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육성!] -->
“일단…….”
조교의 방으로 이동한 나는 곧바로 벽에 걸려있는 가면부터 챙겼다.
“……그리고.”
뭔가 더 챙길만한 게 없을까 싶어, 이곳저곳을 살펴보던 나는 문득 망토 하나를 발견했다.
‘괜찮겠군.’
새까만 망토에는 후드가 달려있어서 여차하면 머리까지 가릴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이에 나는 곧바로 망토까지 챙긴 뒤에 1번 방 안으로 들어섰다. 그러자 아니나 다를까, 양 손과 다리가 구속된 채로 의자에 앉아있는 여성의 모습에 눈에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엘레노아 씨.”
나는 평소처럼 옅게 웃어 보이며 그녀에게 인사말을 건네주었다.
“어머, 이게 누구야.”
이런 내 인사말에 그녀는 입 꼬리를 슬며시 올리며 요사스럽게 웃어보였다. 동시에 그녀의 금색 머리카락이 살랑살랑 흔들리며 내 방심을 뒤흔들었다. 마치 금실을 엮어서 만든 것 같은 엘레노아의 머리카락은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공연히 침을 삼키게 만들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엘레노아의 매력이 이것뿐 만이라는 것은 절대로 아니었다.
보석 같은 눈동자에 가느다란 턱, 예쁜 콧날. 미인이라 불릴만한 조건은 충분히 갖추고 있었다.
아니, 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였다.
아마도 이런 여자가 현실에 존재한다면, 순식간에 모든 남성의 사랑을 독차지 했을 게 틀림없었다.
“……날 노예로 만드신 주인님이 아니신가?”
그녀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가시가 돋아있었다. 하지만 그래봤자, 어디까지나 약간의 가시에 불과했다. 가위로 가시를 조금 쳐낸다면, 충분히 내가 만지고 놀 수 있는 아름다운 꽃이 될 게 틀림없었다.
“만약에 그 때, 제가 당신을 노예로 만들지 않았다면……. 당신은 고블린들의 손에 살해당했었을 겁니다.”
“아하핫! 맞아, 그러네!”
이러한 내 말에 그녀는 구속된 상태에서 까르르 웃음을 터트렸다. 동시에 그녀의 커다란 가슴이 마치 나를 유혹하기라도 하듯이 뾰족하게 끄트머리를 세우고서 위아래로 크게 흔들렸다. 출렁출렁, 흔들리는 그녀의 가슴은 실로 굉장했다.
하지만 내게 있어서 그보다 더 굉장한 것은 바로 그녀의 잘록한 허리였다.
어떻게 저 크고 풍만한 가슴을 저 얇은 허리로 지탱할 수 있는 것인지, 솔직히 믿겨지지가 않았다.
‘서큐버스니까 가능하다는 걸까?’
꿀꺽, 군침을 삼킨 나는 한 발자국 그녀 쪽으로 다가섰다.
“그나저나 엘레노아 씨에게 부탁드릴 게 있어서 왔습니다.”
“뭔데? 한번 말해봐.”
그녀의 부드럽고 달콤한 목소리가 내 귓가를 파고들며, 기분을 한껏 들뜨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나는 애써 정신을 차렸다.
지금 내 눈 앞에 있는 여자는 음마, 서큐버스였다.
조금만 방심하면 모든 정기를 빼앗길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지금은 내가 주인이고 그녀가 노예였지만, 언제 어느 순간에 이 관계가 역전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조금 있다가 한 명의 여성과 마주치게 겁니다.”
“응, 그래서?”
“제가 그 여자와 마주치고 난 뒤에 당신이 이 가면과 망토를 쓰고서 나타나주셨으면 합니다. 다만 이 때, 완전히 접촉하는 것은 금물입니다.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안 되고요. 어디까지나 멀리서 지켜보고 있었다는 인상만 주고, 그녀에게 들키는 순간 도망치시면 됩니다. 도망치는 장소는 어디라도 좋습니다.”
이런 내 말에 그녀는 빙글빙글 웃으며 입을 열었다.
“대가는?”
“제가 뭘 드렸으면 합니까?”
“아하핫!”
이런 내 되물음에 그녀는 기분 좋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 모습이 마치 무슨 선물을 받을까, 행복한 고민을 하는 어린 아이와도 같았다.
“……그럼 정기를 주지 않겠어?”
“정기 말씀입니까? 그걸로 충분한 겁니까?”
전혀 예상지도 못 한 요구에 내가 이리 되묻자, 그녀는 깔깔 웃으며 대답했다.
“대신에 내가 만족할 때까지 줘야해. 알았지?”
“그건 곤란합니다. 그러다가 제가 죽기라도 하면 어쩝니까? 차라리 자유를 달라고 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나는 그녀에게 가장 이득이 되며, 서로가 납득할 수 있는 현실적인 제안을 꺼냈다. 그러나 그녀는 이런 내 요구 조건이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인지, 살포시 눈살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그건 내가 싫은데?”
“어째서 입니까?”
“그쪽의 정액이 마음에 들었거든. 뭔가 끈적거리는 게……. 뭐랄까, 아주 특별한 맛이었어. 좀 더 맛보고 싶어.”
이리 말하며 입을 크게 벌리는 엘레노아다. 동시에 그녀의 새빨간 혀가 입 밖으로 나와서는 낼름낼름 거렸다.
마치 나보고 자기 입 안에 정액을 실컷 쏟아내 달라는 듯이 말이다.
그 노골적인 유혹에 내 남근이 크게 껄떡이며 요동쳤다.
‘거짓말은 아닌 것 같은데…….’
더욱이 내게 나쁜 조건도 아니었다.
“요컨대 당신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유가 아닌 정기라는 것이군요.”
“맞아. 나는 서큐버스야. 서큐버스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정기지.”
이리 말한 그녀는 돌연 고개를 앞으로 불쑥 내밀어, 나를 빤히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넌 나를 얼마나 만족시켜 줄 거야?”
그 질문을 받는 순간,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마치 내 몸 구석구석 그녀에게 만져지는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꿀꺽, 마른침을 삼킨 나는 차분히 입을 열었다.
“최대한 노력은 해보겠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제 목숨이 위험해진다 싶으면 그만두겠습니다.”
“응, 좋아.”
그녀는 천연덕스럽게 웃으며 대꾸했다.
그 모습을 보아하니, 당분간 나를 배신할 것 같지는 않았다.
“대가는 일을 끝마친 뒤에 치르도록 하겠습니다.”
이리 말한 나는 그녀의 구속을 풀어주었다. 그러자 그것과 동시에 그녀의 몸이 나를 덮쳤다.
“아앙! 싫어. 지금 먹게 해줘. 지금 먹고 싶어.”
간드러지는 신음성을 터트리며 내 몸 위에 올라탄 엘레노아는 그대로 상체를 숙여, 내 가슴께에 자신의 풍만한 가슴을 문댔다.
“……난 지금 당장 필요해.”
내 목덜미에 쪽 하고 입술을 맞춘 그녀는 손을 뻗어, 내 쇄골과 어깨를 어루만졌다.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엘레노아 씨.”
“뭐가?”
츕츕 소리를 내며 내 목덜미에 몇 번이고 입술을 맞추는 그녀의 행동에 손발이 뻣뻣하게 굳는 것만 같았다. 특히나 그녀의 가느다란 손이 내 어깨를 지나 가슴을 어루만질 때면, 이루 말할 수 없는 흥분감이 몰려왔다.
하지만 나는 그 흥분감을 애써 몰아내었다.
“말을 듣지 않는 노예에겐 벌이 필요할 것 같군요. 고블린 소환.”
이 말과 동시에 고블린 세 마리가 그녀의 등 뒤에 나타났다.
“……고블린 세 마리에게 범해져 보시겠습니까? 꽤나 만족스러우실 겁니다.”
이리 말하며 손을 들어 올리자, 고블린 세 마리가 동시에 바지춤을 끌어내렸다.
“윽…….”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고블린 세 마리의 우람한 남근을 바라본 순간, 엘레노아는 질색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이건 좀 싫은데.”
“그럼 내려오시죠.”
“네, 네.”
이런 내 말에 엘레노아는 삐죽 입술을 내밀며 얌전히 몸을 일으켰다. 덕분에 한결 자유로워진 나는 그녀에게 가면과 망토를 건네주었다.
띠링!
[엘레노아가 가면을 획득했습니다.]
[엘레노아가 망토를 획득했습니다.]
‘역시…….’
내가 예상한대로 노예에게 아이템을 건네주면 소유하게 되는 모양이었다.
‘……마정석 파편을 보유했을 때와 같다는 것이겠지.’
실제로 그녀는 마정석 파편이란 아이템을 보유하기도 했었고 말이다.
그리고 내 추측이지만, 노예들도 나처럼 스킬이나 장비 따위를 보유할 수 있는 듯했다.
‘보유 스킬과 보유 장비라…….’
잠시 엘레노아의 상태를 바라보던 나는 이내 확인을 누른 뒤에 조교를 끝마쳤다. 그러자 곧 주변이 어두컴컴해지더니, 내가 조교의 방으로 들어가기 바로 직전의 상황이 눈에 들어왔다.
다만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고 한다면 아까 전까지만 해도 내 앞에 서있던 고블린들이 사라져 있었다는 것이었다.
“엘레노아 소환.”
주변을 한번 돌아본 직후, 나는 곧바로 엘레노아를 소환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검은색 망토를 두르고 있는 엘레노아가 내 앞에 나타났다.
“이건 대체 무슨 마법일까?”
내 앞에 나타난 엘레노아는 신기하다는 듯이 두 눈을 깜빡이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는 곧 입술을 낼름 핥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가면을 쓰세요.”
“네, 네.”
이런 내 요구에 그녀는 새치름하게 대답하고는 가면을 썼다. 그러자 달빛에 반사되어 반짝반짝 빛을 내고 있는 황금빛 머리카락 빼고는 전혀 특징을 알아볼 수 없게 되었다.
“그 머리카락……. 숨길 순 없겠습니까?”
“숨길 수야 있지.”
우후후, 하고 음산하게 웃은 그녀는 끈으로 머리카락을 한데 묶은 뒤에 망토 속으로 집어넣었다. 그 후, 후드를 둘러쓰자 완벽하게 모습이 가려졌다. 이로서 가면 이외에는 특징을 전혀 알 수 없게 되었다.
그녀가 딱히 무언가 제스처를 취하거나 목소리를 내지 않는 이상, 여자인지 남자인지 구별하기란 불가능했다.
“좋습니다.”
이리 말한 나는 스마트폰을 들어 올려 미니 맵을 확인했다.
========== 작품 후기 ==========
생각보다 길어지네요.
사실은 건방진 서큐버스에게 조교 타임! 을 가지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민서가 너무 보고 싶네요.
일단 서큐버스는 뒤로 미루고, 서연이 해결 후에 민서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