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매니저 어플-81화 (81/599)

<-- [아이돌 프로젝트] -->

“이게 뭐야?”

“황기차에요. 다쳤을 때, 마시면 좋다고 해서 가져왔어요.”

그 말에 나는 사뭇 감동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예은이가 건네주는 보온병을 건네받았다.

“잘 마실게. 아니, 지금 마셔볼게.”

이리 말한 나는 곧바로 보온병 안에 담겨져 있는 황기차를 종이컵에 따랐다. 그러자 차를 우려낸 지 얼마 되지 않은 듯이 약재 냄새가 한 가득 풍겨져 나왔다.

거기다가 차가 따뜻한 게, 왠지 모르게 이렇게 손에 꼭 쥐고 있는 것만으로도 건강해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다치니까 이런 몸보신도 다 하네.’

옅게 웃음을 터트린 나는 곧바로 황기차를 들이켰다. 그러자 따뜻한 액체가 식도를 타고 부드럽게 넘어가며 몸을 따뜻하게 데워주었다.

“입에 맞으세요?”

이렇듯 내가 황기차를 한 모금 마시자, 예은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에 나는 만족한 표정을 만면에 띠워 보이며 입을 열었다.

“좋은데? 이렇게 마시니까 벌써 건강해진 기분이야.”

말로만 그런 게 아니라, 실제로도 몸이 벌써부터 다 나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이런 내 태도에 예은이는 한결 안도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자기 가슴을 쓸어내렸다.

“시부린, 나도 줘!”

그 때, 옆에 있던 지현이가 예은이에게 달려들며 이리 말했다. 이에 예은이는 사뭇 불쾌해하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입을 열었다.

“시부린이 대체 누구에요?”

“몰라? 우리의 아이돌, 시부야 린을 모르는 거야?”

이리 말하며 몸을 베베 꼬는 지현이다. 그 모습에 나는 물론이고 은하도 창피하단 표정을 짓고 말았다.

저 놈의 덕질은 어디를 가도 말썽이었다.

물론 아주 가끔씩 도움이 되는 날이 있기는 했지만 대체로는 민폐였다.

“……자, 봐봐! 닮았지?”

이렇듯 나와 은하가 고개를 가로젓고 있는 사이에 지현이가 불현듯 자기 스마트폰을 꺼내서 하나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벼, 별로요…….”

그 사진을 본 예은이는 대놓고 질색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에 지현이는 발끈한 듯이 크게 소리치며 스마트폰을 나와 은하 쪽으로 쭉 내밀었다.

“아니야! 판박이라니까? 오빠도 한번 봐봐요! 은하도!”

지현이가 우리에게 보여준 사진은 애니메이션 등장인물로 보이는 여자 아이 그림이었다.

다소 차가워 보이는 인상이 예은이를 쏙 닮긴 했지만……. 아니, 솔직히 좀 많이 닮았다. 이렇게 사진과 예은이를 나란히 두고서 비교해보니 쏙 빼닮았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다, 닮은 것 같기도 하고…….”

이렇듯 생각하고 있는데, 은하가 조그맣게 입을 열었다.

“그렇지? 역시 우리 은하가 보는 눈이 있다니까!”

은하가 동조하자, 지현이가 아주 신이 난 표정을 지어보이며 깔깔 웃어댔다. 반면에 예은이의 얼굴에는 불쾌해하는 얼굴이 한껏 서렸다.

그 모습을 보아하니, 아무래도 애니메이션을 그리 좋게 보지 않는 부류인 모양이었다.

“자자, 그만들 하고……. 예은이가 모처럼 차를 타왔으니까 다들 한 잔씩 마시자.”

나는 적당히 끼어들어 분위기를 진정시킨 뒤에 보온병에 담겨있는 황기차를 종이컵에 따라 세 명에게 건네주었다. 그러자 아주 잠시, 적어도 황기차를 마시고 있는 동안만큼은 조용해졌다.

‘그나저나 이래선 예은이를 아이돌 프로젝트에 참여시키는 게 불가능할 텐데.’

잘 보여도 모자랄 판에 예은이에게 미운털이 아주 단단히 박힌 지현이였으니 말이다.

나는 혀를 끌끌 차며 아이돌 프로젝트에 관한 생각을 말끔히 지웠다.

그러나 지현이는 끝까지 밀어붙일 생각인 모양인지, 황기차를 다 마시자마자 입을 열었다.

“맛있다! 직접 끓인 거야?”

“네…….”

“솜씨 좋네! 어때, 우리랑 같이 아이돌 프로젝트에 나가보지 않을래?”

기승전 아이돌 프로젝트로 이야기를 억지로 이끌어나가는 지현이다. 그러나 예은이는 아주 정나미를 떨어트린 모양인지, 싸늘하기 짝이 없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입을 열었다.

“죄송해요. 지금 하는 일이 있어서 안 돼요.”

“왜? 무슨 일인데?”

물론 그렇다고 해서 쉽사리 포기할 지현이가 아니었다.

실제로도 그녀의 끈기는 내가 아는 사람들 중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지독했으니 말이다.

“부모님이 하시는 식당을 도와드리고 있어요.”

“그럼 괜찮지 않아? 이 기회에 우리랑 같이 아이돌 프로젝트에 나가서 부모님 해외여행 한번 시켜드리자! 응?”

부모님 해외여행이란 말에 순간 예은이의 어깨를 들썩였다.

“그, 그게 무슨 말이에요?”

이렇듯 예은이가 관심을 보이자, 지현이가 히죽히죽 음흉하게 웃음을 터트리며 대답했다.

“이번 아이돌 프로젝트에 걸린 상금이 얼마인 줄 알아? 무려 3억이야! 우리 셋이서 우승하면 각자 1억씩 챙길 수 있는 거라고!”

“…….”

그 말에 일순 예은이의 표정이 흔들렸다. 그리고 그것을 눈치 챈 지현이가 재빨리 말문을 열었다.

“그래도 내가 너희를 억지로 끌고 가는 거니까, 이번에 우승하면 내게 할당되는 몫 중에 2천씩 너랑 은하에게 줄게. 그러니까 나는 6천만 가져가고, 너희는 각자 1억 2천씩 챙기는 거야! 어때? 좋지 않아?”

이러한 지현이의 말에 예은이는 물론이고 은하의 표정까지도 드물게 흔들렸다. 물론 그걸 듣고 있는 나도 흔들리고 말았다.

‘진작부터 대인배인 줄은 알고 있었지만……. 아이돌 프로젝트에 그렇게 나가고 싶었냐!’

새삼 장 지현이란 여성이 두렵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하, 하지만……. 우리가 꼭 우승할거라는 보장도 없잖아요.”

“우승하게 해야지! 할 거라면 우승이 목표! 안 그래?”

“…….”

“그리고 우승을 못 해도 16강까지만 진출해도 상금을 조금씩 나눠주니까, 그거로도 충분히 부모님 해외여행을 보내드릴 수 있을 걸?”

이러한 지현이의 말에 예은이는 사뭇 진지하게 고민하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이에 지현이는 종이컵에 남아있는 황기차를 마저 꿀꺽 들이켜며 입을 열었다.

“……게다가 이건 밑져야 본전 아니야?”

확실히 그럴 듯한 말이었다.

밑져야 본전.

이 얼마나 달콤한 말이라는 말인가? 확실히 여기서 예은이가 아이돌 프로젝트에 참여한다고 해서 딱히 손해 볼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물론 아주 잠깐 텔레비전에 얼굴이 비추어 보이기는 하겠지만, 병신 같은 짓을 하지 않는 이상 딱히 주목받을 일도 없었다.

“이렇게 셋이서 가는 건가요?”

문득 예은이가 입을 열어 물었다. 그리고 그것과 동시에 지현이가 환하게 웃음을 터트리며 내 옆에 앉아있던 은하를 꽉 끌어안았다.

“그럼! 우리 셋이서 가야지!”

“자, 잠깐!”

이처럼 얼떨결에 함께 하게 되어버린 은하가 당혹스런 표정을 지어보이며 소리쳤다.

“왜?”

“나, 난 아직 한다고 한 적이…….”

“셋이라면 괜찮잖아? 더 넣어야 돼? 오빠도 넣을까?”

그 물음에 나는 질색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난 너무 늙었지.”

이 말에 지현이가 깔깔 웃으며 말했다.

“아하핫, 하긴 오빠가 아이돌을 하기엔 좀 그렇죠! 음……. 그럼 이렇게 할까요?”

“뭘?”

“오빠가 우리 매니저 하면 어때요?”

“매니저?”

그 말에 내가 되묻자, 지현이가 은근히 은하의 몸을 희롱하며 입을 열었다.

“네, 우리가 연습할 때 옆에서 지켜봐주는 거예요. 그리고 우리가 목마를 때, 음료수 같은 것도 사다주고요.”

“그거 단순히 따가리 아냐?”

내가 이리 말하자, 지현이가 곧바로 입을 열었다.

“대신에 일천 떼어줄게요.”

“좋아.”

나는 곧바로 콜을 외쳤다.

이렇듯 나까지 동참의 의사를 내비쳐보이자, 지현이가 은하를 붙잡으며 입을 열었다.

“은하야, 오빠도 하겠다는데? 이래도 싫어?”

이리 물으며 은하의 뺨을 잡아당겼다가 놓았다가를 반복하는 지현이다. 그리고 그 공격에 은하는 결국 울상을 지어보이며 백기를 들어올리고 말았다.

“하, 할게…….”

“좋았어!”

예은이에 이어서 은하의 허락까지 받아낸 지현이는 호쾌하게 소리치며 양 손을 높이 치켜들었다.

‘얼떨결에 됐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며 나는 한시름 놓았다.

이걸로 예은이가 아이돌 프로젝트에 신경을 쓰게 된다면, 틀림없이 상대적으로 범인 찾기에 소홀해질 게 분명했다.

“그럼 바로 연습하러 가보죠! 실력 체크!”

그 때, 지현이가 몸을 일으키며 소리쳤다.

“가려고?”

그 모습에 내가 이리 묻자, 지현이가 그게 무슨 말이냐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입을 열었다.

“오빠도 가야죠! 우리 매니저인데! P군! 어서 갑시다!”

“…….”

이상한 호칭이 붙고 말았다.

하지만 이것도 그리 나쁘지 않다는 생각에서 작게 웃음을 터트린 나는 ‘잠깐 담당 간호사 분께 외출 허락 받고 올게.’라고 말한 뒤에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곧장 간호사 분께 허락을 받아낸 나는 은하네들을 먼저 1층으로 내려 보낸 뒤에 옷을 갈아입고 1층으로 내려갔다.

========== 작품 후기 ==========

우후훗, 아이돌 프로젝트!

많은 분들이 아이돌에 깊게 파고 들까봐 걱정하시는데, 걱정마세요.

그렇게 깊게 파고 들어가진 않을 겁니니다.

배구와 비슷한 선에서 끝마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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