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계 퀘스트] -->
“어, 어떻게 여길…….”
“몰래 쫓아왔습니다.”
나는 태연하게 대답했다. 그러자 일순 에나의 표정이 무참히 일그러졌다.
“어째서 쫓아오신 겁니까? 여긴 위험합니다!”
“그럼 에나 씨는 위험하지 않고요?”
“그, 그건…….”
“위험하기는 매한가지 아닙니까?”
“그, 그렇지만……. 유현 님까지 이런 위험한 일에 휘말리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 외침에 나는 별대수롭지도 않다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대답했다.
“괜찮습니다. 별로 위험하지도 않고요.”
“위험하지 않다니요? 아, 아니……. 이럴 게 아니라 어서 여길 빠져나갑시다! 지금이라면 늦지 않을 겁니다.”
이리 소리치며 내 손을 잡아끄는 에나의 행동에 나는 쓰게 웃음을 터트렸다.
“아뇨, 이미 늦은 것 같은데요.”
이런 내 말에 에나는 잠시 눈을 동그랗게 뜨다가, 이내 무슨 뜻인지를 깨달은 모양인지 바닥에 떨어져 있는 자신의 검을 재빨리 주워들었다.
“제가 반드시 지켜드리겠습니다!”
크게 소리친 에나는 검 끝을 문 쪽으로 겨누었다. 그리고 그것과 동시에 방 문을 거세게 두드리는 쿵쿵! 소리가 들려왔다.
“시온 님! 괜찮으십니까?”
“안 되겠다. 문을 부서! 도끼 가져와!”
문 너머로 어수선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에 나는 에나의 팔을 붙잡으며 입을 열었다.
“이길 수 있겠습니까?”
“최대한 길을 뚫어보겠습니다. 설혹 뚫지 못 하더라도 유현 님만큼은 어떻게든 지켜보겠습니다.”
그 목소리에는 결연함마저도 깃들어있었다.
나는 가슴 한편이 요동치는 걸 느끼며, 에나의 팔을 좀 더 세게 붙잡았다.
“제게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
“네? 어떤…….”
“에나 씨가 제 노예가 되면 됩니다. 그러면 우리 둘 다 안전하게 여길 벗어날 수 있습니다.”
“…….”
이러한 내 말에 에나의 얼굴에 당혹스러움이 깃들었다. 그리고 그 때, 우직! 하고 도끼가 문짝을 찍었다.
“어서 결정해야 됩니다.”
나는 곧바로 도망칠 수 있도록 스마트폰을 들어 올리며 물었다.
그리고 이런 내 물음에 에나는 잠시 속눈썹을 아래로 내리깔았다가 이내 나를 똑바로 마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제가 이전에 말씀드렸지요. 다음에 유현 님을 만나게 된다면 그 은혜를 갚겠다고요.”
“…….”
“노예가 되겠습니다. 아니, 그보다 더한 것을 요구하시라도 기꺼이 응하겠습니다.”
이 말과 동시에 스마트폰 화면에 새로운 알림문구가 떠올랐다.
[축하합니다!]
[대상을 노예로 삼았습니다!]
[노예의 정보를 열람해보시겠습니까?]
[네 / 아니요]
‘됐다.’
이렇듯 에나를 노예로 만든 나는 곧바로 아니요를 누른 뒤에 입을 열었다.
“에나 역소환.”
내가 말을 끝마치기가 무섭게 내 눈 앞에서 에나의 모습이 사라졌다. 그리고 그것과 동시에 우지끈 소리와 함께 문짝이 박살났다.
“네 놈은 누구냐!”
방 문을 박차고 들어온 병사들이 나를 사납게 쏘아보며 소리쳤다. 이에 나는 옅은 미소를 그리며 곧바로 퀘스트를 끝마쳤다. 그러자 귓가에 희미하게 ‘놈을 붙잡아!’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병사들이 내뻗은 손이 미처 내 몸을 붙잡기도 전에 눈앞이 완전히 어두워졌다.
그리고 곧 주변이 밝아지더니, 자취방의 풍경으로 바뀌었다.
“아슬아슬했네.”
안도의 숨을 내쉰 나는 스마트폰을 들어서 알림문구를 확인했다.
[축하합니다!]
[이계 퀘스트 ‘여기사와 영주’을 완료했습니다.]
[아이템 ‘마정석 파편’이 소멸됩니다.]
[보상으로 랜덤 스킬 상자가 주어집니다.]
[랜덤 스킬 상자를 수령하시겠습니까?]
[네 / 아니요]
이 물음에 나는 곧바로 네를 눌러서 스킬 상자를 수령했다.
[축하합니다!]
[스킬 ‘정력’을 획득하셨습니다!]
[효과 : 정력이 10% 더 강해집니다.]
[현재 사용자는 ‘정력’과 중복되는 스킬을 보유하고 계십니다.]
[중복되는 스킬을 획득할 시에는 스킬 강화 혹은 정기 교환을 하실 수 있습니다. (단, 이 경우 정기 획득양이 절반으로 줄어듭니다.)]
[스킬 강화 / 정기 교환]
“서연이 누나가 좋아하겠네.”
혀를 내두른 나는 곧바로 스킬 강화를 선택했다.
[축하합니다!]
[스킬 ‘정력’이 ‘정력(+1)’로 강화되었습니다!]
[효과 : 정력이 15% 더 강해집니다.]
이렇듯 정력을 강화시킨 나는 곧바로 시간을 확인해보았다.
“10시 43분이라.”
오늘도 평소처럼 1시에 모이기로 했으니, 2시간 이상의 여유가 있었다.
“……한 번 더 하자.”
이리 생각한 나는 곧바로 이계 퀘스트 목록을 불러왔다.
[이계 퀘스트]
[트윈 헤드 오우거의 보물]
트윈 헤드 오우거는 한 가지 보물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건 바로 마정석 파편입니다. 트윈 헤드 오우거는 마정석 파편으로 뿜어져 나오는 검은색 광채에 마음이 사로잡혔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서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때문에 트윈 헤드 오우거로부터 마정석 파편을 돌려받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겁니다.
-트윈 헤드 오우거로부터 마정석 파편을 얻어내십시오. (보상 : 랜덤 장비 상자)
[오크 족장의 상징]
오크 족장은 마정석 파편이 자신의 힘과 정력을 강하게 만들어주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때문에 오크 족장은 과감하게 자신의 남근에 마정석 파편을 심었습니다. 그러자 놀랍게도 오크 족장의 정력이 이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강해졌습니다.
물론 정력만이 아닙니다.
정액은 진흙처럼 끈적끈적하게 되어서 암컷을 무조건 임신시키는데다가, 암컷의 성감대를 자극시키는 성분까지 포함되어 오크 족장의 남근 맛을 본 모든 암컷은 무조건 그에게 굴복하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이건 같은 종족의 암컷에게만 적용되는 게 아니었습니다. 오크 족장은 보다 강해진 자신의 힘을 이용해서 타 종족의 암컷을 사로잡은 뒤에 교미했습니다. 그리고 그 교미에 아무리 강인한 정신력과 육체를 가진 암컷이라고 해도 금세 굴복하고 말았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세상은 금세 오크의 세상이 될 것입니다.
-오크 족장으로부터 마정석 파편을 얻어내십시오. (보상 : 랜덤 장비 상자)
“오크의 세상이라…….”
침음성을 삼킨 나는 전자와 후자의 퀘스트를 번갈아보았다.
‘어떤 게 더 쉬울까?’
일단 트윈 헤드 오우거는 한 마리뿐이니, 집중해서 상대하기 편했다.
반면에 오크 족장은 말 그대로 족장이었다. 하나의 부족을 이끌고 있는 우두머리라는 뜻이었다. 그러니 최소 수십에서 최대 수백에 이르는 오크를 데리고 있을 게 틀림없었다.
‘……끔찍한데.’
수 백 마리의 오크들을 상대할 생각을 하니,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아무리 그건 나라고 해도 무리였다.
게다가 여기에는 아주 중요한 문제가 있었다. 그건 바로 내가 얻어내야 되는 마정석 파편이 오크 족장의 남근에 박혀있다는 사실이었다.
‘만지기 싫은데.’
남근에 박혀있는 마정석 파편을 꺼낸다는 건, 남자로서 여간 꺼림칙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눈살을 찌푸린 나는 이내 전자의 퀘스트를 선택했다.
[이계 퀘스트 [트윈 헤드 오우거의 보물]을 수행하시겠습니까?]
[네 / 아니요]
화면에 떠오른 알림문구에 나는 곧바로 네를 눌렀다. 그러자 일순 눈앞의 풍경이 일그러졌다가 이내 조각조각 맞춰지며 어느 숲의 풍경으로 변했다.
잠시 숨을 들이켠 나는 스마트폰을 들어서 목표의 거리를 확인했다.
“저쪽이네.”
깊게 숨을 들이켠 나는 미니 맵에 표시되어 있는 대상의 위치까지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마침내 대상과 가까워졌을 때, 저 멀리서 드르렁 드르렁 코를 골며 자고 있는 트윈 헤드 오우거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무시무시하게 생겼네.’
멧돼지처럼 아래쪽 송곳니가 불쑥 튀어나온 우락부락한 얼굴이 두 개나 달린 녀석은 두툼한 뱃살을 출렁이며 늘어져라 잠을 자고 있었다.
‘……기습하면 간단하게 쓰러트릴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러한 생각에서 잠시 숨을 죽이고 있던 나는 이내 내가 소환할 수 있는 소환물들을 차례차례 소환했다. 그러자 곧 숲 속에 고블린과 오크, 그리고 엘레노아, 마틸다, 에나가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주인님!”
엘레노아가 크게 소리치며 내 품에 포옥 안겨왔다. 이에 나는 기겁하며 트윈 헤드 오우거를 살펴보았다. 하지만 다행히도 녀석은 엘레노아의 소리를 못 들은 모양인지, 여전히 드르렁 드르렁 코를 골며 자고 있었다.
이에 안도의 숨을 내뱉은 입을 열었다.
“지금부터 트윈 헤드 오우거를 사냥합니다.”
========== 작품 후기 ==========
아, 오크 족장 부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