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돌 프로젝트] -->
두 번째 세트가 시작되자, 민서는 능력치 상승 후에 완전히 달라진 감각을 만끽하며 득점을 쉼 없이 뽑아내었다. 때문에 상대팀 선수들은 물론이고, 같은 팀 선수들까지 혀를 내두르며 민서의 활약에 거듭 감탄성을 터트렸다.
그 만큼 지금 민서가 보이고 있는 슈퍼 플레이와 득점은 모두를 난리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야, 오늘 민서 완전 미쳤네. 저거 우리랑 같은 한국인 맞아?”
“저런 미친년……. 진짜 미쳤다란 소리 밖에 안 나오네.”
그리고 이런 민서의 활약에 다들 질투심 없이 순수하게 기뻐해주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들 모두가 민서가 그 동안 얼마나 마음고생을 했는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첫 프로 무대에서 처절하다 싶을 정도로 패배를 맛본 이후, 민서는 끝없이 추락했고 그 이후 그녀는 까마득한 후배격인 연습생들과 함께 연습을 해야 되는 수치까지 맛봐야 되었기 때문이었다.
사실상, 팀에서 그녀를 퇴출시킨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민서는 감독님에게 애걸복걸하며 어떻게든 버텨내었고, 급기야 돈을 받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잔류하기까지 했다.
그런 악조건 속에서 여기까지 올라온 것이었다.
그야말로 눈물 나는 성공스토리가 아닐 수 없었다.
이러한 민서의 고생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다들 순수하게 민서를 축하해줄 수 있었다.
“자자, 우리도 분발하자!”
이처럼 민서의 활약을 흐뭇하게 지켜보던 신 여정 세터가 크게 소리치며 팀 선수들을 다독였다. 그러자 다들 이대로 민서만 활약하게 둘 수 없다는 듯이 한층 더 활발하게 경기를 이끌어나가기 시작했다.
“쳐!”
“아자!”
대한 건설 선수들은 마치 태풍이라도 된 것처럼 거칠게 흥명생명을 몰아붙였다. 그리고 그 거친 태풍에 흥명생명 선수들을 변변찮은 저항도 못 하고 우수수 휩쓸려나갈 수밖에 없었다.
특히나 흥명생명에서 겨우 뽑아낸 공격을 바짝 흥이 오른 김 유리 선수와 이 태영 선수가 번번이 막아 내어버리니, 상대팀 입장에선 그야말로 힘이 쭉 빠지는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게다가 이 뒤에 이어지는 민서의 스파이크는 상대의 블로킹을 피해 여지없이 바닥에 꽂히며 득점으로 연결시켰다.
“와아아아아!!”
게다가 민서가 득점을 성공시킬 때마다 관중석 쪽에서 우렁찬 함성소리가 들려오니, 그야말로 대한건설의 세상이었다.
그리고 그 세상의 중심에는 민서가 서있었다.
“꺄아아!”
“와아!!”
이렇듯 민서가 득점을 뽑아낸 직후, 환하게 웃음을 터트리며 팬들을 향해 손을 한번 흔들어 주자, 관중석 쪽에서 자지러지는 듯한 소리가 터져 나왔다.
특히나 지난번 경기를 보고서 민서에게 반해, 직접 경기장을 찾아온 그녀의 팬들이 환호성을 내뱉으며 플랜카드를 높이 치켜들었다.
“좋겠네, 우리 민서?”
“꺅! 야아!”
민서의 동기인 윤 하영 선수가 짓궂게 속삭이며, 그녀의 엉덩이를 탁 치자 민서가 작게 탄성을 내뱉으며 까르르 웃음을 터트렸다.
여하튼 짧은 팬서비스 이후 다시금 경기가 재개되자, 다들 또다시 물이 오른 듯이 흥명생명을 몰아붙였다.
덕분에 흥명생명 선수들은 아주 죽을 맛이 되어버렸다.
‘어디서 저런 괴물이…….’
‘미친……. 저게 어딜 봐서 2부 리그 선수야?’
득점 결정력 80과 공격 위치 71을 자랑하는 민서를 막아내기엔 흥명생명 2부 리그 선수들의 능력치가 너무나도 낮았다.
그나마 비슷하게 나갈 수 있는 게, 흥명생명의 외국인 선수인 에시타 선수뿐이었는데 그녀는 지금 타냐를 막고 있는데 급급해하고 있었다.
결국 두 번째 세트, 첫 번째 테크니컬 타임아웃에 이어서 두 번째 테크니컬 타임아웃까지 빼앗긴 흥명생명의 감독은 결국 다음 경기를 위해서 이번 경기를 내주기로 마음먹었다.
괜히 이번 경기에서 아등바등 거려서 체력을 잃느니, 차라리 이런 식으로 체력 안배하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더욱이 흥명생명의 리그 점수는 아직까지 괜찮은 편이었다.
이 때문에 감독은 체력과 선수들의 멘탈을 지키고자, 좋은 말로 다독이며 선수들의 긴장을 풀어주었다.
“뭐야? 쟤네 완전히 포기했는데?”
“야, 그냥 끝내! 단번에 끝내버려!”
이렇듯 흥명생명 선수들이 자포자기한 모습을 보이자, 대한 건설 선수들은 더욱 기가 산 표정을 지어보이며 득점을 연결시켰다.
결국 첫 번째 세트에 이은 두 번째 세트까지 손쉽게 가져간 대한 건설은 마지막 삼 세트에서 25 대 8이라는 엄청난 차이를 만들어내며 3:0 승리를 가져갔다.
[흥명생명 핑크 스파이더스를 상대로 승리했습니다! 압도적인 경기력이었습니다! 경험치 50을 획득합니다.]
민서의 눈앞에 떠오른 알림창의 문구, 그대로 압도적인 경기였다.
∴ ∵ ∴ ∵ ∴
“압살해버렸네.”
기분 좋게 웃음을 터트린 나는 화면에 비추어진 민서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바로 부를까?’
잠시 이런 생각이 들었지만, 그것도 잠시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본인이 저렇게 좋아하고 있는데다가 곧 있으면 캐스터와 인터뷰도 할 것 같으니, 잠시 저렇게 놔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나는 지금부터 아주 중요한 일을 해야 되었다.
‘이 현주…….’
레스토랑에서 난동을 피우지 않기에 내 말을 고분이 따르는 줄로만 알았는데, 이 년이 아주 발칙하게도 내 말을 싹 무시해버린 것이다.
‘……굳이 벌주를 마시겠다면 어쩔 수 없지.’
쯧쯧, 혀를 찬 나는 곧바로 영상을 종료한 뒤에 매니저 어플을 실행했다.
[흥명생명 핑크 스파이더스를 상대로 승리했습니다! 압도적인 경기력이었습니다! 경험치 50을 획득합니다.]
[경험치를 정산합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김 민서는 현재 515의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누적 경험치의 양 875)]
매니저 어플을 실행하자, 경험치 정산이 시작되었다.
이번에 정산된 경험치의 양을 확인한 나는 생각보다 모이지 않았다는 생각에서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물론 515란 경험치 양도 꽤 많은 편이긴 했지만, 80대 능력치 하나를 올리기 위해서는 무려 500이란 경험치가 필요했다.
그렇게 생각했을 때, 지금 경험치의 양은 결코 많다고 할 수 없었다.
‘언제 90대 능력치를 만들어보나.’
분명 꽤나 많은 시일이 소모될 게 틀림없었다.
여하튼 나는 확인을 누른 뒤에 곧바로 이 현주를 선택했다.
[이 현주를 선택하시겠습니까?]
[네 / 아니요]
이 물음에 나는 곧바로 네를 눌렀다. 그러자 곧 새로운 알림문구가 떠올랐다.
[바로 조교의 방으로 이동하시겠습니까?]
[주의. 조교를 끝내기 전까지는 돌아올 수 없습니다.]
[네 / 아니요]
‘이번엔 무슨 벌을 줄까?’
나는 입가에 옅은 미소를 그리며 곧장 엄지로 네를 눌렀다.
그러자 일순 눈앞이 어두컴컴해졌다가 이내 다시금 밝아지며 퇴폐적인 분위기의 방의 모습이 내 눈에 들어왔다. 이에 천천히 숨을 들이켠 나는 벽에 걸려있는 가면을 집어 들어 얼굴에 썼다.
그 후, 옷걸이에 걸려있는 새하얀 망토까지 몸에 두른 나는 곧장 1번 방 안으로 들어섰다.
“아!”
문을 열고 방 안으로 들어서자, 일순 짤막한 탄성소리가 들려왔다.
“안녕하세요, 이 현주 씨.”
나는 정중하게 허리를 숙여 그녀에게 인사했다.
“와, 와주셨군요!”
“……?”
이렇듯 인사를 하고서 고개를 들어 올리는데, 이 현주가 무척이나 반가워해하는 목소리로 내게 소리쳤다.
‘뭐지?’
나를 어찌나 반기던지, 그녀의 입가에는 환한 미소가 걸려있었다.
‘……내가 사람을 잘 못 불렀나?’
혹시나 싶은 생각에서 의자에 앉아있는 여성의 얼굴을 살펴보았지만, 이로 보나 저로 보나 이 현주가 틀림없었다. 이에 혀를 내두른 나는 그녀의 턱을 잡아, 나를 올려다보게 만든 뒤에 입을 열었다.
“꽤나 저를 반기시는군요.”
“그, 그게…….”
“어디 그 잘난 입으로 변명해보시죠. 일단 들어는 들이겠습니다.”
나는 웃음기 가득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리고 이런 내 말소리에 그녀는 연거푸 숨을 내뱉으며 벌벌 몸을 떨었다. 거기다가 눈동자가 어디 한 군데 초점을 두지 못 하고, 이리저리 떠도는데…….
그 모습이 영락없이 절정에 달하려는 여성의 모습이었다.
‘뭐지?’
내가 예상했던 반응과는 전혀 다른 현주의 반응에 나도 모르게 흠칫 몸을 떨고 말았다.
‘……뭔가 이상한데?’
그도 그럴 것이 보통 이런 경우에는 두려움에 질린 표정을 짓거나, 악바리처럼 소리를 빽빽 지르는 게 일반적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금 내 눈 앞에 있는 여성은 금방이라도 절정에 달할 것처럼 헤롱헤롱 대고 있었다.
‘이 년이 미쳤나?’
나로서는 그저 황당할 따름이었다.
========== 작품 후기 ==========
이 마조돼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