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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저 어플-45화 (45/599)

<-- [육성!] -->

‘역시…….’

미니 맵을 확인해보니, 거기에는 내 위치와 더불어서 유 서연의 위치까지 표시되어 있었다.

‘……생각보다 멀리 안 갔네.’

옅게 웃음을 터트린 나는 스마트폰에서 시선을 뗀 뒤에 엘레노아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따라오세요. 곧바로 유 서연 씨를 찾으러 가겠습니다.”

“네, 네.”

이리 말한 직후, 나는 곧바로 유 서연이 있는 장소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저 멀리 헉헉대며 뛰어가고 있는 서연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군데군데 옷이 찢어지고, 온 몸이 온통 흙투성이가 되어있는 걸 보아하니 뛰다가 몇 번 넘어졌었던 모양이었다.

그 모습에 쯧쯧, 혀를 찬 나는 멀찍이 거리를 두고서 유 서연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악!”

그 때, 유 서연이 찢어지는 듯한 비명 소리를 내며 땅바닥에 넘어졌다.

‘이런…….’

이번엔 제법 세게 넘어진 모양인지, 그녀는 비틀거리며 일어서다가도 도로 주저앉으며 자신의 왼쪽 다리를 움켜잡았다.

‘……다쳤나?’

이런 생각에서 좀 더 가까이 다가가보니, 아니나 다를까 그녀의 무릎에서 피가 나고 있었다.

‘지금 나갈까? 아니야, 지금 나가서 무어라 말할 변명 거리가 없어.’

최소한 그녀가 울음을 터트리던가, 비명 따위를 내질러야만 했다.

“윽! 으읏!”

이렇듯 내가 모습을 드러내길 주저하고 있는 사이, 그녀는 금방이라도 입술 밖으로 터져 나오려는 신음성을 꾹 참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무래도 고통을 무릅쓰고서라도 계속 걸어갈 생각인 모양이었다.

‘일단 쫓아가보자.’

이리 결정을 내린 서연의 뒤를 쫓아 계속해서 걸음을 옮겼다.

“이대로 계속 보내도 괜찮은 거야?”

그 때, 문득 엘레노아가 내게 물음을 던졌다.

“뭔가 문제라도 있습니까?”

“아니, 뭐……. 주인이 문제없다고 한다면 상관없겠지. 우후훗.”

이리 말하며 짓궂게 웃음을 터트리는 엘레노아다. 이에 다소 찝찝해진 나는 스마트폰을 꺼내서 미니 맵을 확인해보았다. 그러나 미니 맵에서는 딱히 이렇다 할 특이한 지형은 보이지 않았다.

낭떠러지도 없었고, 마을이 형성되기에 좋은 평지도 없었다.

“아, 아아…….”

그때였다.

유 서연이 돌연 뒷걸음질 치며 두려움에 몸을 떨기 시작했다.

‘뭐지?’

그 모습을 본 나는 그녀가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는 쪽으로 시선을 던졌다.

‘……어?’

그 순간 어두운 수풀 안쪽에서 무언가 하얀 것이 번쩍하는 게, 눈에 들어왔다.

분명히 그건 눈동자였다.

나는 숨을 죽인 채로 좀 더 그것을 눈으로 쫓아보았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그 하얀 것이 천천히 수풀 밖으로 걸어 나와 우리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엘레노아가 내게 말을 건 게, 이것 때문이었나!’

그것을 본 순간, 온 몸의 털이 쭈뼛쭈뼛 곤두서는 그런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크르릉.”

왜냐하면 우리 눈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거의 자전거만한 크기를 가진 늑대였기 때문이었다.

“어, 으……. 아, 아…….”

서연은 자신의 눈앞에 나타난 늑대에게 압도당한 모양인지, 입술만 뻐끔뻐끔 거리며 비명을 내지를 생각을 하지 못 했다.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만약에 저 늑대가 곧바로 서연에게 달려들어서 목덜미라도 물어뜯는다면, 그대로…….

“빌어먹을……. 고블린 소환.”

나는 재빠르게 고블린을 소환한 다음에 한 녀석의 몽둥이를 빼앗아 들으며 말을 이었다.

“……제가 살려달라고 외치면 도와주세요.”

이리 말한 직후, 나는 곧바로 서연이 있는 곳까지 전력으로 달렸다.

“꺄아악!!”

그리고 그것과 동시에 서연의 입술 사이로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녀와 대치하고 있던 늑대가 드디어 그 커다란 몸을 날렸기 때문이었다.

‘안 돼……!’

그 모습을 본 순간 눈앞이 캄캄해졌다.

머릿속에 늑대에게 물어뜯기는 유 서연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녀가 죽는다니?

절대로 이럴 생각은 아니었다.

나는 그저 그녀의 의심만 좀 걷어내려고 했을 뿐이었다.

내가 범인이 아니란 걸 거짓 증명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너무 멀어!’

단지 그 뿐이었는데…….

“헉!”

이미 늦었다고 생각한 순간, 내 몸이 유 서연과 늑대 사이에 딱 섰다.

분명히 10미터 이상은 남겨두고 있었는데, 내 몸이 어느샌가 늑대 앞에 선 것이었다.

‘왜?’

순간적으로 머릿속에 왜? 라는 의문이 들었지만, 그 의문의 해답을 찾기도 전에 늑대의 육중한 몸이 내 몸을 덮쳤다.

때문에 나는 피할 생각도 하지 못 한 채로 늑대와 뒤엉켜 쓰러지고 말았다.

그리고 그 다음 순간, 늑대의 날카로운 이가 어깨를 깨물었다.

“으아아아악!”

고블린에게 몽둥이로 맞았을 때와는 비교도 안 되는 통증이 느껴졌다.

그 때는 살이 뜯겨져 나가는 통증이었지만, 이건 뼈가 통째로 뽑혀져 나가는 듯한 통증이었다.

나는 그 끔찍한 통증에 크게 소리치며 몽둥이를 마구잡이로 휘둘렀다.

퍽!

순간, 내가 휘두른 몽둥이가 늑대의 머리통을 때렸다.

“깨앵!”

녀석은 나무 몽둥이에 한 대 맞더니, 깨갱 소리를 내며 곧바로 내 어깨를 놓아주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녀석은 아주 단단히 화가 난 모양인지 나를 똑바로 쏘아보며 꼬리를 빳빳하게 들었다.

“크르릉.”

입가에 질질 흐르고 있는 붉은색 피가 유난히도 섬뜩해보였다.

“유, 유현아…….”

뒤에서 서연의 벌벌 떠는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도저히 그녀 보고 걱정하지 말란 말을 내뱉을 수가 없었다.

솔직히 말해서 지금 내 몸 하나 가누기도 힘든 상태였다.

“크르릉……. 크릉. 깨갱. 깽.”

이렇듯 늑대와 대치하고 있는데 녀석이 돌연 꼬리를 내리더니, 그대로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뭐지?’

녀석이 왜 갑자기 저러나 싶어서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보는데, 문득 저 멀리서 무시무시한 눈길로 늑대를 쏘아보고 있는 고블린 세 마리의 모습에 눈에 들어왔다.

‘……아아.’

아무래도 고블린들이 기세로 늑대를 내쫓은 모양이었다. 이에 나는 안도하며 그제야 땅바닥에 상체를 쓰러트렸다.

“유현아!!”

그 모습에 서연이 크게 놀란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부르더니, 내 팔을 꽉 붙잡았다.

어찌나 세게 붙잡던지, 순간 팔뚝이 얼얼할 지경이었다.

“괜찮아요?”

나는 곧 죽을 것 같은 목소리로 물음을 던졌다.

“괜찮아. 나는 괜찮아……. 어엉, 너는? 넌? 괜찮아? 이거 어떻게 해야 해? 엉엉!”

눈물을 펑펑 쏟아내고 있는 서연의 얼굴에는 흙먼지가 잔뜩 묻어있었다.

거기다가 나뭇가지에는 얼마나 많이 긁혔는지, 어디 한 군데 성한 곳이 없어보였다. 어떻게 보면 그녀가 나보다 더 상태가 심각해보였다.

“……피가……. 피가 안 멎어. 흑흑, 이거……. 이거 어떻게 해야 멎는 거야?”

벌벌 떨며 내 어깨를 바라보던 서연은 돌연 자기가 입고 있던 옷을 벗더니, 내 어깨에 감싸기 시작했다.

일단 이걸로 지혈이라도 할 생각인 모양이었다.

“일단 저 좀 일으켜주세요.”

“응, 응……. 아아……. 몸이 이게 뭐야? 온통 피멍이…….”

내 몸을 일으켜주던 서연은 몸에 나있는 몽둥이 자국을 보고는 울상을 지어보였다.

“주변에 사람 없어요?”

“없어……. 아무도 없어……. 119에 신고해야하는데 전화기가 없어……. 어엉.”

눈물을 뚝뚝 떨어트리며 어쩔 줄 몰라해하는 서연의 태도에 나는 천천히 숨을 고르며 입을 열었다.

“일단 여기서 벗어나요. 언제 또 그게 올지 모르잖아요.”

“응……. 응.”

이런 내 말에 그녀는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내 몸을 부축해주었다.

“……윽!”

하지만 다친 여자의 몸으로 성인 남성의 몸을 지탱해주기란 다소 무리인 모양인지, 결국 버티지 못 하고 나를 놓치고 말았다.

덕분에 나는 그대로 다시 땅바닥에 드러눕고 말았다.

“괘, 괜찮아? 괜찮아, 유현아?”

그 순간, 서연은 다급한 목소리로 내게 몇 번이고 물음을 던졌다. 혹시라도 자기가 나를 놓치면서 다치지는 않았을까 걱정된 모양이었다. 이에 나는 손을 들어 올리며 입을 열었다.

“괜찮아요. 윽……. 일단 누나 혼자서라도 가보세요.”

“싫어! 더는 싫어! 이젠 안 가! 못 간다고! 차라리 죽으면 여기서 죽을 거야!”

이리 소리쳐 말하며 내 몸을 와락 끌어안은 서연이다.

동시에 그녀의 고운 살결이 내 몸에 맞닿으며 기분 좋은 감각을 만들어내었다. 물론 내 배 부근에 닿고 있는 그녀의 가슴은 두 말할 것도 없었다.

‘나도 참 글러먹었군.’

쯧쯧, 혀를 찬 나는 서연을 일으켜주며 입을 열었다.

“여기 있으면 죽어요. 언제 또 늑대가 나타날지도 모르잖아요.”

“내가 싸울게! 그 땐, 내가 싸울 테니까!”

내 설득에도 불구하고 서연은 끝까지 고집을 피우며 소리쳤다.

그 표정을 들여다보니, 정말로 더 이상 도망치기 싫은 모양이었다.

단순히 지쳤기 때문일까? 아니면 자신을 두 번이나 구해준 나를 이대로 두고 가기 싫었기 때문일까?

이유가 무엇이었든 간에 그녀의 표정에는 더 이상 의심이란 단어가 쓰여 있지 않았다.

‘여기서 결정타를 날려주면 되겠네.’

이리 생각하며 서연을 바라보는데, 돌연 그녀가 내 손에 들려있던 몽둥이를 집어 들었다.

“으, 으으…….”

몽둥이를 단순히 들고 있는 것만으로도 힘든 모양인지, 그녀는 앓는 소리를 내며 팔다리를 덜덜 떨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용케 몽둥이를 내려놓는다거나 땅바닥에 주저앉는 등의 행동은 하지 않았다.

도리어 사방을 죽일 듯이 쏘아보며 경계하고 있었다.

“……나와! 나와 봐, 이 변태 자식아!”

급기야 그녀는 크게 소리치며 원흉을 부르고 있었다.

“아!”

그리고 그 순간, 망토와 가면을 착용하고 있는 엘레노아가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었다.

어둠 속에 파묻혀 있었기 때문에 그녀의 몸매는 물론이고 머리카락 색깔 하나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엘레노아가 쓰고 있는 가면 하나 만큼은 똑똑히 보이고 있었다.

“……아아!”

그 모습을 본 서연은 신음성을 터트리며 사시나무 떨 듯이 벌벌 떨었다. 이에 엘레노아는 마치 서연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어깨를 한번 으쓱여보이고는 일전에 내가 말한 대로 곧장 자리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안 돼! 가지마! 가지 말라고!!”

뒤늦게 정신을 차린 서연이 엘레노아 쪽으로 몽둥이를 집어던지며 소리쳐보지만, 가면을 쓴 엘레노아는 삽시간에 몸을 감추어버렸다. 그리고 그 틈에 나는 스마트폰을 꺼내서 이계 퀘스트 포기를 선택했다.

“……죽일 거야! 지옥 끝까지라도 쫓아갈 거라고!!”

그 순간, 내 옆에서 서연의 절규어린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어찌나 처절하게 소리치던지, 온 몸에서 소름이 돋는 것만 같았다.

“…….”

현실로 돌아온 나는 괜히 몸서리치며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윽!”

하지만 그것도 잠시, 어깨 쪽에서 불로 지지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이러다가 과다 출혈로 죽는 건 아닐까 싶었다.

아니, 그 전에 내 상처를 감싸고 있는 옷이 너무 더러워서, 세균 감염 따위로 죽어버린 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119에 신고부터…….’

이리 생각한 나는 곧바로 상처를 감싸고 있는 옷을 조심스레 풀어 낸 뒤에 스마트폰 쪽으로 손을 뻗었다.

따르르르릉!

그런데 그 순간, 스마트폰이 울렸다. 이에 누군가 싶어서 발신자를 확인해보니, 유 서연이었다.

“여, 여보세요?”

-유현아? 괜찮아? 너 괜찮아?

전화를 받자, 다급한 목소리로 내게 몇 번이고 질문을 던지는 서연이다.

“네……. 일단 괜찮아요. 근데…….

-119! 119! 119 불렀어?

“지금 부르려고요.”

-내가 거기로 갈 테니까 기다리고 있어!

서연의 말소리와 동시에 전화기 너머로 우당탕 거리는 소리와 들려왔다.

“아뇨, 괜찮아요.”

-아니야! 내가 거기로 갈 테니까 죽지 말고 있어! 죽지 마!

이리 소리쳐 말한 그녀는 일방적으로 통화를 끊어버렸다. 이에 나는 가볍게 한숨을 푹 내쉬고는 119에 신고했다.

========== 작품 후기 ==========

이제부터 서연이의 모에함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후훗.

그나저나 동물한테 물린 상처 치료한 뒤에 바로 퇴원 가능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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