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육성!] -->
“달라서요? 뭐가요?”
다르다는 말에 나는 놀람보다는 호기심을 먼저 내비쳐 보였다.
놀라지 않고 호기심을 먼저 내비침으로 인해서 나의 무고함을 유 서연에게 어필하는 것이었다.
‘만약에 여기서 내가 깜짝 놀라는 반응을 보였다면, 틀림없이 나를 가면의 남자라고 생각했겠지.’
하지만 내가 호기심을 먼저 내비침으로 인해서 유 서연의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실제로도 그녀의 표정에는 실망한 기색이 가득 내비쳐 보이고 있었다.
‘……이 기회에 내가 가면의 남자가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증명해 놔야 해.’
물론 어디까지나 거짓 증명이었지만 말이다.
“나한테는 개념을 챙기라느니, 사과하라느니……. 말도 안 되는 설교를 줄줄 늘여놓았으면서, 쟤한테는 입도 뻥긋 안 했다고 하더라고!”
“그게 무슨 소리죠?”
“이해 안 돼?”
이리 되물은 서연을 팔짱을 끼며 말을 이었다.
“……그 새끼, 나한테는 그렇게 주둥아리를 놀려댔으면서 저 얘한테만큼은 아무 소리 안 했다는 거야.”
“이해가 잘 안 되는데요.”
“그러니까! 그 변태 새끼는 곧 죽어도 저 얘한테 자기 목소리를 들켜선 안 되는 무언가 사정이 있었다는 거야!”
그 당시 이유를 정확하게 짚어낸 유 서연의 추리에 나도 모르게 흠칫 몸을 굳히고 말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나는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며 긴장을 풀었다.
“억측 아닌가요? 그냥 단순히 변덕일 수도 있잖아요.”
“맞아, 변덕일 수도 있어. 하지만 말이야!”
탕! 하고 테이블을 주먹을 내려친 서연을 으르렁대며 나를 쏘아보았다.
“……난 그 변태 새끼를 어떻게든 잡아낼 거야! 만나서 죽여 버릴 거라고! 그 시발, 쓰레기 같은 변태 새끼!”
“…….”
“그러니까 이런 작은 것도 허투루 넘기지 않을 거야! 전부 하나하나……. 1년이든 10년이든 끝까지 쫓아다닐 거라고!”
크게 소리쳐 말하는 그녀의 태도를 보니, 절로 등골이 오싹거려왔다.
‘잘 못 걸렸군.’
이 정도면 거의 정신병 수준이라고 할 수 있었다.
집착을 넘어서, 광기가 엿보일 지경이었다.
“어, 언니. 일단 진정하세요.”
그 때, 은하가 서연을 말렸다. 이에 고개를 돌려보니, 치킨 집 안의 손님들이 하나 같이 이쪽을 쳐다보며 웅성거리고 있었다.
“그래요, 일단 진정하세요.”
나 또한 점잖은 목소리로 서연을 다독여 주었다. 이에 그녀는 그제야 흥분을 가라앉힌 모양인지 천천히 어깨에 힘을 풀었다.
‘아무튼 저 여자는 지금 마구잡이식으로 범인 색출에 나서고 있다는 말이군.’
이 사실을 머릿속에서 상기시킨 나는 천천히 호흡을 가라앉히며 입을 열었다.
“……그런데 CCTV 같은 건 찾아보셨어요? 그 가면 쓴 남자가 아무리 대단해도 CCTV에는 찍힐 거 아니에요?”
이런 내 물음에 서연은 그 날의 일이 떠오른 모양인지, 표정을 와락 구기며 대꾸했다.
“소용없어. 그 새끼……. 사람을 이상한 방으로 불러들이는 능력을 가지고 있으니까.”
“이상한 방으로요? 혹시 마술사입니까? 트릭 같은 건요?”
이렇듯 내가 연거푸 물음을 던지자, 유 서연은 신경질적으로 엄지손톱을 깨물며 대답했다.
“아니, 모르겠어. 너무 비현실적인 일이라서……. 뭐라고 딱히 정의 내리기가 힘들어.”
“비현실적이라…….”
“그래도 한 가지.”
불현듯 유 서연이 나를 쏘아보며 말을 내뱉었다.
“……그 변태 새끼, 스마트폰을 이용하고 있었어. 스마트폰으로 무언가를 조작할 때마다 그 빌어먹을 방에서 빠져나갈 수 있었으니까.”
그 말에 나는 등 뒤로 식은땀을 흘렸다.
‘이거 조심해야겠는 걸…….’
별다른 생각 없이 스마트폰을 꺼냈던 건데, 유 서연은 그걸 또 유심히 관찰하고 있던 모양이었다.
“저도 봤어요.”
그 때, 은하도 끼어들며 이야기했다.
“……주머니 속에서 띠링 소리가 나니까, 스마트폰을 꺼내더라고요.”
이렇듯 은하까지 동의하고 나서자, 유 서연은 더더욱 확신에 가득찬 표정을 지어보이며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절 그렇게 쳐다보셔도 아무것도 안 나옵니다.”
“알아. 알고 있다고!”
신경질적으로 소리쳐 말한 서연은 오른손으로 턱을 괴었다.
“주문하신 음식 나왔습니다.”
이렇듯 잠시 대화가 끊긴 사이, 주문했던 치킨이 나왔다.
“언니, 맥주 시켜도 되요?”
문득 은하가 입을 열어 물었다. 이에 서연은 여전히 화가 풀리지 않은 듯, 입술을 삐죽 내밀며 대꾸했다.
“마음대로 해.”
이런 그녀의 말에 은하는 시시덕거리며 종업원에게 맥주 500CC 세 잔을 가져다 달라고 했다.
“잘 먹겠습니다.”
“잘 먹을게요!”
나와 은하는 서연에게 이리 말하고는 프라이드 한 조각씩 집어 들었다. 그리고 서연은 ‘흥.’하고 콧방귀를 뀌며 양념 치킨 한 조각을 짚어들었다.
“그런데 언니.”
“왜?”
“우리 앞으로 범인 찾는 거, 유현 오빠한테 도와달라는 게 어때요?”
“뭐?”
이런 은하의 갑작스런 제안에 서연은 다소 어처구니없단 표정을 지어보이며 되물었다. 이에 은하는 입 안에 들어있는 치킨 살을 꿀꺽 삼키고는 입을 열었다.
“우리가 지금 찾고 있는 건, 남자잖아요. 혹시라도 몸싸움을 하게 되면 우리가 불리해지잖아요. 그러니까 그 때를 대비해서 유현 오빠를 데려가는 거예요.”
“흠…….”
은하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 모양인지, 서연은 양념치킨을 내려놓고서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곧 종업원이 가져온 맥주를 한 모금 쭉 들이켜더니 입을 열었다.
“……좋아, 그렇게 하자.”
그 말에 나는 그저 황망하단 표정을 지어보이며 저항 아닌 저항을 했다.
“내 의사는?”
이렇듯 내가 저항하자, 은하가 팔꿈치로 내 옆구리를 때리며 말했다.
“우리 사이에 정말 이러기에요, 오빠?”
“우리 사이가 무슨 사이인데?”
“친한 선후배 사이요. 히히.”
배시시 웃음을 터트리는 은하의 태도에 나는 어쩔 수 없단 표정을 지어보이며 대답했다.
“어쩔 수 없지. 도와줄게.”
이런 내 말에 은하는 고맙다는 말과 함께 맥주잔을 내밀었다. 이에 나 또한 맥주잔을 들어 올린 뒤에 짠하고 부딪혔다.
그 후, 우리는 남은 치킨을 다 먹은 뒤에 치킨 집 밖으로 나왔다.
“그럼 오늘은 여기서 흩어지죠.”
은하가 손뼉을 치며 이리 말하자, 나는 재빨리 스마트폰을 꺼내며 입을 열었다.
“아, 그 전에 전화 번호 좀 교환했으면 하는데요?”
그 말과 동시에 스마트폰을 서연에게 내밀자, 그녀는 잠시 의뭉스런 표정으로 내 스마트폰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녀는 내 스마트폰을 건네받은 뒤에 자기 번호를 입력한 뒤에 돌려주었다.
이에 나는 곧바로 번호를 저장한 뒤에 그녀에게 문자를 보냈다.
띠링.
“……그거 제가 보낸 거예요.”
자기 스마트폰을 꺼내려는 서연의 태도에 내가 재빨리 입을 열어 말했다. 이에 그녀는 똥 씹은 표정을 지어보이며 손을 도로 내린 뒤에 입을 열었다.
“야.”
“네?”
“참고로 말해두는데, 난 아직 널 그 변태 가면 새끼로 의심하고 있어.”
이 말에 나는 이를 악 물었다. 그 말소리에서 진심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언니!”
동시에 은하가 크게 소리치며 서연을 무섭게 쏘아보았다. 이에 나는 은하에게 손짓하며 괜찮다고 말했다.
“아직도 뭔가 부족한 가요?”
“아니, 충분해. 근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찝찝하단 말이야.”
그 말에 나는 어색하게 웃어보였다.
‘찝찝하다라…….’
그 말은 즉, 논리가 아닌 감에 의존하고 있다는 말이었다.
이렇게 된 이상, 내가 백날 결백함을 주장하더라도 그녀는 결코 내 주장을 들어주지 않을 게 틀림없었다.
아니, 오히려 더더욱 심증만 굳힐 것이다.
‘……범인 찾기를 괜히 도와준다고 했나.’
범인 찾기를 도와주면서 천천히 신뢰를 쌓을 생각이었는데, 이게 오히려 독이 되어 버린 듯한 기분이 들었다.
‘역날의 검이 되어버린 건가.’
작게 한숨을 내뱉은 나는 유 서연을 똑바로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그럼 그 찝찝함을 풀기 위해서 열심히 범인을 찾아보죠.”
이 말과 동시에 손을 내밀자, 유 서연은 피식 웃음을 터트리며 내 손을 맞잡았다.
“그래, 열심히 찾아보자.”
말투가 조금 묘하긴 했지만, 이내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의 눈에는 내가 변태 가면과 동일인물로 비추어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 변태 가면이 범인 찾기를 하자고 하니, 그녀 입장에선 그저 우스울 따름일게 틀림없었다.
“자, 그럼 내일 또 보죠!”
이렇듯 우리가 악수를 끝마치자, 은하가 기다렸다는 듯이 내 옆에 찰싹 붙으며 소리쳤다. 이에 서연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여보이고는 미련 없이 그대로 제 갈 길을 가버렸다.
그 모습을 한동안 쳐다보던 나는 이내 은하를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우리도 갈까?”
“네!”
이런 내 물음에 은하는 곧장 대답하며 쾌활하게 웃어보였다.
========== 작품 후기 ==========
다른 작품의 주인공은 그냥 섹마로 설정해야겠군요.
아무 생각 없이 쓸 수 있게요!
후후...!
최면 조교! 유부녀 조교! 아이돌 조교!
윤리 의식 따위!
그냥 꼴리면 섹스하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