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매니저 어플-75화 (75/599)

<-- [아이돌 프로젝트] -->

“오늘은 아주 기분이 좋으니, 벌은 이 정도로 끝내드리겠습니다.”

“아아, 아…….”

이런 내 말에 현주는 고통에 혀를 허덕이는 와중에 기뻐해하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만큼 내가 준 벌이 꽤나 고통스러웠던 모양이었다. 이에 옅게 웃음을 터트린 나는 마치 강아지의 턱밑을 쓰다듬어주듯이, 그녀의 턱밑을 살살 쓰다듬어주며 입을 열었다.

“자, 그럼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묻겠습니다.”

“하으, 아! 아으응!”

손끝으로 턱밑을 간질이자, 그녀의 입술 사이로 간드러지는 소리가 새어나왔다. 동시에 악어클립에 물려있는 혀가 이리저리 흔들리며 끈적끈적한 침방울을 떨어트렸다.

“현실로 돌아가게 되면 이 현주 씨는 뭘 하셔야 됩니까?”

“그, 그건…….”

이렇듯 내가 묻자, 현주는 어눌한 목소리로 애써 목소리를 내었다.

“그건?”

“국민들에게……. 흐읏! 사, 사과를 해야…….”

“그리고요?”

“그, 그리고요……?”

거듭 이어진 내 질문에 현주는 혼란스러워 하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나를 바라보았다. 이에 나는 작게 웃음소리를 내며 가르쳐주었다.

“저에 대해선 어떻게 해야 합니까?”

“아, 아아! 저, 절대로 말하지 않을게요! 절대로! 흐읏!”

“말하지만 않는 겁니까?”

“이, 입도 뻥긋 안 할게요! 하으, 아! 아아!”

“아주 좋습니다. 이 현주 씨의 이런 고분고분한 태도가 제 마음에 쏙 드는군요.”

이리 말하며 그녀의 턱을 지나 목, 쇄골 그리고 가슴에까지 손을 내린 나는 가볍게 그녀의 가슴을 움켜쥐었다.

“하으으읏!!”

이렇듯 내가 그녀의 가슴을 움켜쥐자, 현주의 입술 사이로 자지러지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벌벌 몸을 떨며 칠칠맞지 못 하게 침을 질질 흘리는 걸 보아하니, 꽤나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태도는 제법 고분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주 믿을 순 없지.’

그 모습을 보며 쿡쿡, 웃음을 터트린 나는 몸을 일으켰다.

‘……분명히 서연이 누나처럼 현실로 돌아가자마자 난리를 피우겠지.’

이 현주, 그녀도 유 서연에게 뒤지지 않을 만큼 한 성격하니 말이다.

쓰게 혀를 찬 나는 몸을 돌린 뒤에 그녀에게 보이지 않도록 조심히 스마트폰을 꺼냈다.

그 후, 조교를 끝마치자 눈앞에 어두컴컴하게 변했다.

‘다시 보자고.’

하지만 이걸로 완전히 끝이 아니었다.

돌아가는 즉시, 그녀를 다시금 이곳으로 불러들일 테니 말이다.

나는 속으로 유쾌하게 웃음을 터트리며 당황해할 이 현주의 모습을 머릿속으로 떠올렸다.

∴ ∵ ∴ ∵ ∴

“아……!”

현주는 일순 자신의 눈앞이 어두컴컴하게 변하자, 저도 모르게 두려움에 떨며 신음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눈앞이 환하게 밝아지며 마지막으로 자신이 있었던 레스토랑 안으로 돌아오자, 그녀는 저도 모르게 풀썩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소, 손님?”

이렇듯 현주가 돌연 바닥에 주저앉자, 그녀에게 온갖 모욕과 욕설을 들어가며 고개를 숙이고 있던 종업원들이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지어보이며 그녀의 몸을 부축해주었다. 이에 현주는 종업원들의 부축을 받으며 의자에 앉은 뒤에 자신의 몸을 살펴보았다.

‘안 느껴져…….’

방금 전까지만 해도 자신의 유두와 혀를 물고 있었던 악어클립의 끔찍한 통증이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아릿한 통증이 방금 전에 있었던 일이 진짜라는 것을 잘 알려주고 있었다.

특히나 마지막에 자신의 가슴을 강하게 움켜쥐던 그 남자의 손길……. 현주는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며 자신의 몸을 더듬었다.

‘……꿈이 아냐.’

덜덜 몸을 떤 현주는 서둘러 이 자리를 벗어나기 위해서 의자에서 일어났다.

괜히 여기서 어물쩍거리다가 그 남자에게 밉보이기라도 한다면 또다시 그 방으로 끌려가, 방금 전과 같은 지독한 꼴을 당할지도 몰랐기 때문이었다.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지독한 꼴을 당할지도 몰랐다.

특히나 자신을 둘러싸던 고블린만 머릿속에 떠올려도 오금이 저려왔다.

이리 생각하며 허둥지둥 걸음을 내딛는데, 순간 현주의 눈앞에 어두컴컴해졌다.

‘어째서!’

온 세상의 빛이 어둠에 집어삼켜지듯이, 사그라지는 눈앞의 풍경에 현주는 암담한 마음에 소리라도 질러보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저 그녀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양 팔을 허우적거리며 무의미한 저항을 해보는 것 뿐이었다.

“아아…….”

그리고 곧 눈앞에 환하게 밝혀지자, 여러 가지 도구들이 주르륵 나열되어 있는 방의 모습이 나타났다.

“왜!!”

현주는 억울함에 크게 소리쳤다.

어째서 또다시 불려왔다는 말인가? 어째서? 자신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자리를 벗어나려고 필사적으로 다리를 움직이고 있었다.

그 남자에 관한 것이라면 입도 뻥긋 하지 않았다.

억울함에 눈물을 주륵주륵 흘린 현주는 고개를 푹 숙인 채로 어깨를 가늘게 떨었다.

“안녕하세요, 이 현주 씨.”

이렇듯 그녀가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는데, 끼익 소리와 함께 방 안으로 그 남자가 들어왔다.

새하얀 망토를 두르고 있는 그는 익살스런 가면을 쓰고서 한 걸음씩, 성큼성큼 그녀 쪽으로 다가왔다. 이에 현주는 고개를 쭉 빼고서 크게 소리쳤다.

“저, 저 아무 말도 안 했어요! 입도 뻥긋 안 했어요!”

“그렇습니까?”

이런 현주의 말에 남자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단 목소리로 그녀에게 물었다.

“네, 네! 정말이에요! 저 다시 돌려보내주세요! 네?”

“조금도 말하지 않았습니까?”

“네! 정말이에요!”

“거짓말 같은데요.”

이리 말한 남자는 우악스레 손을 뻗어, 현주의 턱을 잡아 고개를 돌리도록 만들었다. 이에 그녀는 고분이 고개를 들어 올리며 입을 열었다.

“어엉, 정말이에요! 아무런 말도 안 했어요! 흑흑, 거짓말이 아니에요!”

현주는 혹시라도 남자가 또다시 자신에게 벌을 주지는 않을까, 몸을 벌벌 떨며 소리쳤다.

“사실은 마음속으로 이 상황이 꿈이라고 생각한 거 아닙니까?”

“아니에요! 어엉, 아니에요! 절대로 그렇지 않아요!”

“경찰에 신고하고 싶지는 않았습니까?”

“저, 절대로 아니에요! 저 그렇게 멍청하지 않아요! 즈, 증거도 없는데 어떻게 신고해요?”

“제가 밉지는 않습니까?”

“아니에요! 아니에요! 밉지 않아요! 좋아요! 흐윽, 좋아해요! 정말이에요!”

연거푸 묻는 그의 질문에 현주는 더없이 큰 목소리로 소리쳐 대답했다.

이제껏 살면서 그녀가 이렇게 큰 목소리로 대답해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리고 그 만큼 지금 그녀의 마음을 절실했다.

특히나 고블린이라고 불렸던 그 짐승을 머릿속에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케륵케륵 소리를 내며 역겨운 입 냄새를 뿜어대고, 자신의 팔과 다리를 붙잡아 의자 밑으로 끌어내리던 손길은 마치 악귀들이 자신을 지옥으로 끌어내리는 것만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심지어 자신을 바닥에 엎드리게 만든 뒤에 여기저기 몸을 더듬거리던 손길은 너무나도 끔찍해서 지금 당장이라도 온 몸을 물로 깨끗이 씻어내고 싶을 정도였다.

“이거 참 의외로군요. 설마하니 이 현주 씨가 제 말을 고분이 들어주실 줄이야……. 정말로 유감인 일이로군요.”

그는 감탄성을 터트리며 현주의 턱을 놓아주었다. 이에 그녀는 안도하며 숨을 내쉬었다.

“저, 저……. 그럼 돌려보내주시는 거죠?”

“네? 왜요?”

이런 현주의 물음에 그는 짐짓 놀란 목소리를 내며 되물었다.

“왜, 왜냐니요? 저……. 저, 아무런 잘 못도 안 했잖아요.”

그녀는 덜덜 떠는 목소리로 겨우겨우 대답했다. 그리고 이런 그녀의 대답에 그는 무척이나 곤란하단 듯이 자기 얼굴에 쓰고 있는 가면을 어루만지며 입을 열었다.

“그렇긴 한데……. 이상하게도 이 현주 씨를 자꾸만 괴롭히고 싶네요.”

“제, 제발…….”

그 말에 현주는 제발이란 단어까지 입에 담으며 그에게 애원했다.

“그럼 이렇게 할까요? 이 현주 씨도 충분히 즐길 수 있으면서, 동시에 저도 당신에게 벌을 줄 수 있어서 즐거운 걸로요.”

이리 말한 그는 유쾌하게 웃음을 터트리며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그,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잖아요!”

본능적으로 불안감을 느낀 현주가 크게 소리치며 몸서리쳤다. 그러나 그는 현주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다는 듯이 어깨까지 들썩이며 방 안의 도구들을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곧 특유의 어눌한 목소리로 말했다.

“여기 있군요!”

그 말과 동시에 그가 꺼낸 것은 관장기구였다.

========== 작품 후기 ==========

마무리는 역시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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