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육성!] -->
“하아, 하아……. 이건?”
여성을 제압한 순간, 스마트폰 화면에 보스 몬스터를 노예로 삼을 거냐는 묻는 알림문구가 떠올랐다. 이에 나는 잠시 스마트폰 화면과 땅바닥에 쓰러져 있는 여성을 번갈아보았다.
‘설마 저 여자가 이 던전의 보스 몬스터였던 건가?’
천천히 숨을 고른 나는 네를 눌렀다.
[축하합니다!]
[던전 보스를 노예로 삼았습니다!]
[노예의 정보를 열람해보시겠습니까?]
[네 / 아니요]
다시금 묻는 알림문구에 나는 곧바로 네를 눌렀다.
[노예]
[이름 : 엘레노아]
[종족 : 서큐버스]
[등급 : 최하급]
[레벨 : 3]
[등급 : Normal]
[보유 스킬 : 유혹, 정기 흡수(+1)]
[보유 아이템 : 마정석 파편]
[보유 장비 : 없음]
[호감도 : 14]
[충성도 : 0]
“서큐버스였구나.”
서큐버스는 인큐버스의 여성판이라고 알려진 유럽 몽마의 일종이다. 밤에 자고 있는 남성을 덮쳐 꿈속에서 성적인 관계를 맺고 정력을 빼앗아 소모시키는데, 중세 유럽에서는 남성의 몽정이 모두 서큐버스 탓이라고 한다.
이 때, 종교적 전통에서는 서큐버스와 지속적으로 성행위를 맺으면 건강이 악화되는 것은 물론이고, 심하면 죽을 수도 있다고 경고하기까지 한다. 그리고 여기서는 그 설정에 충실히 따르고 있는 모양인지, 하마터면 나도 바로 내 뒤에 있는 남자처럼 정기가 모두 빨려서 죽을 뻔 했었다.
“케륵! 주인님을 뵙습니다!”
“케르르, 주인님의 앞에 무릎을 꿇습니다!”
“케켓, 주인님을 모십니다!”
이렇듯 내가 노예로 삼은 서큐버스의 정보를 살펴보고 있는 동안, 고블린 세 마리가 내 앞으로 다가와 무릎을 꿇었다.
‘고, 고블린…….’
오우거가 사람을 먹어치우는 커다란 괴물이라고 한다면, 고블린은 장난만 치는 작은 괴물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오우거와 고블린 자체를 비교할 수는 없지만……. 인간의 입장에서 보기엔 두 생명체 모두 괴물이긴 마찬가지였다.
나는 천천히 숨을 고르고는 고블린을 바라보았다.
녹색 피부에 1미터 20센티미터가 될까 싶은 작은 키를 가지고 있었지만, 이런 작은 체격에도 불구하고 팔이며 다리에는 우락부락한 근육을 붙이고 있었다. 게다가 날 향해 존경심 가득 담긴 눈빛을 보내고 있는 걸 보면, 이들의 충성심에 대해선 의심할 여지가 조금도 없어보였다.
‘……하긴. 이건 스킬로 소환한 거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주 방심하는 것은 금물이었다.
혹시라도 내가 어설픈 모습이나 약한 모습을 보인다면 이들이 언제 어느 때, 변심해서 나를 공격할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일단 최대한 경계하는 모습을 보이며 호감도를 이끌어낼 필요가 있었다.
“아까 서큐버스의 공격을 받은 건, 당신입니까?”
“케켓! 그렇습니다.”
“괜찮습니까?”
“괜찮습니다, 케켓!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런 내 물음에 녀석은 자신의 가슴을 탕탕 두드리며 자랑스레 말했다. 그 모습을 보아하니, 멀쩡한 모양이었다.
‘서큐버스가 원래 이렇게 약한 거였나?’
내가 알고 있는 모 게임 속의 서큐버스는 낫을 들고 다니며 제법 강한 용모를 보여주었는데……. 물론 그래봤자, 유저에게 끔살 당하는 건 여전했지만 말이다.
“으응…….”
그 때, 쓰러져 있는 서큐버스 쪽에서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이에 나는 칠흑의 지팡이를 꽉 움켜쥔 채로 서큐버스 쪽으로 몸을 돌렸다. 혹시라도 만에 하나, 서큐버스가 나를 공격하려 든다면 바로 반격할 수 있도록 말이다.
“경계하십시오.”
“케켓!”
이런 내 말에 고블린들 또한 각자 무기를 들어 올리며 서큐버스를 에워쌌다.
그리고 이윽고 정신을 차린 서큐버스는 오른손으로 자기 머리를 감싸 쥐더니, 곧 잔뜩 화난 표정으로 고블린들을 돌아보았다.
“고, 고블린 따위가 어떻게 나를……!”
“엘레노아 씨.”
“읏? 어, 어떻게 내 이름을……?”
내가 그녀의 이름을 부르자, 그녀는 적잖게 당황한 모양인지 입을 열었다. 이에 나는 애써 미소를 지어보이며 입을 열었다.
“마정석 파편은 어디에 있습니까?”
“응? 마정석 파편? 아하, 그걸 찾으러 온 거야? 왜? 가지고 싶어?”
이리 말한 엘레노아는 자기 가슴 사이에 끼워져 있는 검은색 돌멩이 하나를 꺼내보였다.
“그걸 제게 주시겠습니까?”
“내가 왜?”
흥, 콧방귀를 뀌며 마정석 파편을 왼손으로 꽉 쥐는 엘레노아의 태도에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 태도를 보아하니, 순순히 넘겨줄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이에 나는 고블린들을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빼앗으십시오.”
“케켓!”
띠링!
이렇듯 내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세 마리의 고블린들이 엘레노아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그녀라고 해서 순순히 빼앗겨줄 생각이 없는 모양인지, 등 뒤에 나있는 한 쌍의 날개를 펄럭이며 소리쳤다.
“방금 전엔 내가 방심해서 당했지만, 이번에는 어림도 없지!”
크게 소리친 그녀는 손을 휘둘러 고블린의 몽둥이를 쳐냈다. 아니, 쳐내려고 했다.
“……꺅! 무, 무슨 고블린이 이렇게 강해?”
당혹감으로 가득찬 목소리로 크게 소리친 그녀는 고블린 세 마리의 연계 공격에 변변찮은 반격도 못 한 채로 이리저리 도망쳐 다녀야 되었다. 그리고 그 사이에 나는 스마트폰을 들어서 방금 전에 온 알림문구를 확인해보았다.
[엘레노아를 적으로 간주합니다.]
[칠흑의 지팡이 효과 3을 받지 않습니다.]
‘아……. 그렇군.’
그제야 나는 엘레노아가 고블린을 상대로 고전을 면치 못 하고 있는 것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버프가 확실히 좋긴 좋은가 보군. 그리고 엘레노아가 최하급이라는 것도 한몫했고.’
옅게 웃음을 터트린 나는 칠흑의 지팡이로 땅바닥을 찍었다.
탁!
“거기까지입니다, 엘레노아 씨.”
이 말과 동시에 고개를 한번 까닥이자, 고블린들의 행동이 일거에 멈추었다. 더불어 엘레노아 또한 상당히 지친 모양인지, 거칠게 숨을 내뱉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무, 무슨…….”
“더 이상의 저항은 무의미하다는 겁니다. 어둠의 화살.”
주문을 외자, 여지없이 내 앞에 검은색 구체가 떠올랐다. 그리고 그 검은색 구체는 내가 시선을 고정한 곳, 그러니까 엘레노아의 바로 옆으로 쏘아져나가서는 커다란 폭발을 일으켰다.
“힉!”
폭발과 함께 거세게 일어난 바람이 엘레노아들의 등 뒤를 때렸고, 그 풍압에 못 이긴 그녀는 그대로 앞으로 넘어지며 새된 비명소리를 내뱉었다.
이에 나는 입가에 옅은 미소를 그리며 천천히 그녀 쪽으로 다가섰다. 그리고 그녀 앞에 선 순간, 고개를 숙여 그녀를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더 하시겠습니까?”
“아, 아니요…….”
이런 내 물음에 그녀는 눈시울을 적시며, 얌전히 마정석 파편을 내게 넘겨주었다.
띠링!
띠링!
[엘레노아에게 힘의 차이를 보여주었습니다.]
[엘레노아의 충성도가 15 상승했습니다.]
[축하합니다!]
[마정석 파편을 획득하셨습니다!]
[이계 퀘스트를 완료하셨습니다. 종료하시겠습니까?]
[네 / 아니요]
마정석 파편을 손에 넣는 순간, 이계 퀘스트가 완료되었다는 알림문구가 떠올랐다. 이에 나는 곧바로 네를 눌러서 이계 퀘스트를 종료했다. 그러자 순간 내 눈 앞이 어두워지더니, 곧 자취방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축하합니다!]
[이계 퀘스트 ‘생기를 빨아들이는 던전’을 완료했습니다.]
[아이템 ‘마정석 파편’이 소멸합니다.]
[보상으로 랜덤 아이템 상자가 주어집니다.]
[랜덤 아이템 상자를 수령하시겠습니까?]
[네 / 아니요]
“휴, 끝났네.”
이렇듯 현실로 돌아온 나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랜덤 아이템 상자를 수령했다.
[축하합니다!]
[아이템 ‘풍유환 (1회)’을 획득하셨습니다!]
[효과 : 목록에 저장되어 있는 여성의 가슴 사이즈를 증가시켜줍니다.]
“……오.”
이번에 랜덤 아이템 상자에서 나온 건, 풍유환이었다.
빈유환만큼 높은 희소가치는 가지고 있지 않았지만, 풍유환 또한 지고의 보물이라고 할 수 있었다.
========== 작품 후기 ==========
풍유환을 원하신다면 드려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