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매니저 어플-80화 (80/599)

<-- [아이돌 프로젝트] -->

카톡!

혼자서 실실 웃고 있는데, 불현듯 알림소리가 들렸다. 이에 나는 서연이 누나인가 싶어서 서둘러 매니저 어플을 종료한 뒤에 카톡을 확인해보았다.

‘은하네?’

내게 카톡을 보낸 사람은 다름이 아니라 은하였다.

[이 은하 : 오빠, 지금 가도 되죠?]

이 물음에 나는 잠시 고개를 갸웃하며 ‘저녁에 오는 거 아니었어?’라고 답장을 보냈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서 또다시 카톡이 왔다.

[이 은하 : 지현이가 지금 가자고 해서요]

[김 유현 : 예은이가 아니라?]

[이 은하 : 예은이는 잠깐 일이 있어서 좀 있다가 온대요]

[김 유현 : 그래? 그럼 지현이랑 둘이서 오는 거야?]

[이 은하 : 네. 오지 말라고 할까요?]

이리 묻는 은하의 카톡에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

[김 유현 : 아니야, 오라고 해]

[이 은하 : 네, 그럼 지현이랑 둘이서 갈게요.]

[김 유현 : 그래, 조심해서 와]

[이 은하 : 네!]

이렇듯 카톡을 끝마친 나는 서둘러 몸을 일으켰다.

‘얼른 씻어야지.’

밤새 자느라 엉망이 된 머리를 한번 긁적인 나는 서둘러 세면도구를 챙긴 뒤에 샤워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 후, 샤워실에서 깨끗이 몸을 씻은 나는 새로 받은 환자복으로 갈아입은 뒤에 병실로 돌아갔다. 그러고 나서 혹시나 이 현주가 대국민사과를 하지는 않았을까 싶어 실시간 검색어를 살펴보았지만, 딱히 이렇게 할 변화는 보이지 않았다.

“진짜로 무시한 건가?”

아무래도 내 벌이 너무 약했던 모양이었다.

으득, 이를 갈며 이 현주를 조교의 방으로 부르려는데, 불현듯 카톡! 하고 알람 소리가 들려왔다. 이에 나는 매니저 어플로 옮기던 손을 잠시 멈춘 뒤에 카톡을 확인했다.

[이 은하 : 다 도착했어요. 1분!]

메시지를 확인한 나는 아쉬움에 혀를 차며 스마트폰을 내려놓았다.

‘일단 내일까지 기다려보자.’

만약에 내일도 아무런 기사가 뜨지 않는다면, 내 말을 명백히 무시한 것이라고 볼 수 있었다.

‘……그 땐 확실하게 벌을 줘야겠지.’

옅게 웃음을 터트린 나는 손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은하네들이 도착한 모양인지, 병실 안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도착한 모양이네.’

이에 고개를 들어보니, 아니나 다를까 은하의 옆에 서있는 지현이가 뭇 남성들의 시선을 독차지하며 병실 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그 사이에 더 예뻐진 것 같네.’

실제로 그녀의 피부에서는 윤기가 좌르르 흐르고 있었다.

누가 보면 지현이가 연예인인 줄 착각할 정도였다. 하지만 실제로 그녀의 직업은 우리 학과의 후배였다.

물론 엄밀히 말하자면, 그녀는 은하처럼 단순한 후배가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현이는 학교를 홍보하는 책자의 표지에 얼굴을 장식할 정도로 소문이 자자한 미인이었으니 말이다.

특히나 그녀의 트레이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양 갈래로 나눠 묶은 긴 머리는 조금도 어색하지 않고, 오히려 그녀의 얼굴을 실제 나이보다 앳되어 보이게 만들고 있었다. 그리고 새하얗고 매끄러운 피부에 오뚝하게 솟은 콧날은 그녀의 미모를 한층 돋보이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앳된 외모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몸은 조금도 어리지 않았다.

‘저 가슴은 여전히 살인적이네.’

굳이 따지자면 몸은 엘레노아와 같은 과였다.

“오빠, 오랜만!”

날 향해서 손을 흔들며 다가오는 지현이의 태도에 나는 쓰게 웃음을 터트리며 대답했다.

“그래, 오랜만이다.”

이런 내 대답을 들은 그녀는 시시덕거리며 넉살 좋게 침대 위에 엉덩이를 깔고 앉았다.

그 후, 빼꼼 나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건강 빼면 시체인 양반이 어쩌다가 다쳤대요?”

“개한테 물렸거든.”

사실대로 늑대라고 하면 이상하게 생각할 테니, 나는 편의상 개한테 물렸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런 내 말을 들은 지현이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어보이면서 두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곧 깔깔깔 웃으며 내 팔을 후려쳤다.

“아하핫, 대체 뭘 했기에 개한테 물리고 그런 거예요? 진짜 재수도 없네! 하하핫!”

깔깔대며 웃는 지현이의 태도에 은하가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소리쳤다.

“지, 지현아! 오빠, 다쳤잖아! 그렇게 때리면 어떡해?”

“와! 유현이 오빠 챙기는 거 봐. 누가 보면 여친인 줄 알겠네.”

이리 말하며 짓궂게 눈을 흘린 지현이는 팔꿈치로 은하의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이에 은하는 귀까지 새빨갛게 물들이며 빽 하니 소리쳤다.

“여, 여친이라니! 너 자꾸 이상한 소리 할래?”

“알았어! 그 주먹 내려!”

당장이라도 때릴 것처럼 치켜 올라간 은하의 주먹에 지현이는 찔끔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꼬리를 내렸다.

그리고 그 틈에 나는 은하와 지현이에게 박카스를 한 병씩 나눠주며 입을 열었다.

“그런데 넌 왜 온 거야?”

이런 내 물음에 지현이가 히죽 웃으며 입을 열었다.

“오빠, 걸 그룹 좋아해요?”

“응? 뭐……. 나도 남잔데 당연히 좋아하지.”

그 물음에 내가 이리 대답하자, 지현이는 힐끔 은하를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곧 양 갈래로 나눠 묶은 긴 머리카락을 이리저리 흔들며 나를 돌아보았다.

“은하가 아이돌하고 싶대요.”

“뭐?”

그 말에 나도 모르게 놀란 목소리를 내고 말았다.

“아, 아니에요!!”

동시에 은하가 크게 소리쳤다.

얼굴 전체를 새빨갛게 물들이고서 고개를 필사적으로 가로젓는 걸 보아하니, 아무래도 지현이가 은하를 놀리는 모양이었다. 이에 나는 피식, 웃음을 터트리며 입을 열었다.

“너무 놀리지 마.”

이런 내 말에 지현이가 좀 더 내 쪽으로 다가서며 입을 열었다.

“왜요? 우리 은하가 얼마나 예쁜데요!”

발끈한 목소리로 소리치는 지현이의 태도에 나는 조금 신중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대꾸했다.

“확실히 그렇지. 은하가 좀 예뻐?”

“오빠!!”

이런 내 말에 은하가 빽하니 소리치며 눈물을 글썽였다. 하지만 지현이는 이런 은하의 태도가 보이지 않는다는 듯이 좀 더 노골적으로 내 쪽으로 다가오며 입을 열었다.

“은하가 아이돌하면 어떨 것 같아요?”

“잘 어울릴 것 같은데? 그건 왜?”

이렇듯 내가 물음을 던지자, 지현이가 자기 어깨를 쫙 펴며 대답했다.

“은하랑 아이돌 프로젝트에 나가보려고요.”

“나, 난 아직 나간다고 한 적 없어!”

이미 확정된 듯이 말하는 지현이의 태도에 은하가 울먹이며 크게 소리쳤다.

“오빠, 은하가 저랑 같이 아이돌 프로젝트가 나가면 어떻게 될 거 같아요? 1등은 이미 따 놓은 당상 아니에요?”

“그렇긴 하지.”

나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솔직히 말해서 지현이, 혼자서 나가도 아이돌 프로젝트에서 1위를 할 것만 같았다.

그 정도로 지현이의 외모는 압도적인 것이었으니 말이다.

게다가 얼굴은 앳된 주제에 몸은 성숙하다. 심지어 노래까지도 잘 불렀다.

다만 문제가 있다고 한다면, 애니메이션에 한번 푹 빠지면 좀처럼 집 밖으로 나가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봐봐, 은하야! 오빠도 그렇다고 하잖아!”

“…….”

이렇듯 나까지 합세해서 말하자, 은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우왕좌왕 대었다. 그리고 그 모습에 지현이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내 손을 꽉 붙잡았다.

“오빠, 우리 은하가 아이돌이 되면 어떨 것 같아요?”

“응?”

“그러니까! 은하한테 반할 것 같지 않아요?”

꽤나 노골적으로 묻는 지현이의 태도에 나는 잠시 은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런 내 시선을 받은 은하는 조금 부끄러워진 모양인지, 어깨를 좁히며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확실히 은하가 꾸미기만 하면…….’

실제로 조교의 방에서 보았던 은하의 몸매는 꽤나 매력적이었다.

특히나 저 펑퍼짐한 옷 안에 숨겨져 있는 큰 가슴은…….

‘……나쁘지 않을지도.’

꿀꺽, 군침을 삼킨 나는 재빨리 입을 열었다.

“반할 걸?”

이렇듯 내가 대답을 내려주자, 일순 지현이의 표정이 환하게 풀렸다. 그리고 그것과 동시에 은하의 어깨가 움찔 떨렸다.

“은하야, 오빠도 반할 것 같다고 하잖아? 우리 해보자! 응?”

“…….”

이런 지현이의 말에 은하는 눈을 내리깐 채로 눈동자를 이리저리 배회시켰다. 그리고는 곧 지현이를 힐끔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하, 하지만 우리 둘이서 하면 좀 그런데…….”

“우리 둘이서 하면 뭐 어때서?”

“부끄럽잖아.”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소곤거리는 은하다.

확실히 혼자서 무대에 오르는 것보단 둘이서 오르는 게 좀 더 시선이 분산되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결국 절반의 시선을 끌어안는 것은 매한가지였다.

은하도 그걸 생각한 모양인지, 어쩔 줄 몰라해하며 몸을 베베 꼬았다.

“뭐가 부끄러워! 그런 건, 기합으로 버텨!”

“마, 말도 안 되는 소리 좀 하지 마!”

“뭐가 말이 안 돼!”

이렇듯 은하와 지현이가 옥신각신 말다툼을 하고 있는데, 돌연 병실 안으로 또 한 명의 여성이 들어왔다.

“선배.”

나를 부르는 무심한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보니, 거기에는 특유의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서 나를 쳐다보고 있는 예은이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꺄!”

그리고 그것과 동시에 지현이의 입술 사이로 자지러지는 탄성 소리가 터져 나왔다.

‘결국 한 대 맞았나보네.’

이리 생각하며 지현이를 바라보는데, 의외로 그녀는 멀쩡했다. 아니, 오히려 은하가 궁지에 몰린 듯이 내 쪽으로 몸을 피신시키고 있었다.

‘……그럼 뭐지?’

의외의 상황에 지현의 시선이 향한 곳을 바라보니, 그 끝에는 예은이가 서있었다.

“오빠, 아는 애에요?”

그리고 잠시 뒤, 지현이가 나를 돌아보며 물음을 던졌다. 이에 나는 어색하게 웃어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안녕하세요.”

그 사이에 예은이가 우리 쪽으로 다가온 뒤에 가방을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우리 학교에 이런 애가 있었어? 어쩜 이렇게 딱 시부린이랑 닮았니?”

지현이는 사뭇 감격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예은이의 손을 꽉 붙잡았다. 그리고 그것과 동시에 예은이는 보기 드물게 표정을 일그러트리며 지현에게 붙잡혀 있는 자신의 손을 빼내려고 했다.

그러나 이런 예은이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현이는 결코 그녀의 손을 놓아주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예은이 쪽으로 좀 더 자신의 몸을 기울이며 느슨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우리랑 같이 아이돌 프로젝트에 나가지 않을래?”

“네?”

그 제안에 예은이는 황당해하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지현을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곧 마치 해명을 요구하듯이 나를 쳐다보았다.

‘나라고 해서…….’

그 무언의 압박에 어깨를 으쓱이던 나는 이내 지현이를 예은이에게서 떨어트려놓으며 입을 열었다.

“야, 좀 진정해.”

“꺅! 다친 사람이 무슨 힘이 그렇게 세요!”

이렇듯 내 손에 붙잡혀, 예은이에게서 떨어져 나간 지현이는 눈물을 글썽이며 입술을 삐죽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내 옆에 선 채로 바들바들 떨고 있는 은하를 발견하곤 입을 열었다.

“……은하야! 우리 이렇게 셋이면 괜찮지?”

그 물음에 은하는 도움을 구하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나를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그 시선에 나는 어쩔 수 없단 표정을 지어보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여기서 은하를 도와줄 이유가 조금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내심 지현이를 응원해주고 있었다.

‘이대로 예은이가 아이돌 프로젝트에 나가게 된다면, 범인 찾기 시간이 줄어들 테니 내겐 좋은 일이지.’

이러한 계산에서 나는 그저 방관했다.

“선배, 이게 무슨 일이에요. 저 사람은 또 누구에요?”

문득 예은이가 내 옷깃을 잡아당기며 물었다. 이에 나는 그녀 쪽으로 고개를 돌린 뒤에 입을 열었다.

“우리 학과 후배인데……. 혹시 우리 학교 홍보 책자 봤어?”

“네? 아……. 본 것 같은데…….”

“거기 표지를 장식한 홍보 학생이야.”

“아…….”

이런 내 설명에도 불구하고 예은이의 표정은 시큰둥하기 짝이 없었다.

아무래도 홍보 책자를 받자마자 바로 버린 모양이었다. 하긴 그 누가 홍보 책자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겠는가? 나도 받자마자 책꽂이에 꽂아버렸는데 말이다.

“그냥 좀 별난 애야. 네가 좀 참아줘.”

“네……. 근데 물린 곳은 어떠세요?”

고개를 작게 끄덕인 예은이가 나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이에 나는 늑대에게 물렸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대답했다.

“괜찮아. 거의 다 아물었고. 지금은 광견병 검사 결과만 기다리고 있어. 대충 들어보니까 오늘 내일 중으로 검사 결과가 나올 거라고 하던데?”

“광견병에 걸렸으면 어떡해요?”

“설마 죽기야 하겠어? 괜찮을 거야.”

속사정을 알고 있는 예은이는 침울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내게 미안해했다.

그도 그럴 것이 어떻게 보면 나는 이 일과 전혀 상관없는 부외자였기 때문이었다. 괜히 자기들 때문에 이런 험한 꼴을 당한 것이었다. 그러니 예은이 마음이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예은이의 심정을 짐작한 나는 옅게 웃음을 터트리며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병문안 와줘서 고마워.”

“네? 아, 아뇨……. 아참, 이거 병문안 선물이에요.”

이리 말하며 예은이가 내게 내민 건, 보온병이었다.

========== 작품 후기 ==========

장 지현, 이 은하, 신 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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