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매니저 어플-57화 (57/599)

<-- [황금기] -->

‘뭘 사달라고 하지?’

그녀를 따라 병원 밖으로 나간 나는 서연에게 뭘 사달라고 할까 고민하며 턱을 쓰다듬었다.

그런데 문득 서연이 주차되어 있는 차 앞에 서며 입을 열었다.

“타.”

“네?”

“타라고.”

이리 말한 그녀는 차 키를 꺼내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삑- 소리를 내며 차문이 열렸다.

“차……. 있어요?”

“응.”

시큰둥한 목소리로 대답한 그녀는 자연스럽게 운전석에 앉았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모습에 나는 잠시 고개를 갸웃하다가 이내 보조석에 앉았다.

‘인턴 아니었나?’

곰곰이 기억을 되짚어보지만, 내 기억 속 그녀의 직업은 틀림없이 어느 회사의 인턴이었다.

‘……부모님이 사준 건가?’

확실히, 아르바이트 한번 안 해봤을 정도로 무엇 하나 부족함 없이 자란 그녀였다.

그런 만큼 부모님이 그녀에게 자가용을 사줬을 확률이 다분했다.

솔직히 말해서 서민에 불과한 내게 있어선……. 그야말로 꿈만 같은 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뭐 먹을 거예요?”

나는 안전벨트를 매며 그녀에게 물음을 던졌다. 그리고 이런 내 질문을 받은 서연은 ‘예약해뒀어.’라고 말하고는 시동을 켰다.

그 후, 부드럽게 주차장을 빠져나간 그녀의 차는 곧바로 도로로 들어섰다.

생각보다 훌륭한 운전 솜씨에 나도 모르게 감탄성을 내뱉고 말았다. 특히나 좌우를 꼼꼼히 살피며 도로로 진입하는 그녀의 세심함은 사뭇 듬직해 보이기까지 했다.

‘김 여사 꼴은 안 나겠네.’

나는 옅게 웃음을 터트리며 턱을 괴었다.

“어깨는 뭐래?”

그 때, 서연이 내게 물음을 던졌다.

“별다른 말은 없어요. 오늘은 그냥 피검사만 했어요.”

“아프진 않아?”

그녀는 깜빡이를 켜고서 좌회전 신호를 기다렸다.

“아프지 않아요. 서연 씨는요?”

이런 내 물음에 서연은 양 볼을 발그레 물들이더니, 검지로 핸들을 툭툭 두드렸다.

“아프지 않아…….”

“다행이네요.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검사는 받으세요.”

“응.”

고분고분 대답하는 그녀의 태도에 조금 묘한 기분을 받았다.

뭐라고 해야 될까?

내가 알고 있는 그 여자가 아닌 것만 같았다.

유 서연이란 여자는 좀 더 짐승 같은 여자였고, 다혈질에다가 수줍음 같은 건 전혀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 시발.”

그 때, 서연이 조용히 욕설을 내뱉었다. 이에 뭔가 싶어서 정면을 바라보니, 웬 차 한 대가 신호도 지키기 않고 대뜸 차선에 끼어드는 게 눈에 들어왔다. 만약에 서연이 좀 더 속도를 내어서 주행하고 있었다면 그대로 부딪쳤을 상황이었다.

“미친놈이네요.”

“그치?”

상황을 이해한 나는 곧장 그녀의 욕설에 호응해주었다. 그러자 씩 웃으며 내게 묻는 서연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나와 시선을 마주치더니 얼굴 전체가 새빨갛게 물들이는 서연이다.

마치 그 모습이 잘 익은 사과를 보는 듯했다.

“…….”

그렇게 한 3초 정도 마주쳤을까, 서연이 홱 고개를 정면으로 돌리며 내 시선을 피했다.

‘뭐, 뭐지?’

방금 내가 뭘 본 건지, 순간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게다가 차 안의 온도가 미묘하게 높아진 것만 같았다.

‘……오늘 따라 왜 이러냐?’

나는 괜히 멋쩍은 생각이 들어 고개를 옆으로 돌린 뒤에 창밖의 사람들을 하염없이 쳐다보았다.

그렇게 어색한 침묵 속에서 이십 분 정도를 달려, 우리가 도착한 곳은 어느 횟집이었다.

“여기에요?”

나는 그녀에게 물음을 던졌다. 이에 서연은 ‘응.’이라고 대답하고는 건물 전용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그 후, 내가 앉아있는 보조석 쪽으로 자연스레 손을 뻗은 그녀는 그대로 고개를 내 쪽으로 돌렸다. 그 행동에 나는 나도 모르게 그만 놀라서는 흠칫 몸을 떨고 말았다. 그러나 서연의 목적은 나를 보는 게 아니라 뒤를 보는 것이었던 모양인지, 시선을 차 뒤쪽으로 던지며 주차를 했다.

“…….”

그 일련의 행동에 심장이 벌렁벌렁 뛰었다.

특히나 그녀가 보조석 시트를 붙잡기 위해 내 쪽으로 손을 뻗었을 때, 마치 나를 붙잡는 것만 같은 착각이 들어서 더했다.

‘내가 이런 걸 당할 줄이야!’

이런 건 원래 남자인 내가 해야 하는데!

설레고 말았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하게도, 이게 또 싫은 기분은 아니었다.

“가자.”

그 때, 서연이 자동차 시동을 끄며 내게 말했다. 이에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녀와 함께 차에서 내렸다.

그 후, 또각또각 하이힐 소리를 내며 저 먼저 걸어가는 서연을 따라 식당 안으로 들어섰다.

‘비싸 보이는데.’

그녀를 따라 식당 안으로 들어서자, 제법 비싸 보이는 식당 내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특히나 이곳은 손님들이 보는 앞에서 바로 회를 치는 모양인지, 전문 요리사로 보이는 중년인들이 손님들이 앉아있는 식탁 앞까지 와서는 회를 치고 있었다.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이렇듯 식당 안을 둘러보고 있는데, 정장을 입고 있는 사내가 우리 쪽으로 다가와 공손히 물었다.

“유 서연.”

이에 서연이 자신의 이름을 밝히자, 사내는 공손하기 그지없는 태도를 보이며 입을 열었다.

“유 서연 씨, 두 분. 안쪽 별실 맞으시죠? 바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이렇듯 간단히 확인한 사내는 우리를 식당 안, 별실로 안내했다.

그 후, 자리에 앉은 나는 서연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여긴 뭐에요?”

이런 내 물음에 서연은 조금 놀란 듯이 두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이내 검지로 탁자를 탁탁 두드리며 입을 열었다.

“회 못 먹어? 다른데도 갈까?”

“아, 아뇨……. 그건 아닌데…….”

거듭 질문을 던지는 서연의 태도에 나는 잠시 주춤했다가 이내 그녀를 똑바로 마주보며 말을 이었다.

“……여기 비싼데 아니에요?”

“가격 때문에 부담 돼?”

그녀의 노골적인 질문에 나는 잠시 입술을 꾹 다물었다가 이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니라곤 할 수 없죠.”

나는 무서울 정도로 휘황찬란한 별실의 모습에 혀를 내두르며 말을 끝마쳤다. 그리고 이런 내 말을 들은 서연은 뭔가 고민하는 듯이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다가 이내 손바닥으로 테이블을 탁 치며 입을 열었다.

“내 목숨 값이라고 생각하면 안 돼?”

“네?”

“그, 그러니까……. 날 구해줬잖아.”

이리 말하며 나를 빤히 쳐다보는 서연이다. 이에 나는 가볍게 한 숨을 내쉬고는 입을 열었다.

“알았어요. 그렇게 생각할게요.”

이렇듯 내가 납득해주자, 그제야 서연의 얼굴에도 화색이 돌았다. 그 모습에 쓰게 웃음을 터트린 나는 그녀를 마주보며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저에 대한 의심은 풀린 겁니까?”

“뭐, 어느 정도는.”

“어디가 아직도 의심스러운 건데요?”

“…….”

이런 내 질문에 그녀는 살짝 망설이는 얼굴로 탁자를 손가락으로 몇 번 두들겼다. 그리고는 곧 내 얼굴을 마주바라보며 말소리를 내었다.

“……그 목소리.”

“네?”

“가면 때문에 목소리가 조금 울리긴 했지만……. 닮았다고 생각했거든.”

“그렇군요.”

그 말에 나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아주 긍정해줄 생각은 없었다.

나는 깍지를 끼고서 잠시 기회를 엿보다가 말문을 열어 반박했다.

“……하지만 제 목소리는…….”

“그래, 맞아. 평범해. 너무 평범해서……. 별로 기억에도 남지 않는 목소리잖아.”

그 말대로 내 목소리는 딱 표준이었다.

어디 한군데 모난 곳도 없고, 그렇다고 해서 발라드 가수처럼 목소리가 딱히 좋은 것도 아니었다.

그저 그런 목소리.

그게 바로 내 목소리였다.

나는 큼큼, 목청을 가다듬고는 입을 열었다.

“그래도 듣다보면 꽤 좋은 목소리 아닌가요?”

“좋긴…….”

이런 내 말에 서연은 피식 웃음을 터트리며 탁자 위에 가지런히 올려져있는 젓가락을 만지작거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녀는 그냥 지나가는 듯한 가벼운 어투로 ‘누나라고 부른 땐, 꽤 듣기 좋았지만…….’이라고 중얼거렸다.

‘내가 누나라고 불렀었나?’

그 말소리를 똑똑히 들은 나는 잠시 기억을 더듬어보았다. 그리고는 잠시 뒤, 나는 그녀가 고블린들에게 겁탈당하기 바로 직전에 돌팔매질을 하며 그녀를 누나라고 불렀었던 것을 떠올렸다.

‘……아아.’

내심 감탄성을 터트리며 옅게 웃음을 터트린 나는 그녀를 바라보면서 입을 열었다.

“앞으로 누나라고 불러드릴까요?”

“……!”

이런 내 물음에 서연은 다시금 잘 익은 사과처럼 제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더니, 곧 놀란 토끼마냥 나를 쳐다보았다.

“……누, 누나라니?”

“솔직히 유 서연 씨라고 부르는 건, 너무 딱딱하지 않습니까?”

이리 말하며 서글서글하게 웃어보이자, 서연은 양 손을 거듭 꼼지락 거리며 고개를 획 옆으로 돌렸다. 그 후, 몇 번 입술을 뻐끔뻐끔 거리던 그녀는 이내 슬쩍 나를 흘겨보며 입을 열었다.

“마, 마음대로 해…….”

이렇듯 그녀의 허락이 떨어지자, 나는 곧바로 말문을 열어 대답했다.

“네, 누나.”

다시금 내가 그녀를 누나라고 불러주자, 서연은 귀까지 새빨갛게 물들이며 어쩔 줄 몰라 했다.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금방이라도 내 입술 사이로 웃음이 터져 나올 것만 같았다.

========== 작품 후기 ==========

누나를 공략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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