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돌 프로젝트] -->
“혹시 범인이 근처에 있는 건, 아닐까요?”
문득 예은이가 입을 열어 물었다.
그러자 은하가 어깨를 가늘게 떨며 입을 열었다.
“설마…….”
라고 말하며 불안감을 표시하는 은하다.
“걱정 마세요, 언니. 어디까지나 추측이니까요.”
“그래도……. 진짜로 있을지도 모르는 거잖아?”
“그럴 수도 있긴 하겠지만, 괜찮을 거예요. 게다가 지금 우리 중에 누구도 안 불려갔잖아요.”
“그건 그렇지.”
이리 말하며 고개를 끄덕인 은하는 그제야 안도한 모양인지, 손으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리고 그 사이에 예은이가 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이번엔 선배하고 제가 불러볼게요.”
“내가?”
그 말에 내가 이리 묻자, 예은이가 얼른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여러 가지로 알아보고 싶어서요. 그리고 이 다음에는……. 지현이 언니랑 부를게요.”
이러한 예은이의 말에 지현이의 표정이 보기 드물게 밝아졌다.
“그럼 나랑 같이 ‘Evo! Revo! Generation!’ 부르자!'
과하게 의욕을 발산하며 소리치는 지현이의 태도에 예은이가 난처해하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입을 열었다.
“네? 저 그거 모르는 곡인데요.”
“괜찮아! 내가 알려줄게!”
“아뇨, 아무리 그래도 즉석에서 부르는 건…….”
“자자, 이거 한번 들어봐!”
이리 말하며 막무가내로 예은이를 자기 쪽으로 잡아당긴 지현이는 스마트폰에 이어폰을 꽂은 뒤에 하나를 건네주었다. 이에 예은이는 어쩔 수 없단 표정을 지어보이며 노래를 한번 듣더니 곧 입을 열었다.
“일본어네요?”
“별로야?”
“좋긴 한데……. 아무리 그래도 이걸 즉석에서 부르는 건, 좀 어려운데요.”
“잘 모르겠으면, 대충 얼버무리면서 불러도 돼!”
“…….”
두 눈을 반짝이며 예은이의 손을 꽉 붙잡는 지현이의 태도에 보다 못 한 내가 직접 나서서 입을 열었다.
“그러지 말고 둘이 아는 곡을 불러. 일본어는 아무리 그래도 무리잖아?”
“으……. 이게 뉴 제너레이션의 데뷔곡인데!”
이리 말하며 실망한 기색을 잔뜩 내비쳐보이는 지현이었지만, 유감스럽게도 여기서 그녀를 도와줄 만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나마 은하가 도와줄 가능성이 있긴 했지만, 예은이에게 민폐를 끼치고 있는 것인 만큼 은하도 딱히 지현이를 도와줄 생각이 없어보였다.
여하튼 이처럼 지현이의 계획이 무산되자, 은하가 내게로 다가와 마이크를 건네주었다. 이에 나는 앞서 예은이와 지현이가 불렀던 아이윤의 잔소리를 예약한 뒤에 입을 열었다.
“앉아서 부르자, 굳이 서서 부를 필요는 없잖아.”
이런 내 말에 예은이 또한 서서 부르는 게 영 부담스러웠던 모양인지, 환하게 얼굴색을 밝히며 자리에 앉았다.
‘이게 다 지현이 때문이지.’
첫 곡을 부른 지현이가 얌전히 소파에 앉아서 노래를 불렀다면, 뒷사람들도 소파에 앉은 채로 불렀을 텐데……. 첫 곡을 부른 사람이 일어나서 부르니까, 뒤에 사람도 자연스럽게 일어나서 부르게 되어버렸다.
역시 인간의 심리란 것은 참으로 무서운 법이었다.
쯧쯧, 혀를 찬 나는 곧바로 반주를 건너 뛴 뒤에 노래를 불렀다.
그리고 노래가 끝나자, 예은이가 역시나 싶은 표정을 지어보이며 내 쪽으로 고개를 기울이며 입을 열었다.
“선배, 보여요?”
“음……. 아니. 역시 안 보여.”
예은이가 가리킨 곳을 보았지만, 거기엔 아무런 알림문구도 떠올라있지 않았다.
이걸 보았을 때, 알림문구는 오로지 조교의 방에 불려갔었던 대상에게만 보이는 모양이었다.
“이번엔 내 차례지?”
그 때, 잠자코 기다리고 있던 지현이가 크게 소리치며 손을 번쩍 들었다. 이에 쓰게 웃음을 터트린 나는 그녀에게 마이크를 건네주었다. 그러자 대뜸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예은이의 손을 잡아당기며 기어코 우리 앞에 세우는 지현이다.
“저, 저기…….”
“원래 이런 게, 다 연습이야!”
“네?”
“너 설마 아이돌 프로젝트에서도 앉아서 노래를 부를 생각이야? 거기 가면 춤까지 추면서 불러야 돼.”
“그, 그렇긴 하지만…….”
“노래 시작한다! 자자, 부르자!”
예은이랑 같이 노래를 부른다는 사실에 엔도르핀이 마구 치솟는 모양인지, 지현이는 함박미소를 지어보이며 예은이와 함께 아이윤의 잔소리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래도 제법 잘 어울리네.’
뭐라고 할까?
서로 잘 안 맞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둘의 듀엣곡도 제법 듣기 좋았다.
“와아!”
은하도 나와 같은 생각이었던 모양인지, 노래가 끝남과 동시에 손뼉을 치며 감탄성을 터트렸다.
그 정도로 지현이와 예은이의 궁합이 생각 이상으로 좋았다.
여하튼 노래가 끝나자, 예은이는 자신과 은하에게만 보이는 알림창을 손으로 가리키며 지현이에게 물었다.
“지현이 언니, 이거 보여요?”
“뭐가? 안 보이는데?”
“흠…….”
지현이도 나와 마찬가지로 아무것도 안 보인다고 하자, 예은이는 뭔가 고심하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눈을 내리깔았다. 그리고는 곧 무언가 다른 방법을 떠올린 모양인지, 자기 스마트폰을 꺼내서는 어디론가 문자를 보냈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녀의 스마트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이에 예은이는 곧바로 통화를 받은 뒤에 모두가 들을 수 있도록 스피커로 바꾸었다.
[무슨 일이야?]
목소리의 주인공은 서연이 누나였다.
“언니, 부탁드릴게 있어요.”
[뭔데?]
“노래 한곡만 불러주세요.”
[뭐? 지금?]
“네, 지금이요. 안 될까요?”
[잠깐만.]
이리 말한 서연이 누나는 또각또각 발소리를 내며 어디론가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는 곧 끼이익하고 문소리가 나는 걸 보아하니, 어디 방으로 들어간 모양이었다.
[……됐어. 그냥 부르면 돼?]
“아뇨, 여기서 틀어 들일게요. 어떤 곡으로 하실래요?”
[테연의 들리나요.]
“네, 그럼 그걸로 해드릴게요.”
이렇듯 노래가 결정되자, 예은이는 곧장 리모컨으로 테연의 들리나요를 선곡했다.
그 후, 마이크를 스마트폰에 바짝 대어서 서연이 누나의 목소리가 잘 들리도록 했다.
[조금만 아파도 눈물나요. 가슴이 소리쳐요. 그대 앞을, 그대 곁을 지나면…….]
평소 카랑카랑하던 서연이 누나의 목소리만 들어서 그런지, 이렇게 노래하는 목소리를 들으니 가슴이 울렁거려왔다.
뭐라고 할까? 굉장히 듣기 좋았다.
서연이 누나의 새로운 면목을 발견한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서성이게 해. 눈물짓게 해. 바보처럼~ 아이처럼~ 차라리 그냥 웃어 버려.]
솔직히 말해서 달콤했다.
[점점 다가설수록~ 자꾸 겁이 나지만……. 이 사랑은 멈출 수가 없나봐.]
왠지 모르게 자꾸만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보고 싶어지네.’
이왕이면 이 자리에서 직접 테연의 들리나요를 부르는 서연이 누나를 보고 싶었다.
틀림없이 여신이 강림한 모습일 게 틀림없었다.
나는 작게 웃음을 터트리며 서연이 누나의 노래를 감상했다. 그리고 이윽고 노래가 끝나자, 나를 비롯한 은하와 지현이가 박수를 치며 감탄했다.
[뭐야? 다른 사람도 있어?]
“네, 은하 언니랑 지현이 언니랑……. 그리고 유현이 선배도 있어요.”
[뭐? 그럼 지금 노래방에 유현이가 있는 거야! 지금 당장 유현이 바꿔!]
내가 있다는 말에 버럭 화를 내를 서연이 누나의 태도에 순간 가슴이 찔끔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예은이가 재빨리 입을 열어 말했다.
“그보다 언니.”
[뭐?]
“노래 다 부르고 나서 뭔가 알림창 같은 거 안 떴어요?”
[그게 무슨 소리야?]
아무래도 서연이 누나는 예은이나 은하처럼 눈앞에 알림창 같은 게 뜨지 않은 모양인지, 뚱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이에 예은이는 더더욱 이해할 수 없단 표정을 지어보이며 고개를 갸웃하다가 이내 손에 들고 있는 스마트폰을 내밀었다.
“여기요, 선배.”
이리 말하며 예은이가 내게 내민 스마트폰이 마치 지옥행 특등 티켓처럼 보였다.
‘이거 꼭 받아야 되나?’
덜덜 떠는 손을 애써 진정시킨 나는 조심스럽게 예은이 스마트폰을 건네받았다.
“여보세요?”
[변명부터 해봐. 들어줄게.]
당장 화를 낼 줄 알았던 서연이 누나는 의외로 침착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에 나는 재빨리 변명을 쏟아냈다.
“이번에 은하랑 예은이가 아이돌 프로젝트를 하게 됐는데, 제가 그걸 도와주기로 됐어요. 그리고 그 연습의 일환으로 지금 노래방에 와있는 거고요. 제가 맹세하건데, 진짜로 노래만 부르고 있어요.”
[정말이야?]
“정말이에요.”
나는 최대한 진심을 담아서 이야기했다. 그러자 이런 내 진심이 전해진 모양인지, 서연이 누나는 한결 누그러진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오늘 저녁에 내가 확인해 볼 거야.]
“네, 그럼 오늘 저녁에 봐요.”
이렇듯 내가 속삭여주자, 그제야 전화기 너머로 작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럼 끊을게. 재밌게 놀아.]
“네, 누나도 일 잘 하세요.”
이리 말한 나는 서연이 누나가 먼저 통화를 끊기를 기다렸다. 그러고 나서 고개를 들자, 나를 신기하단 듯이 쳐다보고 있는 은하네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 작품 후기 ==========
다음화에서 민서 나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