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매니저 어플-96화 (96/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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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압하세요.”

“케르르륵!!!”

내 명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스물네 마리의 고블린들이 용병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그 모습에 마틸다가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크게 소리쳤다.

“쫄지 마! 기껏 해봐야 고블린들이야!”

그 외침에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고블린들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고블린이 휘두른 몽둥이와 검을 맞댄 순간 남자들이 경악어린 표정을 지어보이며 소리쳤다.

“무슨 힘이 이렇게 센 거야!”

“말도 안 돼!”

다들 하나 같이 고블린을 상대로 힘에서 밀리고 있었다. 심지어 덩치가 나보다 두 배는 족히 더 큰 하센조차도 고블린 두 마리 이상을 감당해내지 못 하고 있었다.

“뭐, 뭐야! 이게 대체 뭐냐고!”

고블린들이 휘두르는 몽둥이를 겨우겨우 쳐낸 마틸다가 도저히 믿을 수 없단 표정을 지어보이며 크게 소리쳤다.

‘칠흑의 지팡이가 주는 능력치 상승효과가 생각 이상으로 좋은 모양이로군.’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옅게 웃음을 터트렸다.

반면에 고블린들을 상대하는 네 명의 용병들은 하나 같이 낭패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속절없이 밀려나고 있었다. 그리고 곧 고블린들에게 사방으로 둘러싸이자, 일순 남은 세 명의 남자들이 눈빛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뭔가 수가 있는 건가?’

그 모습을 본 나는 바짝 긴장하며 지팡이를 치켜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그나마 내게 친근하게 대해주던 톰이 자기 검을 땅바닥에 내려놓으며 입을 열었다.

“항복하겠습니다!”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레딕과 하센이 땅바닥에 무기를 떨어트렸다.

“항복이라니!!”

이렇듯 세 명의 남자가 무기를 버리며 항복하자, 마틸다가 어처구니없단 표정을 지어보이며 크게 소리쳤다. 그러나 세 남자는 이런 마틸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듯이 성큼 내 쪽으로 걸어오며 입을 열었다.

물론 고블린들이 세 남자의 앞을 가로막긴 했지만,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길을 비키도록 만들어주자 톰을 선두로 레딕과 하센이 내 앞까지 다가왔다.

마틸다, 그녀만 빼고서 말이다.

‘배신인가.’

나는 사뭇 흥미롭단 표정을 지어보이며 세 명의 남자와 마틸다를 번갈아보았다. 그리고 그 사이에 톰이 날 향해 입을 열었다.

“이 모든 건, 대장이 혼자서 꾸민 일입니다.”

“그러니까 톰 씨의 말씀은…….”

잠시 말꼬리를 늘린 나는 옅게 웃음을 터트리며 손으로 마틸다를 가리켰다.

“……이 모든 게 마틸다, 그녀 때문에 일어났다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우리는 그저 일개 부하에 불과합니다. 그러니 이렇게 항복할 테니, 우리는 놓아주지 않겠습니까? 더욱이 들어보니까, 형씨의 목적은 마틸다. 저 년이 가진 귀걸이 같은데……. 그러면 우린 무관계이지 않습니까?”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뒤에 서있던 마틸다가 크게 소리쳤다.

“이 개자식이!”

예상지도 못 한 부하의 배신에 마틸다가 제 얼굴을 와락 구기며 크게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이런 그녀의 외침에 톰은 껄껄 웃으며 대답했다.

“대장이면 대장답게 이럴 때, 책임을 져야 하지 않겠소? 마틸다 누님?”

“너……!”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그쪽도 대장노릇하면서 제법 재미를 보지 않았소?”

그 말에 마틸다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변해갔다. 심지어 그녀는 자기 분을 이기지 못 하겠는 모양인지, 아악! 고함을 지르며 냅다 톰을 향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걸 또 순순히 놔둘 내가 아니었다.

나는 곧바로 손을 흔들어 고블린들로 하여금 마틸다의 앞을 가로막게 했다.

“악!”

때문에 마틸다는 자신에게 달려드는 네 마리의 고블린들을 이겨내지 못 하고 결국 꼴사납게 땅바닥을 나뒹굴고 말았다. 그 모습이 어찌나 우습던지, 내가 작게 웃음을 터트리자 내게 항복한 세 명의 사내들도 낄낄대며 웃음을 터트렸다.

“키킥, 병신 같은 년.”

“하하핫, 고블린들한테 걸레처럼 따먹히라고?”

“좋겠네, 그렇게 좋아하는 자지가 이렇게나 많아서.”

자신들이 풀려나는 건, 이미 확정이 됐다는 듯이 세 남자가 낄낄대며 웃음을 터트렸다.

그 모습에 나는 조금 더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이거 참, 희극도 이런 희극이 따로 없었다. 나는 박수까지 치며 유쾌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이런 우리의 웃음소리가 커질수록 마틸다의 얼굴에는 수치심이 가득 새겨졌다.

“나, 나쁜 새끼들…….”

흙투성이 된 마틸다는 으득으득 이를 갈며 죽일 듯이 우리를 노려보았다.

‘어떻게 할까?’

이렇듯 잠시 소강상태가 되자, 나는 웃음을 멈추고서 세 남자의 처우를 고민해보았다.

솔직히 말해서 이대로 그냥 놓아줘도 딱히 내게 손해될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상당히 찜찜했다. 아무리 마틸다의 명령을 받아서 행동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그들에게 아주 죄가 없다고는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조교의 방으로 부를 수도 없고.’

여자라면 모를까, 남자는 사양이었다.

나는 잠시 침음성을 내뱉으며 세 남자를 번갈아보았다. 그런데 그 때, 엘레노아가 내 가슴을 은근슬쩍 더듬으며 매달려왔다.

“무슨 일입니까?”

이런 그녀의 행동에 내가 물음을 던지자, 엘레노아가 방실방실 웃으며 입을 열었다.

“저 남자들을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하시는 거 같은데, 그냥 저한테 주시면 안 될까요?”

“…….”

그 말에 나는 잠시 엘레노아가 세 남자의 정기를 빠는 장면을 상상했다.

‘별론데.’

내 것이 되기 이전이라면 모를까, 내 것이 된 이후에 다른 남성의 성기를 빠는 엘레노아의 모습은 그다지 보고 싶지 않았다. 이에 나는 짐짓 눈살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엘레노아 씨, 당신은 제 노예입니다. 제 노예가 다른 남성과 노는 모습은 별로 보고 싶지 않습니다.”

“어머, 질투하시는 거예요?”

“소유욕이라고 해주세요.”

나는 정중하게 정정할 것을 부탁했다.

“아하하핫.”

깔깔 웃음을 터트린 엘레노아는 그대로 내 품에 포옥 안기며 속삭였다.

“……우리 주인님도 참 이럴 땐, 귀여우셔.”

간드러지는 그녀의 말소리에 나는 천천히 눈살을 풀며 대답했다.

“그렇게 말씀하셔도 허락하지 않을 겁니다.”

이런 내 말에 엘레노아가 쯧쯧, 혀를 차는 소리를 내며 검지를 좌우로 흔들어보였다.

“꼭 정기만 빨아들이는 방법만 있는 게 아니에요.”

“그럼 다른 방법도 있습니까?”

“생기를 빠는 거죠.”

이리 말한 엘레노아는 사뿐히 내 품에서 벗어나더니, 곧장 채찍을 휘둘렀다. 그러자 뱀처럼 뻗쳐나간 채찍이 그대로 레딕의 목을 휘감더니, 그대로 우리 앞까지 끌고 왔다.

“컥! 꺼억!”

자신의 목을 휘감고 있는 채찍에 레딕은 숨이 막힌다는 듯이 거듭 컥컥대며 발버둥 쳤다. 그 모습이 어찌나 우습던지, 마치 물 밖으로 튀어나온 숭어 한 마리를 보는 듯했다.

“실례하겠습니다.”

이렇듯 레딕의 처절한 몸부림을 쳐다보고 있는데, 돌연 엘레노아가 왼손을 뻗어 레딕의 머리를 붙잡았다. 그러자 순간 새빨간 실선 같은 것이 레딕의 입을 통해 빠져나오더니, 곧 엘레노아의 피부로 스며들었다.

“켁! 케엑, 켁!”

그렇게 몇 초가 지났을까, 엘레노아가 만족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레딕의 몸을 놓아주었다. 그리고 그것과 동시에 레딕은 기운을 다한 노인네처럼 쌕쌕 거리며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

그 광경에 나는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설마하니, 이런 방법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었다.

‘그 동굴 안에 있던 미라도……. 이런 식으로 만든 거였나.’

꿀꺽, 마른침을 삼킨 나는 엘레노아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죽은 겁니까?”

“아니요. 그냥 몇 년 치 정기만 빨았을 뿐이에요. 근데 너무 많이 빨아서 기억 장애가 왔을지도 몰라요.”

까르르 웃음을 터트리며 레딕의 머리를 쓰다듬는 엘레노아다. 그리고 이런 그녀의 손길에 레딕은 두려움에 벌벌 떨며 힘겹게 숨을 몰아쉬었다. 그 모습을 보아하니, 의식은 뚜렷하게 남아있는 모양이었다.

아니면 단순히 본능이거나 말이다.

‘뭐, 이 정도 벌이면 충분할 것 같은데……. 마침 기억장애도 온다니.’

옅게 웃음을 터트린 나는 남은 두 남자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톰과 하센이 기다렸다는 듯이 넙죽 땅바닥에 엎드리며 소리쳤다.

“제, 제발 용서해주세요!”

“잘 못 했습니다! 잘 못 했습니다!”

그 외침에 나는 턱을 쓰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제가 왜요?”

“네?”

이런 내 물음에 일순 톰과 하센이 놀란 목소리를 내며 나를 올려다보았다.

“여러분은 저를 죽이려 하지 않았습니까?”

“그, 그건 전부 다 저 년이 시켜서…….”

“아마추어처럼 이러지 맙시다.”

딱 잘라 말한 나는 엘레노아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엘레노아 씨, 드세요.”

“네!”

이렇듯 내가 허락해주자, 엘레노아는 마치 세상의 모든 것을 다 얻은 듯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크게 소리쳤다. 그리고는 사뿐사뿐 걸음을 옮기며 두 사람에게 다가서자, 톰과 하센도 일이 틀어졌음을 깨닫고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후, 두 사람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품 속에 숨겨두고 있던 여분의 검을 뽑아들며 소리쳤다.

“시발, 이 피도 눈물도 없는 개새끼!”

“개 같은 자식!”

그 외침에 나는 옅게 웃음을 터트리며 입을 열었다.

“그럼 죽여 드릴까요?”

이리 말하며 손을 들어 올리자, 모든 고블린들이 톰과 하센을 노려보았다. 이에 두 사람은 일순 해쓱해진 표정을 지어보이다가 이내 가지고 있던 검마저도 땅바닥에 떨어트렸다.

“……현명해서 좋군요.”

이렇듯 두 사람이 체념하자, 나는 기분 좋게 미소를 지어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엘레노아가 재빨리 두 사람 앞에 서더니 양 손을 쭉 뻗었다.

“안 아프게 빨아드릴게요!”

이리 말한 엘레노아는 두 사람의 얼굴에 손을 얹더니, 생기를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레딕과 마찬가지로 몇 초가 지나자, 두 사람 모두 기력을 다한 노인네처럼 픽픽 쓰러지며 혼절해버렸다.

========== 작품 후기 ==========

조교하기 딱 좋은 날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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