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육성!] -->
“어땠어요?”
은하의 물음에 서연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했다.
“아니었어. 게다가 체형도 틀리고……. 그 변태는 그렇게 덩치가 크지 않았어.”
“그래요?”
“그래.”
이리 대답한 서연은 은하를 앞세워서 다른 사람의 집을 찾아갔다. 하지만 그 때마다 우리는 번번이 허탕을 칠 수 밖에 없었다.
하긴 그도 그럴 것이 범인이 바로 여기에 있는데, 다른 사람이 범인일 수가 없었다.
‘이대로 포기해줬으면 좋겠는데.’
하지만 이런 내 기대가 무색하게도 서연은 조금도 실망한 기색을 내비쳐 보이지 않았다. 도리어 다른 사람의 집을 찾아가면 찾아갈수록 나를 의심하는 눈초리가 한층 더 심해질 뿐이었다.
‘……보통은 지치지 않나?’
오늘 일이 끝나거든 다른 방법을 강구해봐야 할 듯이 싶었다.
“우리 일단 저녁이나 먹어요.”
그렇게 8시쯤 되었을 때, 은하가 우는 소리를 내며 입을 열었다.
배를 움켜쥐는 걸 보아하니, 어지간히도 배가 고픈 모양이었다. 그리고 이런 은하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슬슬 배가 고파진 모양인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그러자.”
이 말과 동시에 우리는 근처에 있는 알밥 집에 들어갔다.
모든 메뉴가 3500원으로 저렴한데다가 처음 먹는 사람도 편하게 먹을 수 있게 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전 약매요.”
은하도 나와 함께 몇 번 와봤었기에 자연스럽게 알밥을 시켰다.
“전 순한 맛이요.”
예은이도 이곳에 와본 모양인지, 메뉴판도 보지 않고 자연스럽게 시켰다.
“…….”
하지만 서연이는 이곳이 처음인 모양인지, 메뉴판을 진지하게 쳐다보며 고민하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이에 은하가 붙임성 있게 서연의 옆에 찰싹 붙어서는 이건 얼마나 맵고, 이건 얼마나 안 맵고를 알려주었다.
그리고 이 설명을 다 들은 서연은 고개를 몇 번 끄덕이고는 입을 열었다.
“나도 약매.”
이렇듯 메뉴가 정해지자, 나는 종업원을 불러서 약매 세 개에 순한 맛 하나를 시켰다.
그 후, 우리를 서로를 마주보며 입을 열었다.
“내일도 나올 거예요?”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은하였다.
확실히 현재로선 그게 가장 큰 관심사이긴 했다.
허구한 날, 이렇게 매일 저녁 범인을 찾으러 거리를 돌아다닐 순 없는 노릇이었으니 말이다. 물론 나는 상관없었지만, 은하의 경우에는 개인적으로 하고 있는 과외가 있었기 때문에 그러기가 힘들었다.
“왜? 안 돼?”
“내일 과외가 잡혀있어서요.”
“흠…….”
이 말에 서연은 팔짱을 끼고서 고민어린 표정을 지어보였다.
확실히 여기서 은하가 빠져나가게 된다면 범인 찾기가 힘들어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반대로 말해서, 서연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내게로 향할 가능성이 다분했다.
일단 겉보기엔 물러난 것처럼 보이지만, 그녀는 여전히 나를 의심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일단 내일은 쉬고, 모레 다시 만나죠.”
“아, 모레는 제가 안 돼요.”
그 때, 예은이가 손을 들며 말했다.
‘분위기를 보니까, 파투날 것 같은데?’
나는 가만히 이야기를 들으며 속으로 미소를 머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서연이 나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너는?”
“네? 아……. 저는 별일 없는데요?”
갑작스런 질문에 나는 얼떨결에 별일 없다고 이야기했다. 그러자 씩, 웃음을 터트리며 입을 여는 서연이다.
“잘 됐네. 그럼 내일은 은하 빼고 셋이서 만나고, 모레는 예은이 빼고 셋이서 만나면 되겠네.”
그 말에 순간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만 같았지만, 그것도 잠시 나는 차분하게 말했다.
“은하가 없으면 범인 집을 찾아갈 수 없잖아요.”
“아니, 내일은 예은이가 그 변태 가면하고 만난 장소에 가볼 거야.”
이리 말하며 딱 내일 일정을 정해버리는 서연이다.
‘빠져나갈 구석이 없네. 이럴 줄 알았으면 내일 따로 할 일이 있다고 거짓말을 할 걸…….’
물밀 듯이 후회가 밀려왔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나는 내심 한숨을 내쉬며 알겠노라고 대답하곤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렇게 우리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알밥이 나왔고, 우리는 그 알밥을 모두 다 먹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계산은 어떻게 할래요?”
계산대 앞에 선 은하가 이리 묻자, 서연이 자기 카드를 꺼내며 입을 열었다.
“내가 살게.”
“네? 하지만…….”
“너희는 대학생이잖아. 이건 그냥 내가 살 테니까, 조용히 해.”
이리 말하며 계산을 끝마친 서연은 나와 예은이를 번갈아보며 ‘그럼 내일 보자.’라고 말한 뒤에 어제처럼 미련 없이 뒤돌아 제 갈 길을 가버렸다. 이에 예은이는 저 멀리 가고 있는 유 서연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한 마디 했다.
“참 이상한 사람이네요.”
그 말에 은하가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좀 이상한 언니긴 하죠.”
그렇게 유 서연에 대해서 한 마디씩 주고받은 은하와 예은이는 이내 나를 바라보았다. 그 표정을 보아하니, 이제 어떻게 할 거냐고 묻는 듯했다. 이에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일단 우리도 각자 집에 돌아가죠. 예은 씨는 집이 어디세요? 바래다드릴까요?”
“아뇨, 괜찮아요.”
이리 말하며 정중하게 거절한 예은은 나를 빤히 올려다보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말씀 편하게 하세요. 학과는 달라도 제가 후배잖아요.”
그 말에 나는 옅게 웃음을 터트리며 입을 열었다.
“알았어. 그럼 앞으로 말 편하게 할게.”
“네.”
이렇듯 내가 말을 편하게 해주자, 예은의 표정이 한결 부드러워졌다.
‘참 착한 후배인데…….’
그런데 대체 왜 그런 얘들하고 어울리고 있었던 걸까? 물론 그 학생들이 무조건 나쁘다는 것은 아니었다. 솔직히 말해서 내가 그 학생들에 대해서 아는 것은 별로 없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래도, 대낮에 학교에서 술을 마시는 학생들의 인성이 그렇게 썩 좋을 거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생각이 있다면 적어도 학교가 아닌 다른 곳에서 술을 마실 게 틀림없었다.
‘그냥 잔디밭에서 노는 거라면 몰라도.’
쓰게 웃음을 터트린 나는 예은이를 먼저 보내고는 은하와 함께 빌라로 돌아갔다. 그 후, 은하를 3층까지 배웅해준 나는 다시금 아래층으로 내려와 내 자취방에 들어섰다.
“하아.”
가쁘게 숨을 내뱉은 나는 이불 위에 몸을 눕힌 뒤에 유 서연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이대로 가면 위험할 것 같은데.’
이르든 늦든 유 서연에게 덜미가 잡힐 것만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리고 그 최후도 그다지 썩 좋지 않을 것 같았다. 최악의 경우, 칼빵을 맞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물론 유 서연이 그 정도로 생각이 없는 여자라고는 생각되지 않지만…….
‘……아니, 충분히 가능할지도.’
막무가내로 내게 달려들었을 때, 집 문을 열라며 윽박지르는 것을 보면 확실히 가능성이 있긴 했다. 물론 그 가능성이 1%정도 밖에 되지 않긴 했지만, 그 가능성이 있는 한 방심은 금물이었다.
“당하기 전에 선수를 쳐야지.”
몸을 일으킨 나는 스마트폰을 꺼냈다.
‘일단 생각나는 해결책은 아이템과 스킬, 그리고 레벨 상승 정도인가?’
하지만 아이템과 스킬의 경우, 랜덤이었기에 언제 내가 원하는 해결책이 나올지 미지수였다. 그에 반해서 레벨은 확정적인 것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레벨이 반드시 현재 상황을 해결해 줄 거라는 보장은 그 어디에도 없었지만 말이다.
‘현재 가지고 있는 정기가 200이니까, 상자는 열 개. 스킬은 네 개. 레벨은 최소 1 상승인가.’
한동안 고민하던 나는 이내 레벨을 올리기로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계 퀘스트가 궁금하기도 했고 말이다.
[축하합니다!]
[사용자의 레벨이 3에서 4로 상승했습니다.]
[여성 목록을 열람할 수 있는 범위가 20미터에서 40미터로 상승합니다!]
[이제부턴 사용자보다 세 단계 더 높은 직위의 여성을 조교할 수 있습니다.]
[스킬의 강화가 가능해졌습니다!]
“스킬 강화?”
스킬 강화가 가능해졌다는 알림문구에 나는 곧바로 스킬 강화를 눌러보았다.
[강화에 필요한 정기를 사용해서 스킬을 강화시킬 수 있습니다.]
그 말에 나는 사용자 정보로 돌아가서 고속 이동을 눌러보았다.
[스킬 ‘고속 이동’을 강화시키시겠습니까? (정기 50을 소모합니다.)]
[네 / 아니요]
“아하, 이런 식이군.”
저번에 고블린 소환 스킬을 중복해서 뽑았을 때와 같은 상황이었다.
다만 한 가지 다른 게 있다면, 이건 따로 스킬을 뽑을 필요 없이 바로 강화가 가능하다는 점이었다.
‘대신 정기 소모가 크구나.’
모르긴 몰라도 이보다 더 높은 단계로 강화시키기 위해서는 좀 더 많은 정기가 요구될 게 틀림없었다.
“뭐……. 이건 둘째 치고 레벨을 좀 더 올려볼까?”
아니요를 누른 나는 곧바로 레벨을 상승시켰다.
[축하합니다!]
[사용자의 레벨이 4에서 5로 상승했습니다.]
[여성 목록을 열람할 수 있는 범위가 40미터에서 100미터로 상승합니다!]
[이제부터 상점에서 랜덤 장비 상자를 판매합니다!]
[축하합니다!]
[사용자의 레벨이 5가 되어서 이계 퀘스트가 가능해졌습니다!]
[보상으로 랜덤 장비 상자가 지급 되었습니다.]
[랜덤 장비 상자를 수령하시겠습니까?]
[네 / 아니요]
“어? 장비도 있어?”
새롭게 떠오른 알림문구에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나는 곧바로 아니요를 누른 뒤에 상점으로 이동했다.
[랜덤 스킬 상자 뽑기]
(1회 뽑기 시, 정기 50 소모 / 10회 뽑기 시, 정기 450 소모)
[랜덤 아이템 상자 뽑기]
(1회 뽑기 시, 정기 20 소모 / 10회 뽑기 시, 정기 180 소모)
[랜덤 장비 상자 뽑기]
(1회 뽑기 시, 정기 100 소모 / 10회 뽑기 시, 정기 900 소모)
“비싸네…….”
스킬 상자의 두 배나 되는 정기 소모량에 절로 입이 딱 벌었다.
‘대체 뭐가 들어있기에 이렇게 비싼 거야?’
고개를 갸웃하던 나는 이내 초기 화면으로 돌아가서 랜덤 장비 상자를 수령 받았다.
[축하합니다!]
[장비 ‘칠흑의 지팡이(R)’를 획득하셨습니다!]
[효과 1 : 어둠의 화살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1분마다 사용할 수 있습니다)]
[효과 2 : 스켈레톤을 소환할 수 있습니다. (최대 3마리) (시체가 필요합니다.)]
[효과 3 : 반경 100M 이내 존재하는 모든 소환물의 공격력과 방어력, 체력을 각각 상승시킵니다. : 자세히 보기]
“……세상에.”
아이템 설명을 본 순간, 나도 모르게 감탄성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 작품 후기 ==========
강화! 그리고 등급!
강화하다가 장비가 깨진다면?!
*서연이 먼저 정리하고 민서로 넘어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