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매니저 어플-83화 (83/599)

<-- [아이돌 프로젝트] -->

“적당히 좀 해라, 이것아.”

이리 말하며 지현이를 잡아떼어내자, 못 내 아쉬워하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예은이의 몸을 놓아주는 지현이다.

반면에 예은이는 살짝 놀란 표정을 지어보이며 허공을 쳐다보고 있었다. 이에 뭔가 싶어서 예은이를 바라보는데, 돌연 그녀가 손을 들었다.

“아!”

손이 어깨 높이까지 올라갔을 무렵, 불현듯 예은이가 짤막한 탄성을 내뱉으며 손을 떼어내었다.

“왜 그래?”

이러한 예은이의 태도에 내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음을 던지자, 그녀는 잠시 어버버 거리다가 이내 자신의 손을 아래로 내리며 대답했다.

“방금 전에……. 선배, 눈에는 안 보였어요?”

“뭐가?”

“아, 아니에요. 제가 잘 못 봤나 봐요.”

혼란스러운 듯이 예은이가 고개를 가로젓는데, 자리에 가만히 앉아있던 은하가 벌떡 일어나서 입을 열었다.

“예은이 너도 본 거야?”

“네? 그럼……. 언니도 본 거에요?”

“응! 분명히 노래를 불렀다면서 경험치 어쩌고 했던 것 같았어.”

“맞아요. 저도 경험치가 올랐다면서 나왔어요.”

이렇듯 이야기를 나누는 두 사람의 태도에 나는 흠칫 몸을 떨었다.

‘설마…….’

아닐 거라고 생각하지만 마음 한켠에서는 짐작이 가고 있었다.

“뭐야? 무슨 이야기를 둘이서 그렇게 하는 거야? 나도 좀 알려줘!”

반면에 예은이나 은하와는 다르게 조교의 방에 방문한 적이 없는 지현이는 그저 궁금해 하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두 사람에게 매달릴 뿐이었다.

“아, 아무것도 아니야.”

“뭐야, 치사하게! 나도 가르쳐줘! 얼른!”

이러한 지현이의 태도에 은하는 어색하게 웃어 보이며 그녀를 달랬다.

그러나 지현이도 좀처럼 물러설 생각이 없는 모양인지, 좀 더 칭얼대며 내게 달라붙어왔다. 그리고 이러는 사이에 예은이가 내 쪽으로 다가와 입을 열었다.

“선배는 안 보였어요?”

“응? 뭐가?”

“방금 은하 언니가 말한 거요. 노래를 다 부르고 나서 경험치 어쩌고저쩌고 뜨는 거 안 보였어요?”

그 물음에 나는 꿀꺽, 마른침을 삼켰다.

이렇게까지 확실하게 이야기 하는 걸 보면, 매니저 어플이 두 사람에게 무언가 영향을 주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민서도 이랬던 걸까?’

그러고 보니 예전에 민서가 내게 이것과 비슷한 이야기를 했던 적이 있었다.

내가 자기를 항상 봐주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고 말이다.

그 말은 즉, 그녀 또한 예은이나 은하처럼 무언가 눈에 보이는 것이 있다는 말이었다.

‘……민서한테 물어봐야겠네.’

천천히 심호흡을 한 나는 재빨리 예은이의 질문에 대답했다.

“아니, 나한테는 안 보였어.”

“그런가요? 흠…….”

이런 내 대답에 예은이는 짐짓 심각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자기 입술을 매만졌다.

“자자, 우리 노래 연습이나 더 해보자!”

이렇듯 예은이가 심각한 표정을 짓고서 고민하고 있는 사이, 지현이가 크게 소리치며 은하와 함께 우리 앞에 섰다. 그리고는 듀엣 곡을 골라서는 함께 부르기 시작했다.

‘이거…….’

제법 능숙하게 부르는 걸 보아하니, 둘이서 노래방에 자주 놀러왔던 모양이었다.

하긴 은하의 애창곡까지 알 정도라면, 당연히 이 정도는 해줄 것 같았다.

‘……이러니까 은하를 필사적으로 꾀려고 했던 거겠지.’

게다가 노래 실력은 은하가 조금 더 앞서는 것 같았다.

즉, 지현이가 얼굴을 담당한다면 은하는 목소리를 맡은 것이다. 제법 밸런스가 좋은 듀오라고 할 수 있었다.

“앗! 예은아, 또 나왔어!”

이렇듯 노래가 끝났을 때, 은하가 크게 소리치며 예은이에게 말했다. 그리고 그 말에 예은이는 무언가 짐작이 간다는 듯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리모컨을 들어서 선곡했다.

‘뭔가 눈치 챈 거 같은데…….’

그 모습을 보니, 등 뒤로 식은땀이 흘렀다.

‘……아니야, 이 정도로 내가 범인이란 걸 알아낼 순 없겠지.’

그보다 나는 서연이 누나와 있었던 일 덕분에 용의선상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는 상태였다.

더욱이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두 사람은 내게 우호적이었다. 그런 이상, 쉽사리 나를 범인이라고 의심하지 못 할 것이다.

“나왔어요. 언니, 보여요?”

이렇듯 노래를 다 부른 예은이가 자기 앞을 손으로 가리키며 은하에게 물었다.

“음……. 아니, 안 보여. 아무래도 개인한테만 보이나봐.”

고개를 도리개질 치며 말하는 은하의 태도에 예은이가 내 쪽으로 마이크를 넘기며 입을 열었다.

“선배도 노래 불러보세요.”

“대체 뭐가 보인다는 건데?”

나는 그녀가 건네주는 마이크는 받으며 물었다.

최대한 능청스럽게,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말이다. 그리고 이런 내 태도에 예은이는 한 점 의심 없이, 있는 그대로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내게 알려주기 시작했다.

“노래를 부를 때마다 경험치가 쌓였다는 반투명한 창이 생겨요. 마치 게임처럼요.”

“게임처럼?”

“네. 일단 선배도 한번 불러보세요. 혹시 선배한테도 생길지 모르니까요.”

이런 예은이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또다시 성시연의 좋았을텐데를 불렀다.

‘뭐라고 대답할까?’

그리고 노래를 부르는 와중에 나는 고민했다.

‘……나도 보인다고 할까?’

여기서 자연스럽게 보이려면 은하나 예은이처럼 보인다고 하는 편이 유리했다.

하지만 이제 와서 새삼스레 보인다고 하는 것도 우스웠다.

애당초 나는 처음 노래를 불렀을 당시, 보이지 않는다고 확답을 내렸으니 말이다.

물론 못 봤던가, 신경 쓰지 못 했다는 말로 변명할 수도 있었지만……. 어쭙잖은 변명은 내 목을 조인다는 것을 서연이 누나를 통해서 절실하게 배운 상태였다.

그러니 즉, 여기선 처음에 주장했던 것을 계속 밀어붙이는 게 나았다.

“어때요, 보여요?”

이렇듯 내가 노래를 다 부르자, 예은이가 내게 물었다. 이에 나는 주변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아니, 안 보여.”

“그런가요?”

예은이는 더욱 혼란스러워하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고개를 갸웃했다. 그리고 이것을 가만히 지켜보던 지현이가 돌연 예은이의 몸을 꽉 끌어안으며 소리쳤다.

“뭐야? 대체 뭐야? 나 빼고 셋이서 뭘 그렇게 숙덕대고 있는 거야?”

그 외침에 나를 비롯한 예은이와 은하는 어색하게 웃어보였다.

“……얼렁뚱땅 넘기려 하지 말고 얼른 알려줘!”

그러나 이번에야 말로 속사정을 알아내겠다는 듯이 지현이가 크게 소리쳤다. 이에 나는 재빨리 지현이를 예은이에게서 떨어트려놓으며 입을 열었다.

“이게 좀 개인적인 이야기라서……. 좀 넘어가주면 안 될까?”

“심각한 거예요?”

이렇듯 내가 심각한 목소리로 이야기하자, 지현이도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물었다. 그리고 그 물음에 나는 재빨리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좀 심각해.”

“흠……. 알았어요. 오빠가 그렇다고 하면 그러겠죠.”

이런 내 대답을 들은 지현이는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해주었다. 다만 은하를 쳐다보며 ‘은하한테 상처 주는 일이면 안 돼요.’라고 말했다. 이에 나는 옅게 웃어 보이며 물론이라며 대답했다.

‘그나저나…….’

나는 슬쩍 예은이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팔짱을 끼었다.

‘……이대로 놔둬도 괜찮을라나?’

어느 정도 불안한 감이 없잖아 있긴 했지만, 얼추 들어보니 경험치가 쌓인다는 문구만 떠오르는 모양이었다.

‘자세한 건, 민서한테 물어봐야겠네.’

마침 오늘 연습 경기에서 승리한 민서에게 상을 줘야 되기도 하고 말이다.

“일단 좀 더 불러보죠.”

이렇듯 내가 생각을 정리할 때쯤, 예은이가 앞으로 나서며 이리 말했다. 그리고 그 말에 은하도 동의하는 모양인지, 고개를 끄덕이며 예비 마이크를 잡고서 예은이 옆에 섰다.

그 태도를 보아하니, 듀오로 곡을 부를 모양인 듯이 싶었다.

“오오!”

그 모습에 지현이가 감탄성을 터트리며 탬버린을 쳤다.

이번에 예은이와 지현이가 고른 곡은 아이윤의 잔소리였다.

“늦게 다니지 좀 마, 술은 멀리 좀 해봐. 열 살짜리 애처럼 말을 안 듣니?”

“정말 웃음만 나와. 누가 누굴 보고 아이라 하는지. 정말 웃음만 나와.”

두 사람은 이번에 처음 호흡을 맞춰보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같이 노래방을 다닌 친구처럼 자연스럽게 가사를 주고받았다.

특히나 남자 역할을 맡은 은하는 아주 자연스럽게 예은이의 퉁명스런 목소리를 잘 받아주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잘 어울리네.’

나는 새삼 감탄했다.

“사랑하다 말거라면 안 할 이야기. 누구보다 너를 생각하는 마음의 소리.”

“화가 나도 소리 쳐도 너의 잔소리마저 난 달콤한데~.”

“사랑해야 할 수 있는 그런 이야기. 내 말 듣지 않는 너에게는 뻔한 잔소리.”

“그만하자, 그만하자. 이런 내 맘을 믿어줘~.”

이렇듯 노래를 끝마친 두 사람은 누가 뭐라 할 것 없이 앗 소리는 내며 허공을 손으로 가리켰다.

“보여요?”

“보여!”

그 태도를 보아하니, 둘이서 같이 노래를 부르면 알림창이 공동으로 뜨는 모양이었다.

========== 작품 후기 ==========

눈치채신 분이 계셔서 흠칫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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