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매니저 어플-29화 (29/599)

<-- [육성!] -->

‘어떻게 하지?’

스마트폰을 빼앗긴 이상 도망치는 건 불가능해졌다.

아니, 애당초 은하가 보는 앞에서 도망친다는 건 어불성설이었다.

유 서연과는 다르게 은하는 우리 학과 후배였으니까 말이다.

‘……어쩌지……. 이대로는…….’

나는 내 앞에 내밀어져 있는 스마트폰과 유 서연을 번갈아보았다.

‘진정해, 아직 완전히 확정된 건 아니야.’

천천히 숨을 고른 나는 그녀의 손에 들려있는 스마트폰을 건네받았다.

‘……내 스마트폰에 설치되어 있는 매니저 어플은 다른 사람들의 눈엔 그저 평범한 어플로 밖에 보이지 않아. 운이 좋다면 그냥 넘어갈 수도 있어. 기껏 해봐야 앨범이나 폴더 속만 뒤져보겠지.’

애써 마음을 다그친 나는 잠금을 푼 스마트폰을 서연에게 건네주었다.

‘그래도 만에 하나, 매니저 어플을 실행시키려고 한다면 힘으로…….’

나는 만반의 채비를 하며 똑바로 섰다.

“…….”

이렇듯 내게서 스마트폰을 건네받은 서연은 꼼꼼히 스마트폰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일단 가장 처음은 앨범이었다.

하지만 앨범에 저장되어 있는 건, 평범한 가족사진과 풍경 사진뿐이었다. 그 외에 다른 건 없었다.

“…….”

별소득 없이 앨범을 종료한 서연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녀는 바탕화면을 이리저리 옮기며 어플들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매니저 어플……!’

그러던 중에 매니저 어플이 화면에 나타났다.

“…….”

서연은 손가락을 잠시 멈춘 뒤에 화면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들켰나?’

꿀꺽, 마른침을 삼킨 나는 당장이라도 손을 뻗을 준비를 했다.

“어플은 이게 전부야?”

“그게 전부인데요?”

“…….”

이런 내 말에 그녀는 화면을 처음으로 되돌린 뒤에 어플들을 하나하나 실행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윽고 매니저 어플이 설치되어 있는 화면까지 돌아왔다.

‘실행한 순간, 스마트폰을 빼앗은 다음에 유 서연을 조교한다면…….’

나는 만반의 준비를 한 채로 그녀가 매니저 어플을 실행하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이게 대체 무슨 일인지, 그녀는 마치 매니저 어플이 보이지 않는다는 듯이 매니저 어플만 뺀 채로 다른 어플들을 실행했다.

‘뭐지?’

설마 순서를 착각한 걸까? 아니, 그럴 리가 없었다.

설혹 착각했다고 하더라도 그 시기가 참으로 절묘했다.

“당신…….”

그 때, 문득 그녀가 나를 불렀다.

“네?”

“집 문 좀 열어봐. 찾아봐야 될 게 있으니까.”

“…….”

너무나도 당당하게 요구하는 그녀의 태도에 일순 할 말을 잃고 말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나는 일부러 눈살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제가 어째서 거기까지 해야 되는 겁니까?”

“왜? 당신이 항상 쓰고 다니던 그 가면이 발견될까봐 그래?”

“가면이라니요?”

“시치미 떼지 마! 당신 집 안에 가면이 있는 거 다 알고 있으니까!”

크게 소리치며 나를 무섭게 쏘아보는 그녀의 태도에 나는 가볍게 한숨을 내뱉었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스마트폰은 그만 건네주셨으면 하는데요?”

“뭐?”

“아니면 그 쪽 스마트폰을 제게 주시던가요. 그래야지 좀 공평하지 않겠습니까? 혹시라도 그쪽이 제 스마트폰을 들고 도망칠 수도 있잖아요.”

“너, 너! 지금 날 좀도둑 취급하는 거야?”

“누구라도 이렇게 했을 겁니다.”

이런 내 말에 서연은 붉으락푸르락 얼굴을 붉히더니, 이내 쳇! 하고 혀를 차며 스마트폰을 돌려주었다.

‘휴…….’

이렇듯 스마트폰을 도로 건네받은 나는 속으로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 후, 나는 스마트폰을 주머니 안에 집어넣은 뒤에 문 쪽으로 다가섰다.

“오빠, 죄송해요…….”

그 때 문득 은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에 고개를 돌려보니, 은하가 무척이나 미안해하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눈물을 글썽이고 있는 게 보였다.

“미안하면 나중에 밥이나 사줘.”

“아, 네!”

이리 말하며 은하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주자, 녀석은 뭐가 그리도 좋은지 배시시 웃으며 크게 대답했다.

“얼른 문이나 열지?”

이렇듯 은하와 이야기를 주고받는데, 불현듯 뒤쪽에서 가시 박힌 소리가 들려왔다.

“금방 열겠습니다.”

혀를 내두른 나는 곧바로 현관문을 열었다. 그러자 찰칵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비켜!”

그 순간, 유 서연은 마치 무언가에 홀린 사람처럼 나를 옆으로 밀치더니 혼자서 집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 무례한 태도에 기분이 확 상한 나는 그녀를 따라 집 안으로 들어선 뒤에 입을 열었다.

“만약에 제가 무고한 사람이란 게 밝혀지면 가만히 두지 않을 겁니다.”

“흥, 뻔뻔하긴! 내가 꼭 네 놈 가면을 발견할 테니까 각오해!”

되레 크게 소리친 그녀는 장롱이며 서랍장이며 열어젖히며 가면을 찾기 위해서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어찌나 요란을 피우던지, 마치 도둑이 집 안에 들어와서 값비싼 물건을 찾아 돌아다니는 것만 같았다.

‘백날 찾아보시지.’

그 모습에 나는 내심 비웃음을 흘렸다.

그도 그럴 것이 조교의 방에서 쓰이는 가면은 현실의 물건이 아닌 조교의 방의 물건이었기 때문이었다.

‘……있을 리가 없지.’

나는 은하와 함께 나란히 선 채로 유 서연의 발악을 지켜봤다.

그리고 이것이 1시간 쯤 되었을 때, 유 서연도 서서히 지쳐가는 모양인지 눈에 띄도록 움직임이 느려졌다.

슬쩍, 그녀의 표정을 들여다보니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있었다.

‘됐군.’

그 모습에 회심의 미소를 지어보인 나는 바닥에 주저앉아있는 그녀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봐요.”

“……!”

그 후, 그녀를 부르자 흠칫 몸을 떨며 나를 올려다보는 유 서연이다.

“찾았어요?”

“…….”

“없죠?”

“…….”

“그럼 이만 경찰서 가죠.”

이리 말하며 그녀의 손목을 붙잡자, 순간 소스라치게 몸을 떨며 내 손을 쳐내는 서연이다.

“이, 이럴 리가 없어!”

“저기요.”

“분명히 다른데다가 숨긴 게 분명해! 그렇지? 다른데다가 숨긴 거 맞지?”

덜덜 떠는 목소리로 중얼중얼 거린 그녀는 돌연 내 손을 꽉 붙잡으며 소리쳤다.

“……어디에 숨겼어? 어디에 숨겼냐고!”

“뭘 숨겨요?”

“가면! 가면 어디에 숨겼냐고! 분명히 너 맞는데……. 너라고! 딱 본 순간 알았단 말이야!”

확신에 가득 찬 목소리로 소리친 그녀는 내 옷을 붙잡고 늘어졌다.

“뭘 알았다는 건데요?”

“그, 그건……. 아무튼! 아무튼 간에……. 아!”

내 물음에 당황한 모양인지 말을 버벅이던 서연은 돌연 무언가를 떠올린 모양인지, 짧게 탄성을 내뱉었다.

“……때려줘! 날 때려줘!”

“네?”

“네가 날 때리면 분명히 스마트폰에서 띠링하고 소리가 나올 거야! 분명히 나올 거라고!”

“아니…….”

“이 변태 새끼야! 전처럼 날 때려보라고!”

고막이 울릴 정도로 크게 소리친 그녀는 내 오른손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때리란 말이야!”

발악도 이런 발악이 따로 없었다.

그 모습에 혀를 내두른 나는 그녀의 손을 떼어내보려고 했다. 하지만 손아귀에 힘이 어찌나 센지 쉬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만하세요!”

그 때, 은하가 크게 소리치며 나와 서연 사이에 끼어들었다.

“……그만 좀 하세요! 아니라는데 왜 자꾸 그러는 건데요!”

“아, 아니야! 분명히 맞아!”

“아니에요! 제가 볼 때, 오빠는 아니에요!”

크게 소리치며 서연을 밀쳐낸 은하는 마치 자기가 방패막이 되겠다는 듯이 내 앞에 섰다.

“야!!”

“뭐요!!”

순간 두 여자가 높은 고음을 내며 소리쳤다.

덕분에 이제는 고막뿐만이 아니라 머릿속까지 윙윙 울려댔다.

“너는 저 변태 새끼한테 그런 일을 당한 게 분하지도 않아?”

“분해요! 하지만 유현 오빠는 아니잖아요! 아니라는데 왜 자꾸 그러는 건데요!”

“아니야, 내가 분명히……. 시발, 저 새끼 눈동자 흔들리는 거 봤다니까! 내가 분명히 봤다고!”

“지금 그거 가지고 오빠를 변태로 모는 거예요? 당신 제정신이에요?”

“그, 그렇지만…….”

“오빠, 당장 경찰 불러요!”

은하가 나를 돌아보며 소리치자, 서연이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빽 소리쳤다.

“잠깐!!”

그 외침에 나는 물론이고 은하의 시선까지도 서연 쪽으로 향했다.

“……도, 돈 줄게! 이걸로 퉁 치자.”

돈으로 퉁 치자는 서연의 말에 나는 그만 어처구니없단 표정을 짓고 말았다.

물론 이건 은하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그것보단 사과가 먼저 아니에요?”

은하는 한층 더 화난 목소리로 따지듯이 물었다.

“내, 내가 왜! 저 새끼, 분명히……!”

“분명히 뭐요?”

“…….”

엄한 목소리로 재차 되묻는 은하의 태도에 서연은 입술을 빼죽 내밀고서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그 태도를 보아하니, 곧 죽어도 사과하긴 싫은 모양이었다.

이에 은하가 스마트폰을 꺼내서 112에 전화를 걸려고 하자, ‘자, 잠깐!’이라고 소리치며 은하를 말리는 서연이다.

“……하, 하면 될 거 아냐! 하면!”

이리 말한 그녀는 여전히 나를 의심하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나를 올려다보았다. 그 후, 천천히 숨을 고른 그녀는 날 향해서 사과했다.

“미안.”

상당히 무성의한 사과가 아닐 수 없었지만, 그녀의 성격을 잘 아는 나로서는 이 정도도 굉장히 감지덕지한 사과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게 뭐에요! 좀 더 제대로 하세요!”

“제, 제대로 했잖아!”

그러나 이런 식의 사과가 은하의 마음에 들 리가 없었다.

‘에휴.’

속으로 한숨을 내뱉은 나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입을 열었다.

“됐어. 이 정도로 그만하자.”

“하지만……!”

“솔직히 피곤해.”

이리 말하며 근처에 놓여있는 의자를 끌어와 앉자, 은하도 더 이상 뭐라 하기 애매해진 모양인지 입술을 꾹 다물었다.

덕분에 바닥에 앉아있는 서연의 표정만 밝아졌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녀를 이대로 순순히 보내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대신에 이거 깨끗이 정리해놓으세요.”

“아……. 응.”

이런 내 말에 서연은 주변을 한번 둘러보더니, 곧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래도 최소한의 양심은 있는 모양인지, 싫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리고 오늘 저녁은 그쪽이 사세요.”

“응?”

“사과의 의미로 사라는 거예요. 그리고 왜 이렇게 된 건지, 이유나 한번 들어봅시다.”

나는 넉살 좋게 이야기하며 유 서연을 바라보았다.

========== 작품 후기 ==========

너무 많은 분들이 예측해버리셨군요.

예측당해버렸어...

마치 속살이 선명하게 핥아지는 기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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