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매니저 어플-63화 (63/599)

<-- [아이돌 프로젝트] -->

“어디보자.”

서연을 화장실로 보낸 뒤에 나는 침대 쪽으로 시선을 던졌다.

그러자 아니나 다를까, 어젯밤의 정사가 얼마나 격렬했는지를 알려주기라도 하듯이 여기저기 더러워진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특히나 시트 한 가운데 얼룩져있는 피의 흔적은 그녀가 어제까지만 해도 순결한 처녀였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내가 첫 남자인가?’

왠지 모를 뿌듯함이 가슴 속 깊은 곳에서부터 스멀스멀 밀려들어왔다.

“일단 누나가 보기 전에 치워둘까?”

혹시라도 서연이 이걸 보고 부끄러워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나는 재빨리 침대 시트를 걷어냈다.

마음 같아서는 이불도 함께 빨고 싶었지만 세탁기가 어느 정도 크기인지 짐작도 가지 않을뿐더러, 빨래건조대에 그 정도로 여유가 있을 거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나는 침대 시트를 들고서 거실로 나온 뒤에 세탁기를 찾아보았다.

“여기 있네.”

이리저리 고개를 돌려보니, 저 멀리 부엌과 붙어있는 세탁실이 눈에 들어왔다. 이에 나는 곧바로 시트를 가지고 그쪽으로 걸음을 옮긴 뒤에 세탁기 안에 시트를 넣고 급속 세탁을 선택했다.

“……51분인가.”

얼추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어차피 지각한 거, 조금 더 지각한다고 해서 그렇게 문제가 될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서연도 처음에만 조금 당황한 모습을 보여줬을 뿐이지, 이후에는 현실에 수긍한 듯이 느긋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으니 말이다.

‘애당초 정말로 급했다면 샤워도 안 했겠지.’

옅게 웃음을 터트린 나는 다시금 방으로 들어간 뒤에 방바닥에 너부러져 있는 옷을 주워서 입었다.

그 후, 이불을 걷은 나는 창문을 활짝 열고서 탈탈 털었다.

“……뭐, 이 정도로 해둘까.”

이불 얼룩이 조금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지금 당장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혀를 내두른 나는 이불을 갠 뒤에 방을 깨끗이 정리했다.

“뭐해?”

이렇듯 방을 정리하고 있는데, 어느덧 샤워를 끝마친 모양인지 서연이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닦으며 방 안으로 들어왔다.

“…….”

서연은 자신의 몸매를 내게 훤히 드러내며 사뿐 사뿐 다가왔다.

그 모습이 마치 요정을 연상시키는 듯했다.

나는 꿀꺽, 군침을 삼키며 살짝 뒤로 물러났다.

“왜 그래? 얼굴이 빨간데?”

“누, 누나……. 회사 늦지 않았어요?”

“방금 전화해서 오전 반차 냈어.”

이리 말하며 내 품에 포옥 안겨오는 서연이다.

“……누나가 씻겨줄까?”

나긋한 목소리로 속삭인 서연은 은근슬쩍 내 남근을 어루만지며 유혹했다.

그 태도를 보아하니, 또다시 시동이 걸린 모양이었다. 물론 나 또한 그 유혹에 여지없이 이성을 잃고 있었다.

“좋죠.”

나는 조금도 망설임 없이 곧바로 대답하고는 옷을 벗었다.

그 후, 서연과 함께 화장실에 들어간 나는 그녀의 부드러운 손길을 받으며 샤워를 했다. 특히 그녀가 내 남근을 어루만져주며 키스해줄 때면, 여기가 바로 극락인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여하튼 나는 어깨에 붙어있는 거즈를 이유로 하체만 깨끗이 씻은 뒤에 세수를 하는 것으로 간단히 샤워를 끝마쳤다.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이렇듯 샤워를 끝마친 뒤에 밖으로 나오자, 서연이 기다렸다는 듯이 내 팔에 매달리며 물었다.

부드럽게 밀착해오는 그녀의 가슴 감촉이 너무나도 기분 좋아서, 나도 모르게 그만 ‘누나를 먹고 싶어요.’라고 말할 뻔 했다.

하지만 나는 그 충동을 가까스로 막아내며 입을 열었다.

“간단하게 냉면이나 먹죠.”

“응, 그럼 나갈 준비 할게.”

이리 말한 그녀는 곧장 드레스 룸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 사이에 나는 옷을 챙겨 입은 뒤에 세탁실로 들어가서 빨래가 다 된 침대 시트를 꺼냈다.

그런 다음 벽에 기대어져 있는 빨래건조대를 꺼내서 펼친 나는 침대 시트가 주름지지 않도록 잘 널었다.

“잘 하네.”

그 때, 뒤에서 서연의 감탄 어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에 나는 그녀 쪽으로 몸을 돌리며 대답했다.

“군대에 다녀온 남자라면 다 할 줄 아는 거죠.”

“군대에서 이런 것도 해?”

“그럼 누가 빨래해주는데요?”

“아주머니들이 하는 거 아냐?”

고개를 갸웃하며 되묻는 그녀의 모습에 나는 조곤조곤 타이르는 듯한 목소리로 가르쳐주었다.

“다 군인들이 해요.”

“그래? 그거 참 힘들겠네.”

그다지 실감이 가지 않는 모양인지, 서연은 다소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하긴 군대는 군대를 갔다 온 사람만이 제대로 알 수 있는 법이었다. 나도 입대하기 전까지만 해도, 군대가 이리도 끔찍한 곳이라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못 했으니 말이다. 지금도 현역 시절만 떠올려도 소름이 끼친다.

“그나저나 가죠.”

“응.”

이렇듯 침대 시트를 다 널은 나는 서연과 함께 집 밖으로 나갔다.

“그런데 여기 근처에 냉면집 있어요?”

엘리베이터 앞에 선 뒤에 이리 묻자, 서연은 마치 자기만 믿으라는 듯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가슴을 탁탁 두드렸다.

“그럼! 나만 믿어.”

설마 또 비싼 곳에 데려가려는 건 아니겠지? 물론 나야 좋지만, 너무 얻어먹기만 하면 사람이 염치없어 보이기 마련이었다.

“이번엔 제가 살 테니까, 좀 싼 곳으로 데려가주세요.”

“왜? 이런 건, 누나한테 맡겨.”

이런 내 말에 서연은 팔꿈치로 내 옆구리를 툭툭 치며 말했다. 그리고 그 장난에 나는 쿡쿡, 웃음을 터트리며 대답했다.

“가끔은 남자로 보이고 싶어서 그래요.”

“…….”

이리 말하며 그녀의 가느다란 허리에 팔을 두른 뒤에 내 쪽으로 잡아당기자, 자연스레 내 품에 안기는 서연이다. 동시에 새빨갛게 물든 그녀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당황하면 새빨갛게 얼굴을 물들이는 버릇이 여지없이 또 나온 것이다.

그 모습이 귀여워서, 슬쩍 입술을 맞춰준 나는 서연과 함께 어느덧 도착한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섰다. 그 후, 우리는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서 차에 올랐다.

그 사이에 그녀도 많이 진정한 모양인지, 얼굴색이 원래대로 돌아와 있었다.

하지만 양 볼만큼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인지, 살짝 불그스름하게 되어있었다.

‘꼭 새색시 같네.’

아무래도 콩깍지가 씌워져도 아주 단단히 씌워진 모양이었다.

분명 이틀 전까지만 해도 엄청나게 귀찮은 여자라고 생각했었는데 말이다.

나는 금방이라도 터져 나올 것만 같은 웃음을 꾹 삼키며 서연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런 내 시선을 의식한 모양인지, 그녀는 조금 툴툴 대는 목소리로 ‘자꾸 쳐다보지 마.’라고 으름장을 내어놓았다.

때문에 나는 어쩔 수 없이 시선을 창밖으로 둘 수밖에 없었다. 계속 이대로 그녀를 쳐다보았다가는 어딘가 한 군데 얻어맞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아니면 또다시 시동이 걸려서 나를 덮치던가 말이다.

실제로 차가 정차한 동안 서연은 몇 번이고 내 허벅지를 어루만지며 성희롱을 했다.

실로 멋진 성희롱이었다.

물론 겉으로는 딱히 내색하지 않았다. 혹시라도 내색했다가 차 안에서 무슨 짓을 당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여기야.”

여하튼 조금 들뜨는 분위기 속에서 우리는 냉면집에 무사히 도착했다.

“좋네요.”

내가 사도 괜찮을 정도로 평범한 냉면집이었다. 나는 옅게 웃으며 그녀를 칭찬해주고는 함께 냉면집 안으로 들어섰다. 그 후, 우리는 평범하게 냉면을 시키고, 평범하게 냉면을 먹으며, 평범하게 연인처럼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게 사귀는 거지.’

평범했지만 즐거웠다.

특히나 내 이야기에 깔깔대며 웃어주는 서연이 너무나도 사랑스러웠다.

“우리 사귀는 거지?”

냉면 값을 계산하고서 밖으로 나오는데, 서연이 문득 내 손을 잡아당기며 물었다. 그 말에 나는 내 손을 꼬옥 잡고 있는 그녀의 손을 마주잡아주며 대답했다.

“당연히 사귀는 거죠. 설마 하룻밤 불장난이었어요?”

“아, 아니!”

이런 내 물음에 서연은 크게 소리치며 고개를 도리개질 쳤다. 이에 쿡쿡, 웃음을 터트린 나는 그녀와 함께 주차되어 있는 차 쪽으로 걸어가며 입을 열었다.

“그럼 하루죠.”

“뭐, 뭐가?”

“사귄지 하루째요.”

“아……!”

서연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탄성을 내뱉었다. 그리고는 곧 ‘그러네.’라고 말하며 흐물흐물 웃음을 터트렸다. 어찌나 기분 좋게 웃음을 터트리던지,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나도 그녀를 따라 실없이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를 마주보며 실없이 웃음을 터트리고는 이내 차에 올랐다.

“병원까지 바래다줄게.”

“아뇨, 누나는 어서 회사 들어가 보세요. 근처 역까지만 바래다주시면 충분해요.”

나는 점잖게 사양했다. 그러나 서연은 굳이 날 병원까지 바래다주고 싶은 모양인지, 한사코 고집을 피우며 나를 병원까지 바래다주겠다고 했다. 이에 나는 어쩔 수 없단 표정을 지어보이며 ‘고마워요, 누나.’라고 말해주었다.

그러자 언제 큰소리치며 고집을 피웠냐는 듯이 배시시 웃음을 터트리며, ‘누나만 믿어.’라고 능청스레 말하는 서연이다.

‘누나라는 호칭이 그렇게 좋은 걸까?’

쿡쿡, 웃음을 터트린 나는 슬쩍 손을 뻗어 그녀의 뺨을 어루만져주었다. 그러자 서연도 이런 내 손길이 싫지만은 않은 모양인지, 은근슬쩍 내 손에 뺨을 기대어왔다.

좋은 기분이 들었다. 왠지 이렇게 있는 것만으로도 가슴 한켠이 따스해져오는 것만 같았다.

그녀와 섹스를 할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어제에 이어서 오늘도 여러 가지 모습을 본 것 같네.’

이렇듯 서연의 뺨을 만지작거리며 놀고 있는데, 문득 정면에 병원이 눈에 들어왔다. 아쉽게도 슬슬 그만 놀 때가 된 모양이었다. 이에 나는 차가 병원 주차장으로 들어가려는 것을 보곤 재빨리 입을 열었다.

“여기서 내려주세요.”

“안까지 바래다줄게.”

“아뇨, 괜찮아요. 누나도 바쁘잖아요.”

“안 바빠.”

이리 말한 그녀는 그대로 핸들을 꺾어 병원 주차장 안으로 들어갔다.

“고마워요, 누나.”

나를 위해 이렇게까지 해주는 그녀의 태도에 나는 고마움을 느끼며 이리 말해주었다. 그러자 서연은 으레 거만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어깨를 한번 으쓱하더니, 이내 차를 주차한 뒤에 날 향해 입을 열었다.

“키스해줘.”

그 요구에 나는 곧바로 응해주었다.

“……하음, 응. 으응…….”

그녀의 뺨과 어깨를 어루만지며 몇 차례, 연거푸 키스를 해준 나는 천천히 고개를 떼어내며 입을 열었다.

“가볼게요, 누나.”

“응…….”

이런 내 말에 서연은 사뭇 아쉬워하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작게 웃음을 터트린 나는 그녀의 입술에 한 번 더 입술을 맞춰주고는 속삭여주었다.

“회사 갈 때, 조심해서 운전하세요.”

“응, 그럴게.”

이렇듯 다정하게 속삭여주자, 서연은 완전히 내게 푹 빠진 표정을 지어보이며 대답했다.

‘헤어지기 아쉽네.’

그 모습이 어찌나 사랑스럽던지, 이대로 헤어지기 싫어졌다.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됐다. 그녀에겐 직업이 있었고, 나도 슬슬 병원에 들어가 봐야 되었다.

애써 아쉬운 마음을 달랜 나는 차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서연도 마지못해하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병원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 작품 후기 ==========

아, 안돼!

내겐 민서가 있는데... 민서인데!

서연을 너무 키워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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