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니저 어플] -->
“서, 서연아……. 우리 이제 그만하자.”
“그게 무슨 소리야? 그럼 이 옷은 어쩌고? 아, 짜증나! 이게 다 뭐야!”
신경질적으로 짜증을 내면서 민서를 쏘아보는 오피스 룩의 여성의 태도에 그녀는 최대한 조심스럽게, 유 서연의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조곤조곤 이야기했다.
“그, 그래도……. 옷은 내가 나중에 사줄 테니까…….”
“사주긴 네가 뭘 사줘! 이게 얼마짜리 옷인 줄 알기나 해?”
“야!”
자신을 무시하는 유 서연의 태도에 민서가 크게 소리쳐 말하자, 순간 서연의 어깨가 위축되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녀는 아주 뻔뻔하게 나가기로 마음을 먹은 모양인지 콧방귀를 뀌며 대꾸했다.
“내가 뭐 틀린 말했어? 그러니까 내가 진작 말했잖아. 직장 잡으라고 말이야! 하, 요즘 세상에 무슨 배구 선수야? 안 그래?”
“너, 너…….”
“아무튼 넌 가만히 있어! 이 옷이 얼마나 비싼 옷인지 줄도 모르면서…….”
툴툴 대는 목소리로 쏘아붙인 유 서연은 곧장 고개를 돌려 자기 옆에 서있는 아주머니를 쳐다보았다.
“……아줌마, 이거 어쩔 거야? 이거 갚으라니까?”
“소, 손님…….”
“아, 씨……. 아까부터 계속 손님, 손님! 아줌마가 계속 그렇게 나오면 내가 어떻게 돼? 그냥 옷값 물어내라니까? 아줌마 잘 못이잖아?”
자신의 친구가 말렸음에도 불구하고 유 서연의 목소리는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오히려 한층 더 신이 난다는 듯이 윽박지르며 아주머니에게 옷값을 물어내라며 재촉하고 있었다.
그 태도에 나는 물론이고, 주변 사람들까지 눈살을 찌푸리고 말았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 누구 한 명 선뜻 나서려는 이가 없었다.
하긴, 그녀가 입고 있는 옷은 한 눈에 딱 봐도 제법 비싸 보이는 옷이었으니 말이다.
“그만 좀 해!”
그 때, 민서가 크게 소리치며 자신의 친구를 한 번 더 말려보았다.
“너 왜 그래? 아, 진짜 짜증나게!”
“제발 좀 그만하자, 응?”
김 민서는 혹시라도 또다시 내게 불려 갈까봐 안절부절 못 해하며 자신의 친구를 필사적으로 말렸다. 하지만 이런 그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유 서연의 태도는 꼿꼿하기 그지없었다. 도리어 친구고 뭐고, 눈에 보이지 않는 안하무인의 태도였다.
‘이거 안 되겠군.’
여기까지 지켜본 나는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며 스마트폰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 후, 매니저 어플을 실행시킨 나는 사용자 정보로 들어갔다.
[김 유현]
[나이 : 25살]
[직업 : 대학생]
[현재 레벨 : 1 (다음 레벨에 필요한 정기 : 20)]
[보유 스킬 : 고속 이동]
‘이걸 누르면 레벨이 상승하는 건가?’
나는 곧바로 레벨을 눌러보았다. 그러자 아니나 다를까, 띠링 소리와 함께 레벨이 1에서 2로 상승했다는 알림문구가 떠올랐다.
[축하합니다!]
[사용자의 레벨이 1에서 2로 상승했습니다.]
[여성 목록을 열람할 수 있는 범위가 5미터에서 10미터로 상승합니다!]
[이제부턴 사용자보다 한 단계 더 높은 직위의 여성을 조교할 수 있습니다.]
[직업 구분이 좀 더 자세하게 표시됩니다!]
‘이건 좀 본격적인데…….’
레벨이 상승하자, 그에 걸맞은 변화가 일어났다.
거기다가 주변 여성을 검색할 수 있는 범위가 5미터에서 10미터로 늘어난 걸 보아하니, 아무래도 레벨이 상승함에 따라 그 범위가 점차적으로 상승하는 모양이었다. 이러다가 나중에는 10km 이내의 여성까지 검색할 수 있는 건 아닐까 몰랐다.
[축하합니다!]
[사용자는 첫 번째 레벨 상승을 성공적으로 끝마쳤습니다.]
[보상으로 조교의 방 레벨이 상승합니다.]
[조교의 방 정보를 열람해보시겠습니까?]
[네 / 아니요]
‘조교의 방?’
설마하니 조교의 방까지 레벨을 가지고 있을 줄은 생각도 못 했다.
나는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곧바로 네를 눌러보았다.
[조교의 방]
[현재 레벨 : 2 (다음 레벨에 필요한 정기 : 50)]
[형식 : 저택 (방 12개)]
[효과 : 조교 대상의 민감도를 60% 상승시킵니다.]
‘아…….’
조교의 방 정보를 열람한 순간 나는 깨달을 수 있었다.
내 손길에 은하와 민서가 왜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했었던 것인지 말이다.
‘……이래서 잘 느꼈던 거군.’
이유를 납득한 나는 조교의 방 정보를 끈 뒤에 주변 여성을 검색했다.
‘오.’
범위가 5미터에 10미터로 늘어난 덕분인지, 보다 많은 여성이 목록에 나타났다.
하지만 이뿐만이 아니었다. 레벨이 상승했다는 알림문구와 더불어 떠올랐었던 [직업 구분이 좀 더 자세하게 표시됩니다!]라는 알림문구의 말대로 여성의 정보다 보다 세밀하게 나타났다.
[유 서연]
[나이 : 27살]
[직업 : 직장인 인턴]
이전에는 인턴이라는 단어가 안 적혀있었는데, 지금은 이렇게 인턴이라는 단어가 버젓이 써져있었다.
‘인턴이란 말이지.’
딱히 인턴을 비하하려는 건 아니었지만, 이 정도라면 충분히 조교 대상 목록에 포함시킬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무래도 대학생 다음 단계가 바로 인턴이었으니 말이다.
더욱이 나는 졸업을 앞둔 4학년이었다.
내가 조교하지 못할 리가 없었다.
[유 서연을 선택하시겠습니까?]
[네 / 아니요]
‘역시!’
내 예상대로 레벨이 오르면서 유 서연이 내 조교 대상에 포함되었다.
[바로 조교의 방으로 이동하시겠습니까?]
[주의. 조교를 끝내기 전까지는 돌아올 수 없습니다.]
[네 / 아니요]
조교의 방으로 이동할거냐고 묻는 알림문구에 나는 곧바로 네를 눌렀다.
여기까지 와놓고서 아니요를 누를 이유는 조금도 없었다.
‘흐음.’
이렇듯 네를 누르고 조금 기다리자, 시야가 밝아지며 조교의 방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지난번하고 달라진 건, 딱히 없어 보이네.”
그나마 달라진 게 있다고 한다면 방의 숫자가 2개 더 늘어났다는 것 정도였다.
“……좀 더 레벨을 올리면 달라지는 걸까?”
문득 호기심이 들었지만, 이내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내가 미쳤지.’
어떻게 이 게임을 더 할 생각을 한다는 말인가? 더욱이 이건 현실의 여성을 이곳으로 데려와서 조교하는 것이었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이 일이 비인륜적이라는 일이라는 것 정도는 깨달을 것이 틀림없었다.
“딱 이번 한번만 하고 끝내자.”
애써 마음을 가라앉힌 나는 벽에 걸려있는 가면을 집어든 뒤에 얼굴에 썼다. 그 후, 1번방 문을 열고서 안으로 들어가자, 의자에 구속된 채로 이리저리 몸을 움직여보고 있는 유 서연 씨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유 서연 씨.”
“이 개 변태 자식아! 이거 당장 풀지 못 해? 경찰에 신고하기 전에 풀라고!”
그녀는 지금 자신의 상황이 잘 이해되지 않는 모양인지, 날 향해 크게 소리치며 으르렁대고 있었다.
마치 단단히 화가 난 치와와를 보는듯했다.
“입에 걸레를 물었습니까? 왜 그렇게 말이 험악합니까?”
“시발, 걸레? 오늘 한번 걸레로 쳐맞아 볼래?”
이리 소리치며 온 몸을 들썩들썩 대는 유 서연 씨다. 어찌나 크게 몸부림을 치던지, 그녀의 몸을 구속하고 있는 의자가 들썩거릴 정도였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게 전부였다.
가녀린 여성의 몸으로 의자의 구속을 벗어나기에는 큰 무리가 있었다.
“재밌는 말을 하시는군요. 걸레로 쳐맞는다라…….”
나는 쿡쿡, 웃으며 주변을 한번 둘러보았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걸레까지 마련해놓지는 못 한 모양인지, 방 안 그 어디에도 걸레는 보이지 않았다.
‘하긴 누가 걸레로 조교한다고 생각하겠어.’
아쉬움에 혀를 끌끌 찬 나는 다시금 유 서연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 작품 후기 ==========
싸가지 없는 년을 조교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