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매니저 어플-82화 (82/599)

<-- [아이돌 프로젝트] -->

“왜 이렇게 늦게 와요!”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가자, 병원 로비에 서있는 세 명의 여성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단연 지현이가 가장 돋보였다.

역시 저 미모는 어디를 가도 쉽게 가려지지가 않는다.

‘예은이도 꽤 미인인데……. 지현이한테 가려지네.’

혀를 내두른 나는 은하네들 앞으로 다가가 입을 열었다.

“미안, 바로 앞에서 엘리베이터를 놓쳤었거든.”

“그럴 땐, 계단으로라도 내려와야죠!”

“이래봬도 난 환자야. 좀 봐 줘.”

이렇듯 내가 약한 소리를 하자, 지현이가 깔깔대며 대놓고 웃음을 터트렸다.

“아하핫, 농담도 참 잘 하네요. 강아지한테 좀 물렸다고 환자는 무슨…….”

“야, 그 강아지가 산만한 강아지였다니까?”

“차라리 늑대한테 물렸다고 하세요.”

이리 말하며 내게 핀잔을 준 지현이는 곧바로 뒤돌며 입을 열었다.

“……아무튼 얼른 가죠!”

“어디를?”

“어디긴요! 당연히 노래방이죠!”

크게 소리쳐 말한 지현이는 혼자서 척척 걸음을 옮기며 병원 밖으로 빠져나갔다. 어찌나 의욕이 넘치던지, 저러다가 정말로 1등이라도 하는 건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진짜로 하면 좋긴 하겠지만.’

쓰게 웃음을 터트린 나는 은하와 예은이를 데리고서 지현이 뒤를 쫓았다.

“이 근처에 노래방이 있었던 것 같은데……. 아, 저기 있다!”

병원 밖으로 나온 뒤에 이리저리 고개를 두리번거리던 지현이는 곧 2층에 위치해 있는 노래방을 발견하고는 그곳을 향해 손가락질 하며 소리쳤다.

“……자, 얼른 가자!”

그 후, 지현이는 상대적으로 의욕이 뒤떨어지는 우리를 데리고서 노래방이 위치해있는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그러고 보니까 오빠하고 노래방에 온 건 처음이네요.”

지현이를 따라 계단을 걸어 올라가고 있는데, 불현듯 은하가 내 손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그리고 그 말에 나는 그제야 은하랑 노래방에 놀러와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생각해보니까, 그러네. 영화관이나 식당에는 제법 많이 가본 것 같은데, 노래방은 처음이네?”

“그쵸?”

이런 내 말에 은하는 배시시 웃음을 터트리며 예쁜 보조개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런 우리 이야기를 옆에서 듣고 있던 예은이가 우리를 번갈아보며 입을 열었다.

“두 분, 사귀세요?”

“엣! 사, 사, 사귀다니!”

예은이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은하의 입술 사이로 새된 소리가 터져 나왔다.

“영화도 같이 보고, 밥도 여러 번 같이 먹었으면 사귀는 거죠.”

“그, 그런가? 그런 걸까나…….”

이리 말하며 슬쩍 내 눈치를 보는 은하다. 왜 나를 쳐다보는 건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여기선 내가 도와줘야 되는 모양이었다. 이에 나는 크흠, 목청을 가다듬은 뒤에 입을 열었다.

“뭐, 이 정도는 다들 하잖아? 그리고 은하는 여동생 같으니까 같이 다니는 거지, 안 그래?”

“아하하핫. 그, 그렇죠?”

아무래도 내 도움이 정확히 들어맞은 모양인지, 은하는 제법 귀엽게 웃음을 터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얼른 들어와요!”

이렇듯 짧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저 위에서 지현이가 노래방 문을 활짝 열고서 우릴 향해 소리쳤다.

그 태도를 보아하니, 어지간히도 안달이 난 모양이었다. 이에 쓰게 웃음을 터트린 나는 서둘러 은하와 예은이를 데리고서 2층 노래방 안으로 들어섰다.

“성인 네 명이요. 시간은……. 한 시간?”

“한 시간이면 충분할 거 같은데요? 그리고 오늘 평일이고 낮시간대니까 서비스 많이 주는 거죠?”

이리 말하며 지현이가 노래방 직원 쪽으로 고개를 쭉 내밀자, 남직원은 귀까지 새빨갛게 물들이며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네. 많이 넣어드릴게요!”

“그렇다는데요?”

이렇듯 직원에게서 확답을 얻어낸 지현이는 마치 개선장군마냥 자랑스레 어깨를 으쓱였다.

그 모습에 작게 웃음을 터트린 나는 그녀를 칭찬해주고는 지갑에서 만 원짜리 네 장을 꺼냈다.

“오빠가 내주게요?”

내가 계산하자, 지현이가 의외라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내 옆구리를 툭 쳤다. 그리고 그것과 동시에 은하와 예은이가 만원씩 내게 내밀었다. 이에 나는 두 사람이 내민 만원을 곱게 돌려보내며 입을 열었다.

“나보고 매니저 하라며?”

“오, 본격적인데요?”

짝짝 박수까지 치며 나를 칭찬하는 지현이다. 그 태도에 나는 짐짓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나도 할 땐, 하는 남자야. 그보다 일천 잊지 마라.”

“네, 잊지 않을게요.”

시시덕거리며 말을 주고받은 우리는 직원이 말한 3번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꽤 좋네.”

방 안으로 들어가 보니, 꽤 깔끔한 내부의 모습이 들어왔다.

“이야!”

지현이도 내부가 마음에 든 모양인지, 기분 좋게 탄성을 터트리고는 푹신한 소파 위에 엉덩이를 깔고 앉았다. 그리고 은하는 그런 지현이의 옆에 다소곳이 앉아서는 나를 향해 손짓했다. 이에 나는 사양하지 않고 그 옆자리에 앉았다.

“저 화장실 좀 갔다 올게요.”

“얼른 갔다 와!”

“네.”

격하게 예은이를 아껴주는 지현이다.

어찌나 좋아하는지, 그 모습이 마치 유비가 제갈공명을 얻었을 때와 비슷한 반응이었다.

그래, 이걸 보고 흔히들 수어지교라고 하는 것이겠지.

“일단 개인 노래를 불러볼까?”

이렇듯 내가 감탄하고 있는 사이에 지현이가 리모컨을 붙잡고서 가요를 등록했다. 곧바로 시작하지 않는 걸 보아하니, 아무래도 대기시켜 놓은 모양이었다.

“……은하, 넌 안 골라?”

“예은이가 오면 고를게.”

“뭐야? 내빼는 거야? 혹시 오빠가 있어서 창피해?”

“무,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지현이의 짓궂은 말에 은하가 빽하고 소리쳤다. 이에 지현이는 쯧쯧 혀를 차고는 내 쪽으로 리모컨을 넘겼다.

“아무래도 오빠도 한곡 불러야 될 것 같은데요?”

“내가?”

“에이, 그럼 우리끼리 부를 순 없잖아요.”

이리 말하며 억지로 리모컨을 떠넘기는 지현이다. 이에 나는 난처해하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음치’라는 단어를 꺼내려는데, 문득 나를 애절하게 쳐다보는 은하의 눈빛이 눈에 들어왔다. 물론 그 옆에는 강압적인 눈빛으로 나를 쏘아보고 있는 지현이가 있었고 말이다.

가볍게 한숨을 내뱉은 나는 성시연의 좋았을텐데를 선택했다.

“자, 은하야.”

그 후, 은하에게 리모컨을 넘겨주자 한동안 고민어린 표정을 지어보이던 은하도 곧 용기를 낸 듯이 체리필터의 낭만고양이를 선택했다.

“오, 은하의 애창곡이 나오는 건가!”

그걸 본 지현이가 크게 소리치며 호들갑을 떨었다. 그리고 그것에 비례해서 은하의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덜컥.

이렇듯 소란을 떨고 있는데, 불현듯 방 문이 열리며 예은이가 안에 들어왔다.

“하나씩 드세요.”

이리 말한 예은이는 자기 손에 들려있는 쟁판을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보아하니 화장실에 갔다 오면서 음료수를 사온 모양이었다. 그리고 이처럼 탁자 위에 음료수가 올려지자, 지현이가 호들갑을 떨며 말했다.

“뭘 이런 걸 다 사왔어?”

“오면서 그냥 샀어요.”

이런 그녀의 말에 예은이는 평소처럼 담담하게 말하며 내 옆자리에 앉았다.

“잘 마실게.”

“고마워, 예은아.”

은하와 나는 예은이가 사온 음료수를 하나씩 고르며 말했다. 그리고 그것과 동시에 은하가 나를 통해서 예은이에게 리모컨을 건네주었다. 이에 예은이는 화면에 나열되어 있는 예약 목록을 한번 보고는 이내 은하를 쳐다보며 물었다.

“저만 남은 거예요?”

“응, 너만 고르면 돼.”

이러한 은하의 대답에 예은이는 잠시 고민하다가 이내 아이윤의 금요일에 만날까요를 예약했다.

“좋았어, 이제 불러볼까?”

이렇듯 예은이까지 선곡이 끝마치자, 제일 먼저 예약한 지현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우리 앞으로 나섰다. 그러자 은하가 마치 놀이동산에 놀러온 어린아이마냥 손뼉을 치며 그녀를 환영해주었다.

“I say!”

지현이가 선곡한 건, Start : Dash라는 일본곡이었다.

‘이거…….’

마치 이 날만을 위해서 준비했다는 듯이 지현이는 아주 물을 만난 물고기마냥 안무까지 곁들이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悲しみに閉ざされて 泣くだけの君じゃない. 熱い胸 きっと未?を切り開く?さ. 悲しみに閉ざされて 泣くだけじゃつまらない. (슬픔에 갇혀버려서 울기만 하는 넌 네가 아냐. 뜨거운 가슴, 분명 미래를 열어줄 거야. 슬픔에 갇혀버려서 울기만하는 건 재미없어)”

뭐라고 할까, 조금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きっと(분명)”

설마하니 이 정도로 심취해 있었을 줄이야!

“Hey, Hey, Hey START DASH!”

1절이 끝나갈 무렵 나는 슬쩍 예은이를 쳐다보았다.

혹시라도 애니메이션 곡이라고 혐오하지는 않을까 싶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다행이라고 해야 될까, 예은이는 이게 애니메이션의 곡이란 걸 모르는 모양인지, 그저 일본어로 노래하는 지현이를 신기하단 듯이 쳐다봐주고 있었다.

“예에!”

이렇듯 2절까지 전부 다 부른 지현이는 한결 개운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두 주먹을 꽉 쥐었다.

“와아!”

동시에 은하가 짝짝짝! 박수를 치며 칭찬해주었다. 그 눈치를 보아하니, 은하도 이게 애니메이션의 곡이란 걸 모르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나는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틀림없이 애니메이션 노래겠지.’

나 홀로 가슴을 쓸어내린 나는 지현이가 건네주는 마이크를 건네받은 뒤에 노래를 불렀다.

성시연의 좋았을텐데인데, 윤석이가 부르는 걸 보고 따라 부르기 시작하면서 어느샌가 내 애창곡이 되어버린 곡이었다.

뭐, 어차피 나는 아이돌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않을 테니 대충 불렀다.

“오…….”

하지만 들은 사람들 입장에선 그게 또 아닌 모양인지, 작게 감탄성까지 터트려주며 탬버린을 쳐주었다. 특히나 짝짝짝! 연달아 박수를 치며 감탄성을 터트리는 은하의 태도가 너무나도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그만 풉 하고 웃음을 터트릴 정도였다.

여하튼 이렇게 노래를 끝마친 나는 세 번째인 은하에게 넘겨주었다.

“크흠!”

내게서 마이크를 건네받은 은하는 목청을 한번 가다듬은 뒤에 체리필터의 낭만고양이를 부르기 시작했다.

“내 두 눈, 밤이면 되지~. 나의 집은 뒷골목, 달과 별이 뜨지요. 두 번 다신 생선가게 털지 않아~. 서럽게 울던 날들, 나는 외톨이라네. 이젠! 바다로 떠날 거예요! 거미로 그물 쳐서 물고기 잡으러!”

여기까지 부른 은하는 돌연 크게 숨을 들이켜더니, 크게 소리를 지르며 노래를 불렀다.

“나는 낭만 고양이!! 슬픈 도시를 비춰! 춤추는 작은 별빛! 나는 낭만 고양이!! 홀로 떠나가 버린 깊고 슬픈 나의 바다여~.”

은하의 엄청난 성량에 그만 압도당하고 말았다. 거기다가 이 정도로 노래를 잘 부를 거라곤 조금도 생각지 못 했다.

과연, 지현이가 은하를 데려가려는 이유가 다 있었다.

“감사합니다.”

이렇듯 노래를 다 부른 은하는 꾸벅 고개를 숙이며 수줍게 말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엄청난 노래실력을 뽐내며 부른 사람이라곤 도저히 생각되지 않을 정도였다.

어쩐지 성시연의 좋았을텐데를 부른 내가 다 부끄러워질 정도였다.

거기다가 예은이도 은하의 노래를 들은 직후라서 그런지, 조금 위축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이렇듯 나와 예은이가 은하의 노래실력에 압도되어 있는데, 지현이가 입을 열어 은하를 불렀다.

“은하야, 뭐해?”

“어? 에……. 너 이거 안 보여? 어? 어라?”

이러한 지현이의 부름에 은하는 조금 당황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가 이내 앗 소리를 내며 자기 뒤통수를 긁적였다.

“야, 노래 시작했다. 얼른 예은이한테 넘겨줘.”

그 말에 예은이가 예비 마이크를 집어 들며 입을 열었다.

“아니에요, 이걸로 부를게요.”

이리 말한 예은이는 성큼성큼 걸음을 내딛더니, 곧 우리들 앞에 서서 아이윤의 금요일에 만날까요를 부르기 시작했다.

“월요일엔 아마 바쁘지 않을까? 화요일도 성급해 보이지 안 그래? 수요일은 뭔가 어정쩡한 느낌……. 목요일은 그냥 내가 왠지, 싫어. 우~~, 이번 주 금요일. 우~~, 금요일에 시간 어때요? 주말까지 기다리긴 힘들어.”

무심한 듯, 아닌 듯한 예은이의 목소리가 노래가사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묘한 매력을 남겼다.

“시간아 달려라, 시계를 더 보채고 싶지만! 일분일초가 달콤해. 이 남자 도대체 뭐야. 사랑에 빠지지 않곤 못 배기겠어.”

아이윤의 노래라서 제법 부담스러울 법도 하건만, 예은이는 아주 능숙하게 노래를 계속해서 불렀다. 그리고 1절이 끝났을 무렵, 리모컨으로 노래를 딱 끝마쳤다.

“여기까지 부를게요.”

어쩐지 굉장히 부담스러워하는 표정이었다. 이에 뭔가 싶어서 예은이의 시선이 향한 곳을 보니, 거기에는 심하게 눈동자를 빛내며 예은이를 바라보고 있는 지현이가 서있었다.

“너무 좋아! 예은아!”

이리 소리쳐 말한 지현이는 그대로 예은이한테 달려들더니, 꼬옥 강하게 끌어안았다.

“자, 잠깐…….”

“어쩜 좋니? 너무 완벽해!”

몇 번이고 크게 소리치며 소란을 피우는 지현이의 태도에 결국 내가 직접 나서서 지현이를 떼어내는 수밖에 없었다.

========== 작품 후기 ==========

나름 개성 넘치게 준비했습니다.

여러분이 누굴 좋아할지 몰라서 이렇게 준비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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