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매니저 어플-70화 (70/599)

<-- [아이돌 프로젝트] -->

“그럼 오늘 저녁에 우리 집에서 귀 파줄게.”

이리 말하며 은근슬쩍 내 가슴을 어루만지는 서연이다.

“저 오늘 외출인거 아시잖아요. 이번에도 무단으로 외박하면 병원에서 쫓겨날지도 몰라요.”

“누가 자고 가래? 잠깐 쉬었다 가라는 거지.”

“…….”

그 말이 마치 ‘오늘 밤, 널 재우지 않겠어.’라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잘 생각해보니까, 이제 안 간지러운 것 같은데요.”

나는 어색하게 웃어 보이며 정중하게 사양했다. 그러나 서연은 이런 내 말이 들리지 않는 모양인지, 시시덕거리며 자기 먼저 차에 올라타 버렸다.

아무래도 그 모습을 보아하니, 오늘 무슨 일이 있어도 나를 자기 집으로 데려갈 모양이었다.

‘저녁 먹고 잘 타일러봐야지.’

고개를 가로저은 나는 보조석에 앉은 뒤에 안전벨트를 맸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차에 시동을 넣으며 병원 주차장을 빠져나가는 서연이다.

“오늘은 뭐 먹을 거예요?”

“레스토랑 예약해놨어.”

“비싼 데는 아니죠?”

“비싼 데야.”

혹시나 싶은 생각에서 물어봤지만, 역시나였다.

서연이 누나는 차를 운전하는 동안 그 식당이 얼마나 품격 있고, 맛있는 요리가 나오는 곳인지 설명해주었다. 물론 실제로 내게 말해준 것은 주방장의 경력과 레스토랑 인테리어, 그리고 코스 요리의 조화였다.

조금 자랑하는 것처럼 들리긴 했지만, 재잘재잘 떠들며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내 기분도 덩달아 들뜨는 게 느껴졌다.

“분명히 좋아할 거야.”

문득 서연이 누나가 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네?”

“네 마음에 들 거라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레스토랑이니까.”

이리 말하며 쑥스럽단 듯이 웃어 보이는 서연이 누나다.

그 모습을 보니, 왜 그녀가 재잘재잘 떠들면서 그 식당에 대해서 이야기해준 것인지 조금은 알 것만도 같았다.

‘자기가 좋아하는 식당이니까, 나도 좋아해줬으면 좋겠다는 건가.’

옅게 웃음을 터트린 나는 차가 신호에 걸려 잠시 멈춘 사이에 서연의 뺨을 어루만져주었다.

“그러네요. 좋아하게 될 것 같아요.”

“좋아하게 될 것 같은 게 아니라 좋아해야해.”

“알았어요. 좋아할게요, 누나.”

“…….”

이런 내 말에 서연이 누나는 그제야 웃음을 터트리며 내 손에 뺨을 기대어왔다.

부드러운 그녀의 뺨이 내 손 끝에 닿으니 무척이나 마음이 편해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신호가 바뀌자 나는 재빨리 손을 떼어내었다. 이에 서연이 누나는 조금 아쉬워하는 표정을 지어보였지만, 이내 운전에 집중하며 식당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렇게 삼십 여분을 달려서 우리는 목적했던 레스토랑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거…….’

한 눈에 보아도 딱 고급 레스토랑을 연상시키는 건물의 모습에 나는 혀를 내둘렀다.

괜히 비싼 곳이라고 하는 것이 아니었다. 게다가 건물 주차장에는 고급 수입차가 가지런히 주차되어있기까지 했다.

‘……괜히 위축되네.’

꿀꺽, 마른침을 삼키며 긴장하는 나와는 다르게 서연이 누나는 별 대수롭지도 않단 표정을 지어보이며 빈 공간에 유유히 주차를 하고는 시동을 껐다.

“가자.”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안전벨트를 푼 뒤에 서연이 누나와 함께 차에서 내렸다.

그 후, 우리는 다정한 연인처럼 팔짱을 낀 뒤에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으로 올라갔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유 서연 씨.”

식당 안으로 들어서자, 깔끔한 정장을 입고 있는 웨이트리스 한 분이 우리 쪽으로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이에 서연이 누나는 반가워하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입을 열었다.

“언니는?”

“사장님은 지금 외출 중이십니다.”

“그래? 어쩔 수 없지. 자리 안내해줘.”

두 사람의 대화를 들은 나는 그제야 서연이 누나가 왜 이 레스토랑을 좋아했던 것인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가족이 하는 가게였구나.’

고개를 작게 끄덕이며 납득한 나는 웨이트리스의 안내를 받아 서연이 누나와 함께 3층으로 올라갔다.

“…….”

3층에 들어선 순간, 나도 모르게 그만 입을 조금 벌릴 수밖에 없었다.

건물 외양을 보고서 이곳이 고급 레스토랑일 거라고는 생각하고 있었지만, 설마하니 영화 속에서나 보던 그런 장소일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 했었기 때문이었다. 특히나 아찔해 보일 정도로 높은 천장과 무서울 정도로 번쩍거리는 샹들리에는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벌렁벌렁 거릴 정도였다.

‘내가 이런 곳에 와볼 줄이야.’

바닥에 깔려있는 카펫은 발자국 소리가 나지 않을 만큼 푹신푹신 했다. 거기다가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음악 소리는 괜히 어깨에 바짝 힘을 주게 만들었다.

마치 내가 상류층이 되어서 이곳에 식사하러 온 것만도 같은 기분이었다.

‘……정장이라도 입고 와야 될 것 같은 분위기인데.’

물론 그 정도로 차려입은 사람은 없었지만, 그래도 나처럼 청바지에 간편한 티를 입고 온 사람은 없었다.

‘그러고 보니 여기가 서연이 누나의 가족이 하는 식당이랬지? 그럼 가족이랑 보는 거 아냐?’

아니, 이 사람은 대체 무슨 생각으로 나를 이곳으로 데려왔다는 말인가?

물론 서연이 누나는 간단하게 나를 가족에게 소개시키려고 데려온 것일 수도 있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첫 대면 자리가 아니던가?

적어도 꾸미고 올 시간 정도는 줘야 될 것이 아닌가?

“저기 누나.”

자리에 앉은 나는 조용히 서연이 누나를 불렀다.

“응?”

“설마 가족들 분이랑 저를 대면시키려는 건 아니죠?”

“아, 걱정 마. 우리 언니는 그런 거 신경 안 쓰니까.”

손가래질 치며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서연이 누나지만, 아무리 그래도 나는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첫 만남이었다.

기왕 만날 거라면 좀 더 멋진 첫 대면으로 장식하게는 낫지 않겠는가? 하지만 이미 자리에 앉은 뒤였고, 이제 와서 도망치기엔 늦은 뒤였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한다면 현재 가족 분이 외출 중이라는 사실이었다.

‘빨리 먹고 도망치는 수밖에.’

이리 생각하며 턱을 어루만지는데, 문득 아래쪽에서 내 다리를 툭툭 치는 느낌이 들었다. 이에 뭔가 싶어서 아래쪽을 보려는데, 불현듯 서연이 누나가 내 손을 딱 잡았다.

“그렇게 긴장 안 해도 돼.”

“전 심각해요.”

“귀여워라.”

이런 내 모습에 서연이 누나는 짓궂게 웃음을 터트리며 발로 내 다리를 슥슥 문질러대었다. 어찌나 노골적으로 희롱하던지, 순간 양 볼이 화끈거려올 정도였다.

“이게 누구야?”

이렇듯 서연이 누나한테 꼼짝없이 희롱당하고 있는데, 돌연 우리가 앉아있는 테이블 쪽으로 한 명의 여성이 다가왔다.

‘……설마.’

그 목소리에 혹시나 서연이 누나의 가족 분인 건 아닐까 싶었지만, 우리 쪽으로 다가온 여성이 다음 말을 내뱉는 순간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인턴 씨 아냐?”

비아냥거리는 여성의 목소리에 순간 서연의 눈초리가 치켜 올라갔다.

“어디서 걸레가 떠드네.”

“거미줄 친 사람보단 낫지.”

서로 간에 험담을 주고받는 걸 보아하니, 사이가 그리 썩 좋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이에 나는 슬쩍 고개를 돌려 여성을 바라보았다.

‘어?’

여성의 얼굴을 본 순간, 다소 눈에 익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언제 봤었나?’

이리저리 기억을 되짚어보지만, 좀처럼 기억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게 언제 적 이야기래?”

“뭐? 아……. 저게 네 남친이야?”

조금 놀란 표정을 보이던 여성은 이내 나를 발견하곤 대놓고 비웃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나를 훑어보았다.

“……꼭 자기 같은 것만 만나네.”

“그래서 너는 자기 같은 작은 고추만 먹고 다니냐?”

“야!”

“왜? 고추가 마음에 안 드니까, 돌아가려고?”

키득거리며 비웃는 서연이 누나의 말에 여성을 붉으락푸르락 얼굴을 붉히며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리고 그것과 동시에 나는 저 여성이 누구인지를 떠올릴 수 있었다.

‘이 현주 부사장!’

세 달 전, 대한민국을 시끄럽게 만들었던 장본인이었다.

‘……분명히 그게 미성년 선상 난교 사건이었지.’

대한항운 이 수한 회장의 차녀인 이 현주 부사장이 중국으로 떠나는 여객선 안에서 20살도 안 된 어린 남자 연예인 지망생들과 선내에서 난교 파티를 벌인 것이다.

이 사실을 대한항운의 승무원과 선장이 언론에 알리자, 대한항운에서는 이 현주 부사장을 옹호하는 것은 물론 해당 승무원과 선장을 해고시킴으로서 논란을 더욱 가열시켜 대중들의 분노를 샀다.

결국 이 현주 부사장은 자진 사퇴하고 대국민 사과를 했다.

그러나 그 태도가 소름이 끼치도록 오만했다.

‘그 장본인을 직접 보게 될 줄이야.’

나는 혀를 내두르며 서연이 누나와 말다툼을 하고 있는 이 현주를 바라보았다.

========== 작품 후기 ==========

*실제 인물과는 관련 없습니다.

*바나나 회항 사건 -〉 미성년 선상 난교 사건으로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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