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매니저 어플-65화 (65/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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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은하 : 오빠, 지금 병원이죠?]

문득 은하가 내게 물었다. 이에 나는 곧바로 ‘병원이지’라고 답장을 보냈다.

그러자 얼마 있지 않아서 은하한테서 또다시 카톡이 왔다.

[이 은하 : 지금 가도 되요?]

[김 유현 : 지금? 괜찮아?]

[이 은하 : 네, 괜찮아요]

아무래도 내 상태가 걱정되는 모양이었다. 나는 그 마음씨가 기특해서 곧바로 병원 위치를 알려주었다.

[신 예은 : 전 내일 병문안 갈게요. 오늘은 아르바이트가 있어서요]

[김 유현 : 괜찮아. 천천히 와]

[신 예은 : 몸조리 잘 하세요]

[김 유현 : 고마워]

이렇듯 간단히 대화를 끝마친 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올렸다.

‘대자보라…….’

과연 어느 정도로 영향을 줄지는 잘 모르겠지만, 서연이가 길거리에 붙인 것하고 예은이가 학교 게시판에 붙이는 것하고는 확연한 차이를 둘 게 틀림없었다. 어쩌면 학교 자체에서 이 일을 수습하기 위해서 나설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교내에서 일어난 성추행이었다.

학교 명예와도 관련이 깊었다. 그런 이상, 학교에서도 어느 정도 성추행범을 색출해내기 위해서 움직일게 틀림없었다.

‘……그래봤자 나는 못 잡겠지만.’

일단 내가 어플로 조교한 대상은 은하와 서연, 그리고 민서. 예은이를 비롯한 다섯 명의 여대생들이었다.

도합 여덟 명인데, 그 중에 넷은 나를 찾아내려는 의사를 지금까지 내비쳐 보이지 않고 있었다. 아니, 어쩌면 은밀하게 움직이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알아볼까?’

나는 손 안에 들려있는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며 진지하게 고민해봤다.

‘……아니야. 괜히 긁어서 부스럼을 만들 필요는 없겠지.’

안일한 생각일지도 모르겠지만, 예은이를 제외한 다른 네 명은 제법 고분한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실제로 희연이라는 여성은 자기 남자친구가 경비 아저씨하고 말다툼을 하고 있을 때, 적극적으로 말리기까지 했었다.

그런 태도를 떠올려봤을 때, 예은이처럼 내게 적극적으로 반발하려는 의사는 보이지 않았다.

물론 앞서 이야기한 카톡을 종합해보면, 어느 정도의 정보는 서로 간에 주고받고 있는 것 같았지만 말이다.

“예은이라…….”

곰곰이 생각을 정리해보던 나는 문득 예은이를 아이돌로 만들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확실히 아이돌로 활동하게 되면 바빠질 테니까.’

그럼 그 만큼 범인을 찾는 시간이 줄어들 게 틀림없었다.

물론 그렇게 되려면 어느 정도 아이돌로서 활동을 해야겠지만, 내게는 매니저 어플이란 것이 있었다. 이게 있으면 틀림없이 아이돌로서 성공시킬 수 있을 게 틀림없었다.

‘……그런데 마땅히 방법이 없네.’

다만 문제는 어떻게 아이돌로 만드냐는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내게는 직위 상승 아이템도 없었고, 일반인을 아이돌로 만드는 재주도 없었다. 있는 거라고는 매니저 어플뿐이었다.

이 상황에서 예은이를 아이돌로 만들려면…….

‘동영상을 만들어서 인기를 모아볼까?’

노래 실력이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외모가 어느 정도 받쳐주니 충분히 먹힐 거란 생각이 들었다.

정 안되면 개인 방송으로 인지도를 쌓아도 괜찮았다.

아니면 아예 엔터테인먼트 업체에 지원서를 넣는 방법도 있었다. 다만 이 때,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거절될 확률이 다분하겠지만 말이다.

“뭔가 방법이…….”

이리 생각하며 아이돌이란 단어를 인터넷에 검색하자, 순간 내 눈에 하나의 문구가 들어왔다.

[아이돌 프로젝트]

예능 / 15세 이상 관람가 / 신청자 접수 중

편성 : JTVB (금) 오후 10:00

진행 : 김 성식 / 심사위원 : 이 승환, 윤 종식, 박 진환, 이 수민

소개 : 전 국민을 대상으로 신인 아이돌을 발굴하는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사이트 : 공식 홈페이지, 트위터 , 페이스북, N 포스트

“……이거다!”

아무래도 하늘이 나를 돕고 있는 모양이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크게 환호성을 내뱉으며 호들갑을 떨었다. 때문에 주변 다른 환자분들이 나를 쳐다보았고, 이에 나는 어색하게 웃음을 터트리며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그 후, 떨리는 가슴을 천천히 진정시킨 나는 씩 웃음을 터트렸다.

‘그래, 이거라면 충분해.’

신청 날짜를 확인해보니, 바로 다음 주 수요일이었다.

충분히 시간적인 여유가 있었다.

‘……이제 남은 문제는 설득인가.’

나는 턱을 쓰다듬으며 고민했다. 솔직히 말해서 다짜고짜 예은이를 찾아가서, 아이돌을 하자고 하면 나를 무슨 미친놈 보듯이 쳐다볼 게 틀림없었다.

그러니 무언가 합당한 이유가 필요했다.

‘텔레비전에 나와서 범인을 찾는 것이 대자보를 붙이는 것보다 훨씬 더 파급력이 클 거라고 설득하는 게……. 역시 좋으려나.’

확실히 예은이가 앞서 말한 대자보를 붙이자는 주장과 일맥상통했다.

다만 한 가지 다른 게 있다고 한다면 예은이가 하려는 건 어디까지나 대학교 일대에 불과했고, 내가 말하는 건 대한민국 전체를 대상으로 하자는 것이었다.

‘……어째, 일이 더 커질 것 같은데.’

물론 이렇게 되면 아이돌 프로젝트를 보는 모든 시청자들이 가면을 쓴 변태에 대해서 알게 된다는 부작용이 있었다.

“…….”

하지만 또 어떻게 생각해보면 헛소리로 치부될 확률이 높았다.

일종의 관심병…….

그렇게 볼 수가 있었다.

‘이건 좀 고민해봐야겠군.’

이리 생각하며 아이돌 프로젝트 접수 방법을 알아보고 있는데, 불현듯 병실 안으로 한 명의 여성이 들어왔다.

“오빠!”

쾌활한 목소리로 나를 부르며 병실 안으로 들어온 은하는 곧장 내가 앉아있는 침대 쪽으로 다가왔다.

“왔어? 안 헤맸어?”

“바로 앞이던데 뭘……. 자, 여기 병문안 선물.”

이리 말하며 내게 박카스 상자를 넘겨주는 은하다.

“내가 무슨 애늙이냐.”

“25살이면 애늙은이지.”

“심하네.”

나는 쯧쯧 혀를 차면서도 은하가 건네준 바카스 상자를 감사히 받아든 뒤에 박카스 한 병을 꺼냈다.

“……아무튼 잘 마실게.”

“전 안 줘요?”

“치사하게 이러기냐.”

“원래 병문안 선물은 나눠먹는 거죠.”

이리 말하며 뻔뻔하게 손을 내미는 은하다. 이에 나는 피식 웃음을 터트리며 은하에게도 박카스 한 병을 넘겨주었다. 그 후, 뚜껑을 따서 꿀꺽이며 마신 나는 빈 병을 상자 안에 도로 넣었다.

“……오빠, 상처는 어때요?”

“별로 안 아파.”

“어디가 다친 거예요?”

그 물음에 나는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대답했다.

“어깨.”

“어쩌다가요?”

“늑대한테 물렸거든.”

“느, 늑대한테요?”

이리 소리쳐 물으며 어쩔 줄 몰라해하는 은하다.

“엄청 컸지. 사납게 으르렁대는데, 그대로 기절하는 줄 알았다니까?”

“그, 그럼 그 변태 가면이 방에 늑대를 데리고 나타난 거예요?”

그 물음에 나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했다.

“방? 아니, 내가 끌려간 곳은 무슨 숲 속이던데?”

“숲이요?”

“그래, 숲이었어. 자고 있는 중에 끌려가서 깜짝 놀랐다니까? 서연이 누나가 소리를 안 질렀으면 계속 퍼질러 잤을 걸?”

“아…….”

이런 내 설명에 은하는 그제야 작게 탄성을 내뱉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옅게 웃음을 터트린 나는 은하의 손에 들려있는 빈 박카스 병을 집어 들며 입을 열었다.

“그런데 오늘 예은이가 대자보 이야기했잖아.”

“아, 네.”

“대자보 이야기를 들으니까 말이야. 이왕에 할 거라면 좀 더 거창하게 하는 편이 좋을 거란 생각이 들던데…….”

“거창하게요?”

슬쩍 뒷말을 흐리며 은하를 바라보자, 아니나 다를까 은하가 무척이나 궁금하다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내 말을 재촉했다.

“그래, 예를 들어서 텔레비전을 통해서 알리는 거야.”

“네? 하지만……. 우리가 무슨 수로요?”

그래, 평상시라면 불가능한 방법이었다. 대체 무슨 수로 텔레비전을 통해서 변태 가면의 정체를 알린다는 말인가?

하지만 아이돌 프로젝트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면 충분했다.

틀림없이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처럼 텔레비전을 통해서 송출 될 것이고, 운이 좋다면 대단한 이슈를 끌어 모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실제로도 슈퍼K 같은 경우에는 엄청난 인기를 끌어 모으지 않았던가?

“내가 따로 찾아보니까, 아이돌 프로젝트라는 이름의 오디션 프로그램이 있더라고.”

나는 조심스럽게 본론을 꺼냈다.

========== 작품 후기 ==========

아이돌을 만들려니까 설레는군요. 우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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