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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저 어플-32화 (32/599)

<-- [육성!] -->

‘역시 보기 좋네.’

환하게 웃고 있는 은하를 보고 있자니, 마음이 절로 편해졌다.

‘……그런데 이런 은하를 내가…….’

하지만 그것도 잠시, 조교의 방에서 은하의 가슴을 만졌던 것이 불현듯 머릿속에 떠오르자 울컥 하고 죄책감이 몰려왔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마음 같아서는 머리털이라도 쥐어뜯고 싶었다.

“저, 저기…….”

“응?”

문득 은하가 입을 열었다.

“오늘은 참 이상했죠?”

“응? 아, 그래……. 그러네.”

확실히 인생에 있어서 한번 겪을까 말까 한 일을 겪긴 했었다.

‘유 서연 같은 여자는 흔치 않으니까.’

쯧쯧, 혀를 찬 나는 은하의 말에 긍정했다. 그러자 무슨 일인지,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며 제 가슴 앞에 두 손을 꼭 모으는 은하다.

“오늘 일은 정말……. 죄송해요. 괜히 저 때문에……. 제가 그 언니한테 연락만 하지 않았어도…….”

“응? 아니야. 죄송하긴! 오히려…….”

오히려 내가 더 미안하지.

목구멍까지 치밀어 오른 이 말을 애써 삼킨 나는 차분히 말을 이었다.

“……오히려 이렇게 은하, 널 돕게 되어서 기쁜 걸?”

“저, 정말인가요?”

“정말이야. 같이 힘내서 범인을 잡자.”

이리 말하며 은하의 어깨 위에 손을 얹자, 수줍게 웃음을 터트리는 은하다.

“네!”

이렇듯 은하의 기운을 돋워준 나는 다시금 걸음을 옮겨, 우리가 자취하고 있는 빌라로 향했다.

그 후, 빌라에 도착한 나는 은하를 집 안에까지 바래다주기 위해서 3층으로 걸음을 옮겼다.

“괘, 괜찮아요! 오빠, 먼저 들어가세요!”

물론 은하는 이런 내 호의를 부담스러워했다.

“괜찮긴 뭘? 어차피 한 층 밖에 차이나지 않는데?”

“한 층 밖에 차이 안 나니까 괜찮잖아요!”

“이런 호의는 날이면 날마다 오는 게 아니니까 받아둬. 그리고 혹시라도 내가 없는 사이에 그 변태 가면이 나타날지도 모르는 일이잖아?”

“읏……!”

이런 내 말이 제법 위협적으로 다가온 모양인지, 은하는 작게 신음하며 몸을 흠칫 떨었다.

“……화, 확실히 그러네요.”

“그렇지? 자, 얼른 올라가자.”

이리 말하며 은하를 다그친 나는 곧장 3층으로 올라갔다.

그 후, 302호 앞에 서자 은하가 날 향해 뒤돌아서며 입을 열었다.

“이제 됐죠?”

“그래, 됐네. 그럼 잘 들어가 봐. 난 내려갈 테니까.”

이 말과 동시에 몸을 돌리자, 은하가 내 옷깃을 잡아당기며 입을 열었다.

“오, 오늘 고마웠어요. 오빠…….”

“고맙긴 뭘.”

그 말에 옅게 웃음을 터트리며 대꾸한 나는 곧장 2층으로 내려갔다. 그러고 나서 집 안으로 들어간 나는 장롱 안에 넣어두었던 이불을 꺼낸 뒤에 쓰러지듯이 그 위에 몸을 눕혔다.

‘피곤하네.’

별로 한 것도 없는데, 온 몸이 노곤한 게 졸음이 솔솔 쏟아졌다.

‘……일단 잠이나 자둘까?’

이리 생각하며 눈을 감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수마가 몰려왔다.

∴ ∵ ∴ ∵ ∴

“오늘은 가볍게 호흡을 맞춰보는 거니까, 다들 무리하지 말고! 그리고 특히 부상에 주의해야 되는 건, 내가 따로 말 안 해도 알지?”

“네!”

감독의 말에 선수들 모두 크게 소리쳐 대답했다.

안 그대로 요즘 서 유인 선수에 이어서 민 주희 선수까지 부상을 당해서 다들 신경이 곤두서 있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특히나 시합을 바로 눈앞에 둔 상황에서 부상이라도 당한다면 큰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다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정신을 바짝 차렸다.

“자, 가볍게 몸 풀고 와라!”

“네!”

이렇듯 감독이 말을 끝마치자, 선수들 모두 기운차게 대답하고는 코트 위로 달려갔다. 물론 이 속에는 어제 점심 때, 팀에 합류한 민서도 있었다.

‘후우, 조금 떨리네.’

오랜만에 하는 시합이라서 그런지, 벌써부터 심장이 크게 떨려오고 있었다.

‘……연습 경기부터 이러면 안 되는데.’

쿵쿵, 뛰는 가슴을 애써 억누른 민서는 눈앞의 네트를 바라보았다.

‘왜 이렇게 네트가 높아 보이지?’

너무 높아 보여서, 당장이라도 현기증이 일어날 것만 같았다. 과연 자신이 저 네트 이상으로 높이 점프를 할 수 있을까? 모든 것이 불확실해졌다.

“민서야.”

그 때, 민서의 뒤에 서있던 윤 하영 선배가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불렀다.

“네?”

“긴장 풀어. 너 얼굴이 창백해 보인다.”

“아…….”

“너무 그렇게 어깨에 힘 줄 필요 없어. 그리고 여기에 있는 얘들 중에 몇 명은 니 동기잖아?”

“네…….”

“쟤네가 말하는데, 너 고등학생 땐 펄펄 날아다녔다면서?”

그 말에 민서는 어색하게 웃어보였다.

확실히 겁 없고, 자신이 최고라고 생각했을 때는 수많은 득점을 기록하며 모교에 우승컵을 안겨주기도 했었다. 아마 민서에게 있어서 그 때가 최고로 행복했던 시절이 아닐까 싶었다.

“……잘 해봐. 그 때보다 지금이 더 나을 거 아냐?”

이리 말하며 하영 선배가 민서의 등허리를 탁! 하고 세게 치자, 민서의 몸이 저절로 휘청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애써 균형을 잡은 민서는 ‘네, 선배님!’이라고 소리치고는 자세를 똑바로 했다.

‘어?’

그러고 나서 눈앞의 네트를 다시 보자, 놀랍게도 네트의 높이가 원래대로 돌아와 있었다.

‘……뭐지?’

게다가 정신없이 쿵쿵 뛰던 심장도 어느새 가라앉아있었다.

‘신기하네.’

그저 선배가 다가와서 몇 마디 해주고, 등짝 좀 두드려줬을 뿐인데 놀랍게도 민서의 긴장감은 놀랄 만큼 사라져 있었다.

‘……좋아, 할 수 있어. 될 거야!’

도로 자신감을 얻은 민서는 자세를 바로 잡았다.

삑!

휘슬 소리와 함께 김 유리 선수의 서브로 시작한 게임은 순식간에 서로가 공을 주고받으며 공방전을 치렀다.

비록 연습 게임이긴 했지만, 이번에 연습 상대로 와준 KGC 인삼 공사는 현대 건설을 조금도 봐줄 생각이 없는 모양인지 특유의 견고한 수비를 보여주며 현대 건설의 공격을 막아내고 있었다.

때문에 민서의 자신감이 인삼 공사의 견고한 수비 앞에 무너지기 시작했다.

‘왜 이렇게 안 들어가는 거야?’

벌써 두 번의 스파이크를 때렸지만, 번번이 인삼 공사의 수비에 가로막히며 0:0으로 득점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물론 현대 건설 또한 기가 막힌 수비를 보여주며 인삼 공사의 반격을 막아내고 있었다.

특히 리베로(Li)의 윤 하영 선수가 몸을 던져 멋진 수비를 해낼 때마다 적아 구분 없이 모든 선수들이 감탄성을 터트렸다.

‘……다들 이렇게 잘하는데, 나는…….’

상황이 이렇게 되자, 민서의 초조함은 극에 달했다.

“와아!”

그 때, 드디어 인삼 공사가 현대 건설의 수비를 뚫고 득점에 성공했다.

“집중해! 집중! 아직 1점이야!”

선취점을 빼앗기가 순식간에 분위기가 안 좋아졌다. 하지만 윤 하영 선수는 최고참 선수답게 크게 소리치며 선수들을 위로해주었다.

덕분에 잠시 침체되었던 분위기가 다시금 살아나기 시작했다.

‘내가 잘 해야 해. 내가 득점을 넣어야해!’

양 볼을 세차게 때린 민서는 자세를 낮춘 뒤에 집중했다.

“받아!!”

인삼 공사의 선수가 서브를 시작하자, 공이 엔드 라인까지 날아갔다.

얼핏 보기엔 밖으로 날아갈 것 같아 보였지만, 세터(S)를 맡고 있는 신 여정 선수는 그렇게 판단하지 않은 모양인지 크게 소리쳐서 받게 했다.

“와!”

이 때 발 빠르게 움직인 건, 바로 김 유리 선수였다.

김 유리는 재빠르게 공을 받아 세터로 리시브 했고, 그 리시브를 받은 신 여정은 곧바로 민서에게 넘겨주었다.

타악!

“좋았어!”

“나이스!”

그림 같이 연결된 토스는 곧바로 득점으로 연결됐고, 덕분에 선취점을 빼앗긴 걸로 침체되었던 분위기가 활력을 얻었다.

“잘 했어, 민서야!”

동료 선수들도 민서의 스파이크가 마음에 들었던 모양인지, 크게 소리치며 그녀를 칭찬해주었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김 민서는 득점 이후, 자신의 눈앞에 떠오른 창 때문에 쉬이 정신을 차리지 못 했다.

[득점에 성공했습니다! 선취점을 빼앗긴 상황에서 멋진 득점을 기록했기 때문에 경험치 5를 획득합니다. 단, 연습 경기이기 때문에 획득 경험치의 양은 절반이 됩니다.]

‘이건…….’

득점 직후, 자신의 눈앞에 나타난 알림문구에 민서는 놀람을 감추지 못 했다.

‘……설마 악마가 말한 게 이런 건가.’

두근두근 뛰는 가슴을 애써 진정시킨 민서는 눈앞의 알림 문구 쪽으로 손을 내밀었다. 그러나 그녀가 알림문구를 만지기도 전에 그것은 마치 눈이 녹듯이 스르륵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그것과 동시에 하영이 민서의 어깨를 잡아 흔들며 소리쳤다.

“민서야!”

“아, 아? 네!”

“왜 그래?”

“아, 아닙니다!”

“괜찮아?”

“괜찮습니다!”

이런 민서의 말에 하영은 잠시 걱정스런 표정을 지어보이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무리하지 마. 알았지?”

“네!”

“좋아, 그럼 계속 하자!”

이리 말하며 하영이 손뼉을 치자, 서브를 준비하고 있던 김 유리 선수가 곧바로 서브를 올렸다.

‘이, 일단 천천히 알아보자.’

꿀꺽, 마른침을 삼킨 민서는 상대편 선수가 공격하기를 기다렸다.

“막아!”

김 유리 선수의 서브를 멋지게 막아낸 인삼 공사의 12번 선수는 그대로 세터로 리시브를 올렸고, 그 리시브를 받은 세터 선수를 라이트 선수에게 토스를 올렸다.

그것을 지켜본 세터의 신 여정 선수가 크게 소리치자, 민서를 기다렸다는 듯이 점프해서 블로킹을 했다.

탁!

“와아아!!”

민서의 팔에 맞은 배구공은 그대로 튕겨져 나가 상대편 코트에 떨어지고 말았다.

[블로킹에 성공했습니다! 득점에 이은 멋진 수비입니다! 경험치 7을 획득합니다. 단, 연습 경기이기 때문에 획득 경험치의 양은 절반이 됩니다.]

‘역시!’

다시금 눈앞에 떠오른 알림문구에 민서는 감탄성을 터트렸다.

“잘 했어!”

“살아 있네, 김 민서!”

이렇듯 민서가 두 차례에 이은 멋진 플레이를 보여주자, 동료 선수들이 칭찬을 아끼지 않으며 민서를 칭찬했다.

특히나 그녀가 고교 시절에 얼마나 멋진 플레이를 하는 선수였는지를 아는 동기들은 그녀가 다시금 전성기 시절로 돌아온 것만 같다는 생각을 했다.

“좋아, 이대로 계속 쭉 가자!”

두 번에 이은 민서의 활약으로 완전히 기세를 잡은 현대 건설은 기합을 바짝 넣은 뒤에 서브를 넣었다. 이 후, 김 유리 선수의 서브가 엔드 라인 끄트머리에 걸리면서 득점을 기록했고 인삼 공사는 그대로 전의를 상실한 듯 더 이상 집요한 수비를 하지 않았다.

사실 이게 연습이 아닌 실전이었다면 인삼 공사도 어떻게든 기세의 흐름을 자기들 쪽으로 끌어오기 위해서 노력했겠지만, 이게 연습 경기인데다가 내일 GS 칼텍스와 경기가 있을 현대 건설 선수들의 컨디션을 생각해서 더 이상 물고 늘어지지 않는 것이었다.

덕분에 현대 건설 선수들은 인삼 공사 선수들을 상대로 기분 좋게 승리를 따낸 뒤에 점심 식사를 할 수 있었다.

∴ ∵ ∴ ∵ ∴

띠링!

“끙…….”

띠링!

한참 단잠에 빠져있던 나는 이른 아침서부터 띠링띠링 쉼 없이 울려대는 휴대폰 알림 소리에 그만 잠에서 깨고 말았다.

띠링!

“……뭐지?”

머리를 긁적이며 몸을 일으킨 나는 재빨리 스마트폰을 꺼내서 알림 소리의 원흉을 확인해보았다.

[김 민서가 득점에 성공했습니다! 세터의 토스를 받은 직후, 멋진 스파이크를 선보였습니다. 경험치 5를 획득합니다. 단, 연습 경기이기 때문에 획득 경험치의 양은 절반이 됩니다.]

[김 민서가 토스에 성공했습니다! 몸을 사리지 않고 공을 받아내는 그녀의 움직임이 멋집니다. 경험치 1을 획득합니다. 단, 연습 경기이기 때문에 획득 경험치의 양은 절반이 됩니다.]

[김 민서가 상대편 선수들의 시선을 빼앗았습니다. 그녀의 활약으로 동료 선수가 득점에 성공했습니다. 경험치 6을 획득합니다. 단, 연습 경기이기 때문에 획득 경험치의 양은 절반이 됩니다.]

“뭐야, 이건…….”

이것 이외에도 수많은 알림문구가 쓰여 있었는데, 하나 같이 전부 다 김 민서와 관련된 알림문구들 뿐이었다.

띠링!

[KGC 인삼 공사를 상대로 승리했습니다! 경험치 20을 획득합니다. 단, 연습 경기이기 때문에 획득 경험치의 양은 절반이 됩니다.]

[경험치를 정산합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김 민서는 현재 175의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누적 경험치의 양 175)]

========== 작품 후기 ==========

배구에 대한 자료 보면서 쓰니까 재밌네요.

배구 꿀잼.

특히 여자 배구 선수들 몸매는...!

배구 선수분들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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