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매니저 어플-18화 (18/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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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뽑기?”

전혀 예상지도 못 한 알림문구에 조금 놀라고 말았다.

설마하니 이 게임에 뽑기 시스템이 있을 거라곤 조금도 생각지 못 했기 때문이었다.

“……흠, 일단 한번 뽑아볼까?”

어차피 상점에 들어가려고 했었고, 마침 이렇게 무료 뽑기권도 받았으니 말이다.

나는 곧바로 네를 눌러서 상점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랜덤 스킬 상자 뽑기]

(1회 뽑기 시, 정기 50 소모 / 10회 뽑기 시, 정기 450 소모)

[랜덤 아이템 상자 뽑기]

(1회 뽑기 시, 정기 20 소모 / 10회 뽑기 시, 정기 180 소모)

“10개를 한 번에 뽑으면 1개는 서비스로 준다는 건가.”

보편적으로 쓰이는 상술이긴 했지만, 구매자 입장에선 그다지 나쁘지 않은 조건이기도 했다.

‘그나저나 무료 뽑기권은 아무데나 써도 되는 건가?’

잠시 고민하던 나는 이내 랜덤 스킬 상자 뽑기를 선택했다.

똑같이 쓰일 뽑기권이라면, 좀 더 정기 소모가 큰 쪽을 선택하는 게 이득이었기 때문이었다.

[축하합니다!]

[스킬 ‘고블린 소환’을 획득하셨습니다!]

[효과 : 고블린 1마리를 소환합니다.]

[강제로 역소환 되었을 시, 1시간 뒤에 다시 소환 할 수 있습니다.]

“…….”

전혀 예상지도 못 한 스킬에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이거 진짜로 소환이 되는 건가?”

문득 호기심이 들긴 했지만, 이내 나는 그 호기심을 곱게 접었다.

혹시라도 내가 소환한 고블린이 나를 공격하기라도 한다면 도저히 감당 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최악의 경우, 고블린에게 살해당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역시 좀 그러네.’

고속 이동처럼 무언가 내 능력을 향상시켜주는 스킬이라면 몰라도 고블린처럼 무언가를 소환하는 스킬이라면 역시나 께름칙했다.

더욱이 이건 정체불명의 게임이지 않았던가?

“내 팔자가 뭐 그렇지.”

혀를 내두른 나는 확인을 누른 뒤에 상점을 살펴보았다. 하지만 상점 내에 다른 무언가 특별한 기능은 없는 모양인지, 그저 뽑기 기능만 구현되어 있었다.

‘하긴 상점에 삭제 기능이 있을 리가.’

뒷통수를 벅벅 긁은 나는 몸을 일으켰다.

“일단 은하부터 보고 오자.”

이리 결정을 내린 나는 매니저 어플을 종료한 뒤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후, 냉장고 안에서 맥주 캔 두 개를 꺼낸 나는 평소처럼……. 최대한 자연스럽게 은하가 살고 있는 위층으로 올라갔다.

띵동.

“누구세요?”

다행히도 집에 있었던 모양인지, 안쪽에서 은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야, 나. 유현.”

“아, 오빠?”

덜컥,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더니 반팔 티 차림의 은하가 튀어나왔다.

“맥주 한잔 마실래?”

나는 냉장고에서 챙겨온 맥주 캔을 은하에게 보여주며 제안했다. 이에 은하는 평소처럼 쾌활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치킨 시켜도 되죠?”

“시켜.”

이렇듯 서로 의견이 일치하자, 은하는 곧바로 현관문을 활짝 열며 나를 맞이해주었다. 그리고 이런 은하의 태도에 나는 속으로 안도했다.

‘평소 같네.’

혹시라도 우울해하고 있으면 어쩌나 싶었는데, 은하는 별다른 일 없다는 듯이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하고 있었다.

‘……혹시 첫판은 튜토리얼 같은 거라서 가상의 인물을 데려온 게 아닐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확실히 다시 생각해보면 처음 조교의 방에서 보았던 은하의 모습은 평소 내가 보던 은하의 모습과는 무척이나 달랐다.

게다가 은하는 나한테 알몸을 보였다고 해서 꺄악! 소리를 지르거나 부끄러워하는 타입은 절대로 아니었다.

“프라이드 둘 시킬게요!”

“아니, 하나!”

여자 아이답지 않게, 우악스레 소리치는 은하의 태도에 나는 쓰게 웃음을 터트리며 크게 대답하고는 냉장고 안에 맥주를 넣었다.

‘괜히 걱정했네.’

가슴을 쓸어내린 나는 방바닥에 너부러져 있는 옷가지 따위를 옆으로 치운 뒤에 자리에 앉았다.

“아앗! 내 팬티 깔고 앉지 마요!”

“좀 치우고 살아!”

날 향해 윽박지르는 은하의 태도에 나는 내 엉덩이 밑에 깔려있는 은하의 팬티를 옆으로 집어던지며 소리쳤다. 그러자 천연덕스럽게 히히 웃으면서 ‘그럼 오빠가 치워주던가요.’라고 말하는 은하다.

‘……진짜로 괜히 걱정했어!’

어쩐지 손해 본 기분이 들었다.

나는 은하 때문에 하루 종일 죄책감에 시달렸는데, 은하는 아무 일도 없이 잘 지내고 있었다니!

이 얼마나 부조리한 세상이라는 말인가!

역시 사람은 남을 걱정하는 순간부터 손해 보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오빠, 밥 먹고 왔어요?”

“먹고 왔어.”

“벌써요?”

“벌써는 무슨…….”

라고 말하면서 스마트폰의 시간을 확인하는데, 오후 6시 밖에 되지 않았다.

‘아, 그러고보니 조교의 방에 있는 동안은 시간이 안 흐르지.’

새삼 조교의 방의 효능을 깨달은 나는 혀를 내둘렀다.

‘……시험 기간에 이용해볼까?’

물론 조교 할 대상도 같이 데려가야 되긴 했지만, 다행스럽게도 내게 아주 좋은 대상이 있었다.

쿡쿡, 웃음을 터트린 나는 스마트폰을 도로 주머니 안에 집어넣었다.

“왜요? 아직 6시 밖에 안 됐잖아요!”

“그래, 니 잘 났다!”

큰소리치는 은하의 태도에 나 또한 큰소리로 대답해주었다. 그러자 푸핫! 소리와 함께 깔깔깔 웃음을 터트리는 은하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정말로 오늘 하루 종일 그녀를 괜히 걱정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잘 지내는데, 뭐하러 얘를 걱정했다는 말인가?

그래, 오늘 은하라고 데려온 여성은 분명히 매니저 어플이 만들어낸 환상일게 틀림없었다.

‘튜토리얼, 다음에 실전.’

이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편했다.

물론 이것이 내 마음대로 정한 억측일 수도 있었지만, 지금 은하의 모습을 본다면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나 태연자약한 은하인데, 어떻게 다른 생각을 한다는 말인가?

그래, 내가 처음 예상한대로 그 여자는 은하가 아닌 게 틀림없었다.

∴ ∵ ∴ ∵ ∴

“그럼 가볼게.”

“네, 들어가세요.”

은하는 유현을 배웅해주고는 현관문을 닫았다.

그 후, 뒤돌아서자 방바닥에 맥주 캔 두 개와 치킨 상자가 놓여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흑…….”

그걸 보니 어쩐지 눈가에 눈물이 핑 돌았다.

분명히 유현과 함께 치킨을 먹으면서 두런두런 이야기 할 때까지만 해도 기분이 좋았는데, 이렇게 그를 돌려보내고나니 불현듯 서러움이 북받쳐 오르는 것이었다.

“……대체 그건 뭐야.”

마음 같아서는 크게 소리쳐 묻고 싶었지만, 혹시라도 유현이 들을까봐 마음대로 소리치지도 못 하는 은하였다.

‘진짜로 꿈이었던 걸까?’

꿈이라고 생각하기엔 그 남자의 손길이 너무나도 생생했다.

게다가 그런 남자의 손길에 좋아하던 자신은……. 너무나도 수치스럽고, 부끄러워서 당장에 죽을 것만 같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오빠보고 자고 가라고 할 걸.”

말은 그렇게 하지만 은하에게 그럴 용기는 없었다.

어떻게 유현에게 자기 집에서 자고 가라는 그런 대범한 말을 한다는 말인가!

지금까지 애써 강한 척, 친한 여자 사람 동생인 척 해왔지만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좋아하는 마음은 커져만 갔다.

‘나 정말로 바보인가.’

어떻게 생각하면 절호의 기회였는데 말이다.

꿍한 표정으로 쪼그려 앉은 은하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아니야, 오빠가 바보야! 어떻게 여자 혼자 사는 자취방에 불쑥 찾아와놓고서 어떻게 치킨하고 맥주만 마시고 돌아갈 수가 있어? 은근슬쩍 포옹도 하고, 뽀뽀도 하고 야한 농담 하고! 그래야하는 거야?’

왠지 모르게 분한 마음이 울컥 치솟는 은하였다.

하지만 그것에 비례해서 우울한 마음도 한층 커져갔다.

“바보, 바보, 바보!”

은하는 속으로 ‘유현 오빠도 바보, 나도 바보, 우리 모두 바보!’라고 외쳤다.

그렇게 궁시렁 궁시렁 대던 은하는 슬쩍 고개를 들어 방 안을 둘러보았다.

‘어떻게 하지?’

일단 유현을 돌려보내기는 했는데, 막상 이렇게 혼자 남고 나니 덜컥 겁이 나는 은하였다. 이에 그녀는 한동안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다가 이내 친구에게 카톡을 보냈다.

[은하 : 나 니네 집에서 자도 됨?]

[예은 : 언제]

[은하 : 오늘]

[예은 : 미쳤군]

말은 그렇게 하지만 곧바로 대답해주는 걸 보니, 아주 안 되는 건 아닌 모양이었다.

은하는 제법 진지한 얼굴로 다시 톡을 보냈다.

[은하 : 왜에! 안 돼?]

[예은 : 올수나 있냐?]

[은하 : ㅇㅇ]

[예은 : 막차 끊김]

이 말에 은하는 서둘러 시간을 확인해보았다. 그러자 아니나 다를까, 시간이 11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유현과 정신없이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샌가 시간이 이렇게나 된 것이었다.

[은하 : ㄱㅊ, 걸어감]

[예은 : 진짜?]

[은하 : 택시타고 갈게]

[예은 : 그래]

“됐다!”

예은의 허락을 받아낸 은하는 주먹을 꽉 쥐며 환호했다. 그리고는 시시덕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난 그녀는 곧바로 외출 준비를 서둘렀다.

어차피 친구 집에서 잠만 자는 것이었기에 거창하게 따로 챙겨갈 것은 없었다.

대충 옷을 걸치고서 집 밖으로 나간 은하는 서둘러 계단을 따라 내려간 뒤에 예은의 자취방으로 향했다.

말로는 제법 거리가 먼 것처럼 이야기했지만, 사실 예은의 자취방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있었다.

기껏 해봐야 10분 거리 내외였다.

“응?”

이렇듯 친구의 자취방으로 걸음을 옮기고 있는 와중에 문득 은하의 눈에 전단지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평소라면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지나쳤을 전단지였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성추행범을 찾습니다.]

A4용지 위에 인쇄되어 있는 글귀가 은하의 눈길을 확 사로잡았기 때문이었다.

========== 작품 후기 ==========

이것은 집념!

유 서연 : 나 유 서연이야! 포기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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