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매니저 어플-97화 (97/599)

<-- [이계 퀘스트] -->

‘됐군.’

이렇듯 레딕을 비롯한 톰과 하센을 처리한 나는 주머니 속에 들어있는 스마트폰을 꺼내보았다.

그러자 화면에 여러 개의 알림문구가 떠올라 있는 게 보였다.

[엘레노아가 레딕의 생기를 흡수했습니다!]

[엘레노아가 톰의 생기를 흡수했습니다!]

[엘레노아의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엘레노아가 하센의 생기를 흡수했습니다.]

‘……오.’

속으로 감탄성을 내뱉은 나는 곧바로 엘레노아의 정보를 불러왔다.

[노예]

[이름 : 엘레노아]

[종족 : 서큐버스]

[레벨 : 5]

[등급 : Normal]

[보유 스킬 : 유혹, 정기 흡수(+1), 생기 흡수(+1), 성노예]

[보유 아이템 : 없음]

[보유 장비 : 가면, 망토, 매혹의 채찍(R)]

[호감도 : 67]

[충성도 : 41]

생기 흡수를 시킨 덕분인지, 생기 흡수가 한 단계 강화되어있었다.

‘자주 써먹어야겠네.’

상대방의 목숨을 빼앗지도 않으면서 적당히 벌을 줄 수가 있었다. 더욱이 엘레노아의 몸을 더럽히는 일도 아니었다.

옅게 웃음을 터트린 나는 곧바로 스마트폰에서 시선을 떼어 마틸다를 바라보았다.

“으…….”

내 시선을 받은 그녀는 작게 신음성을 내뱉으며 몸을 가늘게 떨었다.

특히나 그녀의 손에 쥐어져 있는 검이 쉴 새 없이 덜덜 떠는 걸 보아하니, 어지간히도 겁을 집어먹은 모양이었다.

‘하긴.’

마틸다가 보는 앞에서 세 명의 남성이 엘레노아에게 생기를 빼앗겼다.

심지어 그녀의 주변에는 스물네 마리의 고블린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제아무리 간담이 센 사람이라고 해도 오금이 저려올 수밖에 없었다.

쿡쿡, 웃음을 터트린 나는 한 걸음 그녀 쪽으로 다가서며 입을 열었다.

“마틸다 씨.”

“…….”

이런 내 부름에 그녀는 두려움에 질린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이에 나는 짐짓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를 지어보이며 입을 열었다.

“내놓으시죠, 마정석 파편.”

“아!”

이리 말하며 왼손을 내밀자, 일순 그녀의 입술 사이로 탄성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는 잠시 뒤, 그녀는 재빨리 몸을 똑바로 세우며 소리쳤다.

“……꼼짝 마!”

그 외침과 동시에 그녀는 자신의 귀에 걸려있는 마정석 파편을 떼어내더니, 양 손으로 그 끝을 단단히 붙잡았다.

“무슨 짓입니까?”

“허튼짓하면 이거 부서 버리겠어!”

“…….”

전혀 예상지도 못한 그녀의 행동에 순간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그리고 이런 내 태도에 그녀는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날 향해 소리쳤다.

“고블린들보고 당장 무기를 버리라고 해! 어서!”

설마하니 마정석 파편을 가지고 인질극을 벌일 줄은 조금도 생각지 못 했다.

“풉…….”

실로 바보 같은 짓이었다.

살아있는 생명체도 아니고, 그녀의 손에 쥐어져 있는 것은 한낱 돌조각에 불과했다.

심지어 저건 이름 그대로 파편이었다.

파편에서 좀 더 부서 졌다고 해서 파편이 아니게 되는 것은 아니었다.

부서지면 부서지는 대로 마정석 파편이었다. 단지 그 크기가 조금 다를 뿐이었다.

“……바보입니까, 당신?”

이리 말한 나는 곧바로 손짓했다. 그러자 배부른 표정을 짓고 있던 엘레노아가 채찍을 휘둘러, 마틸다의 목을 휘감았다.

“쿠억!”

돼지 멱따는 소리를 내며 또다시 땅바닥에 쓰러진 마틸다는 어떻게든 자기 목을 감싸고 있는 채찍을 떼어내기 위해 몸부림쳤다.

그러나 그녀가 몸부림치면 몸부림칠수록 채찍은 마치 살아있는 생물체처럼 그녀의 목을 더더욱 조였다.

‘하다하다 돌조각을 가지고 인질극을 벌이는 인간도 나오는군.’

고개를 가로저은 나는 방금 전, 마틸다가 떨어트린 마정석 파편을 주웠다.

그 후, 스마트폰을 확인해보니 화면에 새로운 알림문구가 떠올랐다.

[축하합니다!]

[마정석 파편을 획득하셨습니다!]

[이계 퀘스트를 완료하셨습니다. 종료하시겠습니까?]

[네 / 아니요]

이 물음에 나는 곧바로 아니요를 눌렀다.

왜냐하면 아직 정산해야 될 것이 남아있었기 때문이었다.

‘노예로 삼고 싶은데…….’

이리 생각하며 엘레노아 때처럼 노예로 삼겠냐는 알림문구를 기다렸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새로운 알림문구가 떠오르지 않았다.

‘……사람을 대상으론 조건이 다른 건가?’

이러한 생각에서 나는 곧바로 조교 목록을 불러왔다.

[현재 사용자의 레벨은 ‘5’입니다.]

[반경 100미터 이내에 존재하는 여성들만 조교할 수 있습니다.]

[조교 할 여성을 골라주세요.]

[목록에 저장되어 있는 여성이 존재합니다.]

[목록을 열람하시겠습니까?]

[네 / 아니요]

목록을 열람 할 거냐고 묻는 알림문구에 나는 곧바로 아니요를 눌렀다. 그러자 곧 100미터 이내에 존재하는 여성을 알려주는 조교 가능 대상 목록이 화면에 떠올랐다.

[조교 가능한 대상 목록]

-없음

“뭐지?”

놀랍게도 조교 가능한 대상 목록에는 마틸다가 나타나지 않았다.

아니, 마틸다뿐만이 아니었다. 아예 없음이란 단어가 떠올라있었다. 이에 나는 버그가 일어난 건가 싶어서 몇 번이고 새로 고쳐보았다.

하지만 이렇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조교 가능한 대상 목록은 여전히 없음으로 나타났다.

‘이게 현실과 이계 퀘스트의 다른 점인가.’

으득, 이를 간 나는 마틸다를 노예로 삼을 방법을 필사적으로 떠올려보았다.

‘……죽기 직전까지 공격해볼까? 아니면 기절? 실신?’

이런저런 방법을 떠올려보았지만,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버릴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앞으로 이계 퀘스트를 진행하는데 마틸다가 반드시 필요해.’

그도 그럴 것이 마틸다는 이 세계의 주민이었다.

종족이 다른 엘레노아와는 다르게, 앞으로 이계 퀘스트를 진행하는데 있어서 여러모로 도움을 줄 게 틀림없었다. 그러니 그녀에게 개인적인 복수도 할 겸, 노예로 삼아서 길잡이를 시킬 필요가 있었다.

‘하나하나 해보는 수밖에.’

시간이 다소 걸리긴 하겠지만, 이 방법이 가장 확실해 보였다.

이러한 생각에서 나는 곧바로 입을 열었다.

“마틸다 씨를 풀어주세요.”

“네~.”

이런 내 말에 엘레노아는 곧바로 채찍을 회수했다.

“허억! 콜록! 콜록콜록!”

이렇듯 자신의 목을 휘감고 있던 채찍이 사라지자, 마틸다는 자신의 목을 양 손으로 감싸 쥐며 기침을 해댔다. 그리고는 곧 숨이 정상으로 돌아온 그녀는 으득으득 이를 갈면서 애써 몸을 일으켰다.

‘대단하네.’

절망하더라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상황인데, 마틸다는 오히려 투지를 키우고 있었다.

특히나 나를 죽일 듯이 노려는 그녀의 시선은……. 묘하게 싫지 않았다.

오히려 가슴이 두근거려왔다.

마치 내가 이 세계에 처음 발을 들였을 때처럼 말이다.

작게 웃음을 터트린 나는 내 곁에 서있는 고블린의 어깨를 두드리며 입을 열었다.

“마틸다를 공격하세요.”

이런 내 명령이 떨어지자, 고블린이 혼자서 마틸다에게 달려들었다.

“케르륵!!”

“죽어!”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고블린을 본 마틸다는 크게 소리치며 검을 휘둘렀다.

퍼석!

검과 몽둥이가 맞부딪친 순간 둔탁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마틸다는 고블린의 힘을 못 이기겠는 모양인지 두어 걸음 뒤로 물러났다.

“고블린 주제에!”

그녀는 이맛살을 찌푸리며 검을 양손으로 잡았다.

아무래도 기교보다는 힘으로 고블린을 상대해볼 요량인 듯이 싶었다.

그리고 이런 그녀의 판단은 정확했다.

“케엑!”

우직하게 힘으로 맞부딪친 순간 고블린이 그녀에게 밀리고 말았다. 역시 신장 차이는 무시할 수 없는 모양이었다.

‘이래서 고블린들을 우습게 본 건가.’

만약에 칠흑의 지팡이가 주는 버프 효과가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도 마틸다와 그 부하들을 상대로 제법 고전을 면치 못 했을 게 틀림없었다. 아니면 최악의 경우, 고블린들이 용병들과 싸우는 동안 퀘스트를 포기해야 되었을지도 몰랐다.

‘……재밌네.’

유쾌하게 웃음을 터트린 나는 또다시 근처에 서있는 고블린의 어깨를 두드리며 입을 열었다.

“공격하세요.”

이런 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두 번째 고블린이 마틸다에게 달려들었다. 그러자 일순 마틸다의 얼굴에 낭패가 그려졌다.

그녀는 허둥지둥 검을 돌려서 두 번째 고블린을 상대했다. 하지만 그 탓에 빈틈이 생기고 말았다.

“아아악!!”

비통한 외침이 들려왔다.

처음 상대하던 고블린에게 옆구리를 얻어맞은 그녀는 또다시 땅바닥을 나뒹굴며 자신의 허리를 움켜잡았다.

“한 마리가 고작인가보군요.”

생각보다 형편없는 마틸다의 실력에 내가 이리 말하자, 그녀는 아랫입술을 꽉 깨물며 소리쳤다.

“대체……. 대체 정체가 뭐야! 이렇게 강한 고블린은 한 번도 못 들어봤다고!”

“그럼 지금 보셨네요.”

“하, 개새끼!”

“그 말 그대로 돌려드리겠습니다.”

실제로 그녀는 나를 털어먹으려고 했던 개새끼였으니까 말이다.

입가를 이죽인 나는 고블린들에게 명령했다.

“밟으세요.”

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고블린들이 마틸다의 몸을 잘근잘근 밟기 시작했다.

“아아아아악!!!”

신장이 1미터 20센티 밖에 되지 않기에 고블린들의 발차기는 그다지 위협적이지 못 했다.

하지만 그 수가 무려 스물을 넘어가다 보니 결코 만만하게 볼 게 되지 못 했다.

때문에 마틸다는 가죽 갑옷을 입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고블린들의 발차기를 견디지 못 하고 결국 기절해버리고 말았다.

“어디보자.”

이에 나는 곧바로 스마트폰을 들어서 확인해보았다.

‘안 뜨네.’

기절은 노예로 만드는 조건이 아닌 모양인지, 아무런 알림문구가 떠오르지 않았다.

‘……협박해볼까?’

다음 수단을 결정한 나는 곧바로 치료술사의 지팡이를 소환했다.

그 후, 마틸다에게 체력 회복과 상처 회복을 사용해주자 이전에 현주에게 사용했을 때처럼 아지랑이 같은 빛이 그녀의 피부로 스며들며 치료해주었다.

“으읏…….”

그렇게 1분가량이 흐르자, 의식을 되찾은 마틸다가 신음성을 내뱉으며 몸을 일으켰다. 이에 나는 고블린들로 하여금 그녀의 양 손을 잡게 만든 뒤에 입을 열었다.

“정신이 드십니까, 마틸다 씨?”

“너, 너…….”

“표정을 보아하니, 정신이 번뜩 드신 모양이로군요.”

조소를 머금은 나는 그녀의 턱을 잡아, 나를 똑바로 마주 보도록 만들었다.

“……혹시 고블린들에게 겁탈당해보신 적이 있습니까?”

“힉!”

이런 내 물음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그녀가 새된 소리를 내뱉었다.

“꽤 기대가 되시는 모양이로군요. 무척이나 이색적인 경험이 되실 겁니다.”

“아, 아니야! 싫어! 제발……. 원하는 걸 가져갔잖아!”

필사적으로 고개를 가로저으며 소리치는 마틸다다. 게다가 어찌나 몸부림을 심하게 치던지, 그녀의 팔을 붙잡고 있던 고블린들의 몸이 크게 휘청거릴 정도였다.

“원하는 것을 가져가긴 했죠. 그런데 이걸 어쩝니까? 저는 아직 만족하지 못 했는데요?”

“대체 뭘 원하는데! 전부 줄게! 응?”

“제가 원하는 거요? 그야 당연히 하나죠.”

옅게 웃음을 터트린 나는 그녀의 뺨을 천천히 어루만지며 말을 이었다.

“……복수입니다.”

“제, 제발…….”

고블린들에게 겁탈당하는 게, 그렇게나 싫은 모양인지 마틸다는 눈물까지 글썽였다.

그 모습을 보니,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그려졌다.

‘좋군.’

확실히 내 의도대로 착실히 진행되고 있었다. 이에 나는 다정하기 짝이 없는 목소리로 그녀에게 속삭여주었다.

“고블린들에게 겁탈당하는 게 싫으십니까?”

“시, 싫어……. 제발, 다른 거라면 뭐든지 할 테니까……. 발이라도 핥을까? 응?”

이리 말한 그녀는 지금 당장이라도 내 발을 핥을 것처럼 몸을 수그렸다.

그 과장된 행동에 나는 짐짓 크게 웃음을 터트리며 입을 열었다.

“아니요, 그럴 필요 없습니다. 필요도 없고요.”

딱 잘라 말하는 내 태도에 마틸다는 입술을 파르르 떨며 낯빛을 어둡게 만들었다.

아무래도 이제 곧 고블린들에게 겁탈 당하게 될 거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이에 그녀는 잠시 주변을 둘러보다가, 돌연 고개를 뒤로 크게 젖혔다. 그리고는 마치 내게 달려드는 것처럼 몸을 앞으로 던졌다.

“헛!”

그 행동에 깜짝 놀란 나는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그것과 동시에 마틸다의 머리가 바닥에 박혀있는 돌멩이에 꽂혔다.

“……미친.”

그 행동에 나도 모르게 욕소리를 내뱉고 말았다.

설마하니 이 상태에서 자해를 시도할 줄은 몰랐었기 때문이었다.

눈살을 와락 찌푸린 나는 돌부리에 머리를 박고 기절한 마틸다를 일으켜 세웠다. 그러자 피가 줄줄줄 나고 있는 이마가 내 눈에 들어왔다.

“상처 회복.”

그녀의 독기에 감탄한 나는 곧바로 치료술사의 지팡이를 들어서 상처를 회복시켜주었다. 그러자 줄줄 새어나오던 피가 멎고, 흉하게 찢어졌던 상처가 말끔하게 치료되었다.

‘고블린들에게 겁탈당하는 게 싫었나?’

이리 생각하며 주변을 한번 둘러보자, 뱀의 비늘처럼 번들거리는 녹색 피부를 자랑하는 고블린들이 눈에 들어왔다.

‘……싫긴 싫겠네.’

그것도 스물 네 마리다.

스물네 마리에 겁탈당하는 것을 생각하니, 순간 등골이 오싹해지는 그런 기분이 들었다.

쓰게 혀를 찬 나는 그녀가 다시 의식을 되찾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그렇게 몇 분을 기다렸을까, 다시금 의식을 되찾고서 눈을 뜨는 마틸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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