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니저 어플] -->
[조교에 따른 정기를 정산합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사용자는 현재 55의 정기를 획득했습니다. (누적 정기의 양 95)]
“오…….”
이번에 획득한 정기의 양을 확인한 순간 나도 모르게 조금 감탄성을 터트리고 말았다.
설마하니 이렇게 많은 양의 정기를 획득할 줄은 생각도 못 했기 때문이었다.
‘단계에 따라서 주어지는 정기의 양도 증가하는 건가?’
이를테면 저렙 몬스터를 잡아서 얻는 경험치보다 고렙 몬스터를 잡아서 얻는 경험치가 더 많은 것처럼 말이다.
‘……확실히 그럴 듯하네.’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한 나는 매니저 어플을 종료한 뒤에 유 서연을 기다렸다.
물론 그녀가 올지 안 올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내 말을 잘 새겨들었다면 아주머니에게 사과하기 위해서 돌아올 것이 틀림없었다.
딸랑.
“어, 어서 오세요.”
그때였다.
식당 문이 열리며 낯익은 여성 한 명이 눈에 들어왔다.
‘왔군.’
잔뜩 심통난 표정을 짓고 있긴 했지만, 식당 안으로 들어온 여성은 틀림없이 유 서연이었다.
“아줌마, 어디 있어?”
“네?”
“내 옷에 김치 국물 흘린 그 아줌마 말이야!”
이리 소리쳐 말한 그녀는 눈살을 와락 찌푸리며 식당 안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곧 아주머니를 발견한 모양인지 성큼성큼 그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아줌마!”
“네, 네?”
대뜸 소리쳐 부르는 서연의 목소리에 아주머니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어보이며 대답했다. 이에 서연은 건들거리는 태도로 아주머니를 한번 쏘아보더니, 곧 자기 치마에 눌러 붙어 있는 김치 국물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이거 옷값은 따로 안 받을 테니까, 아줌마도 더 이상 나한테 신경 쓰지 마. 알았어?”
“네? 아, 네! 네, 그럴게요.”
“좋아. 그럼 이걸로 셈셈 된 거지?”
이 말과 동시에 그녀는 그대로 뒤돌아 식당 문 쪽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발이 식당 문턱에 딱 걸쳤을 때, 서연은 불현듯 식당 안쪽으로 몸을 돌려 자리에 앉아있는 남자들을 하나둘씩 쏘아보기 시작했다.
“…….”
물론 나도 자리에 앉아있는 남자들 중에 한 명이었기에 그녀와 시선을 마주쳤다.
‘뭐지?’
마치 내 정체를 캐묻는 것처럼 무섭게 쏘아보는 그녀의 시선에 절로 식은땀이 났다. 하지만 나는 결코 고개를 옆으로 돌리거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괜히 여기서 고개를 돌려 시선을 피해버리면, 그녀에게 내가 범인이라고 시인하는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
그렇게 몇 초 정도 시선을 마주쳤을까, 그녀는 돌연 획하니 고개를 돌려 다른 손님들을 차례차례 쏘아보고는 이내 선언하듯이 크게 소리쳤다.
“야, 이 나쁜 새끼야! 두고 봐! 두고 보라고! 내가 널 꼭 찾아내서 감방에 쳐넣을 거니까!”
이리 소리친 그녀는 획하니 몸을 돌려 그대로 식당 밖으로 나가버렸다.
“뭐야…….”
“아까부터 저러네. 저 여자.”
이러한 그녀의 행동에 식당 안의 손님들은 하나 같이 그녀를 이해할 수 없단 표정을 지어보였다. 하긴 그도 그럴 것이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유 서연, 그녀 혼자서 지랄 발광하는 것처럼 보였을테니 말이다.
심지어 성추행이니 뭐니 하면서 경찰까지 데려왔던 그녀였다.
아무리 좋게 봐주려고 해도 좋게 봐줄 수가 없었다.
물론 단 한 사람.
그녀의 사정을 아주 잘 알고 있는 나만 빼고서 말이다.
‘두고 보자니…….’
쿡쿡, 웃음을 터트린 나는 서둘러 식사를 끝마친 뒤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후, 계산을 하고 식당 밖으로 나온 나는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매니저 어플에 관해서 생각해보았다.
“이제 이걸 어떻게 하지?”
일단 당장은 유용하게 썼지만, 현실의 여성을 데려온다는 게 아무래도 꺼림칙했다.
게다가 삭제가 불가능한 어플이라니…….
물론 내가 이 어플을 사용하지 않으면 그만이긴 했지만, 그것도 그것 나름대로 꺼림칙했다.
‘진짜로 핸드폰을 바꿔버릴까?’
다소 극단적인 방법이긴 했지만, 정말로 다른 방법이 없다면 해볼 만했다.
“아니면 천천히 고민해볼까? 딱히 내게 해가 되는 건 없는 것 같으니까.”
가볍게 한숨을 내뱉은 나는 털레털레 걸음을 옮겨 자취방으로 돌아왔다.
“흠.”
신발을 벗고 자취방 안으로 들어온 나는 그대로 넘어지듯이 방바닥에 깔려있는 이불 위로 드러누웠다.
그 후, 주머니 안에 들어있는 스마트폰을 꺼낸 나는 매니저 어플을 실행시켰다.
“……일단 삭제 방법부터 찾아볼까? 혹시 어플 안에 있을 수도 있으니까.”
이리 생각한 나는 각각의 항목을 눌러보았다.
[현재 상점은 이용 불가능입니다.]
[사용자의 레벨을 3까지 올려주세요.]
[현재 이계 퀘스트는 수행불가능입니다.]
[사용자의 레벨을 5까지 올려주세요.]
“레벨 제한인가…….”
짧게 침음성을 내뱉은 나는 잠시 고민해보았다.
‘다른 것부터 살펴볼까?’
이리 생각하며 다른 것들도 눌러보았지만, 여지없이 레벨 제한에 가로막혀버렸다.
물론 레벨 제한에 가로막히지 않은 항목도 존재했다.
[사용자 정보]
[김 유현]
[나이 : 25살]
[직업 : 대학생 4학년]
[현재 레벨 : 2 (다음 레벨에 필요한 정기 : 50)]
[보유 스킬 : 고속 이동]
[조교의 방]
[현재 레벨 : 2 (다음 레벨에 필요한 정기 : 50)]
[형식 : 저택 (방 12개)]
[효과 : 조교 대상의 민감도를 60% 상승시킵니다.]
[저장된 대상]
[이 은하]
[나이 : 22살]
[직업 : 대학생 2학년]
[쾌감 1단계 0%]
[봉사 0단계 0%]
[고통 0단계 14%]
[수치 0단계 71%]
[애널 0단계 0%]
[김 민서]
[나이 : 27살]
[직업 : 배구 선수 지망생]
[쾌감 0단계 54%]
[봉사 0단계 0%]
[고통 0단계 87%]
[수치 2단계 0%]
[애널 0단계 0%]
[유 서연]
[나이 : 27살]
[직업 : 직장인 인턴]
[쾌감 2단계 0%]
[봉사 0단계 0%]
[고통 3단계 64%]
[수치 0단계 98%]
[애널 0단계 0%]
‘지금 당장 볼 수 있는 건, 사용자 정보와 조교의 방 정보. 그리고 저장된 목록뿐인가.’
의외로 제약이 많이 걸려있었다.
‘……게다가 어플을 삭제할 수 있는 방법도 없는 것 같고……. 이거 설정창도 없는 건가?’
몇 번이고 설정창을 찾아보려 했지만, 그 어디에도 설정창을 불러오는 메뉴가 없었다.
“대체 이게 뭐야! 만든 회사 이름도 없고, 개발자 이름도 없고……!”
심지어 공식 홈페이지 주소조차도 없었다.
하다 못 해 카페라도 존재해야 될 텐데, 이 게임은 마치 유령이 만든 게임이라도 되는 것처럼 아무런 정보도 없었다.
“……잠깐! 정보라고?”
벌떡, 자리에서 일어난 그대로 매니저 어플을 종료한 뒤에 검색창에 매니저 어플을 쳐보았다. 혹시라도 나처럼 매니저 어플을 얻은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매니저 어플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다.
‘하긴 있을 리가…….’
푹, 한숨을 내쉰 나는 다시금 이불 위에 드러누웠다.
“일단 레벨을 올려볼까?”
그다지 끌리지 않는 방법이긴 했지만, 좀 더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레벨을 올릴 필요성이 있어보였다. 게다가 손자병법에도 이런 말이 있지 않던가?
지피지기 백전백승(知彼知己 百戰百勝)!
적을 알고 나도 알면 백전백승!
‘그래, 까짓것 해보자!’
이리 생각하며 매니저 어플을 실행시킨 나는 곧바로 사용자 정보로 들어가 레벨을 상승시켰다.
[축하합니다!]
[사용자의 레벨이 2에서 3으로 상승했습니다.]
[여성 목록을 열람할 수 있는 범위가 10미터에서 20미터로 상승합니다!]
[이제부턴 사용자보다 두 단계 더 높은 직위의 여성을 조교할 수 있습니다.]
[목록에 저장되어 있는 여성을 육성시키는 것이 가능합니다.]
“육성?”
혹시 내가 아는 그 육성인가? 정말로 그 육성인 걸까?
조교가 아니라?
나는 육성이란 단어를 지그시 노려보고는 이내 확인을 눌렀다. 일단 섣불리 믿는 것은 금물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매니저 어플이라는 제목을 보고서 은하를 선택했다가 얼마나 큰 낭패를 보았었던가?
‘아, 은하 상태도 한번 봐야 되는데…….’
물론 내가 알고 있는 은하라면 틀림없이 아무렇지도 않게 넘겼을 테지만, 조교의 방으로 끌려왔던 은하는…….
‘……뭐가 은하의 진짜 모습인지 모르겠네.’
물론 조교의 방에서 본 은하의 행동이 좀 더 자연스럽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그 동안 은하를 본 것도 있어서, 꽤 큰 괴리감이 느껴졌다.
“일단 이거부터 끝내고 바로 가보자.”
가볍게 한숨을 내뱉은 나는 엄지로 액정을 눌렀다.
[축하합니다!]
[사용자의 레벨이 3이 되어서 상점 이용이 가능해졌습니다!]
[보상으로 무료 뽑기권이 지급 되었습니다.]
[상점으로 바로 이동하시겠습니까?]
[네 / 아니요]
========== 작품 후기 ==========
뽑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