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육성!] -->
“케륵! 여자다! 케켓!”
“케르르륵! 인간 여자! 케케!”
서연의 날카로운 비명 소리에도 불구하고 고블린들은 결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도리어 더욱 더 신이 난 목소리로 크게 소리치며 그녀 쪽으로 다가갔다.
“오, 오지 마! 괴물! 히익!”
이렇듯 고블린들이 바로 눈앞에까지 다가오자, 서연은 이리저리 양 손을 휘두르며 저항해보았다.
“케륵! 케륵!”
그러나 그것이 고블린들에게 위협적으로 다가올 리가 없었다.
상대는 가녀린 인간 여성에 불과했다. 고블린들은 이런 그녀의 같잖은 저항에 콧방귀를 뀌며 우악스레 손을 뻗었다.
찌익!
“꺄악!”
고블린의 손에 붙잡힌 서연의 옷은 힘없이 찢겨나가며 뽀얀 속살을 내비쳐보여주고 말았다.
“케륵! 케륵!”
그 모습에 고블린들은 한층 더 신이 난 목소리로 케륵케륵 울어댔다.
“케르르륵! 넌 팔을 붙잡아라! 케륵!”
고블린 하나가 이리 소리쳐 말하자, 한 녀석이 얼른 고개를 끄덕이고는 서연의 양 팔을 단단히 붙잡았다.
“아악!”
제법 세게 붙잡은 모양인지, 그녀의 입술 사이로 고통에 찬 신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하지만 고블린들은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이, 입가를 이죽이며 서연의 옷을 마구 풀어헤친 뒤에 풀밭에 넘어트렸다.
“케륵! 인간 여자, 우리가 임신 시킨다! 케륵!”
돌연 고블린 하나가 바지춤을 끌어내렸다. 그러자 제법 먼 거리에서 지켜보고 있었음에도 불고하고, 한 눈에 확 들어오는 커다란 남근이 보였다.
‘더럽게 크네.’
그 모습에 나는 혀를 내둘렀다.
반면에 유 서연은 그것을 보곤 거의 기절할 듯이 꺽꺽 대고 있었다.
“우리 아이를 낳게 하자! 케켓!”
“케륵케륵! 임신이다! 케륵!”
이 말과 동시에 고블린이 서연의 바지를 꽉 붙잡자, 그녀가 크게 소리치며 발길질을 해댔다.
“시, 싫어! 싫어!”
고개까지 마구 도리개질 치며 저항해보지만, 고블린의 손은 결코 그녀의 바지자락에서 떨어져 나가지 않았다.
“케켓! 소용없다, 인간 여자! 케켁! 얌전히 우리의 씨받이가 되어라! 케륵!”
“꺅!”
크게 소리쳐 말한 고블린은 그대로 그녀가 입고 있던 바지마저 찢어버렸다.
때문에 그녀는 반나체나 다름없는 상태가 되고 말았다. 이제 그녀가 입고 있는 옷이라고는 넝마가 되다시피 한 윗옷과 팬티, 그리고 브래지어가 전부였다.
“……도, 도와주세요! 누구라도 도와주세요!!”
이젠 더 이상 혼자 힘으로 도망치기엔 무리라고 판단한 모양인지, 서연이 크게 소리치며 주변에 도움을 구해보았다. 그러나 이미 해가 저문 숲 속에는 나 이외에 그녀를 도와줄 만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케륵! 이 인간 여자 시끄럽다! 케륵! 입을 막아라! 케켓!”
“제발 도와……. 으읍!!”
이렇듯 혼신의 힘을 다해서 도움을 요청해보지만, 그것도 이내 고블린의 우악스런 손길에 가로막히고 말았다.
“으으으읍!!”
결국 그녀의 입술 사이로 새어나오는 건, 비정하게까지 느껴지는 신음성뿐이었다.
“케륵! 케륵!”
서연을 완전히 제압한 고블린은 오동통한 녹색 손을 뻗어, 서연의 팬티까지 완전히 벗겨내었다. 그리고 그것과 동시에 녀석의 커다란 남근이 위아래로 크게 껄떡이며 자신의 존재감을 한껏 과시했다.
‘이쯤에서 내가 나서야겠군.’
그 장면을 가만히 보고 있던 나는 슬슬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니, 잠깐만.’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나는 도로 자리에 앉아서는 그대로 땅바닥에 드러누웠다. 그리고는 충분히 등 뒤에 풀잎이 묻도록 뒹군 뒤에 다시금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의심이 많은 여자인 만큼 충분히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었다.
‘……그나저나 뭔가 도구가 필요할 것 같은데…….’
그 후, 뭔가 도움이 될 만한 도구를 찾아보던 나는 이내 주먹보다 조금 작은 돌멩이를 발견했다.
충분하진 않겠지만……. 이것 이외에 마땅한 것은 보이지 않았다.
‘뭐, 맨 주먹보단 낫겠지.’
이러한 생각에서 돌멩이를 양 손에 꼭 쥔 나는 수풀 밖으로 뛰쳐나가며 소리쳤다.
“누나!!”
크게 소리쳐 말한 나는 금방이라도 서연의 질 내에 남근을 밀어 넣을 것처럼 행동을 취하는 고블린에게 돌멩이를 던졌다.
“케엑!”
빠르게 쏘아져 나간 돌멩이는 운이 좋게도 고블린의 뒤통수에 그대로 적중했다. 그리고 그 돌멩이에 맞은 고블린은 정신이라도 잃은 것처럼 켁! 소리를 내며 서연의 몸 위로 쓰러졌다. 이에 놀란 서연이 몸서리치며 양 다리를 마구 휘저었다.
“케르륵! 인간이다! 케륵!”
“케륵! 남자다! 케켓!”
녀석들은 내 등장에 크게 당황한 모양인지, 어쩔 줄 몰라해하며 허둥지둥 댔다. 그리고 그 틈에 나는 다시금 돌멩이를 한 개 더 던졌다.
“켁! 아프다! 돌멩이 아프다! 케엑!”
내가 던진 돌멩이가 퍽! 소리를 내며 또다시 고블린의 어깨에 명중했다. 이에 녀석은 크게 소리치며 호들갑을 떨더니, 이내 뒤도 안 돌아보고서 도망치기 시작했다.
“케륵! 같이 가자! 케켁!”
저 먼저 도망치는 고블린의 모습에 남은 한 놈이 크게 소리치며 서연의 몸 위에 쓰러져 있는 고블린을 챙겨서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틈에 나는 재빨리 서연에게 다가갔다.
“괜찮아요?”
“으어어엉!”
풀밭 위에 쓰러져 있는 그녀에게 다가선 뒤에 몸을 부추겨주자, 서연은 그 동안 참았던 울음을 터트리며 내 팔뚝을 꽉 붙잡았다.
어찌나 서럽게 울던지, 숲 자체가 울음을 터트리고 있는 것만 같았다.
“서연 씨, 이제 그만 울어요. 녀석들은 도망쳤어요.”
“어엉! 엉!”
이런 내 말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울음소리는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이에 나는 억지로 그녀의 고개를 들게 만든 뒤에 손으로 눈물을 닦아주었다.
“저 보여요?”
“흐윽, 읏……. 보, 보여…….”
“제가 누구에요?”
“기, 김 유현…….”
그녀는 눈물을 훌쩍이며 내 이름을 정확하게 말했다.
“네, 저에요. 김 유현.”
나는 눈물과 콧물, 침으로 온통 범벅이 되어있는 그녀의 얼굴을 손으로 대충 닦아내어준 뒤에 끈적끈적해진 손바닥을 바지에 슥슥 문댔다.
“…….”
이러한 내 손길에 그녀는 훌쩍훌쩍 코 울음소리를 내며 나를 빤히 올려다보았다.
“이제 좀 진정이 되요?”
“응……. 훌쩍.”
코를 훌쩍이며 시선을 내리까는 서연이다. 그 모습이 조금은 귀엽게 느껴졌다. 특히나 아까부터 계속 가늘게 떨고 있는 어깨가 무척이나 사랑스러웠다.
이대로 내 품 안에 가둔 다음에 몇 번이고 등을 토닥여주며 달래주고 싶었다.
‘그랬다간 오히려 반발이 일어날 테지.’
가까스로 욕정을 억누른 나는 이내 윗옷을 벗었다.
“일단 이거라도 입으세요.”
“아…….”
이리 말하며 내가 윗옷을 건네주자, 서연은 그제야 자신의 속살이 훤히 내비쳐 보이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양 볼을 새빨갛게 물들였다.
“……고마워.”
그녀는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속삭이고는 내 윗옷을 건네받았다. 그 후, 넝마가 되어버린 옷을 벗고, 내 옷을 입자 종아리 부근까지 옷의 밑단이 내려왔다.
‘엄청 귀엽네…….’
그 모습을 본 순간 양 볼이 화끈 달아올랐다.
마치 여성이 남성의 와이셔츠 한 장만 달랑 입고서 유혹하는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내가 살면서 이 장면을 바로 눈앞에서 목격하게 될 줄이야.
감격에 이은 감격이었다.
“그런데…….”
“네?”
“우리 이거 어떻게 된 거야?”
나를 물끄러미 올려다보며 묻는 서연의 태도에 나는 턱밑을 문지르며 입을 열었다.
“글쎄요……. 저도 방금 막 자다가 깨서…….”
“그래?”
“네. 아마……. 누나의 비명 소리가 아니었으면 깨지도 못 했을 거예요.”
이러한 내 말에 서연은 아! 하고 작게 감탄성을 내뱉었다. 그리고는 살살 내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그 태도를 보아하니, 나 몰래 옷을 살펴볼 모양인 듯이 싶었다. 이에 나는 짐짓, 주변을 둘러보는 척 하며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그러자 아니나 다를까, 내 옷 냄새를 맡는 서연이다.
‘다행이군.’
그 모습에 나는 속으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만약에 내가 사전에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면, 분명 그녀는 내 옷에서 흙이나 풀냄새가 나지 않는다며 따졌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왜 우리일까?”
이렇듯 내가 안도하고 있는 사이, 서연이 내게 물음을 던졌다. 그리고 그 물음에 나는 주변을 한 번 더 둘러보고는 입을 열었다.
“보복이 아닐까요?”
“보복?”
“네. 오늘 우리가 범인을 찾아다녔잖아요.”
“그럼 은하랑 예은이도 온 건 아닐까?”
그 물음에 나는 아차 싶은 표정을 지어보이며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네요! 얼른 찾으러 가보죠!”
“어?”
나를 한번 떠보려는 속셈이었던 모양인지, 그녀는 이런 내 반응에 적잖게 당황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안 가요? 은하랑 예은이 안 찾을 거예요?”
내가 이리 소리치며 물음을 던지자, 서연은 얼른 고개를 끄덕이고는 나를 따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후, 우리는 있지도 않은 은하와 예은이를 찾아서 숲길을 걸어 다니기 시작했다.
“자, 잠깐…….”
하지만 산길을 걷기 시작한지 5분도 채 되지 않아서 서연이 나를 불렀다. 이에 고개를 돌려보니, 서연이 땅바닥에 주저앉은 채로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조금만 쉬었다가자.”
이리 말하며 자기 발을 감싸 쥐는 서연이다. 이에 뭔가 싶어서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녀의 하얀 맨발이 여기저기 상처나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나야 양말을 신고 있었던 덕분에 별다른 상처가 없었지만, 그녀의 경우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음……. 여기서 잠깐 기다리고 있어 보세요.”
“어, 어딜 가려고?”
“아까 버리고 온 옷 좀 가져올게요. 그걸로 대충 발이라도 감싸면 한결 괜찮을 거예요.”
“그럼 나도 같이 가!”
크게 소리쳐 말한 그녀는 돌연 손을 쭉 내뻗어, 내 손을 꽉 붙잡았다.
“지금 발 다쳤잖아요. 어떻게 걸으려고요?”
“괘, 괜찮아! 조금만 쉬면 금방 괜찮아 질 거야!”
“고집 부리지 말고 여기 계세요.”
이 말과 동시에 그녀의 손을 떼어내려고 하자, 서연이 울음을 터트리며 소리쳤다.
“싫어! 가지마!”
“왜 그러세요?”
“무, 무섭다고! 이 멍청아! 또 그 괴물이 나타나기라도 하면 어떡해!”
이리 소리치며 눈시울을 적시는 그녀의 모습에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나는 와락 눈살을 찌푸렸다. 그녀가 아무리 애절하게 애원한다고 해도, 여기서는 내가 이뤄야 되는 목적이 있었다.
‘정신 차리자. 조금 신파극이 되긴 하겠지만……. 의심을 완전히 거두려면 좀 더 완고하게 나갈 필요가 있어.’
이렇듯 마음을 다잡은 나는 내 손을 붙잡고 있는 그녀의 손을 뿌리치며 소리쳤다.
“그럼 은하랑 예은이는 아무래도 괜찮다는 거예요? 그쪽……. 예전부터 이기적이었다는 건 잘 알고 있었지만, 설마 이 정도로 이기적일 줄은 꿈에도 몰랐네요.”
“나, 난 그저…….”
“저 혼자서 은하랑 예은이를 찾아볼 테니까, 그쪽은 그쪽 알아서 하세요.”
이리 말하며 몸을 돌리자, 순간 서연의 손이 내 손을 재차 붙잡았다.
“가, 가지마!”
“놓으세요. 저 혼자서 갈 테니까요.”
“미안해!”
“유 서연 씨.”
“미안하다고! 내가 잘 못 말했어!”
순간 서연의 목소리가 쨍 하고 울리며 숲 속을 뒤흔들었다.
“……나 버리고 가지마.”
이 말과 동시에 내 등에 매달려오는 서연의 태도에 나는 입가에 옅은 미소를 그렸다.
“알았어요. 안 버리고 갈 테니까 일단 놓으세요.”
“진짜지? 진짜로 안 버리는 거지?”
“네, 안 버려요.”
내가 다시금 말해주자, 서연은 조심조심 내 몸을 놓아주었다. 그리고 이윽고 몸이 자유로워졌음을 확인한 나는 무릎을 꿇고, 그녀에게 등을 보여주었다.
“왜?”
“업히세요. 조금이라도 더 걸어서 은하랑 예은이를 찾아봐야죠.”
이런 내 말에 그녀는 잠시 고민하는 표정을 지어보이다가 이내 얌전히 내 등에 업혔다.
‘뭐지? 별로 안 무겁네?’
그녀가 내 등에 업히는 순간, 놀랍게도 무겁다거나 힘에 부친다거나 그런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뭐라고 해야 될까? 그냥 좀 책이 많이 들어있는 가방을 등에 매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무, 무겁지 않아?”
문득 서연이 내게 물음을 던졌다. 이에 나는 그녀의 가느다란 허벅지를 꽉 붙잡으며 몸을 일으켰다.
“아뇨, 별로 안 무거워요.”
“그, 그래?”
“정말이에요.”
그 말대로 나 자신 스스로가 다 깜짝 놀랄 정도로 그녀를 너무나도 수월하게 등에 업고 있었다.
이 상태라면 얼마든지 걸음을 옮기더라도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고블린한테 던진 돌도 제법 세게 날아갔었지?’
심지어 정확도도 상당히 높았다.
마치 내가 야구 선수라도 된 것처럼 말이다.
‘……살면서 공 한번 던져본 적 없었는데?’
잠시 곰곰이 생각해보던 나는 문득 이게 혹시 레벨의 영향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 작품 후기 ==========
다음편으로 마무리 짓고, 다시 민서로 넘어가겠습니다.
민서가 활약할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