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매니저 어플-35화 (35/599)

<-- [육성!] -->

“…….”

스마트폰 화면에 떠올라 있는 알림문구에 나는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설마하니 이 게임에 업적 시스템까지 존재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 했기 때문이었다.

‘다른 업적은 못 보는 건가?’

혹시나 싶은 생각에서 아니요를 누른 나는 곧장 업적 목록을 찾아보았다.

[현재 달성한 업적]

-제모

“흠……. 다른 건 못 보나보네.”

만약에 사전에 확인이 가능했다면 민서를 상대로 모든 업적을 달성했을 텐데 말이다.

아쉬움에 혀를 내두른 나는 업적 목록에서 나간 뒤에 랜덤 아이템 상자를 수령 받았다.

[축하합니다!]

[아이템 ‘빈유환 (1회)’을 획득하셨습니다!]

[효과 : 목록에 저장되어 있는 여성의 가슴 사이즈를 줄여줍니다.]

“……이건.”

이건 정말 듣도 보도 못 한 발상이었다.

여성의 가슴 사이즈를 줄여준다니…….

실로 매력적인 아이템이 아닐 수 없었다.

“세계의 보물이로군!”

나는 감탄성을 연발하며 빈유환을 살펴보곤 이내 확인 버튼을 눌렀다.

‘이건 정말 필요할 때, 적용시켜야지.’

싱글벙글 웃음을 터트린 나는 기분 좋게 몸을 일으킨 뒤에 화장실에 들어가서 간단히 샤워를 했다. 그 후, 샤워를 끝마치고 밖으로 나온 나는 점심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서 가스레인지 위에 냄비를 올렸다.

“어디 보자.”

서랍장을 열어보자, 그 안에 들어있는 라면 한 봉지가 눈에 들어왔다.

그것을 본 나는 라면을 사러 나가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가슴을 쓸어내리며 마지막 하나 남은 라면을 꺼냈다.

“……계란이 빠질 수 없지.”

냉장고를 열어보니, 다행히도 계란은 넉넉하게 남아 있었다.

계란 하나를 꺼낸 나는 라면 봉지를 뜯어서 건더기를 먼저 냄비 안에 넣었다. 건더기를 먼저 넣어놔야지, 나중에 먹을 때 씹는 맛이 부드러워지기 때문이었다.

여하튼 건더기가 들어간 물이 보글보글 끓기 시작할 때쯤 나는 재빨리 면과 스프 가루를 넣어서 2분가량 끓였다.

“딱 좋군.”

면발이 아직 완전히 익지 않은 것을 확인한 나는 곧바로 계란을 깨서 넣었다. 그러고 나서 계란이 충분히 풀어지도록 젓가락으로 몇 번 휘저어준 뒤에 1분 정도를 더 끓었다.

“……크, 역시 이 냄새는 참을 수 없다니까.”

딱 먹기 좋게 익은 라면을 본 순간, 절로 군침이 돌았다. 나는 입 안 가득 고인 침을 꿀꺽, 삼키고는 재빨리 컴퓨터 앞으로 냄비를 가져갔다.

역시 뭐니 뭐니 해도 컴퓨터 앞에서 먹는 라면이 최고로 맛있으니 말이다.

“오늘은 뭘 보면서 먹을까?”

컴퓨터에 전원을 넣은 나는 라면을 먹으면서 볼만한 것을 찾기 위해 인터넷을 이리저리 뒤적거렸다.

‘배구나 한번 봐볼까?’

그러다가 문득 배구에 대한 생각이 떠올랐다.

‘……확실히 한번쯤 봐두긴 해야 되니까.’

이 생각에서 나는 곧바로 동영상 전문 커뮤니티에 접속한 뒤에 배구 영상을 찾아보았다.

“생각보다 많이 있네.”

다행히도 배구 영상은 많이 올려져있었다.

‘여기 있다.’

나열되어 있는 경기 목록을 쭉 내려 보자, 곧 민서가 속해 있는 현대 건설의 경기를 찾아낼 수 있었다.

물론 민서는 어제 막 팀에 합류한 상태였기 때문에 그녀가 활약하는 경기 자체는 볼 수 없겠지만, 그래도 다른 선수들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는 볼 수 있었기에 영양가가 아주 없다고는 할 수 없었다.

“높이의 대한 건설, 그리고 조직력의 흥명생명! 이 두 팀의 대결이 정말 기대됩니다.”

“네, 그렇습니다. 대한 건설의 경우 센터의 키가 가장 높은 팀이라고 볼 수 있겠죠. 유 은진 선수, 이 태영 선수가 버텨주고 있기 때문에 모든 팀들 중에 센터가 가장 단단한 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덕분에 블로킹 1위를 달리고 있는 대한 건설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반면에 흥명생명의 센터 공격수들의 키가 그렇게 크진 않아요. 그렇지만 센터 공격수들의 다양한 전술과 특유의 조직력이 있기 때문이 이 점을 잘 살려야 될 겁니다. 특히 조직적인 플레이로 상대의 브로커들을 많이 흔들어야 될 겁니다.”

동영상을 틀자, 해설자들의 정신없는 말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며 경기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여주었다.

거기다가 카메라맨이 경기를 기다리고 있는 여자 배구 선수들의 모습을 간간이 비추어 보여주는데…….

다들 하나 같이 감탄성을 자아내게 만드는 미인들이었다.

‘배구 선수라서 그런지 다들 키가 크네.’

잠시 젓가락질을 멈추고 있던 나는 이내 라면이 불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서둘러 라면을 먹었다.

“대한 건설 힐스테이트와 흥명생명 핑크 스파이더스의 이번 시즌 두 번째 맞대결입니다.”

“네, 그렇습니다. 지금 나오고 있는 게 누적 공격 분포도거든요. 역시 오픈 공격에서 두 팀 다 많이 시도를 하는 걸 볼 수 있겠습니다. 시간차, 속공 그 다음에 퀵오픈을 다양하게 사용하고 있는 대한 건설이고요. 반면에 흥명생명은 속공 보다는 시간차와 퀵오픈을 좀 많이 사용합니다.”

“네, 그렇군요. 방금 막 심판이 휘슬을 불었습니다. 공격은 유 이정 선수의 서브로 시작합니다.”

해설진들이 무어라 설명은 하고 있었지만, 배구에 문외한인 내가 그 설명을 이해하는 데는 아무래도 큰 무리가 있었다. 그나마 속공이라던가 시간차, 이런 건 알아들을 수 있었지만 퀵오픈이라던가 후위라는 건 이해하기 힘들었다.

‘뭐, 일단 보면 알겠지.’

나는 후루룩, 라면을 먹으면서 영상에 집중했다.

“유 이정 선수가 서브를 하지만 바깥쪽으로 나갑니다.”

“유 이정 세터의 경우, 서브가 무척이나 좋은 선수에요. 서브 부분에 3위에 랭크되어 있는 선수입니다.”

비록 서브에서 실수하긴 했지만, 해설진이 그것을 어떻게든 만회해줄 생각인 모양인지 그녀를 칭찬해주었다. 그리고 그 사이에 대한건설에서 서브를 준비하고 있었다.

“네, 김 유리의 서브. 아주 좋습니다! 상대편의 리시브가 흔들렸습니다. 이어지는 언더 토스. 흥명생명의 첫 번째 공격! 아, 바깥쪽입니다!”

“초반에 범실이 나오고 있는 흥명생명입니다. 서브 범실, 공격 범실. 범실로만 2점을 내주고 있는 상황입니다.”

상대의 서브가 좋았던 건지, 아니면 초반 서브 범실 때문에 사기가 떨어진 탓인지 제대로 수비를 해내지 못 해서 그만 공격이 어설프게 들어가 버렸다.

이건 배구의 문외한인 나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눈에 확 들어오는 실수였다.

‘요컨대 초반이 중요하다는 건가?’

확실히 어떤 경기라도 선제 점수가 부여하는 의미는 무척이나 컸다.

특히나 많은 점수를 내기 힘든 축구의 경우, 선제골이 그 경기의 승패를 좌우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니 말이다.

흠, 하고 침음성을 삼킨 나는 좀 더 경기를 지켜보았다.

“두 번째 연속 서브 김 유리! 이번에도 멋진 서브입니다. 흥명생명에서 리시브를 해보지만 세터에 제대로 연결이 되지 않습니다. 결국 3:0. 이것을 보는 김 현욱 감독이 괜찮다 괜찮다 박수를 보내지만 선수들의 표정은 좀처럼 풀리지 않는군요.”

그 말대로 서브 범실, 공격 범실에 이은 수비 범실까지 이어지자 결국 선수들의 사기가 말이 안 될 정도로 쭉쭉 떨어지는 게 눈에 들어왔다.

‘졌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혀를 내둘렀다.

“김 유리 선수, 다시 한 번 더 나섭니다. 김 유리 선수의 서브! 조금 높습니다. 이걸 이 슬기 선수가 받아냅니다. 이어지는 속공! 빠르게 공이 들어갑니다. 완벽하게 들어간 공이 그대로 꽂힙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김 유리 선수의 서브를 받아낸 이 슬기 선수가 그걸 리시브해서는 세터로 이어 그대로 빠르게 공격으로 이어나갔다. 때문에 대한 건설 선수들은 곧바로 블로킹도 할 생각도 못 하고 막히고 말았다.

말 그대로 속공이었다.

‘와…….’

라면을 먹어야 된다는 것도 잊은 채, 나는 감탄성을 터트리고 말았다.

게다가 방금 전의 속공이 제대로 먹혀들어간 덕분인지, 침체되어 있던 흥명생명의 선수들의 기세가 다시금 살아나는 것처럼 보였다.

‘……단 한 명의 활약으로 이렇게 기세가 바뀌네.’

과연 저 역할을 민서가 해낼 수 있을까? 나는 방금 전, 김 유리 선수의 서브를 받아낸 이 슬기 선수의 모습에 대입해보았다.

‘잘 모르겠네.’

역시 민서가 직접 경기를 뛴 영상을 찾아봐야지만 알 수 있을 듯이 싶었다. 이에 나는 1세트까지만 영상을 보고는 김 민서라는 이름을 쳐보았다. 하지만 개인으로는 이름이 크게 나지 않은 상태여서 그런지, 김 민서의 경기 영상은 조금도 나오지 않았다.

‘……결국 내일 직접 보면서 능력치를 올려주는 수밖에 없는 걸까?’

끙, 하고 신음성을 삼킨 나는 방금 전에 봤던 영상을 찾아 남은 경기를 마저 보았다.

========== 작품 후기 ==========

배구 영상 보다가 심쿵사 할 뻔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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