틸다가 당신을 진심으로 섬기길 원합니다.]

[마틸다의 충성도가 47 상승했습니다.]

[엘레노아가 당신의 능력을 재확인합니다.]

[엘레노아의 충성도가 8 상승했습니다.]

‘오…….’

에나와 엘레노아의 충성도가 소폭 오른 것에 비해서 렉스와 마틸다의 충성도는 다소 파격적일 정도로 올라갔다.

‘……렉스를 설득하길 잘 했네.’

역시 내 예상대로 충성도는 무언가 행동으로 보여줘서 올려야 되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렉스는 머리가 두 개라서 그런가, 호감도하고 충성도가 두 개로 나뉘어있네.’

심지어 렉스의 등급도 두 가지로 나뉘어있었다. 희귀 등급과 영웅 등급으로 말이다.

‘……마정석 파편을 먹은 쪽이 영웅 등급이겠지.’

처음에는 그저 특이한 돌멩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그게 아닌 모양이었다.

“뭔가 있어.”

특히나 상납을 할 때, 마정석 파편을 모아오라고 하는 걸 보면 분명히 무언가 있는 게 틀림없었다.

“…….”

잠시 생각을 정리하던 나는 곧 모두를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수고하셨습니다. 다음에 다시 부르겠습니다.”

이리 말한 직후, 나는 엘레노아에게 망토를 건네주고는 모든 소환물을 역소환했다. 그 후, 마지막으로 이계 퀘스트를 포기하자, 순식간에 눈앞이 어두컴컴해졌다가 이내 환하게 밝아지며 자취방의 풍경이 탈바꿈했다.

∴ ∵ ∴ ∵ ∴

[……이런 이유로 이사회에서 이 현주 님의 직위 복귀를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다만 밖에서 보는 눈도 있고 해서 일단 대외적으로 공개는 하지 말자는 쪽으로 넘어갔습니다. 그러니 각별히 언행에 주의하시고, 내일부터…….]

현실로 돌아온 직후, 현주는 한 통의 전화를 받으면서 혼란에 휩싸였다.

‘정말로 직위가 복귀된 거야? 대체 무슨 수로?’

본래 자신의 직위는 반년 뒤에 회복되기로 예정되어 있었다. 그런데 가면을 쓴 남자가 별대수롭지도 않다는 목소리로 ‘복귀시켜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하자, 1시간도 채 되지 않아서 자신의 직위가 복귀되었다는 전화가 왔다.

현주는 오소소 소름이 돋는 걸 느끼며 몸서리쳤다.

너무나도 비현실적인 일에 머릿속이 뒤엉키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현주는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는 입을 열었다.

“이번 안건은 누가 제시한 거죠?”

현주는 틀림없이, 이 안건을 입에 올린 사람이 가면을 쓴 남자이거나 뒤에서 조종하고 있는 배후일거라고 생각했다. 동시에 그를 현실에서 만날 생각을 하니 가슴이 터질 것처럼 벅차올랐다.

[그게……. 이사회에 참석한 이사님 전원이 이번 안건을 내놓았습니다.]

“뭐요?”

이사 전원이 똑같은 안건을 내었다는 말에 현주는 저도 모르게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제아무리 영향력이 큰 사람이라고 해도 이사 전원을 움직이는 것은 불가능했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대한 계열사를 이끄는 회장님인 그녀의 아버지라고 해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그걸 가면을 쓴 남자는 너무나도 쉽게 해낸 것이었다.

‘미쳤어.’

현주는 오들오들 떠는 자신의 몸을 꽉 끌어안으며 전율했다. 그리고는 곧 그녀는 알겠다는 말과 함께 통화를 끊은 뒤에 기업 변호사를 호출했다. 그러자 20분도 채 되지 않아서, 깔끔한 정장 차림의 사내가 집 안으로 들어왔다.

“부르셨습니까?”

깍듯이 고개를 숙여 예의를 차리는 걸 보아하니, 현주의 직위 복귀 소식을 전해들은 모양이었다. 현주는 만족한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서둘러 입을 열었다.

“대한항운의 승선권 금액을 줄이고 싶은데, 얼마나 줄일 수 있을까요?”

“일시적인 할인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아니요, 영구적으로요.”

그 말에 김 현석 변호사는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는 기업 변호사로서 현주를 설득하기로 마음먹었다.

“가능은 하겠지만, 손해가 클 겁니다. 차라리 일정한 기간을 두고서 할인을 한다면 기업 측면에서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더욱이 기업 이미지 상승을 도모하시는 거라면 차라리 이쪽이 훨씬 나을 겁니다.”

“아뇨, 무조건 해야 해요.”

고집을 부리는 현주의 태도에 김 현석 변호사는 고심 끝에 이리 말했다.

“그렇다면 일시 할인을 하신 다음에 분기 수익을 보고 결정하심이 어떻겠습니까?”

“…….”

그 말에 현주는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라면 그라도 충분히 납득해 줄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딱히 영구적이란 말도 없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또…….’

이제부터가 본론이라고 할 수 있었다. 현주는 잠시 숨을 들이켠 뒤에 입을 열었다.

“월세를 20만원 정도로 해서 아파트를 분양하고 싶은데요.”

“네?”

그 말에 김 현석 변호사는 저도 모르게 크게 소리 내어 묻고 말았다. 솔직히 승선권 값 인하는 어느 정도 들어줄 수 있었다. 회사 이미지 개선과 직위 복귀 이후에 대한항운을 찾는 승객들에게 작은 혜택을 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것은 얼토당토 않은 이야기였다.

잠시 떨떠름한 표정을 지어보이던 김 현석 변호사는 곧 차분히 입을 열었다.

“……혹시 공공임대 아파트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게 뭔가요?”

“저렴한 가격에 서민들에게 아파트를 10년간 제공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건 국가 정책의 일환이지, 기업에서 할 것은 못 됩니다.”

“그래도 해야 해요. 반드시.”

현주는 단호히 말했다. 그리고 그 말에 김 현석 변호사는 잠시 고민하더니, 곧 대한 계열사 중에 하나가 사옥으로 쓰다가 이전해서 텅 비게 된 기업 건물을 떠올렸다. 물론 금방 건물 안이 가득 차게 되겠지만, 지금이라면 아직 기회가 있었다.

이것을 떠올린 김 현석 변호사는 얼른 입을 열었다.

“마침 빈 건물 하나가 있습니다. 거길 이 현주 부사장님께서 직접 매입하셔서, 오피스텔 형식으로 개조하신다면 공공임대 아파트 형식으로 사용하실 수 있을 겁니다. 물론 값도 저렴하게 하실 수 있고요.”

물론 건물 신고부터 해서 법적인 절차까지 해서 다소 복잡하게 되겠지만, 김 현석 변호사는 괜히 기업에 피해가 가는 것보다는 이쪽이 훨씬 나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속된 말로 자기 건물을 자기 마음대로 쓰겠다는데 누가 무어라 하겠는가? 어차피 손해는 자신이 짊어지고 가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말에 현주는 자신이 애당초 생각했던 것보다 규모가 다소 작아지긴 하겠지만, 충분히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네요, 그렇게 하죠.”

“알겠습니다.”

이렇듯 일단락되자, 이 현석 변호사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혹시라도 이 현주 부사장이 또다시 엉뚱한 소리를 꺼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다. 실제로도 현주는 규모가 살짝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고 있었다.

‘너무 작아서 혼나는 건 아니겠지?’

혹시라도 벌을 받게 되는 건 아닐까 걱정한 현주였지만, 그것도 잠시 그녀는 그에게 벌을 받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곤 행복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 작품 후기 ==========

이랬으면 참 좋겠다... 라고 생각해서 쓰는 겁니다.

너무 못 되게만 봐주지 말아주세요.

왜냐하면 이 소설은 제 욕망의 결정체니까요!

그러니까 다음 챕터에서 더 재밌는 게 나옵니다.

혹시 던전 좋아하세요?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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