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매니저 어플-105화 (105/599)

<-- [이계 퀘스트] -->

“사제님이신가요?”

나를 물끄러미 올려다보며 되묻는 세실의 태도에 나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했다.

구태여 거짓말을 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사제는 아니지만 약간 특별한 재주를 가지고 있습니다. 상처 회복, 체력 회복.”

이리 말하며 지팡이를 소녀 쪽으로 내밀자, 새하얀 아지랑이가 몽글몽글 피어오르더니 곧 세실의 피부에 스며들었다.

“아!”

그 광경에 소녀는 조금 놀란 듯이 탄성을 터트리더니 곧 자기 몸이 치료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리고는 몇 번 다친 다리를 접었다 폈다를 반복한 소녀는 허둥지둥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 감사합니다!”

깍듯이 허리까지 숙여가며 내게 감사하다고 말하는 소녀의 예의바른 태도에 순간 입가에 아빠 미소가 그려졌다.

굉장히 예의바른 여자아이가 아닐 수 없었다.

나는 만족한 미소를 띠워보이고는 입을 열었다.

“뭘요. 간단한 일이었습니다.”

“아니에요! 정말로 감사드려요. 다리가 다쳐서 어떻게 마을로 돌아가야 될지 막막했는데……. 저 혹시 오늘 저녁 식사를 대접해드려도 될까요?”

“저녁 식사를요?”

“네……. 뭔가 보답을 하고 싶어서요.”

소녀는 수줍게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마치 은하를 보는 듯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나는 이곳에 온 목적을 떠올리고는 재빨리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그건 안 될 것 같습니다.”

“아…….”

“대신에 한 가지 물을 게 있습니다.”

“네? 어떤…….”

살짝 말끝을 흐리며 나를 올려다보는 세실의 태도에 나는 얼른 입을 열었다.

“사실 제가 이 근처에 검은색 돌을 떨어트렸습니다. 혹시 보지 못 하셨습니다. 크기가……. 아, 그렇군요. 손가락 두 마디 정도 될 겁니다.”

이러한 내 말에 세실은 ‘아!’하고 작게 탄성을 터트리더니, 곧 주머니 속에서 검은색 돌 하나를 꺼냈다.

“이걸 말씀하시는 건가요?”

“네, 맞습니다! 아니, 이걸 어디서 찾으셨습니까?”

“그러니까 이걸 저 위에서……. 아! 펜던트!”

마정석 파편을 찾은 위치를 알려주던 세실은 곧 펜던트의 존재를 깨달을 모양인지,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소리쳤다.

“펜던트요?”

“아, 네……. 저, 저기! 한번만 더 저를 도와주시면 안 될까요? 저 위에 펜던트가 떨어져있어서……. 아, 근데 위험하진 않을 거예요! 곰도 이제 떠났을 거고…….”

내게 또 부탁하기가 미안한 모양인지,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리던 세실은 이윽고 나를 조심스레 올려다보며 말을 이었다.

“……같이 가주시면 안 될까요?”

안절부절 못 해 하는 세실의 태도에 저절로 웃음을 터져 나왔다.

하는 행동이 너무나도 귀여워서, 도저히 거절할 수가 없었다.

“알겠습니다. 도와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이렇듯 내가 허락하자, 소녀는 몇 번이고 고개를 숙이며 내게 감사를 표시했다. 그리고는 곧 ‘저쪽 길을 통해서 가면 되요!’라고 소리쳐 말한 세실은 내 손을 잡아당겼다.

그 태도를 보아하니, 그 펜던트가 어지간히도 중요한 물건인 모양이었다.

“그런데 곰에게 습격을 받은 겁니까?”

나는 세실과 함께 산을 오르며 물었다. 그리고 그 물음에 세실은 곰의 발톱에 할퀴어져서 찢어진 자신의 상의를 어루만지며 입을 열었다.

“네, 갑자기 곰이 나타나서…….”

“큰일을 당하실 뻔 했군요.”

이런 내 말에 세실은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하마터면 죽을 뻔 했으니까요.”

소녀는 내 손을 꼭 붙잡은 채로 덜덜 떨었다.

“안심하세요. 이젠 위험하지 않을 겁니다.”

나는 세실의 손을 강하게 마주잡아주며 말했다. 그러자 세실은 그제야 배시시 웃음을 터트리며 입을 열었다.

“감사합니다. 그…….”

“유현입니다. 김 유현.”

“아, 저는 세실이에요!”

세실은 해맑게 웃음을 터트리며 자기 이름을 알려주었다.

“예쁜 이름이네요.”

“아……. 유현 님도 멋진 이름이에요.”

어린 소녀에게 멋진 이름을 가지고 있다며 칭찬받으니, 기분이 뭔가 묘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세실이 내 손을 조금 세게 잡아당기며 입을 열었다.

“유현 님이 아니었으면 펜던트를 다시 찾으러 못 갔을 거예요. 정말로 감사합니다.”

“뭘요.”

옅게 웃음을 터트린 나는 세실과 함께 계속해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곧 펜던트를 떨어트린 장소에 도착한 모양인지, 세실이 앗! 하는 소리와 함께 저 먼저 달려갔다.

“여기 있어요.”

세실은 땅바닥에 떨어져 있는 펜던트를 주워들며 소리쳤다. 이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주변을 한번 둘러보았다.

‘곰은 떠난 건가.’

다행인 일이었다.

이렇듯 안심하며 세실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는데, 돌연 위쪽에서 돌멩이 몇 개가 떨어졌다.

‘……설마.’

영화 속에서 많이 보던 패턴이었다.

나는 재빨리 고개를 위로 들어 올렸고, 아니나 다를까 위쪽에는 중형차만한 한 곰이 고개를 들이밀고서 침을 질질 흘리고 있었다.

“세실!”

나는 당장에 크게 소리치며 앞으로 내달렸다. 그리고 그것과 동시에 곰이 세실을 덮치기 위해서 몸을 날렸다.

앞으로 1, 2초면 곰의 몸이 깔릴 세실이었다.

‘고속 이동!’

나는 속으로 이리 외치며 보다 빠르게 발을 박찼다. 그러자 마치 초능력을 사용한 것처럼 내 몸이 세실의 바로 앞까지 다가왔다. 그리고 그것과 동시에 나는 그대로 세실의 몸을 꽉 끌어안으며 땅바닥을 굴렀다.

“꺅!”

순간 여자아이의 비명소리가 내 고막을 울렸다. 이에 나는 혹시나 세실이 다쳤나 싶어 몸을 살펴보았지만, 다행히도 다친 곳은 보이지 않았다.

그저 갑작스레 일어난 일에 깜짝 놀란 모양이었다.

“고블린 소환!”

이렇듯 세실을 구해낸 나는 곧바로 고블린들을 소환했다. 그러자 스물네 마리의 고블린들이 모습을 드러내며 곰을 포위했다.

“크워어어어!!”

갑작스레 나타난 고블린 무리에 깜짝 놀랄 법도 하건만 곰은 오히려 전의를 불태우듯이 크게 포효했다.

“공격하세요!”

나는 손으로 곰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그러자 고블린들이 일제히 한 치의 두려움도 없이 곰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케르르륵! 케륵!”

“크워!!”

하지만 상대는 말 그대로 중형차만한 곰이었다.

정말이지, 억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의 크기가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반대로 고블린들은 숫자가 많다고는 하지만 신장이 1미터 20센티미터 밖에 되지 않은 소인이었다.

그러다보니 싸움이 어른과 어린아이의 싸움처럼 일방적으로 흘러갈 수 밖에 없었다.

‘버프가 없으면 안 되는 건가?’

쓰게 혀를 찬 나는 곧바로 손을 뻗었다.

“칠흑의 지팡이 소환!”

이 외침과 동시에 내 손에 칠흑의 지팡이가 잡혔다. 그리고 그것과 동시에 고블린들에게 버프 효과가 주어진 모양인지, 아까 전까지만 해도 곰에게 일방적으로 밀리던 고블린들이 오히려 곰을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저, 저기…….”

그 때, 내 품에 안겨있던 세실이 두려움에 잔뜩 질린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이에 나는 소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안심시켜주었다.

“괜찮아요. 금방 끝날 겁니다.”

이리 말한 나는 지팡이로 땅바닥을 내려치며 소리쳤다.

“……어둠의 화살!”

주문을 외자, 일순 내 앞에 검은색 구체가 나타났다. 그리고 그 구체는 내가 노리고 있는 목표인 곰을 향해 빠르게 쏘아져 나갔다.

콰앙!

“크워어어!!”

곰의 몸체에 적중한 어둠의 화살은 그대로 커다란 폭발을 일으켰다.

녀석은 적잖은 충격을 받은 모양인지, 육중한 몸체를 휘청였다.

“케르르륵!!”

“케켓!”

그 모습을 본 스물네 마리의 고블린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때문에 곰은 이어지는 고블린들의 공격에 변변찮은 저항을 하지 못 한 채 그대로 땅바닥에 드러눕고 말았다.

“휴…….”

이렇듯 곰을 쓰러트린 나는 가쁘게 숨을 토해내며 내 품에 안겨있는 세실을 내려다보았다. 그러자 반쯤 넋이 나간 표정으로 나를 정신없이 쳐다보고 있던 소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세실은 나와 시선을 마주치고는 앗! 하는 소리와 함께 제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였다.

마치 잘 익은 사과처럼 말이다.

“…….”

그 모습이 무척이나 귀여워서, 나는 가볍게 웃음을 터트리며 세실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 작품 후기 ==========

오크도 써야하는데, 세 마리 밖에 안 되니 문제네요.

어서 빨리 오크 군단으로... 핡핡.

그런데 이랬는데, 고블린 소환 스킬이 또 나오고...

고블린 100마리를 소환하게 되는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