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금기] -->
‘아주 난리가 났군.’
대한 건설 선수들의 재치 넘치는 플레이에 채팅창이 빠르게 솟구쳤다.
-진짜 미친 듯
-이건 역대급임. 타임아웃한 동안 감독이 개쌍욕이라도 날렸나?
-ㄹㅇ. 약 빨았나봄
-약 검사 한번 해봐야할 듯
-김 민서, 진짜 개쩐다!
-포텐이 지금 터지네! 힘내라, 대한 건설!
-타냐 몸매는 역시 갑
-나 지금 팬티 갈아입고 옴
-역전각!
지금 이 경기를 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대한 건설 선수들의 활약에 흥분하고 있었다.
물론 그 흥분한 사람들 중에는 나도 포함되어 있었다.
“눈에 보이는, 혹은 눈에 보이지 않는 김 민서의 활약이 팀의 분위기를 살리고 있어요!”
“네, 그렇죠! 그렇기 때문에 김 민서 선수의 역할이 굉장히 큰 대한 건설입니다.”
“이번 서브에는 타냐가 나섭니다. 유 세영 선수가 그걸 받아서 쳐보지만, 유 은진 선수가 막아냅니다. 다시 GS칼텍스 토스로 올려봅니다. 장 영서 선수 칩니다! 아! 이걸 김 유리 선수가 몸을 날려 막아냅니다! 높이 뜬 공!”
GS칼텍스의 장 영서 선수가 빠르게 토스를 받아 스파이크를 쳐보지만, 그걸 또 김 유리 선수가 몸을 날려서 막아내었다.
‘대단하네.’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고 슬라이딩을 해가면서까지 공을 받아내는 김 유리 선수의 슈퍼 플레이에 나는 속으로 감탄성을 터트렸다. 그리고 이런 그녀의 노력이 팀을 돕는 모양인지, 높이 뜬 공을 신 여정 세터가 받아서는 민서에게 넘겨주었다.
“김 민서 빠르게 뛰어서 칩니다! 좋은 공격입니다!”
띠링!
민서가 친 공이 상대의 빈틈을 정확히 파고들며 그대로 땅에 꽂혔다.
“이런 플레이가 많이 나오기 때문에 GS 칼텍스는 앞으로 계속 김 민서 선수를 신경써줘야 하거든요. 하지만 그것보다 앞서서 김 유리 선수의 멋진 수비가 있었기 때문에 이런 공격이 가능했던 거라고 봅니다.”
“네, 그렇습니다.”
“그리고 김 민서 선수가 앞에 있을 땐, 타냐 선수가 뒤에 있거든요? 김 민서 선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타냐 선수는 이동을 할 때 속공을 한번 떴다 봐주기 때문에 블로킹을 또 속일 수 있겠죠.”
“그만큼 김 민서 선수의 자신감이 많이 살아났다는 말이겠죠?”
“네, 김 민서 선수의 자신감이 살아있을 때, 적극적으로 공세를 펼쳐서 이 기세를 유지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이렇듯 해설자들이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는 와중에 김 유리 선수가 서브를 준비했다.
그녀는 평소 서브 위치가 아닌 조금 떨어진 곳에서 서브를 준비하더니, 그대로 앞으로 뛰며 빠르게 서브했다.
“김 유리 선수의 강타는……. 아, 바깥쪽으로 나가면서 점수는 12 대 11이 되었습니다.”
“자, 방금처럼 신 여정 세터가 김 민서 선수에게 공을 속공으로 올려준 것처럼 미리 어느 쪽으로 플레이를 해야겠다고 생각을 해두는 것도 좋겠지만, 이렇게 즉흥적인 플레이를 하다보면 센터의 폭이 보이질 않거든요.”
김 유리 선수의 서브 범실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서브 범실은 원래 경기에서 자주 일어나는 것이기에 어쩔 수 없었다. 실제로도 어제 경기 영상을 보면서 서브 범실을 한 세트 당 열 번 정도는 본 것 같으니 말이다.
“지금 수원 체육관에 긴장감이 가득 차 있지 않습니까?”
“네, 그렇죠.”
“대단히 초반부터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는 양 팀의 선수들인데요.”
체육관 뿐만이 아니었다.
채팅창도 각팀을 응원하는 말들로 정신이 없었다.
“이런! 유 가람 선수, 서브 범실을 기록하면서 12 대 12를 기록합니다!”
“자, 대한 건설이 지금 분위기가 많이 올라왔어요. 비록 김 유리 선수가 서브 범실을 하긴 했지만, 상대방도 똑같이 범실을 저질렀거든요!”
“네, 다시 한 번 더 김 유리 선수가 서브를 준비합니다.”
캐스터의 말대로 김 유리 선수가 공을 바닥에 튕기며 서브를 준비하고 있었다.
“김 유리의 서브! 받아 올리는 이 민경. 니엘 그대로 강타!”
이번에는 안전하게 서브할 생각인 모양인지, 김 유리 선수는 무리하지 않고 무난하게 서브를 했다. 그리고 그 탓에 상대편 이 민경 선수는 별다른 어려움 없이 공을 가뿐하게 받아냈다. 그리고 그 순간, 뒤에 서있던 니엘 선수가 그대로 발돋움을 하더니 세게 공을 내려쳤다.
“윤 하영 선수 받아냅니다! 타냐!”
제법 세게 날아간 공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윤 하영 선수는 미리 그 위치로 가서는 받아냈다. 그리고 그 틈에 타냐가 니엘 선수와 마찬가지로 똑같이 앞으로 뛰쳐나가며 세게 공을 내리쳤다.
“하지만 그걸 또 정 문희 선수가 받아냅니다! 다시 한 번 더 니엘!”
니엘은 다시 한 번 더 높이 점프해서는 그대로 공을 세게 휘둘렀다.
“다이빙 디그! 넘어왔어요! 이 민경 선수 침착하게 받아냅니다! 이번엔 유 가람 선수가 강타! 긴 이동 공격입니다! 하지만 그걸 또 수비로 살리고 있습니다!”
김 유리 선수가 다시 한 번 더 몸을 사리지 않고 슬라이딩을 해가면서 공을 받아냈다. 그리고 공은 그대로 붕 떠서는 상대편 코트로 넘어갔다.
“이 민경 선수, 낮게 받아 올립니다. 이어서 유 가람 선수!”
넘어온 공을 받아낸 이 민경 선수는 니엘이 아닌 유 가람 선수에게 토스했고, 그 토스에 유 가람 선수는 높이 뛰어 공격했다.
그러나 대한 건설 선수들은 이번에야 말로 역전을 하고 싶은 모양인지, 끝까지 집중하며 공을 받아냈다.
“자, 반대편으로 대한 건설!”
타냐가 다시 한 번 더 공격에 나서보지만, 그 공격이 GS칼텍스의 블로킹에 가로막히며 튕겨져 나갔다. 누가 봐도 이대로 공이 대한 건설 코트에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 때, 이 태영 선수가 황급히 무릎을 꿇으며 공을 받아냈다.
“이 태영! 그대로 김 민서, 길게 쭉 밀어 넣습니다! 득점입니다! 집중력이 돋보였습니다!”
띠링!
이렇듯 이 태영 선수가 공을 받아내자, 김 민서가 위로 올라가며 재치 있게 공을 쭉 밀어 넣었다. 그러자 수비의 공백이 생겨있는 상대편 코트에 뚝 떨어지며 득점으로 연결되었다.
“집중력도 집중력이지만, 김 민서 선수의 노련함은 정말로 돋보이네요! 비록 프로 무대 경험은 별로 없지만, 대회나 경기에선 많이 출전한 선수거든요.”
해설자가 민서를 칭찬하는 동안 리플레이 영상이 돌아갔다.
“……자, 지금 보는 것처럼 딱히 강하게 공격한 것도 아니고, 토스 페이크를 넣은 것도 아니고 그냥 랠리 도중에 밀어 넣은 거거든요. 상대 선수들의 움직임을 다 읽고 있는 거죠.”
“선수로서 완숙미를 갖췄다는 뜻이로군요.”
이렇듯 긴 랠리 끝에 역전이 나오자, 채팅창이 다시 한 번 더 들끓기 시작했다.
‘좋았어, 조금만 더 하면!’
이제 앞으로 남은 관건은 누가 먼저 16점을 달성해서 테크니컬 타임아웃을 가져가느냐였다.
다음 테크니컬 타임아웃을 가져가야지, 25점까지 쉽게 갈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김 유리의 서브! 장 영서 선수가 밑에서부터 받아줍니다! 이 민경 속공! 그대로 득점합니다! 다시 한 번 더 대한 건설의 뒤를 바짝 따라붙는 GS칼텍스입니다.”
하지만 GS칼텍스도 순순히 경기에서 질 생각은 없는 모양인지, 대한 건설을 집요하게 뒤쫓기 시작했다. 덕분에 경기는 한 점씩 엎치락뒤치락 하며 손에 땀을 쥐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대망의 15대 15.
여기서 먼저 1점이라도 얻어내야지, 조금이라도 더 유리하게 테크니컬 타임아웃 뒤에 경기를 가져갈 수 있었다.
“대한 건설이 비록 서 유인 선수와 민 주희 선수의 부상으로 악재를 겪었다고는 하지만 김 민서 선수가 이렇게 등장해줘서 다시 전환기를 맞이해주었거든요. 사실 27살이면 결코 적지 않은 나이거든요.”
“네, 그렇습니다. 이것도 다 팀이 전폭적으로 지원해주고, 선수를 믿어주었기에 가능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이렇듯 해설자들이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와중에 타냐 선수가 서브를 준비했다.
“타냐 선수 서브! 이야! 서브 득점입니다!”
“서브 득점이에요!”
“이런 중요한 순간에 서브 득점을 뽑아내는 타냐 선수입니다!”
타냐가 15 대 15 동점 상황에서 서브 득점을 하면서 대한 건설이 16점으로 테크니컬 타임아웃을 획득했다.
덕분에 대한 건설 선수들의 표정은 물론이고, 감독의 표정까지도 아주 환하게 밝아져 있었다.
특히나 이마에 흐르고 있는 땀을 닦으며 걷고 있는 민서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그려져 있었다.
‘헛…….’
그 모습이 어찌나 예쁘던지, 순간 나도 모르게 헛숨을 들이켤 정도였다.
그리고 이건 비단 나뿐만이 아니었던 모양인지, 채팅창의 사람들이 온통 민서에 대한 찬양 글을 쏟아내고 있었다.
-심쿵사 할 뻔!
-나 저거 평생 소장할 거임
-내가 이런 명경기를 보게 될 줄이야!
-이거 짤방으로 만들어서 평생 소장한다.
-개쩜.
-미친 듯. 감독 얼굴에 미소 봐라.
확실히 이번에 민서는 각성이라도 한 것처럼 엄청난 잠재력을 뿜어내고 있었다.
‘여기서 좀 더 올려볼까?’
하지만 나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민서의 능력치를 좀 더 키워주기로 결정을 내렸다. 이에 나는 곧장 매니저 어플에 접속한 뒤에 민서의 능력치를 불러왔다. 그리고 경기 내내 아쉬웠던 민서의 블로킹을 올려주기로 마음먹었다.
‘……여기서 블로킹까지 올리면 완벽하겠지.’
옅게 웃음을 터트린 나는 곧장 블로킹을 선택했다.
[블로킹(53)의 점수를 상승시키시겠습니까?]
[블로킹(53) 1점수 상승시키는데 필요한 정기는 10입니다.]
[상승시키시겠습니까?]
[네 / 아니요]
나는 현재 가지고 있는 모든 누적 경험치를 사용해서 블로킹을 59로 만들었다. 하지만 이왕에 만들 거, 60으로 맞추자는 생각에서 정기 10을 사용해서 1점을 더 상승시켜주었다.
‘됐다.’
이걸로 민서도 어느 정도 블로킹에서 활약을 해줄 수 있을 게 틀림없었다.
“스포츠 심리학에서 선수들의 심리와 경기 내용, 경기 결과가 상당히 좀 밀접 되어있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결국 심리상태를 어떻게 조절하냐가 중요해보이네요.”
“네, 그렇습니다. 대한 건설에 베테랑 선수들이 많긴 하지만, 신 여정 선수와 김 민서 선수가 얼마만큼 강한 멘탈로 버텨주냐가 경기의 승패를 좌우할 것 같습니다.”
해설자들 또한 테크니컬 타임아웃 시간 동안 멘탈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던 모양인지, 스포츠 심리학까지 거론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 김 유리 선수가 서브를 준비했다.
“김 유리의 서브! 높이 뜬 공을 정 문희가 받아냅니다. 그리고 니엘!”
니엘이 강하게 스파이크를 날리는 순간, 유 은진 선수와 민서가 동시에 점프하며 블로킹했다.
띠링!
“블로킹! 그대로 가로막힌 공이 땅바닥에 떨어집니다! 점수는 15 대 17! 두 점 앞서 나가는 대한 건설입니다!”
정기까지 투자하며 블로킹을 60까지 올린 성과가 바로 나타났다.
그리고 그 사이, 카메라에 잡힌 민서는 자신의 활약에 조금 얼떨떨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녀는 발그레 양 볼을 붉히며 두 주먹을 꽉 쥐어보였다.
========== 작품 후기 ==========
두 주먹 불끈 쥐는 민서!
다음편으로 배구 파트 끝날것 같군요. 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