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금기] -->
“제 평생에 호구 같단 소리는 또 처음 들어보네요.”
나는 괜히 툴툴 대며 차를 한 모금 들이켰다. 그러자 살짝궁 고개를 치켜들어, 내 쪽으로 몸을 기울여 오는 서연이다.
“삐졌어?”
“별로요.”
“에이, 삐진 거 같은데?”
이리 말하며 검지로 내 옆구리를 쿡쿡 찌르는 서연이다. 이에 나는 픽, 웃음을 터트리며 입을 열었다.
“삐졌으면 풀어주게요?”
“어떻게 하면 풀리는데?”
꽤나 짓궂은 목소리로 되묻는 서연이다.
그 태도가 완전히 나를 놀리는 태도였다.
“그거야 누나가 알아서 생각해야죠.”
이런 내 말에 서연은 잠시 곰곰이 생각해보다가 이내 찻잔을 맞은편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그 후, 나를 똑바로 마주본 그녀는 자신의 가슴을 내 쪽으로 보란 듯이 내밀며 입을 열었다.
“가슴 만질래?”
“에……?”
그 말에 당황한 내가 그녀를 바라보자, 서연은 꽤나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대꾸했다.
“남자들은 이런 거 좋아하잖아? 인터넷에서 봤어.”
확실히 한 때, 인터넷 상에서 꽤나 시끌벅적하게 떠돌던 말이었다.
나도 몇 번 봤을 정도니까 말이다. 그런데 그 말을 그렇게 쉽게 할 수 있는 거였던가? 나는 조금 당황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입을 열었다.
“하, 하지만…….”
“딴 소리 하지 말고 얼른 결정해. 나도 부끄럽단 말이야.”
이리 말하며 살짝 어깨를 떠는 서연이다. 그리고 그 태도가 뭐라고 할까, 고압적이면서도 어쩐지 귀엽다고 해야 될까?
나는 쿵쿵 뛰는 심장을 애써 진정시키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붉게 물든 뺨과 촉촉하게 젖어있는 그녀의 눈시울은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설렜다. 게다가 살짝 고압적으로 내밀어져 있는 입술은……. 진한 분홍색을 띠고 있는 것이 무척이나 탐스러워 보였다.
‘기, 기회인가?’
생각해보면 이거, 완전히 다 차려진 밥상이었다.
서연이 지금 나보고 어서 빨리 숟가락을 뜨라며 보채고 있는 것이었다. 그래, 나는 그저 숟가락만 떠서 맛을 보면 그만이었다.
‘……역시 사람은 착하게 살고 볼 일이구나!’
나는 속으로 만세 삼창을 외치며 손을 뻗었다. 그러자 손끝에 부드러운 가슴의 감촉이 닿으며, 조교의 방에서 만졌을 때와는 사뭇 다른 풋풋한 감상마저도 느껴졌다. 게다가 지금은 그녀가 스스로 원해서 내게 매달려오는 것이었다.
“읏…….”
손으로 서연의 가슴을 움켜쥐자, 부드러운 천과 함께 풍만한 가슴이 내 손가락들을 하나하나 감싸기 시작했다. 정말이지 놀라울 정도로 부드럽고, 큰 가슴이었다. 게다가 어딘가 모르게 부끄러워하는 듯한 그녀의 작은 신음성이 내 흥분도를 한껏 상승시키고 있었다.
“……자, 잠깐……. 너무 그렇게 세게 잡지 마. 앗!”
말은 그렇게 하지만 내가 그녀의 가슴을 한 번씩 움켜쥘 때마다 서연은 참기 힘들단 표정을 지어보이며 입술을 거듭 오물거렸다. 게다가 어디 한 곳에 시선을 두지 못 한 채, 이리저리 배회시키는 그녀의 눈동자가 마치 나보고 ‘어떻게 좀 해줘.’하고 애원하는 듯했다.
“하으……. 그, 그렇게 좋아?”
문득 서연이 나를 쳐다보며 물었다. 그리고 그 물음에 나는 어색하게 웃어 보이며 대답했다.
물론 이 와중에도 그녀의 가슴에서 손을 떼어놓지 않았다.
오히려 계속, 은근하게 주무르며 괴롭혔다.
“솔직히 말해서, 큰 가슴은 별로 안 좋아하는 편이지만……. 누나, 가슴은 정말 좋네요.”
“……!”
이리 말하며 그녀 쪽으로 몸을 기울이자, 서연이 화악 얼굴 전체를 새빨갛게 물들였다. 그리고는 몇 번 어버버 거리던 그녀는 이내 나를 밀쳐내며 소리쳤다.
“……화, 화장실 좀!”
그 말소리와 함께 도망치듯이 소파에서 일어난 그녀는 탁탁탁 발소리를 내며 서둘러 화장실로 들어가 버렸다. 그 모습에 쓰게 웃음을 터트린 나는 손바닥에 남아있는 가슴의 감촉을 음미하듯이 몇 번 쥐었다 폈다 하다가 이내 왼손에 들려있는 찻잔을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좋다…….’
입가에 미소가 저절로 걸렸다.
‘……이게 대체 얼마만인지.’
아직까지도 내 머릿속에 연애세포가 살아있다는 것에 나는 환호성을 내뱉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나는 정신을 똑바로 차렸다.
여기서 내가 확실하게 해야지, 그녀와 좀 더 명확한 관계로 나아갈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예를 들어 연인관계라던가.’
서연과 사귀게 된 모습을 머릿속으로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다.
‘……설마 우리가 이런 관계가 될 줄이야.’
그 누가 상상했겠는가? 최악의 만남, 최악의 상황, 그리고 최악의 궁합이었다. 그런데 그걸 모두 넘어트리고 지금 이 상황에 맞닥들이게 되었다.
물론 어느 정도는 내가 의도한 면이 있긴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런 상황까지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의심만 푼다면 그걸로 만족할 수 있었다. 그런데 서연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와 준다면……. 나로선 굳이 그걸 거절할 필요가 없었다.
오히려 그녀와 같은 미녀라면 두 팔 벌려서 환영할 만한 일이었다.
덜컥.
이렇듯 생각을 거듭하던 중에 화장실 문이 열렸다. 그리고 그 사이로 서연이 모습을 드러냈다.
여전히 얼굴을 붉게 상기되어 있었지만, 부끄러움 같은 건 다소 사그라진 모양인지 서연은 평소와 같은 모습으로 내 앞까지 다가왔다.
“바, 바래다줄게.”
“네?”
“병원으로 돌아가 봐야 하잖아. 시간도 늦었으니까 바래다줄게.”
이리 말하며 차 키를 챙기는 서연이다. 이에 나는 그만 당혹스런 표정을 지어보였다. 분명 방금 전까지만 해도 적극적인 공세를 취했으면 갑자기 이렇게 수비적인 태세를 취하는 건 무슨 뜻이란 말인가?
설마 정말로 내 화를 풀어주기 위해서 가슴 만질꺼냐고 물어본 걸까?
아니, 그럴 리가 없었다.
‘밀당인가!’
확실히 그렇게 생각해보면 이해가 되었다.
역시 연상녀……. 비록 2살 밖에 차이가 나지 않긴 했지만, 만만찮은 연륜이 느껴졌다.
“누나.”
“응?”
나는 그녀를 부르며 자리에서 일어난 뒤에 성큼성큼 다가섰다.
그 후, 그녀를 벽 쪽으로 몰아붙인 나는 벌벌 떠는 서연의 어깨를 꽉 붙잡았다.
“좋아해요.”
“에? 그, 그게 무슨 소리야! 조, 조, 좋아한다니!! 우, 우린 만난 지 이제 겨우 나흘 정도 밖에 안 됐는데…….”
이리 말하며 고개를 옆으로 돌리는 서연이다. 이에 나는 손을 뻗어 그녀의 고개가 내 쪽으로 향하도록 만든 뒤에 입술을 접근시켰다. 그러자 무방비하게 그대로 내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빼앗기고 마는 서연이다.
“하으, 응…….”
동시에 달짝지근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게다가 끈적끈적하게 달라붙는 입술이 너무나도 달콤하게 느껴져서……. 이대로 몇 번이고 계속 빨고 깨물고, 희롱하고 싶었다.
“……으읏, 하응.”
그렇게 몇 번 입술을 맞춘 나는 천천히 입술을 떼어냈다. 그러자 그것에 맞춰서 감겼던 서연의 눈꺼풀이 서서히 들리며 그 안에 숨겨져 있던 검은색 진주를 드러내었다.
반짝반짝 빛나고 있는 게,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만난 시간은 상관없잖아요.”
“그, 그렇지만……. 좀 더 차분히 시간을 두고서…….”
“그리고 먼저 유혹한 건, 누나잖아요.”
“흐읍!”
이리 말한 나는 다시금 고개를 내밀어 서연의 입술을 정복했다. 그리고 이런 내 침략에 서연은 별다른 저항도 못 하고, 그대로 차례차례 함락당하고 말했다. 어찌나 무기력하게 당하던지, 반쯤 벌어진 입술 사이로 혀를 밀어 넣자, 서연은 그대로 옴짝달싹도 못 한 채 내 혀에 입 안 곳곳이 희롱당할 수밖에 없었다.
“……으응, 읏. 하으, 아! 하아…….”
그렇게 몇 번이고 서연의 입 안을 희롱한 나는 다시금 천천히 입술을 떼어내었다. 이에 서연은 가쁘게 숨을 내뱉으며 벌벌 몸을 떨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녀는 금세 냉정을 되찾은 듯이 입을 열었다.
“나, 나는 그저 너랑 친해지고 싶어서…….”
“그럼 친해지죠.”
이 말과 동시에 허리를 숙인 나는 그대로 서연의 몸을 번쩍 들어 안았다.
“앗!”
눈 깜짝 할 사이에 공주님 안기를 당한 그녀는 크게 놀란 목소리를 내며 팔다리를 허우적거렸다. 그 모습이 조금 우스워서, 작게 웃음을 터트린 나는 입을 열었다.
“침실이 어디에요?”
“자, 잠깐! 내려줘!”
“저기부터 가볼까요?”
이리 말한 나는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방 쪽으로 다가갔다. 그 후, 방 문을 열어보니 그곳에는 여러 가지 옷들이 잔뜩 걸려있었다.
아무래도 여긴 드레스 룸인 모양이었다.
“……여긴 아니네요. 그럼 저긴가 보군요.”
그 말과 동시에 도로 방 문을 닫고 다른 방 쪽으로 걸음을 옮기자, 서연은 어떻게든 내 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두 손으로 내 가슴을 탁탁 두드렸다. 하지만 우습게도 그 주먹질이 솜방망이처럼 간지럽게 느껴졌다.
“너, 너 다친 사람 맞아?”
“맞는데요.”
능청스레 대답한 나는 곧장 방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곧 내 눈에 잘 꾸며져 있는 여성의 방이 눈에 들어왔다.
특히나 화장대 위에 올려져있는 가족사진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꽤 차가워 보이는 인상인데, 의외로 가족을 많이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작게 웃음을 터트린 나는 그대로 성큼성큼 걸음을 옮겨, 서연을 침대 위에 눕혔다.
========== 작품 후기 ==========
그래, 남자라면 이렇게 나가야지!
좋아하는데, 굳이 이유가 필요합니까?
원래 남자란 이런 생물입니다!
본능에 충실하세요, 여러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