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매니저 어플-27화 (27/599)

<-- [육성!] -->

“아저씨, 볼 일 없으면 이만 가보세요.”

“하, 학생들…….”

“아, 진짜? 왜 자꾸 짜증나게 만드세요? 우리 서로 좋게 넘어가자고요.”

남학생은 다시 한 번 더 경비 아저씨의 어깨를 밀치며 말했다.

“어, 억!”

다만 그 힘이 제법 셌던 모양인지, 경비 아저씨는 그만 뒤로 넘어지면서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미친…….’

그 모습을 본 순간, 저절로 눈살이 찌푸려졌다.

비단 이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나와 마찬가지로, 주변에서 구경하던 사람 대다수가 눈살을 찌푸리며 남학생을 쳐다보았다. 이에 당황한 남학생은 넘어진 경비 아저씨와 우리를 몇 번 돌아보더니 이내 확 인상을 찌푸리며 소리쳤다.

“뭐야, 구경났어? 안 꺼져?”

이리 소리쳐 말하며 손을 치켜드는 남학생들의 태도에 대다수의 사람들이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반면에 깡이 있는 몇몇 사람들은 여전히 남학생을 죽일 듯이 쏘아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시발, 쪽팔리게.”

점점 분위기가 험악해지기 시작했다.

‘여자들은 뭐 하고 있는 거야?’

쯧쯧, 혀를 찬 나는 어제처럼 다시 한 번 더 그녀들을 조교의 방으로 불러들이기 위해서 매니저 어플을 실행시켰다.

“오, 오빠! 그만 하자, 우리.”

그렇게 조교의 방으로 데려갈 여성을 선택하려는 순간 희연이 다급히 남학생의 팔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야, 너 왜 그래?”

“우리 다른 데로 가서 술 마시자. 응?”

이리 말하며 자기 가슴을 남자의 팔을 바짝 맞대는 희연의 태도에 남자는 금세 화가 풀린 모양인지, 헤실헤실 웃으며 입을 열었다.

“뭐, 뭐……. 그럴까?”

“그래, 가자! 너희들도 얼른 일어나!”

희연이 앞장서서 맥주 캔과 병들을 집어 들자, 그제야 다른 여학생들도 물건들을 하나둘씩 집어 들며 돗자리를 정리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자리에서 일어나신 경비 아저씨는 희연에게 고맙다고 말하며 잔디밭 밖으로 빠져나갔다.

‘잘 끝났군.’

그 모습을 확인한 나는 옅게 웃음을 터트리며 스마트폰을 주머니 안에 집어넣었다.

∴ ∵ ∴ ∵ ∴

‘전화해볼까?’

은하는 어젯밤 골목길에서 본 전단지를 머릿속에 떠올리며 진지하게 고민해봤다.

생각을 하면 할수록 전단지에 적혀있던 설명과 자신이 당했던 일이 너무나도 똑같았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자기 땐, 그 남자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어떻게 하지?’

자기 손에 들려있는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던 은하는 이내 결단을 내린 모양인지, 전단지에 적혀있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그러자 뚜르르 하고 전화 연결음 뒤에 뚝, 하고 누군가 전화를 받는 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젊은 여성의 목소리였다.

“아, 안녕하세요!”

-누구시죠?

“네? 아, 그게……. 전단지를 보고 연락드린 건데요.”

은하가 이리 말하자, 순간 전화기 너머로 쿵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뭐? 그럼 그 변태 자식을 본 거야?

“네? 아, 네……. 아마도요.”

-아마도라니? 아아, 이럴게 아니라 잠깐 만나자. 거기 어디야? 내가 갈 테니까 얼른 말해.

이리 소리쳐 말하며 은하를 보채는 상대 여성의 목소리에 은하는 잠시 놀란 표정을 지어보이다가, 이내 침착하게 가슴을 가라앉히며 근처에 위치해 있는 커피숍을 가르쳐주었다. 이에 상대방 여성은 ‘가깝네! 금방 갈 테니까 거기서 꼼짝 말고 기다리고 있어!’라고 말한 뒤에 전화를 뚝 끊었다.

“…….”

다소 일방적인 여성의 태도에 조금 당혹스러워진 은하였지만, 그것보다 자기와 같은 일을 당했다는 여성을 만났다는 반가움이 더 크게 다가왔다.

‘그래, 잘 된 거야!’

이걸로 범인을 잡을 수만 있다면 더없이 좋은 일이었다.

은하는 마음을 굳게 먹은 뒤에 화장실에서 씻고 있는 예은에게 먼저 가본다고 말한 뒤에 친구 집을 나섰다.

그 후, 상대 여성과 만나기로 한 커피숍으로 들어선 은하는 커피 한 잔을 시킨 뒤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리고 그렇게 10여분 정도를 기다리자,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던 스마트폰이 울렸다.

“여보세요?”

스마트폰이 울리는 것을 본 은하는 재빨리 전화를 받았다.

-어디야?

다짜고짜 어디냐고 묻는 여성의 태도에 어색하게 웃음을 터트린 은하는 이내 주변을 둘러보았다.

“너지?”

그 순간, 뒤쪽에서 날카로운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에 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거기에는 오피스 룩 차림의 미인이 서있었다.

“네?”

“나한테 전화를 건 사람. 맞네, 보니까.”

이리 말한 그녀는 조금 더운 모양인지, 손으로 얼굴을 부채질하며 은하의 맞은편에 앉았다.

‘뭐, 뭔가 이상한 사람 같은데…….’

막상 이렇게 상대 여성을 만나고 나니까, 뭔가 싸한 기분을 받는 은하였다.

“……그런데 정말이야? 그 변태 새끼를 봤다는 게.”

“네?”

“맞냐고. 그 씹어 먹어도 부족할 변태 새끼를 본 게!”

이리 소리쳐 말하며 분개하는 여성이었다.

그 모습을 보아하니, 그 가면을 쓴 남자한테 어지간히도 크게 당한 모양이었다.

은하는 자신이 당했던 일을 떠올리곤 귀까지 새빨갛게 물들였다.

“마, 맞을 거예요.”

“뭐야, 똑바로 말해. 아니, 어떻게 당했는데? 자세히 말해봐.”

그녀는 돌연 은하 쪽으로 상체를 기울여왔다. 그리고 그것과 동시에 짙은 향수 냄새가 은하의 코를 자극했다. 물론 그렇다고 그 향수 냄새가 은하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는 것은 절대로 아니었다.

오히려 상대방을 유혹하는 듯한 그런 매력적인 냄새였다.

“그, 그게……. 저도 자세히는 모르겠는데, 눈을 떠보니까 이상한 방이었어요. 그리고 의자에 몸이 구속되어서…….”

“그리고?”

말을 보채는 여성의 태도에 은하는 덜덜 입술을 떨며 말을 이었다.

“가면을 쓴 남자가 들어왔어요. 그리고는 한동안 저를 쳐다보더니, 갑자기 제 몸을 만지기 시작해서…….”

여기까지 말을 내뱉은 은하는 입술을 꾹 깨물었다. 그 이상 말하기엔 장소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상대 여성 또한 그것을 이해한 모양인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그 변태 새끼가 맞네.”

쯧쯧, 혀를 찬 여성은 엄지손톱을 으득으득 깨물며 중얼중얼 거렸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모습이 너무나도 고혹적으로 보였다. 무언가 현대 사회 여성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는 듯했다.

“……너 말이야.”

“네?”

“그 변태 가면 새끼가 너보고 반성하라니, 뭐라니 하지 않았어?”

그 물음에 은하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어보이며 고개를 갸웃했다.

“바, 반성이라니요?”

“그러니까, 너……. 뭔가 잘 못 같은 거 저지르지 않았어?”

“아뇨. 그냥 방에 있었는데요.”

고개를 도리개질 치며 말하는 은하의 태도에 여성은 짐짓 이해하기 힘들단 표정을 지어보였다.

“혹시 막 층간소음 같은 거 일으켰어?”

“아뇨, 자격증 공부하고 있었는데요.”

“음악을 시끄럽게 켜놓았다든가.”

“아뇨…….”

이렇듯 거듭 부정하는 은하의 태도에 여성은 더더욱 이해할 수 없단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럼 그 변태 가면이 너한테 무슨 말 했어? 반성하라느니, 사과하라느니 말이야.”

그 물음에 은하는 단호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뇨, 그 사람은 저한테 아무 말도 안 했는데요?”

“…….”

이러한 은하의 대답은 들은 여성은 살짝 고개를 옆으로 돌린 뒤에 턱을 괴었다.

그리고는 곧 생각을 정리한 모양인지, 은하를 똑바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너……. 이름이 뭐야?”

“이 은하요.”

“그래, 은하야.”

이리 말하며 은하의 이름을 부른 여성은 좀 더 노골적으로 은하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내 생각엔 말이야. 그 변태 가면 새끼……. 은하, 네가 아는 사람인 것 같아.”

이러한 여성의 말에 은하는 더없이 깜짝 놀란 표정을 짓고 말았다.

“네? 제가 아는 사람이라니요?”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그 이유를 묻는 은하의 태도에 여성은 검지로 테이블 위를 톡톡 두드리며 설명해주었다.

“너한테 아무 말도 안 했다면서?”

“그, 그렇죠…….”

“그건 너한테 목소리를 들키기 싫어서 그런 걸 거야.”

“그럼……. 저한테 원한을 품은 사람 짓일까요?”

은하가 조심스럽게 물음을 던지자, 여성은 단호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오히려 친분이 있는 사람일 걸? 혹시 그 사람한테 강제로 당했어?”

“아, 아뇨…….”

“그냥 이곳저곳 만져지기만 했지?”

“네…….”

이러한 은하의 말을 들은 여성은 더더욱 확신에 찬 표정을 지어보이며 입을 열었다.

“아마도 그 변태 새끼……. 실수로 널 불러들인 것 같아. 후후, 병신 새끼.”

뭐가 그리도 기분이 좋은지, 히죽히죽 웃은 여성은 돌연 자리에서 일어서며 입을 열었다.

“……일단 너희 집 근처부터 시작하자. 아는 사람 있지?”

========== 작품 후기 ==========

추리왕 유 서연.

집념의 결정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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