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매니저 어플-23화 (23/599)

<-- [육성!] -->

“오늘은 뭘 먹지?”

이 고민을 할 때마다 드는 생각이지만, 어머니란 존재는 참으로 대단한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나는 매번 이렇게 뭘 먹을까 고민하는 것만으로도 골치가 아픈데, 어머니는 고민은 물론이고 그날그날 먹을 음식을 만들어내기까지 하니 말이다.

그리고 가사라는 것도, 자취 생활을 시작하면서 직접해보니 결코 만만치 않은 것이었다.

조금만 신경을 안 쓰면 바닥에 먼지가 수북이 쌓이고, 화장실에는 물때가 끼고 빨래는 뭐가 그렇게 빨리 쌓이는지……. 심지어 생활 쓰레기는 일주일만 놔둬도 악취가 났다.

특히 배달 음식 같은 것을 시켜먹었을 때는 그것이 더했다.

‘학식이나 먹을까…….’

방학이긴 하지만 교내 식당은 운용하니 말이다.

게다가 시간도 마침 딱 좋았다.

이렇듯 결정을 내린 나는 곧바로 학교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응?’

그러던 중에 문득 내 눈에 하나의 전단지가 눈에 들어왔다.

[성추행범을 찾습니다.]

“…….”

전단지에 적혀있는 글귀를 읽은 순간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읽고 또 읽어봐도 전단지에 적혀 있는 문구를 변하지 않았다.

도리어 내 눈에 명확하게 들어왔다. 특히나 그 아래에 적혀있는 세세한 설명……. [특이사항 : 얼굴 전체를 가리는 이상한 가면을 쓰고 있음. 항상 이상한 존댓말을 씀. 변태.]라고 말이다.

‘누가 봐도 나잖아.’

그리고 이 전단지를 붙인 범인이 누구인지도 쉽사리 유추가 되었다.

‘……유 서연!’

이 암퇘지가……!

울컥 화가 치밀어 오른 나는 곧바로 전단지 쪽으로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그 후, 전단지를 뜯어내려고 손을 들어올리는데, 불현듯 아차 싶은 생각이 들었다.

‘잠깐, 여기서 내가 이 전단지를 떼어내 버리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지 않을까?’

그뿐만이 아니었다.

어쩌면 유 서연, 그녀가 이 근처에서 잠복해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물론 직장인인 그녀가 근무 시간에 빠질 수 있을 리가 만무했지만……. 그래도 혹시라는 게 있었다.

유 서연이란 여자는 내 예상 범위를 훨씬 뛰어넘는 또라이 기질을 가지고 있었으니 말이다.

‘침착하자.’

냉정해질 필요성이 있었다.

천천히 걸음을 내딛은 나는 짐짓 호기심 가득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전단지를 살펴보고는 이내 흥미가 떨어졌다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고개를 돌렸다.

‘……좋았어, 자연스러웠어.’

누가 봐도 전단지에 흥미를 가졌다가 이내 흥미를 잃고서 돌아서는 행인이었다.

애써 가슴을 쓸어내린 나는 전단지에 대해서 신경을 끊었다.

‘제법 발칙한 짓을 하긴 했지만……. 저걸로 날 찾아낼 순 없을 걸?’

피식, 비웃음을 흘린 나는 학교 쪽으로 가던 걸음을 계속 옮겼다. 그리고 그 와중에 나는 처음에 본 전단지와 똑같은 전단지 몇 개를 더 발견했다.

아무래도 전단지를 온 동네에 붙이고 다닌 모양이었다.

정말이지, 그 근성 하나만큼은 대단하다고 엄지를 들어줄만 했다.

‘어쩐지 똥 밟은 거 같은데…….’

덜컥, 걱정이 밀려오긴 했지만 이내 나는 유 서연에 대한 일을 잊기로 했다.

어차피 내가 그녀를 상대해주지만 않는다면, 그녀도 서서히 제 풀에 지쳐 넘어질 게 틀림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 너는 짖어라. 나는 그냥 갈 길 갈란다.’

이렇듯 유 서연에 대한 일을 애써 잊은 나는 교내 식당 안으로 들어섰다.

식당 안은 학기 중과는 다르게, 제법 한산했다. 역시 방학 중이라서 그런 모양인지, 다들 집에 내려가거나 놀러간 모양이었다.

‘……집이라.’

솔직히 말해서 나도 이번 방학 땐 집에 내려가려고 했지만, 지현이가 고등학교 3학년이라는 이유로 거절당해버렸다.

‘그래, 내가 이해해야지. 고3이라는데…….’

쩝, 입을 다신 나는 식권을 뽑은 다음에 줄을 섰다.

그 후, 식판을 들고서 한식을 받은 나는 자리에 앉아 밥을 먹었다.

“유현! 혼자 밥 먹어?”

이렇듯 혼자서 밥을 먹고 있는데, 돌연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에 고개를 들어보니, 이틀 전 나와 함께 여자 친구 문제로 술을 죽어라 마셨던 친구 녀석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어…….”

그리고 그 옆에는 분명히 헤어졌다고 들었던 녀석의 여자 친구가 서있었다.

“……너네 헤어진 거 아니었냐?”

나는 잠시 숟가락을 내려놓고서 물음을 던졌다. 그러자 윤석이가 히죽히죽 웃으며 자기 여자 친구의 손을 잡았다.

“어제 화해했어.”

“…….”

여자 친구도 이런 윤석이의 태도가 마냥 싫지만은 않은 모양인지, 배시시 웃으며 분홍빛 오로라를 뿜어내고 있었다.

‘조교해버릴까?’

아주 잠깐 이런 생각이 들었지만, 그것도 잠시 나는 허탈하게 웃음을 터트리며 입을 열었다.

“그래, 잘 됐네.”

이런 내 말에 윤석이와 그 여자 친구는 ‘잘 되긴 뭘.’이라고 말하며 손가래질 쳤다.

아주 찰떡궁합이다.

둘이서 왜 싸웠는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근데 너네, 왜 여기 있냐?”

“밥 먹으러 왔어. 잠깐 기다려. 금방 받아올 테니까.”

“아니, 그냥 너희 둘이서 먹어. 왜 날 굳이 끼우려고 하는데?”

“야, 우리 사이에 무슨 섭섭하게…….”

이런 내 말에 윤석이가 뭐라 반박하려고 하자, 돌연 여자 친구가 윤석이의 팔꿈치를 쳤다. 그리고는 힐끔힐끔 눈짓을 주는 게, 이대로 그냥 갔으면 하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윤석이는 기어코 나와 밥을 먹고 싶은 모양인지 말을 이었다.

“……그냥 같이 먹자. 혼자 청승맞게 뭐하는 짓이냐?”

“아니, 난 됐으니까…….”

“금방 받고 올 테니까, 기다리고 있어. 하은아, 얼른 가자.”

이리 말한 녀석은 자기 여자 친구를 데리고 가버렸다. 그 모습이 고개를 절래절래 저은 나는 저 녀석이 왜 여자 친구와 헤어지게 된 건지, 대충 이해가 갔다.

‘저렇게 눈치가 없어서야.’

하은이라고 했던가?

윤석이 여자 친구는 윤석이랑 단 둘이서 밥을 먹고 싶어 하던 것 같은데, 윤석이는 눈치 없이 나랑 이렇게 셋이서 밥을 먹으려고 하고 있었다.

‘……노답이네.’

내 친구지만 정말로 노답이었다.

“이렇게 된 이상, 내가 알아서 물러나주는 수밖에 없나?”

푸념 아닌 푸념을 내뱉은 나는 얼른 밥을 먹은 뒤에 윤석이와 하은이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그 둘이 내가 앉아있는 자리에 도착하는 것과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나며 입을 열었다.

“난 다 먹었으니까, 먼저 간다.”

“야! 이러기가 어디 있냐!”

“너네 기다리다가 굶어죽게 생겼는데, 그럼 안 먹고 그냥 굶어 죽을까? 암튼 나 먼저 갈게.”

라고 말한 나는 하은에게 슬쩍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교내 식당을 빠져나갔다.

‘그래도 잘 됐네. 다시 사귄다니까.’

안 그랬으면 윤석이를 달래준다고 또 주구장창 술을 마셔대야 했을 테니 말이다.

킥킥, 웃음을 터트린 나는 후식 겸 갈증 해소를 위해서 음료수 자판기 앞에 섰다. 그 후, 콜라 캔을 뽑은 나는 검지로 뚜껑을 땄다. 그러자 치익! 소리와 함께 탄산의 시원한 소리가 들려왔다.

역시 콜라 캔의 묘미는 여기에 있었다.

꿀꺽이며 콜라를 마신 나는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햇살을 맞았다.

“야, 병신아. 그러면 안 돼지!”

“술이나 마셔. 야! 너 그게 뭐야!”

문득 저 멀리서 깔깔대는 여학생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에 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여학생 다섯 명이서 돗자리를 편 채로 수다를 떨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미친…….’

그 모습을 순간 나도 모르게 속으로 욕설을 내뱉고 말았다.

그도 그럴 것이 저 여학생들이 지금 들어가 있는 곳은 제발 들어가지 말라고 표지판을 세워둔 잔디밭이었기 때문이었다.

========== 작품 후기 ==========

잔디 아프게, 왜 자꾸 들어가는 걸까?

개극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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