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육성!] -->
“경험치? 정기랑 같은 건가?”
혹시나 싶은 생각에서 스마트폰 화면에 표시되어 있는 경험치란 단어를 엄지로 꾹 눌러보자, 아니나 다를까 화면에 경험치에 대한 정보가 떠올랐다.
[경험치는 정기와 마찬가지로 대상의 개인 능력치를 상승시키는데 사용할 수 있습니다.]
“……과연.”
역시 내가 생각한대로 정기와 마찬가지로 쓸 수 있는 모양이었다.
다만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고 한다면, 경험치는 오로지 대상의 개인 능력치 상승에 밖에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반면에 정기는 대상의 개인 능력치 상승은 물론이고, 상점이나 내 개인적인 레벨 상승에도 쓰일 수 있었다.
‘그래도 이것만 해도 감지덕지지.’
혀를 내두른 나는 곧바로 매니저 어플을 실행시켰다.
[축하합니다!]
[출석 체크에 성공하셨습니다!]
[보상으로 랜덤 스킬 상자가 주어집니다.]
[랜덤 아이템 상자를 수령하시겠습니까?]
[네 / 아니요]
“오, 이번에는 스킬 상자인가?”
출석 체크로 랜덤 스킬 상자를 수령한 나는 곧바로 사용했다.
[축하합니다!]
[스킬 ‘고블린 소환’을 획득하셨습니다!]
[효과 : 고블린 1마리를 소환합니다.]
[강제로 역소환 되었을 시, 1시간 뒤에 다시 소환 할 수 있습니다.]
“……미친.”
고속 이동처럼 현실에서 사용하더라도 아무런 지장이 없는 스킬을 원했는데, 랜덤 스킬 상자는 이런 내 기대를 여지없이 무너트리며 고블린 소환이란 카드를 선물해주었다.
‘이걸로 같은 스킬만 두 개인가.’
아쉬움에 혀를 내두르며 확인을 누르는데, 돌연 화면에 새로운 알림문구가 떠올랐다.
[현재 사용자는 ‘고블린 소환’과 중복되는 스킬을 보유하고 계십니다.]
[중복되는 스킬을 획득할 시에는 스킬 강화 혹은 정기 교환을 하실 수 있습니다. (단, 이 경우 정기 획득양이 절반으로 줄어듭니다.)]
[스킬 강화 / 정기 교환]
“계륵이네.”
손해를 감수하고서 정기로 교환할 것이냐, 아니면 당장 내게 필요 없는 고블린 소환 스킬을 강화한 것이냐? 실로 계륵 같은 상황이었다.
먹기엔 아깝고, 그렇다고 버리기엔 아까운 상황이었다.
‘뭐, 어차피 출석 체크로 받은 거니까…….’
한동안 고민하던 나는 이내 스킬 강화를 선택했다.
아무리 쓸모없는 스킬이라고는 하지만 정기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버릴 필요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축하합니다!]
[스킬 ‘고블린 소환’이 ‘고블린 소환(+1)’로 강화되었습니다!]
[효과 : 고블린 3마리를 소환합니다.]
[강제로 역소환 되었을 시, 1시간 뒤에 다시 소환 할 수 있습니다.]
“화끈하게 늘려주네.”
뭐, 그래봐야 쓸모도 없는 스킬이었지만 말이다.
“……소환해 볼까?”
아주 잠깐 이런 생각이 들었지만, 그것도 잠시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괜히 불확실한 상황에서 고블린을 소환해서 위험을 감수할 필요성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적어도 고블린을 소환할 때는 내 목숨이 경각에 달렸거나, 고속 이동 같은 스킬을 통해서 고블린 세 마리 정도는 가볍게 제압할 수 있을 때여만 했다.
“일단……. 민서나 만나보자.”
이렇듯 고블린 소환에 대한 생각을 말끔히 접은 나는 곧바로 저장된 목록을 불러와 김 민서를 선택했다.
[바로 조교의 방으로 이동하시겠습니까?]
[주의. 조교를 끝내기 전까지는 돌아올 수 없습니다.]
[네 / 아니요]
조교의 방으로 이동할 것이냐고 묻는 알림문구에 나는 곧바로 네를 눌러서 이동했다. 그러자 눈앞이 잠시 어두컴컴해졌다가 이내 환하게 밝아지며 퇴폐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방 안의 모습에 나타났다.
“어디 보자.”
잠시 주변을 두리번거린 나는 이내 평소 쓰던 가면을 발견하곤 얼굴에 썼다.
그 후, 민서가 있는 1번 방 안으로 들어서자, 의자의 고분이 앉아있는 그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김 민서 씨.”
“안녕하세요, 주인님!”
내 인사말에 화답해주는 민서의 목소리가 유난히도 밝게 느껴졌다.
“꽤 기분 좋아보이시는군요.”
“오늘 연습 경기에서 이겼거든요! 그리고…….”
“그리고요?”
그녀의 끝말을 따라하며 다음 말을 보채자, 민서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이내 입을 열어 다음 말을 내뱉었다.
“오늘 이상한 걸 봤어요. 경험치라고요.”
“김 민서 씨에게도 보인 겁니까? 경험치가?”
“네, 네! 역시 주인님이 만드신 건가요?”
이리 물으며 나를 빼꼼 올려다보는 그녀의 모습이 무척이나 귀엽게 다가왔다.
하마터면 나도 모르게 고개를 숙여서 그녀의 입술에 입이라도 맞출 뻔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내 얼굴 위에 가면에 씌여져 있다는 것을 상기시킨 나는 애써 흥분을 가라앉히며 입을 열었다.
“그렇습니다. 제가 만든 겁니다. 김 민서 씨의 멋진 프로 데뷔를 위해서요.”
“여, 역시!”
이런 내 말에 그녀는 다소 지나칠 정도로 크게 소리치며 존경의 눈초리를 보내왔다.
‘이거 좀 찔리네.’
거짓말을 했기 때문일까, 양심이 욱신욱신 거려왔다.
“아무튼 오늘 제가 김 민서 씨를 부른 건,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어서입니다.”
“묻고 싶은 거요?”
궁금증을 표시하는 그녀의 태도에 옅게 웃음을 터트린 나는 스마트폰을 꺼내 김 민서의 개인 능력치를 열람했다.
[개인 능력치]
[기술]
개인기 54 토스 46
득점 결정력 77 블로킹 53
마크 능력 55 서브 51
[특성]
공격위치 71 천재성 67
리더쉽 61 침착성 43
수비위치 41 팀워크 63
예측력 56 판단력 76
집중력 54 활동량 51
창조성 62 외모 71
노력 75
[신체]
균형감각 65 순간속력 61
점프력 68 민첩성 54
지구력 62 체력 61
[정신]
일관성 53 중요경기 46
다재다능 61
“현재 김 민서 씨가 생각하기에 자신에게 가장 부족하다고 생각되시는 게 뭡니까?”
“네?”
내 질문의 요지를 이해하지 못 한 모양인지, 고개를 갸웃하며 되묻는 민서다.
“예를 들어서 개인기나 지구력 같은 것이 있겠군요.”
“아……! 그럼 주인님은 제 신체를 발달시켜주실 수 있다는 건가요?”
“뭐, 그렇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리 말하며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민서는 잠시 고민하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입술을 꾹 다문 채로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습이 묘하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특히나 살짝 짓눌릴 정도로 억눌린 분홍빛 입술은 묘하게 반짝반짝 거리는 게,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저, 저는…….”
이렇듯 내가 그녀의 모습을 관찰하고 있는 사이, 민서는 고민을 끝마친 모양인지 말문을 열었다.
“……전 이대로 유지하고 싶어요.”
“네?”
전혀 예상지도 못한 그녀의 대답에 나도 모르게 바보처럼 되묻고 말았다.
“내일 있을 경기에서만큼은 제 힘으로 해내고 싶어요.”
이리 말하며 자신의 뜻을 내게 내비쳐 보이는 민서다.
확실히 그 태도를 보아하니, 반드시 잘 해낼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이 충만해 보였다.
“정말로 괜찮겠습니까?”
“괜찮아요. 물론 제가 많이 부족하단 건,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이번만큼은 제 힘으로 데뷔하고 싶어요!”
“잘 못 하면 다시 강등될지도 모릅니다.”
이런 내 말에 흠칫 몸을 떤 민서였지만, 이내 나를 똑바로 올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알고 있어요. 게다가…….”
잠시 말을 멈춘 그녀는 이리저리 눈동자를 배회시키다가 이내 말을 이었다.
“……이번에 제대로 눈에 들지 못 하면 선수 생활을 그만두기로 감독님께 말씀드리기까지 했어요.”
“그렇다면 더더욱…….”
“그렇기 때문에 제 힘으로 만들고 싶은 거예요!”
내 말을 중간에 자르며 크게 소리치는 김 민서다.
그녀는 더없이 간절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나를 올려다보았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어쩐지 가슴 한편이 간질간질거려 왔다. 너무나도 간질간질거려 와서, 온 몸에 오소소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이렇게 부탁드릴게요.”
한참 만에 다시 입을 연 그녀는 고개를 숙여가면서까지 내게 부탁했다.
그리고 이런 그녀의 부탁에 나는 얼굴에 씌여져 있는 가면을 손끝으로 만지작거리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해드리겠습니다.”
“아!”
“김 민서 씨의 뜻이 정히 그렇다면 들어드려야겠지요.”
“감사합니다!”
이렇듯 내 허락이 떨어지자, 그녀는 더없이 고마워해하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내게 감사를 표시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나는 손을 들어 그녀를 제지하며 입을 열었다.
“하지만 내일 있을 경기에서 김 민서 씨가 위험하다고 판단되면, 저는 곧바로 김 민서 씨를 도울 겁니다.”
“그건…….”
“저도 이 이상은 양보 할 수 없습니다.”
이리 말하며 선을 딱 긋자, 민서도 더 이상 자기 고집을 피울 수 없다고 여긴 모양인지 얌전히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네.”
“좋습니다.”
그 모습에 옅게 웃음을 터트리며 고개를 끄덕인 나는 한 걸음, 그녀 쪽으로 다가섰다.
“그럼 오늘 하루를 시작해 볼까요?”
이 말과 동시에 민서의 뺨을 손끝으로 어루만지자, 그녀는 흠칫 몸을 떨며 나를 올려다보았다.
“하, 하는 건가요?”
“안 할 순 없죠.”
그도 그럴 것이 여기서 조교를 하지 않으면, 방에서 나가질 못 하니 말이다.
쓰게 웃음을 터트린 나는 그녀의 뺨을 지나, 어깨 그리고 팔을 천천히 어루만졌다. 운동으로 다져진 탄탄한 팔은 무척이나 감촉이 좋았다. 하지만 나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좀 더 아래쪽으로 손을 뻗었다.
“아!”
내 손이 옅은 갈색 빛을 띠고 있는 매끈한 허벅지에 닿자, 민서는 그만 참지 못 하고 탄성을 터트리고 말았다.
========== 작품 후기 ==========
우와아아아! 조교다! 조교!
뭘 해볼까. 핡핡
후후, 키스 조교가 끌리는군요.
키스 조교! 근데 주인공은 가면을 쓰고 있으니까, 아마 안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