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돌 프로젝트] -->
“나보다 어린 게 어디서 자꾸 말대꾸야!”
“그럼 그쪽이 연장자답게 굴던가! 나이를 똥구멍으로 쳐 먹었냐?”
“야!”
“그만 소리 질러! 나 귀 안 먹었어!”
레스토랑 안이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크게 소리치는 이 현주의 태도에 서연이 누나도 이에 질세라 크게 소리치며 쏘아붙였다. 그러자 돌연 이 현주가 손으로 나와 서연이 누나를 번갈아 가리키며 소리쳤다.
“너, 너……. 오늘 있었던 일, 내가 지연이하고 외숙모한테 전부 다 말할 거야! 이런 구닥다리를 애인이라고 끌고 다니는 거! 딱 보니까 대학생 같은데, 네가 지금 이럴 때야? 미쳤어?”
“그럼 어린 남자애들이나 따먹고 다니는 건, 잘 한 일이고?”
“너 진짜……!”
입술을 파르르 떨며 귀까지 새빨갛게 물들이는 이 현주의 태도에 서연은 창피하단 표정을 지어보이며 손으로 자기 얼굴을 부채질했다.
“내가 진짜 쪽팔려서……. 저런 것도 사촌이라고…….”
“야!!”
“그만 소리 질러! 밥 처먹으러 왔으면 조용히 밥이나 처먹다 갈 것이지, 왜 시비야? 돌았냐!”
“이게!!”
서연이 누나의 말에 이 현주는 그대로 손을 어깨 높이까지 치켜들었다.
그 태도를 보아하니, 손찌검이라도 할 생각인 모양이었다. 이에 나는 재빨리 몸을 일으킨 뒤에 이 현주의 손을 붙잡았다.
“그만 하시죠.”
“놔!”
내 손에 자기 손목을 붙잡힌 이 현주는 이리저리 몸을 비틀며 어떻게든 자기 손을 빼내려고 했다. 그러나 그녀의 손을 꽉 붙잡고 있는 내 손은 결코 그녀의 손을 놓아주지 않았다. 이에 이 현주는 안 되겠다 싶어진 모양인지, 반대쪽 손을 치켜들어 내 뺨을 때리려고 했다.
“야, 네가 뭔데 내 남친을 때리려고 해!”
그 모습에 서연이 누나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이 현주의 손을 움켜잡았다.
“이것들이 쌍으로……!!”
양 손이 붙잡힌 이 현주는 으득으득 이를 갈며 나와 서연이 누나를 번갈아보았다.
“저기……. 이쯤에서 그만둬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이렇듯 대치하고 있는데 정장 차림의 사내 한 명이 우리 쪽으로 다가와 간곡히 부탁했다. 그리고 그 부탁에 나는 잠시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런…….’
레스토랑 안의 모든 사람들이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이에 속으로 침음성을 삼킨 나는 이쯤에서 그만두기로 마음을 먹었다.
게다가 여기는 서연이 누나의 가족분이 운영하는 레스토랑이었다.
괜히 우리 때문에 가게에 불이익을 줄 수는 없었다.
짝!
이리 생각하며 이 현주의 손을 놓아주자, 동시에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고개를 옆으로 돌아갔다.
“야!!”
짝!
“꺅!”
그 모습에 서연이 누나가 크게 소리치더니, 돌연 이 현주의 뺨을 거세게 때렸다.
“……너, 너……. 미쳤어! 이게 누굴 때려!”
“그럼 넌 뭔데 내 남친 왜 때리는데!”
“이 썅년이!”
이리 소리치며 당장에라도 맞붙을 것처럼 행동하는 두 여자의 태도에 나는 재빨리 맞은편 사내 분과 눈빛을 교환했다.
그 후 우린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나는 서연이 누나를 붙잡고 사내 분은 이 현주를 붙잡았다.
“놔!!”
“이거 안 놔!!”
악을 쓰며 발버둥치는 두 사람 탓에 진땀이 다 흘렀지만, 그것도 잠시 나는 우리를 이곳으로 안내해준 웨이트리스의 손짓을 따라서 별실로 재빨리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이와중에 슬쩍 뒤돌아보니, 이 현주는 직원들에게 무어라 폭언을 쏟아 부으며 화를 풀고 있었다.
‘이거 괜히 미안해지네.’
쓰게 혀를 찬 나는 아직까지도 분이 안 풀린 모양인지, 씩씩 거리며 내 품에 안겨있는 수연이 누나를 바라보았다.
“누나.”
“…….”
“누나.”
그녀를 거듭 부르자, 드디어 서연의 시선이 내 쪽으로 향했다.
“야, 너 병신이야?”
“네?”
“그걸 왜 병신같이 쳐맞고 있어! 그리고 쳐맞았으면 반격을 해야지, 왜 가만히 있어!”
“…….”
그 말에 나는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물론 상대가 나와 같은 남자였다면 얼마든지 반격을 했었지만, 유감스럽게도 상대는 여성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신체 건장한 남자가 여성을 때린다는 건 여러모로 보기에 좋지 않았다.
“미안.”
이렇듯 입술을 꾹 다물고 있는데, 서연이 누나가 내 품에 꼬옥 안기며 사과했다.
“……내가 괜히 여기에 데려와서…….”
그 진심어린 사과에 나는 옅게 웃음을 터트리며 서연을 안아주었다.
“아니에요, 누나. 누나가 안 맞았으면 그걸로 저는 충분해요.”
“그래도…….”
“그리고 누나가 저 대신에 때려줬잖아요. 솔직히 옆에서 보는데 속이 다 시원하더라고요.”
이런 내 말에 서연은 키득대며 자기 손을 들어보였다.
“솔직히 나도 속 시원했어.”
“그거 잘 됐네요. 우리 일단 자리에 앉죠.”
이리 말한 나는 서연이 누나를 놓아준 뒤에 자리에 앉았다.
별실로 들어온 탓에 레스토랑이란 느낌은 별로 들지 않았지만, 단 둘 있다는 것에서 그 의미가 있었다.
특히나 이곳에 있으면 아까처럼 방해도 들어오지 않을 게 틀림없었다.
‘하지만…….’
그 전에 불쌍한 직원들부터 구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나, 저 잠깐 화장실 좀 갔다 올게요.”
“나도 같이 갈까?”
“제가 무슨 어린애도 아니고……. 괜찮아요.”
이런 내 말에 서연이 누나가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는 날 향해 손을 흔들며 ‘얼른 갔다 와. 늦게 오면 주문은 내가 마음대로 시켜놓을 거야.’라고 엄포를 내어놓았다. 이에 나는 질색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얼른 갔다 와야겠네요.’라고 대꾸하고는 서둘러 별실을 빠져나갔다.
“내가 뺨을 맞았는데 왜 가만히 있었냐고!”
“죄송합니다, 손님. 저희도 손 쓸 겨를이 없어서…….”
“그럼 경찰을 부르던가, 날 도와줘야 될 거 아니야!”
밖으로 나오자,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빽빽 지르며 직원들에게 분풀이를 하고 있는 이 현주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한 쪽 뺨에 새빨갛게 부어올라 있는 걸 보니, 수연이 누나한테 제대로 한 대 얻어맞은 모양이었다.
하긴 저렇게 부어오를 정도면 꽤 열불이 뻗긴 할 것 같았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저 여자가 불쌍하다거나 그런 건 절대로 아니었다. 오히려 통쾌할 따름이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벌을 줘야 되기도 하고.’
미성년 선상 난교 파티 사건이 언론에 알려지고, 많은 대중들이 분노했듯이 나 또한 분노했었다.
특히나 대한항운에서 이 사실을 언론에 알린 선장과 승무원을 일방적으로 해고시켰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그 누구보다도 크게 화를 냈었다. 그리고 나중에 선장과 함께 해고당했던 승무원이 복직 되면서 선장을 배신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이 세상의 정의가 땅에 떨어졌다고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이 현주, 그녀에게 주어진 법적 처벌이 집행 유예 2년 밖에 안 된다는 사실에 절망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지.’
내게는 매니저 어플이란 신기한 힘이 있었다.
‘이 기회에 선장님도 복직시켜봐야지.’
홀로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을 선장님을 떠올리며 스마트폰을 꺼낸 나는 서둘러 화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 후, 변기칸 안으로 들어간 나는 곧바로 매니저 어플을 실행시켰다.
[현재 사용자의 레벨은 ‘5’입니다.]
[반경 100미터 이내에 존재하는 여성들만 조교할 수 있습니다.]
[조교 할 여성을 골라주세요.]
[목록에 저장되어 있는 여성이 존재합니다.]
[목록을 열람하시겠습니까?]
[네 / 아니요]
목록을 열람할 거냐고 묻는 알림문구에 나는 아니요를 눌렀다.
그러자 곧 100미터 이내의 존재하는 모든 여성의 정보가 화면에 떠올랐다. 어찌나 많던지, 순간 나도 모르게 당황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최상단에 검색 기능이 있는 것을 발견한 나는 곧바로 ‘이 현주’ 이름 석 자를 적어 넣었다.
[이 현주]
[나이 : 31살]
[직업 : 직위 해임 상태 (1년 8개월 뒤, 대한항운 부사장으로 복직 예정) : 자세히 보기]
[개인 능력치 : 자세히 보기]
“하.”
1년 8개월 뒤, 대한항운 부사장으로 복직될 예정이라는 말에 나도 모르게 그만 헛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어떻게 이런 경우가 있다는 말인가?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썩었어.’
으득 이를 간 나는 곧바로 이 현주를 선택했다.
[이 현주를 선택하시겠습니까?]
[네 / 아니요]
========== 작품 후기 ==========
여러분이 제 걱정을 너무 해주셔서, 바나나 회항 사건에서 미성년 선상 난교 사건으로 바꾸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