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돌 프로젝트] -->
“…….”
막상 이렇게 떠나보내고 나니까, 허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자 친구를 처음 사귀었을 때도 이런 느낌은 안 들었었는데……. 정말이지 신기한 일이었다.
나는 허전한 옆구리를 슥슥 문지르다가 이내 발걸음을 돌려 병원 안으로 들어갔다.
“김 유현 씨.”
병실로 돌아가기 위해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는데, 바로 뒤에서 나를 부르는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에 목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아주 단단히 화난 얼굴을 하고서 나를 쏘아보고 있는 담당 간호사 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지금까지 뭘 하시다가 이제 오신 건가요?”
이번에는 간단히 넘어갈 생각이 없는 모양인지, 간호사 분은 차트까지 꼭 쥐며 내게 물었다.
여차하면 차트에 기록을 남기겠다는 의지가 다분히 느껴졌다. 이에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좀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좀 그런 일이 뭐였는데요?”
“그게…….”
꼬치꼬치 캐묻는 간호사 분의 태도에 나는 멋쩍게 뒤통수를 긁적이다가 이내 입을 열어 대답했다.
“……아는 분과 만나서 저녁 식사를 하다가 거기서 자게 됐습니다.”
“제가 분명히 8시 이전까지 돌아와 달라고 했잖아요.”
“시간이 너무 늦어서…….”
“아무리 시간이 늦어도 돌아오셨어야죠! 전화도 안 받으시고……. 이러시면 안 돼요.”
“죄송합니다.”
“다음에도 또 이러시면 강제 퇴원 조치 받으실 수도 있어요.”
“네, 죄송합니다. 다음에는 이런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
“가보세요.”
나는 거듭 고개를 숙여 사과했고, 이런 내 사과에 간호사 분은 다소 질렸단 표정을 지어보이며 차트에 무언가를 적었다. 그 모습을 보니, 경고 처리가 된 모양이었다. 그래도 이 정도에서 끝났으니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나는 가슴을 쓸어내린 뒤에 엘리베이터에 올라 병실로 돌아갔다.
‘하마터면 보험처리 안 될 뻔했네.’
놀란 가슴을 다독이며 병실 안으로 들어선 나는 환자복으로 갈아입기 위해서 내 자리의 커튼을 쳤다.
그 후, 환자복을 꺼내서 옷을 갈아입은 나는 침대에 앉아 스마트폰을 꺼냈다.
“정말로 전화했었네.”
스마트폰을 꺼내서 확인한 순간 병원에서 온 것이라고 생각되는 부재중 통화가 5통이나 와 있었다. 이에 나는 혀를 내두르고는 번호를 병원 번호라고 저장했다. 그런 다음에 평소처럼 카톡을 확인해봤지만, 별다른 건 없었다.
‘여전하네.’
피식, 웃음을 터트린 나는 곧바로 매니저 어플을 실행했다.
[축하합니다!]
[출석 체크에 성공하셨습니다!]
[보상으로 랜덤 강화 쿠폰(최대 +3)이 주어집니다.]
[랜덤 강화 쿠폰을 수령하시겠습니까?]
[네 / 아니요]
“랜덤 강화 쿠폰?”
이번에는 아이템이나 스킬이 아닌 강화 쿠폰이었다.
“……이런 건, 보통 플러스 일이던데.”
그래도 수령하기 전까지는 아무도 모르는 법이었다. 나는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서 랜덤 강화 쿠폰을 수령했다.
[축하합니다!]
[아이템 ‘강화 쿠폰(+3) (1회)’을 획득하셨습니다.]
[효과 : 장비를 강화시킬 수 있습니다.]
[유효 기간 : 1시간]
“헉!”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상황이 펼쳐졌다.
“……정말로?”
나는 두 눈을 깜빡이며 다시금 확인해보았다. 하지만 이리로 보나 저리로 보나, 괄호 안에 적혀 있는 숫자는 분명하게 3이었다!
“살다보니 이런 일도 생기네.”
혀를 내두른 나는 곧바로 강화 쿠폰을 칠흑의 지팡이에 사용했다.
[아이템 ‘강화 쿠폰(+3) (1회)’을 장비 ‘칠흑의 지팡이(R)’에 사용하시겠습니까?]
[네 / 아니요]
“……음, 아니지. 잠깐만.”
강화 쿠폰을 사용할 거냐고 묻는 알림문구에 나는 잠시 손을 멈추었다.
‘지금의 운이라면 충분히 더 좋은 장비를 뽑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꿀꺽, 마른침을 침을 삼킨 나는 아니요를 눌렀다.
“그래, 지금이야. 지금이라면 뽑을 수 있어.”
나는 나 자신을 다그치며 화면에 표시되어 있는 상점을 엄지로 꾹 눌렀다.
[랜덤 스킬 상자 뽑기]
(1회 뽑기 시, 정기 50 소모 / 10회 뽑기 시, 정기 450 소모)
[랜덤 아이템 상자 뽑기]
(1회 뽑기 시, 정기 20 소모 / 10회 뽑기 시, 정기 180 소모)
[랜덤 장비 상자 뽑기]
(1회 뽑기 시, 정기 100 소모 / 10회 뽑기 시, 정기 900 소모)
현재 내가 보유하고 있는 정기의 양을 확인해보니 275 였다.
엘레노아에게 정기를 빼앗긴 직후에 보았던 양과 같은 걸 보아하니, 현실에서 하는 섹스로는 정기를 얻지 못 하는 모양이었다.
하긴 만약에 그게 가능했다면 어젯밤, 서연과 섹스를 하는 도중에 띠링띠링 소리가 연거푸 울렸을 것이 틀림없었다.
그리고 그 소리를 만에 하나 그녀가 듣기라도 했다면…….
‘나도 미쳤지.’
으스스 몸이 떨려왔다.
지금 떠올려보면 확실히 절체절명의 상황이었다. 당시에는 서연의 유혹에 정신을 못 차려서 제대로 인지를 할 수 없었지만, 이렇게 냉정하게 돌아와서 생각해보니 정말로 위험한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나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고는 랜덤 장비 상자를 바라보았다.
“좋았어.”
지금의 내 운은 최상이었다.
단언컨대 지금이 나의 황금기였다.
“……일단 첫 번째.”
자와자와.
[축하합니다!]
[장비 ‘치료술사의 지팡이(N)’를 획득하셨습니다!]
[효과 1 : 대상의 체력을 회복시킵니다. (5분마다 사용할 수 있습니다.)]
[효과 2 : 대상의 상처를 회복시킵니다. (1분마다 사용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노말이었다.
‘노말이라니! 이, 이거 불안한데…….’
잘 뛰다가 막판에 넘어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나는 고개를 가로젓고는 곧바로 두 번째 랜덤 장비 상자를 뽑았다.
[축하합니다!]
[장비 ‘매혹의 채찍(R)’를 획득하셨습니다!]
[효과 1 : 공격 시, 15%의 확률로 대상을 매혹시킵니다.]
[효과 2 : 공격 시, 30%의 확률로 대상의 방어를 무시합니다.]
[효과 3 : 매혹의 결계(30M)를 생성시킵니다. (1시간마다 사용이 가능합니다.)]
“으음…….”
다행히도 두 번째는 칠흑의 지팡이와 같은 레어 등급이었다. 하지만 내가 사용하기엔 다소 부담스런 감이 없잖아 있었다.
‘하필 채찍이라니…….’
쓰게 혀를 찬 나는 상점에서 빠져나간 뒤에 사용자 정보를 불러왔다.
[김 유현]
[나이 : 25살]
[직업 : 대학생 4학년]
[현재 레벨 : 5 (다음 레벨에 필요한 정기 : 200)]
[보유 스킬 : 고속 이동, 고블린 소환(+2)]
[보유 아이템 : 빈유환 (1회) 풍유환 (1회) 최면 (1회) 힘내세요, 모두의 아이돌! (1회), 민감도 2배 스티커 (1회), 강화 쿠폰(+3) (1회)]
[보유 장비 : 칠흑의 지팡이(R), 치료술사의 지팡이(N), 매혹의 채찍(R)]
[현재 달성한 업적]
-제모
-연인
-질 내 사정
-애널 섹스
“이럴 줄 알았으면 스킬이나 뽑을 걸…….”
뒤늦게 후회가 몰려왔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그 놈의 지름신.”
세수를 하듯이 얼굴을 감싼 순간 상술에 당했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당했다!’
설마하니, 강화 쿠폰이 내 안에 내재되어 있던 지름신을 강림시키는데 쓰일 재물이었을 줄이야!
역시 사람은 매사에 냉정하고 볼 일이었다. 나는 괜히 정기 200을 허무하게 날렸다는 생각에서 땅을 치다가 이내 침착하게 마음을 다독였다.
‘아니야, 어차피 언젠가는 랜덤 장비 상자를 뽑아야 됐어! 그리고 강화 쿠폰을 먹었으니 결과적으론 이득이잖아?’
애써 마음을 다그친 나는 곧바로 강화 쿠폰을 사용했다.
[아이템 ‘강화 쿠폰(+3) (1회)’을 장비 ‘칠흑의 지팡이(R)’에 사용하시겠습니까?]
[네 / 아니요]
더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더욱이 유효 기간도 1시간 밖에 되지 않았다.
괜히 어물쩍거리다가 유효 기간이 지나버리기라도 하면 죽도 밥도 안 되는 것이었다.
[축하합니다!]
[스킬 ‘칠흑의 지팡이(R)’이 ‘칠흑의 지팡이(R)(+3)’로 강화되었습니다!]
[효과 1 : 어둠의 화살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30초마다 사용할 수 있습니다)]
[효과 2 : 스켈레톤을 소환할 수 있습니다. (최대 24마리) (시체가 필요합니다.)]
[효과 3 : 반경 400M 이내 존재하는 모든 소환물의 공격력과 방어력, 체력을 각각 상승시킵니다. : 자세히 보기]
“헉…….”
강화된 지팡이의 효과를 본 순간, 나도 모르게 새된 소리를 내고 말았다.
‘스켈레톤 24마리라니…….’
그야말로 언데드 군대라고 할 수 있었다. 게다가 여기에 내가 개인적으로 소환할 수 있는 고블린까지 섞으며 무려 30에 달하는 소환물을 거느리게 되는 것이었다.
‘……뭔가 악당 같은데.’
심지어 나는 음마인 서큐버스까지 노예로 거느리고 있었다.
그야말로 사악한 흑마법사의 훌륭한 표본이라고 할 수 있었다.
카톡!
이렇듯 머릿속으로 언데드 군단을 이끌고 있는 내 모습을 떠올리고 있는데, 카톡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에 나는 매니저 어플을 종료한 뒤에 카톡을 확인해보았다.
[유 서연 : 난 지금 회사에 도착했어. 너는?]
서연이 보낸 메시지를 확인한 나는 입가에 옅은 미소를 그리며 답장을 보냈다.
[김 유현 : 전 지금 쉬고 있어요.]
[유 서연 : 그래? 몸조리 잘 하고]
잠시 뜸을 들인 서연은 곧 다음 메시지를 보냈다.
[유 서연 : 오늘 저녁에 가도 되지?]
[김 유현 : 당연하죠. 언제라도 오세요]
이렇듯 내가 답장을 보내자 그녀는 10초도 채 되지 않아서 다시금 메시지를 보냈다.
[유 서연 : 그럼 오늘 퇴근하고 바로 갈게!]
[김 유현 : 기다릴게요]
[유 서연 : 벌써 보고 싶어]
[김 유현 : 저도 보고 싶어요]
[유 서연 : 정말?]
[김 유현 : 정말로요]
이런 내 답장에 서연은 한동안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다.
‘뭐지?’
나는 혹시라도 뭔가 잘 못 보냈나 싶어서 메시지를 올려다보다가 이내 뒤통수를 긁적이며 다시금 메시지를 보냈다.
[김 유현 : 정말로 보고 싶어요. 좋아해요, 누나]
라고 보냈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에게서 답장이 왔다.
[유 서연 : 나 지금이라도 휴가 내고 거기로 갈까?]
그 말에 나는 쓰게 웃음을 터트리며 재빨리 답장을 보냈다.
[김 유현 : 지금 휴가 내면 받아줘요?]
[유 서연 : 아마도?]
[김 유현 : 그러지 말고 참아요. 저도 꾹 참고 있잖아요]
[유 서연 : 응. 참을게]
내 말에 수긍해주는 서연이 너무나도 귀여워서, 입가에 절로 미소가 그려졌다.
카톡!
‘응?’
이렇듯 서연과 카톡을 주고받고 있는데, 새로운 카톡이 왔다. 이에 나는 잠시 방을 나간 뒤에 새로 온 카톡을 확인해봤다.
[신 예은 : 말씀드릴게 있어서 단톡방을 팠어요]
그 말대로 이 카톡 방에는 나를 비롯한 은하와 서연이 누나도 초대되어 있었다.
[이 은하 : 무슨 일이야?]
[유 서연 : 무슨 말?]
다들 하나 같이 예은이의 말을 궁금해 했다. 물론 나도 궁금했지만 따로 메시지를 쓰거나 하지 않았다. 어차피 메시지 옆에 줄어들어 있는 숫자만 봐도 여기 사람들이 다 읽었다는 것을 알 수 있으니 말이다.
[신 예은 : 학교 게시판에 대자보를 붙일까 해요.]
[이 은하 : 대자보? 왜?]
[신 예은 : 우리처럼 피해를 입은 학생이 더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그리고 학교에 허락을 구하면 서연 언니가 붙인 것처럼 금방 안 치워질 테고요. 거기다가 대자보를 붙이면 다른 학생들이 지나가면서 보기 편하잖아요.]
“…….”
꽤나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적어 내려가는 예은이의 메시지에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내가 예은이를 잊고 있었네.’
물론 예은이가 서연이 때처럼 나를 의심한다던가, 추궁하는 것은 절대로 아니었지만……. 나를 찾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꽤나 큰 스트레스가 아닐 수 없었다.
게다가 만에 하나, 그녀가 정말로 내가 범인이라는 것을 알아채기라도 한다면…….
물론 그럴 확률이 거의 없긴 하지만, 내가 모르는 곳에서 실수를 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실제로도 서연이 누나가 그 점을 정확하게 짚고서 나를 추궁하지 않았던가?
‘……침착하자. 저번처럼 제 발 저릴 필요 없어.’
애써 마음을 다그친 나는 카톡을 살펴보았다.
[이 은하 : 괜찮은 거 같아. 그렇게 하자]
[유 서연 : 나도 찬성]
다른 두 사람은 예은이의 의견에 별다른 이견을 제시하지 않았다.
[김 유현 : 확실히 좋은 생각인 것 같아]
나 또한 대세에 따르며 최대한 평범하게 메시지를 적어서 올렸다.
[신 예은 : 그럼 그렇게 할게요. 그리고 어제 친구들한테 물어봤는데, 그 남자 더 이상 나타나지 않는 것 같아요]
[이 은하 : 도망친 거 아닐까?]
[유 서연 : 아니! 그 변태 새끼, 여전히 우릴 지켜보고 있어!]
[이 은하 ; 그게 무슨 말이에요?]
[유 서연 : 유현이 다친 거 알지? 그게 다 그 변태 새끼 때문이야!]
그 말에 은하와 예은이가 깜짝 놀라서는 내게 정말이냐고 물어보았다. 그리고 그 물음에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이내 차분하게 메시지를 적어 내려갔다.
[김 유현 : 응, 맞아. 그런데 나는 그 변태 자식을 못 봤어.]
[유 서연 : 나 때문에 다쳤었잖아]
[김 유현 : 누나 때문이 아니에요]
[유 서연 : 그래도]
내게 미안해하는 서연의 메시지에 나는 옅게 웃음을 터트렸다.
========== 작품 후기 ==========
그 놈의 지름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