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매니저 어플-47화 (47/599)

<-- [황금기] -->

뭐 먹었냐고 묻는 카톡에 나는 ‘시금치 된장국에 삼치구이 먹었어요.’라고 답장을 보냈다. 그러자 또다시 10초도 채 되지 않아서 카톡이 왔다.

[유 서연 : 맛있었어?]

‘맛있을 리가…….’

나는 쯧쯧, 혀를 차며 답장을 보냈다.

[김 유현 : 싱거워서 별로였어요.]

[유 서연 : 그럼 오늘 저녁에 내가 맛있는 거 사줄까?]

‘……맛있는 거라.’

어쩐지 이렇게 카톡을 주고받으니 마치 연애를 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나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혹시 모를 기대감을 떨쳐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유 서연은 나를 연애 대상으로 여기기보다는 은혜를 갚아야 될 은인 정도로 생각하고 있을 게 틀림없었기 때문이었다.

‘내 주제에 무슨.’

재차 혀를 찬 나는 곧바로 ‘저야 좋죠.’라고 답장을 보냈다.

그러자 또 얼마 되지 않아, 카톡! 소리를 내며 답장이 왔다.

[유 서연 : 이따 저녁에 봐.]

서연의 답장을 확인한 나는 옅게 웃음을 터트리며 ‘네’라고 메시지를 보낸 뒤에 시간을 확인해 보았다.

‘슬슬 시작하겠네.’

시간은 어느덧 오후 2시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이에 나는 곧바로 카톡을 종료한 뒤에 가방 속에서 이어폰을 꺼냈다.

그 후, 이어폰을 귀에 꽂은 나는 스마트폰으로 오후 2시에 시작하는 여자 배구 경기를 검색한 뒤에 시청했다.

“……승산이 있겠다는 느낌이 있겠습니다.”

“서브와 블로킹이 강한 대한 건설이기 때문에 범실에 주의해야겠지요.”

이렇듯 해설자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사이, 대한 건설 선수들의 명단이 화면에 떠올랐다.

“대한 건설은 윤 하영, 김 민서, 이 태영, 유 은진, 타냐, 신 여정 세터, 그리고 김 유리 수비 전문 선수입니다.”

프로필 사진으로 차례차례 소개되는 선수들 모두 하나 같이 미인들이었지만, 그 중에서도 민서는 유난히도 미인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나도 참 팔불출이네.’

쓰게 웃음을 터트린 나는 해설자들의 이야기에 집중했다.

“이번에 눈 여겨 볼 점은 김 민서 선수가 새롭게 투입되었다는 점입니다.”

“그렇군요. 이번에 대한 건설의 공격수들이 연달아 부상을 당하면서 악재를 겪고 있는데요. 김 민서 선수는 어떤 선수입니까?”

“김 민서 선수는 과거 자신의 모교인 서울 중앙 여고를 우승으로 이끈 주역이었는데요. 덕분에 많은 주목을 받으며 무서운 신예로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첫 프로 무대에서 부진을 보이더니 결국 몇 번 출전 기회를 잡지 못 하고 묻히고 말았습니다.”

이 말에 남자 캐스터가 조금 의아해하는 목소리로 물음을 던졌다.

“그런 선수를 이번 중요한 경기에서 기용해도 되는 겁니까?”

“물론 김 민서 선수가 프로 무대에서 유난히 약한 모습을 보인다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김 민서 선수가 가지고 있는 폭발력이 약하다는 건 절대로 아닙니다. 아마도 이번에 대한 건설에서는 이번 경기의 키 카드로 김 민서 선수를 기용한 것 같습니다.”

“그렇군요. 이번에 그럼 주목해야 될 선수가 김 민서 선수라는 소리군요.”

“네, 이번에 한번 눈여겨보아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굉장히 기대되는군요! 아, 그럼 계속해서 GS 칼텍스는 유 세영, 이 민경, 장 영서, 정 문희, 니엘, 유 가람 세터. 그리고 이 효정 수비 전문 선수입니다. 역시 외국인 선수가 맞대결을 펼치는 초반 승부부터 아주 불꽃이 튀겠는데요?”

“그렇죠. 뭐, 외국인 선수의 대결도 있겠지만 역시 이번에 합류한 김 민서 선수와 대한 건설 선수들과의 호흡. 그리고 양 팀 간에 서브 대결도 볼만 할 겁니다.”

“네, 이번 시즌 서브 1위를 달리고 있는 니엘 선수. 그리고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는 대한 건설의 김 유리 선수가 지금 경기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슬슬 본격적인 승부에 들어설 요량인지, 각 선수들이 코트 위로 올라와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그리고 카메라가 이리저리 움직이는 와중에 한껏 긴장된 얼굴로 손을 쥐었다 폈다 하고 있는 민서의 얼굴도 보였다.

‘힘내라.’

나는 화면 속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며 응원했다.

“……GS 칼텍스와 마찬가지로 같은 균형을 맞춰줘야 경기가 풀리는 대한 건설이겠죠.”

“네, 김 유리의 서브로 두 팀의 1세트가 시작됐습니다!”

김 유리 선수가 서브를 하자, 상대편 GS 칼텍스의 선수를 그대로 리시브를 받으며 속공으로 연결했다.

“이 태영 선수 잘 막았습니다! 하지만 공은 여전히 GS 칼텍스가 가지고 있습니다. 이대로 니엘 공격! 그대로 들어갑니다!”

GS 칼텍스의 속공 이후에 곧바로 이어지는 니엘의 공격에 대한 건설이 그만 선취점을 빼앗기고 말았다.

“사실 GS칼텍스가 다른 것은 모르겠는데 ,리그 리시브 부분에서는 1위에 올라와 있거든요.”

“네.”

“그런데 대한 건설은 리그 리시브 부분 최하위이기 때문에 이것을 잘 견뎌내려면 반드시 범실을 줄이고 자신들의 장점을 잘 살려야겠죠.”

해설자들의 말대로 GS 칼텍스의 선수들은 놀라울 정도로 대한 건설의 공격을 잘 막아내며 리시브로 연결하고 있었다. 그에 반해서 대한 건설 선수들은 초반 니엘 선수의 강한 공격에 한번 휘청이더니, 제대로 된 수비를 펼치지 못 하고 있었다.

덕분에 공격을 맡고 있는 민서와 외국인 선수 타냐에게 제대로 공이 전달되지 않고 있었다.

‘벌써 4:0이네.’

순식간에 점수 격차가 벌어지고 말았다.

‘……어떻게하지?’

경기를 지켜보며 민서를 부를까 말까 고민하고 있는데, 갑자기 신 여성 선수가 뭐라뭐라 소리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과 동시에 상대 니엘이 서브를 했다.

“빠른 서브로 이어나갑니다! 이 태영, 속공 득점!”

니엘이 서브한 공을 받아낸 이 태영 선수가 그대로 그걸 타냐에게 토스했고, 그 공을 받은 타냐가 빠르게 치며 득점으로 연결했다.

“멋진 득점이었습니다.”

“대한 건설의 센터 플레이는 상대 GS칼텍스의 센터 플레이를 압도하거든요. 이런 멋진 플레이가 계속 나와 준다면 언제든지 역전이 가능합니다.”

그 말대로 대한 건설은 단 한 번의 속공 성공으로 기세를 얻은 듯이 김 유리 선수의 서브를 앞세워 공세로 돌아섰다. 그러나 GS칼텍스도 이대로 당해줄 생각은 없는 모양인지, 니엘을 집중 마크하며 제대로 공격을 하지 못 하도록 했다.

“기존 선수들 간의 연계를 막는 모습이 정말 인상적입니다. GS 칼텍스의 감독이 상대팀을 잘 분석한 것 같아요.”

“그렇습니다. 현재 대한 건설의 문제점이라고 한다면, 바로 공격수의 한 축을 맡고 있는 김 민서 선수거든요. 좀 더 분발해야 될 것 같습니다.”

그 말대로 민서는 변변찮은 활약을 못 해주고 있었다.

조금만 공격을 한다 싶으면 상대의 높은 벽에 지레 겁이라도 먹은 것처럼 위협적인 공격을 선보이지 못 했다.

“김 유리의 서브! 이 민경의 리시브! 이어서 니엘의 공격! 하지만 그걸 이 태영 선수가 막습니다. 뜬 공을 타냐가 따라갑니다. 김 민서 선수는 그대로 3단 넘겨버립니다.”

충분히 때릴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민서는 그대로 3단으로 넘겨버렸다.

그 모습에 해설자들이 아! 하고 짧게 안타까운 탄성을 내뱉었지만, 곧 이어서 펼쳐지는 GS 칼텍스의 정신없는 공격에 다시금 해설을 하기 시작했다.

“바짝 붙이는 볼. 그걸 반대편으로 돌려서 GS 칼텍스, 강타!! 그대로 득점됩니다!”

“네. 니엘 선수 타냐 선수 둘 다 정말로 대단한 선수인데, 니엘 선수가 타냐 선수보다 조금 더 앞서는 것은 범실이 적다는 거거든요. 그게 이 순간, 여지없이 발휘가 되네요. 정말로 멋진 득점이었습니다.”

해설자들은 니엘의 멋진 득점에 정신없이 그녀를 칭찬해주었다. 덕분에 민서의 소극적인 대처가 다소 묻혀서 다행스럽게 느껴지는 듯했지만, 화면을 눌러 채팅창을 확인하니 거기에는 온통 민서를 욕하는 내용 밖에 없었다.

어찌나 욕을 심하게 하던지, 눈살이 절로 찌푸려질 정도였다.

거기다가 카메라에 비추어진 민서의 모습 또한 심상치 않아 보였다.

“니엘의 공격에 성공하면서 8 대 3으로 다섯 점을 앞서고 있는 GS 칼텍스가 1세트 테크니컬 타임아웃을 먼저 얻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 니엘이 한 점을 더 득점하면서 테크니컬 타임아웃을 획득했다. 이로서 잠시 경기가 중단되고, 양 팀 모두 60초간 타임아웃을 가지게 되었다.

‘위험해보이네.’

이렇듯 경기를 지켜보던 나는 이내 영상을 종료한 뒤에 매니저 어플을 실행했다.

[축하합니다!]

[출석 체크에 성공하셨습니다!]

[보상으로 랜덤 아이템 상자가 주어집니다.]

[랜덤 아이템 상자를 수령하시겠습니까?]

[네 / 아니요]

수령할 거냐고 묻는 알림문구에 나는 곧바로 네를 눌러서 랜덤 아이템 상자를 수령 받았다.

[축하합니다!]

[아이템 ‘최면 (1회)’를 획득하셨습니다!]

[효과 : 대상에게 어떠한 명령이라도 내릴 수 있습니다. 이때, 대상의 수준에 따라 최면 유지 시간이 정해집니다. (최소 0초 / 최대 1시간)]

‘꽤 좋긴 하지만……. 지금 당장은 필요 없으니까.’

이리 생각하며 곧바로 넘긴 나는 조교 목록을 열람한 뒤에 김 민서를 선택했다.

[바로 조교의 방으로 이동하시겠습니까?]

[주의. 조교를 끝내기 전까지는 돌아올 수 없습니다.]

[네 / 아니요]

조교의 방으로 이동할 거냐고 묻는 알림문구에 나는 곧바로 네를 눌렀다. 그러자 잠시 눈앞이 어두워졌다가 이내 환하게 밝아지며 퇴폐적인 분위기의 방의 모습이 나타났다. 이에 나는 곧바로 걸음을 옮겨, 가면들이 걸려있는 벽 쪽으로 다가갔다.

‘그 가면만 없네.’

엘레노아에게 넘겨주었던 가면만 없는 것을 본 나는 혀를 찼다.

‘……뭐, 상관없겠지.’

그것도 잠시, 나는 고개를 가로젓고는 적당한 가면 하나를 집어들어 얼굴에 썼다.

그 후, 환자복을 가리기에 쓸만한 망토 하나를 고른 나는 그것을 몸에 두르며 1번 방 안으로 들어섰다.

========== 작품 후기 ==========

[각성 타임!] 이라고 쓰고 [조교 타임!] 이라고 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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