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매니저 어플-30화 (30/599)

<-- [육성!] -->

“이유나 한번 들어보자니…….”

유 서연은 다소 어처구니가 없단 표정을 지어보이며 나를 올려보았다.

그 태도가 마치 ‘네가 변태 가면인 게, 확실한데 이유는 무슨 이유야!’라고 소리치는 듯싶었다.

“저도 어떻게 보면 피해자이지 않습니까?”

“네가 피해 본 게 뭔데?”

툭, 쏘아붙이는 그녀의 물음에 나는 옅게 웃음을 터트리며 대답했다.

“그쪽한테 성추행을 당하지 않았습니까?”

“그, 그건 스마트폰을 찾으려고……!”

“그렇다고 해서 남의 몸을 막 그렇게 만지고 그러시면 안 되죠. 입장을 바꿔서 제가 그쪽 몸을 막 그런 식으로 만져도 되겠습니까?”

“하, 하지만 넌 남자잖아! 난 여자고!”

“여기서 남자와 여자가 왜 나옵니까?”

“으…….”

이런 내 물음에 서연은 그저 분하다는 듯이 으득으득 이를 갈며 분을 삭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녀는 삐죽 입술을 내밀며 입을 열었다.

“……알았어. 미안해. 밥 사주면 되잖아.”

“좋습니다. 그럼 얼른 청소나 하죠.”

이렇듯 서연의 동의를 얻어낸 나는 싱글벙글 웃으며 집 안 청소를 도와주었다.

물론 내 옆에 서있던 은하 또한 집 청소를 도와주었다. 덕분에 유 서연이 1시간 동안 어지럽혔던 집 안이 30분도 채 되지 않아서 말끔히 청소되었다.

“이거……. 처음 내 방보다 훨씬 더 깨끗해진 것 같은데?”

환기를 위해서 열어두었던 창문을 도로 닫으며 이리 말하자, 순간 은하와 서연의 표정에 뿌듯함이 깃들었다.

이 여자들, 자기들이 해낸 청소에 엄청난 자부심을 느끼고 있는 듯이 싶었다.

그 모습이 절래절래 고개를 가로저은 나는 말을 이었다.

“……아무튼 배고프다. 얼른 가자.”

“네.”

이런 내 말에 은하가 재빨리 대답하며 옆에 붙었다.

그리고 한동안 뿌듯해하는 표정을 지어보이고 있던 서연은 돌연 경계하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나와 방 안을 한 번씩 번갈아보더니 곧 나를 따라 집 밖으로 나갔다.

“그런데 그쪽 이름을 아직도 모르는데,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이렇듯 집 밖으로 나온 직후, 나는 능청스럽게 서연에게 물음을 던졌다. 이에 그녀는 정말로 가증스럽다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입을 열었다.

“정말로 모르는 거야? 정말로?”

“정말인데요? 전 그쪽에 대해서 아는 게 전혀 없습니다만?”

나는 끝까지 오리발을 내밀었다.

“…….”

이런 내 태도에 서연은 미간을 찌푸리며 나를 한동안 쏘아보았다. 그리고 잠시 뒤, 그녀는 약간의 체념기가 섞인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유 서연이야.”

“아, 그렇군요. 저는 김 유현이라고 합니다. 25살이고요. 그쪽은요?”

“지금 날 조사하는 거야?”

“네?”

퉁명스런 목소리로 톡 쏘아붙이는 유 서연의 태도에 내가 조금 놀란 목소리를 내자, 옆에서 걷고 있던 은하가 재빨리 우리 사이에 끼어들며 입을 열었다.

“왜 그렇게 까칠하게 말하세요? 혹시 우리 오빠, 아직도 의심하고 있는 거예요?”

“아니, 나는 뭐…….”

“아니면 뭐요?”

자기보다 다섯 살이나 많은 언니를 거침없이 몰아붙이는 은하의 태도에 나는 작게 감탄성을 터트렸다. 역시 은하는 이런 모습이 잘 어울렸다.

거침없고, 가식 없고 그리고 수줍음을 타지 않는 모습 말이다.

‘물론 부끄러워하는 모습도 귀엽긴 했지만…….’

눈시울을 붉히며 내게 사과하던 은하의 모습이 머릿속에 떠오르자, 순간 양 볼이 화끈 달아올랐다.

“말하면 되잖아! 그래, 나 27살이야!”

이리 소리치며 씩씩 거린 서연은 이내 ‘나 치킨 먹을 거야!’라고 다시금 소리친 뒤에 치킨 집으로 홀로 들어가 버렸다.

덕분에 덩그러니 길가에 남게 된 나와 은하는 서로를 마주보며 어색하게 웃음을 터트리고는 곧 그녀를 따라서 치킨 집 안으로 들어갔다.

“이상한 언니죠?”

“나도 그렇게 생각해.”

서연이 앉아있는 자리까지 걸어가는 동안 은하가 작은 목소리로 내게 속삭였다. 이에 나는 고개를 작게 끄덕이며 전적으로 동의했다.

‘뭔가 좀 성격 장애가 있는 사람인 것 같은데.’

하지만 그것만 빼고 본다면 더없이 완벽한 여성이라고 할 수 있었다.

‘……예쁘지. 키 크지. 가슴 꽤 크지. 집안도 좀 넉넉한 것 같고.’

대학 생활을 하는 동안 아르바이트를 한번 하지 않을 정도로 넉넉한 집안 사정,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겐 절대로 존댓말을 하지 않는 것을 보면 형제 부모에게 사랑받으면서 오냐오냐 자랐을 확률이 다분했다.

한 마디로 온실 속 화초처럼 귀하게 자랐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저 성격으론 회사생활 하기 힘들 텐데.’

어쩌면 반전으로 회사에선 싹싹한 인상일지도 몰랐다.

실제로도 그런 사람이 꽤 되었으니 말이다. 특히나 이건 군대에서 많이 보았었다.

그 대표적인 예로 우리 중대장이 있었다.

평소에는 근엄한 척, 자기 잘난 척, 그리고 매사에 군인정신을 강조하며 대나무 같은 기세를 보여주었지만, 대대장이나 높은 고위 간부가 오는 날이면 간신배 못지않게 알랑방귀 뀌며 온갖 재롱을 피우고는 그랬었다.

뭐, 세상 삶이란 게 다 그런 법이라고는 했지만……. 과연 저렇게까지 해서 출세를 하고 싶을까, 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뭐 먹을래?”

문득 서연이 입을 열었다. 이에 나와 은하는 자리에 앉은 뒤에 메뉴판을 살펴보았다.

“저는 프라이드 먹을게요.”

“저도요.”

이런 우리의 말에 서연은 시큰둥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말했다.

“그럼 양념이랑 프라이드, 두 마리 시킬게.”

이리 말한 직후, 그녀는 손을 흔들어 직원을 부른 뒤에 양념이랑 프라이드를 주문했다. 그리고는 곧바로 시선을 내 쪽으로 고정시킨 뒤에 입을 열었다.

“……너 변태 가면 맞지?”

“아직도 그 소리에요?”

그 물음에 내 옆에 앉아있던 은하가 크게 소리쳤다. 이에 나는 괜찮다는 말과 함께 은하를 진정시킨 뒤에 입을 열었다.

“아니요.”

“그럼 왜 그렇게 순순히 내 요구를 들어준 거야? 이상하잖아. 보통 다른 사람 같았으면 화부터 냈을 걸? 그런데 넌 화도 안 냈고.”

“저는 저 나름대로 화를 내고 있었는데요?”

말은 이렇게 하지만, 사실 그 때는 당황해서 화를 낼 생각도 못 하고 있었다.

‘좀 더 냉정해야 됐는데…….’

하지만 사전에 아무런 준비도 없이, 갑작스레 맞이한 상황이다 보니 아무래도 당혹감이 더 컸다.

“그게?”

“이래봬도 좀처럼 화를 내지 않는 스타일입니다.”

“…….”

이런 내 말에도 불구하고 서연의 눈초리에서는 좀처럼 의심이 사라지지 않았다.

확실히 지금 와서 생각해본다면 그녀에게 의심의 여지를 남겨준 행동이 꽤 많았다. 은하를 본 순간, 나도 모르게 표정을 찌푸렸다거나 화를 내기보다는 어떻게든 변명을 하려고 했으니 말이다.

더욱이 결정적으로 나는 유 서연과 마주쳤을 때, 그녀를 경계했다.

‘겉보기엔 누가 봐도 평범한 여자……. 그런 여자에게 신체 건강한 남자가 겁먹는다는 건, 말도 안 되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런 것들이 내가 가면을 쓴 남자는 증거가 되지는 못 했다.

어디까지나 서연에게 심증만 부여했을 뿐이었다. 그러니 내가 그녀에게 무언가 눈에 보이는 증거를 보여주지 않은 이상, 그녀가 나를 변태 가면이라고 단정 지을 순 없을 것이다.

물론, 지금 그녀의 태도를 보면 여전히 나를 변태 가면으로 의심하고 있는 것 같지만 말이다.

“그럼 이쪽에서 물어봐도 될까요?”

“뭘?”

“왜 저를 의심하신 겁니까? 그리고 그 변태 가면이란 사람……. 대체 어떤 사람입니까? 혹시 은하에게 무슨 짓을 한 겁니까?”

이리 말하며 은하를 바라보자, 은하가 황급히 고개를 가로저으며 소리쳤다.

“아, 아니에요! 아니에요, 오빠! 저 멀쩡해요!”

어떻게든 자신의 순결함을 증명하기 위해서 이리저리 손을 흔드는 은하의 모습에 나는 옅게 웃음을 터트리며 입을 열었다.

“하긴……. 너라면 그 변태 새끼의 가랑이 사이에 발차기를 넣어줬겠지.”

“그, 그게 무슨 말이에요! 저 이래봬도 여자라고요!”

“그래, 그래.”

잔뜩 화난 목소리로 소리쳐 말하는 은하의 태도에 나는 작게 두어 번 고개를 끄덕이고는 긍정해주었다. 그 후, 서연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그녀가 검지로 테이블을 톡톡 두드리며 대답해주었다.

“그 변태 새끼가 나한테 한 짓하고 저 얘한테 한 짓이 너무 달라서 그랬어.”

========== 작품 후기 ==========

민서 보고 싶네요.

능력치를 올리기 위해서 어서 빨리 조교해야 하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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