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매니저 어플-117화 (117/599)

<-- [이계 퀘스트] -->

“……검은색 돌은 어디에 있습니까?”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우리 보물을 노리는 거야?”

“안 돼! 못 줘! 줄 생각 없어!”

트윈 헤드 오우거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곧바로 고개를 가로저으며 소리쳤다.

그 태도를 보아하니, 순순히 넘겨줄 것 같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이제까지의 대화를 들어보면, 저들의 지능은 꽤 낮은 수준이었다. 기껏 해봐야 중학생 수준? 어쩌면 그 이하일지도 몰랐다.

“노리는 게 아닙니다.”

나는 최대한 공손이 말을 이었다. 녀석들의 비위에 거슬리지 않도록 말이다.

“……검은색 돌이 어디에 있는지, 그게 궁금한 것뿐입니다.”

이러한 내 말에 트윈 헤드 오우거가 고개를 갸웃했다. 똑같이 생긴 머리가 동시에 까닥거리니, 마치 한 편의 코미디를 보는 듯했다. 나는 금방이라도 터져 나올 것만 같은 웃음을 꾹 삼키며 트윈 헤드 오우거의 대답을 기다렸다.

“정말이야? 안 뺏을 거야?”

비교적 멍청한 왼쪽 머리가 내 말에 혹하자, 오른쪽 머리가 곧바로 호통을 쳤다.

“바보야, 당연히 거짓말이지! 우린 그런 거에 안 속아!”

그 말에 나는 혀를 찼다.

‘역시 안 되는 건가.’

혹시나 싶은 생각에서 한번 말해 본 건데, 역시나였다.

‘……다른 방법은 없을까?’

이러한 생각에서 무언가 도움이 될 만한 게 없을까 싶어 주변을 돌아보는데, 문득 엘레노아가 들고 있는 매혹의 채찍이 눈에 들어왔다.

“엘레노아 씨, 이리와 보세요.”

“네!”

내 부름에 엘레노아는 한달음에 내 곁으로 쪼르르 달려왔다. 이에 나는 그녀를 트윈 헤드 오우거 앞에 세운 뒤에 명령했다.

“트윈 헤드 오우거를 공격해주세요.”

“네? 안 먹히는 데도요?”

“안 먹혀도 상관없습니다.”

이렇듯 내가 단호히 말하자, 엘레노아는 그대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매혹의 채찍으로 트윈 헤드 오우거의 머리를 때리기 시작했다.

짜악! 짜악!

“히히, 간지럽다. 좀 더 때려봐!”

“맞아! 좀 더 세게 때려봐!”

엘레노아가 휘두른 채찍이 연거푸 녀석의 머리를 때림에도 불구하고, 녀석은 전혀 아프지 않다는 듯이 낄낄 웃어대었다.

오히려 좀 더 세게 때려보라며 엘레노아를 놀리기까지 했다.

“으……. 무리에요.”

그렇게 얼마간 때렸을까, 엘레노아가 철퍼덕 땅바닥에 주저앉으며 우는 소리를 내었다.

“벌써 끝이야?”

“좀 더 때려봐!”

낄낄대는 트윈 헤드 오우거의 태도에 엘레노아는 약이 바짝 오르는 모양인지 볼을 부욱 부풀렸다.

‘이상하네.’

한편 나는 짧게 침음성을 내뱉으며 스마트폰으로 매혹의 채찍 효과를 살펴보았다.

[장비 : 매혹의 채찍(R)]

[효과 1 : 공격 시, 15%의 확률로 대상을 매혹시킵니다.]

[효과 2 : 공격 시, 30%의 확률로 대상의 방어를 무시합니다.]

[효과 3 : 매혹의 결계(30M)를 생성시킵니다. (1시간마다 사용이 가능합니다.)]

‘왜 매혹 효과가 발동하지 않는 거지?’

엘레노아가 트윈 헤드 오우거를 때린 횟수만 치더라도 거의 30회가 넘어갔다. 그런데 그 중에서 단 한 번도 매혹 효과가 발동하지 않았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었다.

‘……무언가 제약이 걸린 건가?’

잠시 고개를 갸웃하던 나는 이내 입을 열었다.

“잠깐 매혹의 채찍 좀 써도 되겠습니까?”

“네? 아……. 채, 채찍을요?”

엘레노아는 주저해하는 얼굴로 내게 물음을 던졌다. 아무래도 내가 매혹의 채찍을 빼앗으려고 한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이에 나는 입가에 옅은 미소를 그려보며 ‘잠깐이면 됩니다.’라고 말했다.

“여기요……. 꼭 돌려주세요.”

“알겠습니다.”

이렇듯 매혹의 채찍을 건네받은 나는 트윈 헤드 오우거를 향해 채찍을 휘둘렀다.

짜악! 짜악!

“히히, 간지럽다니까?”

“아얏! 방금은 좀 아팠어! 근데 좀 더 때려줘! 히히, 기분 좋다!”

녀석은 채찍의 맛을 한번 깨닫더니, 오히려 나보고 더 때려 달라며 애원했다.

‘미친…….’

순간 소름이 쫙 돋았다.

‘……설마 이게 채찍의 효과는 아니겠지?’

나는 혹시나 싶은 생각에서 잠시 채찍질을 멈춘 뒤에 입을 열었다.

“좀 더 맞고 싶으십니까?”

이런 내 물음에 녀석은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그래, 좀 더 때려봐!”

“나 여기가 가려운데, 여기 좀 더 때려줘 봐!”

아무래도 매혹 효과라는 것이 이런 것을 의미하는 모양이었다.

‘나는 매혹이라기에 헤롱헤롱대게 만드는 건 줄 알았는데…….’

매혹이란 단어에 깜빡 속아 넘어가 버린 것이었다. 하지만 또 어떤 의미에서 본다면 이게 진정한 매혹 효과라고 볼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런 식으로 상대를 매혹시킨다면, 두고두고 이용해 먹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좀 더 맞고 싶으시면 검은색 돌이 어디에 있는지 가르쳐주세요.”

나는 채찍으로 바닥을 내리치며 말했다.

“그거 쟤가 먹었어.”

“이 바보야! 그걸 말하면 어떡해!”

왼쪽 머리가 일말의 주저함도 없어 말하자, 오른쪽 머리가 크게 소리쳤다.

‘저래서 오른쪽 머리가 더 똑똑했던 건가?’

아무래도 마정석 파편은 정력 상승 이외에도 머리를 좀 더 좋게 만들어주는 효과가 있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나는 고개를 기울였다.

“먹었다는 건……. 지금 뱃속에 있다는 겁니까?”

이런 내 물음에 왼쪽 머리가 낄낄대며 대답했다.

“아니야, 목에 걸렸어. 히히, 나 몰래 먹더니 꼴좋다!”

“배신자! 넌 이제 배신자야!”

왼쪽 머리가 전부 다 실토해버리자, 오른쪽 머리는 정말로 화가 났다는 듯이 캬악! 소리를 내더니 그대로 왼쪽 머리 얼굴에 침을 뱉었다.

“야! 너 침 뱉었어! 캬악, 퉷!”

“으악! 너도 침 뱉었어! 캬악, 퉷!”

순식간에 트윈 헤드 오우거의 머리가 타액 투성이로 변해버렸다.

‘저걸 보고 자기 얼굴에 침 뱉기라고 하는 건가…….’

실로 참신한 침 뱉기가 아닐 수 없었다.

그 장면을 한동안 쳐다보던 나는 이내 채찍으로 두 놈의 머리를 한 대씩 때린 뒤에 입을 열었다.

“거기까지 하세요.”

이런 내 말에 두 머리의 시선이 내 쪽으로 향했다.

“히히, 또 때려줘!”

“맞아, 또 때려줘!”

어떤 의미론 이 녀석들이 진정한 마조가 아닐까 싶었다.

‘여자였으면 좋았을 텐데…….’

만약에 그랬다면 정말로 부담 없이 채찍으로 흠씬 두들겨 주었을 게 틀림없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나는 같은 수컷의 몸을 채찍으로 때리는 취미가 없었다. 쓰게 혀를 찬 나는 채찍을 엘레노아에게 건네준 뒤에 입을 열었다.

“우리 서로 타협점을 찾아봅시다.”

내 말에 왼쪽 머리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타협점이 무슨 뜻이야?”

“나만 때려주겠다는 뜻이야.”

왼쪽이 묻고, 오른쪽이 제멋대로 해석한다.

“아하, 그렇구나! 인간아, 얘만 때리지 말고 나도 때려줘!”

심지어 그 엉터리 해석을 한 점 의심 없이 덜컥 믿는 왼쪽 머리다. 실로 가관이 아닐 수 없었다. 짧게 웃음을 터트린 나는 칠흑의 지팡이로 땅바닥을 두드리며 입을 열었다.

“검은색 돌은 주시죠. 그러면 때려드리겠습니다.”

이런 내 말에 오른쪽 머리가 곧장 소리쳤다.

“안 돼! 못줘! 이 나쁜 인간아, 이제야 본색을 드러내는구나!”

그 외침에 나는 절래절래 고개를 가로젓고는 입을 열었다.

“왼쪽 머리의 입을 벌리게 만드세요.”

이렇듯 명령을 내리자, 스켈레톤들이 억지로 왼쪽 머리의 입을 벌리게 만들려고 했다.

“으으읍!!”

그러나 왼쪽 머리는 순순히 입을 벌릴 생각이 없는 모양인지, 고집을 피우며 입을 꾹 다물었다. 이에 콧구멍까지 막아보게 시켜보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왼쪽 머리는 조금도 입을 벌리지 않았다. 아무래도 덩치가 큰 만큼 폐활량도 남다른 모양이었다. 아니면 다른 곳에 숨구멍이 존재하던가 말이다.

‘아, 그러고 보니 머리가 두 개였지.’

이러한 생각에서 나는 곧바로 왼쪽 머리의 입과 콧구멍도 막으라고 지시하려는데, 돌연 왼쪽 머리가 크게 소리쳤다.

“인간아, 우리 사이좋게 지내자! 응?”

“검은색 돌만 넘겨주신다면 이대로 물러나겠습니다.”

“우리 꼭 이래야겠어? 검은색 돌은 우리한테도 소중한 거야!”

“저한테도 필요한 겁니다.”

“끄응, 어떻게 안 될까?”

그 간절한 말소리에 나는 뒤통수를 긁적였다. 어떻게 안 되냐고 물어봐도, 여기에 들인 시간과 노력을 생각해보면 쉽게 물러날 수도 없었다.

‘아니지.’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나는 한 가지 좋은 방법을 떠올렸다.

‘……이 정도로 강력한 몬스터를 부하로 부린다면 앞으로 이계 퀘스트를 진행하는데 큰 도움이 될지도?’

어차피 이계 퀘스트는 매달 해야 되는 것이었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당장 얻을 마정석 파편을 포기하고, 강력한 아군을 얻는 편이 더 좋아보였다.

“알겠습니다.”

“정말?”

이렇듯 내 말이 떨어지자, 왼쪽 머리가 반색하며 물었다.

“제 노예가 되신다면 검은색 돌을 빼앗지 않겠습니다.”

“좋아! 노예가 될게!”

그 외침과 동시에 오른쪽 머리의 표정에 경악이 어렸다.

“이 바보야! 우리가 왜 노예가 되는데! 악! 내 입에 손 넣지 마!”

뒤늦게 오른쪽 머리가 소리쳐보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대상이 사용자의 노예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대상을 노예로 삼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노예로 삼으시겠습니까?]

[네 / 아니요]

이 물음에 나는 곧바로 엄지로 네를 눌렀다.

트윈 헤드 오우거가 내 노예로 추가되는 순간이었다.

========== 작품 후기 ==========

왼쪽 머리의 트롤짓.

얘는 지금 자기가 무슨 짓을 한 건지도 모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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