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니저 어플] -->
“아줌마, 이거 어쩔 거냐니까?”
김 민서의 반응을 기다리는 동안 또다시 오피스 룩의 여성, 유 서연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분위기가 한층 더 험악해진 게, 잘하면 아주머니의 뺨이라도 한 대 때릴 기세였다.
‘미친년.’
딱 그 말이 잘 어울렸다.
‘……그나저나 안 말려?’
나는 슬쩍 김 민서 쪽으로 시선을 주었다.
그러나 그녀는 무슨 생각에서인지, 입술을 꾹 다문 채로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혹시 내 추측이 틀린 건가? 아니, 고민하고 있는 걸 보니까 조교의 방에서 있었던 일을 기억하고 있는 것 같은데…….’
좀처럼 확신이 들지 않았다.
나는 잠시 동안 김 민서의 반응을 살펴보고는 이내 다시금 매니저 어플을 실행시켰다.
[현재 사용자의 레벨은 ‘1’입니다.]
[반경 5미터 이내에 존재하는 여성들만 조교할 수 있습니다.]
[조교 할 여성을 골라주세요.]
[목록에 저장되어 있는 여성이 존재합니다.]
[목록을 열람하시겠습니까?]
[네 / 아니요]
저장되어 있는 목록을 열람할 것이냐 묻는 알림 문구에 나는 곧바로 네를 눌렀다. 그러자 아니나 다를까, 이전에 내가 조교했던 두 명의 여성이 화면에 떠올랐다.
[저장된 대상]
[이 은하]
[나이 : 22살]
[직업 : 대학생]
[쾌감 1단계 0%]
[봉사 0단계 0%]
[고통 0단계 14%]
[수치 0단계 71%]
[애널 0단계 0%]
[김 민서]
[나이 : 27살]
[직업 : 무직]
[쾌감 0단계 54%]
[봉사 0단계 0%]
[고통 0단계 0%]
[수치 1단계 0%]
[애널 0단계 0%]
‘역시.’
딱 내가 예상한 그대로였다.
이를 확인한 나는 곧바로 김 민서를 선택했다.
[김 민서를 선택하시겠습니까?]
[네 / 아니요]
나는 곧바로 네를 눌렀다.
[바로 조교의 방으로 이동하시겠습니까?]
[주의. 조교를 끝내기 전까지는 돌아올 수 없습니다.]
[네 / 아니요]
마지막으로 묻는 알림 문구에 네를 누르자, 일순 주변이 어두컴컴해지더니 곧 퇴폐적인 방 안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몇 번을 봐도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은 공간이었다. 하지만 또 아이러니하게도 점점 눈에 익으니 정겹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이러다가 정이 들어서, 내 자취방보다도 더 자주 찾게 되는 건 아닐까 몰랐다.
“설마.”
쓰게 웃음을 터트린 나는 벽에 걸린 가면을 들어, 얼굴에 쓴 뒤에 1번 방 안으로 들어섰다.
“히익!”
내가 방 안으로 들어선 순간, 여성의 새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태도를 보아하니, 확실히 나를 기억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하긴 방금 전에 만났던 대상인데, 어떻게 기억하지 못 하겠는가?
금붕어도 아니고 말이다.
끌끌, 혀를 찬 나는 그녀 쪽으로 다가서며 입을 열었다.
“제 말이 우스웠습니까, 김 민서 씨?”
“죄, 죄송해요! 죄송해요! 너무 꿈만 같아서 헷갈렸어요! 정말이에요! 다시 보내주시면 꼭 서연이를 말릴게요! 네? 그러니까 용서해주세요!”
“아니요, 다시는 없습니다. 저는 이미 당신이란 여자에게 질려버렸습니다.”
이리 말한 나는 벽에 걸려있는 채찍을 들었다. 이에 그녀는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나를 올려다보며 눈물을 뚝뚝 떨어트리기 시작했다.
“엉엉, 죄송해요! 정말로, 정말로요! 제가 잘 못 했어요. 이렇게 빌 테니까 용서해주세요! 용서해주시면 정말로 서연이를 말릴게요!”
“또 거짓말입니까?”
“아니에요! 거짓말이 아니에요! 정말이에요!”
“그다지 진심이 느껴지지 않는군요.”
나는 일부러 비웃는 듯한 목소리로 그녀를 매도했다. 그리고는 똑바로 김 민서를 바라보며 채찍을 어깨 높이까지 치켜들었다.
조금만 힘을 주어 휘두르면, 곧바로 채찍이 그녀의 몸을 거세게 때릴 것처럼 말이다.
“제, 제발…….”
그 모습에 민서는 눈물방울을 뚝뚝 떨어트리며 몸을 벌벌 떨었다.
겁에 질려서, 두려움에 떠는 모습이었다.
그 만큼 내가 들고 있는 채찍은 위협적이었다.
길고, 가늘었으며 뱀의 비늘처럼 번들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것이 무엇보다도 더 두렵게 느껴지는 건, 바로 허공에 휘둘러질 때마다 나오는 섬뜩한 소리 때문일 것이다.
쌔액쌔액, 하고 공기를 가르는 채찍 소리는 그저 듣는 것만으로도 오금이 다 저려올 정도였다.
남자인 나조차도 이것에 맞는다고 생각하면 심장이 쿵쾅쿵쾅 뛰는데, 여성인 그녀는 어떻겠는가?
“김 민서 씨.”
“까악!”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동시에 채찍을 휘두르자, 파삭! 소리와 함께 채찍이 의자 옆을 후려쳤다.
“이런, 빗나가 버렸군요. 죄송합니다. 다음에는 확실하게 맞춰드리겠습니다.”
“아, 아아…….”
나는 조금 미안해하는 목소리로 사과하고는 곧바로 자세를 바로 잡았다. 이에 그녀는 몇 번이고 신음하더니 곧 크게 몸을 떨며 나를 향해 애원하기 시작했다.
“……살려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 마, 맞으면 죽을 거예요! 제발, 살려주세요! 제가 전부 잘 못 했어요! 뭐든지 할 테니까 그러니까 제발……. 까악!”
다시금 휘두른 채찍이 그녀의 옆을 스치고 지나가 바닥을 강하게 때리자, 그녀의 입술 사이로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 입 좀 다물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도저히 맞출 수가 없군요. 아예 눕힌 다음에 때려드릴까요?”
이리 말한 나는 일부러 그녀가 앉아있는 의자에 발을 얹었다.
“히, 히이익. 히익!”
동시에 그녀의 입술 사이로 새된 소리가 새어나왔다.
‘뭐, 위협은 이 정도면 됐을라나?’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옅게 웃음을 터트렸다.
“다음에는 조용히 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사, 살려주세요……. 뭐든지 할게요. 제발……. 제발, 제발 부탁드려요! 흑흑.”
이런 내 물음에 그녀는 급기야 울음을 터트리며 내게 애원해왔다. 동시에 그녀의 바지가 점점 젖어가는 게 눈에 들어왔다.
아무래도 방금 전, 내가 채찍을 휘둘렀을 때 실금을 한 모양이었다.
“그 말은 정말입니까?”
“정말이에요! 정말로요!”
그녀는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좋습니다. 지금의 말에는 그나마 진정성이 느껴지는군요.”
“아…….”
이리 말하며 채찍을 내려놓자, 일순 그녀의 얼굴에 안도의 색이 떠올랐다.
“하지만 벌은 받으셔야겠습니다. 일단은 저와 한 약속을 어기셨으니까요.”
“버, 벌이라면…….”
사시나무 떨 듯이 몸을 부들부들 떨며 내게 물음을 던지는 김 민서다.
혹시라도 내가 채찍으로 때리겠다고 하면 어쩌나 싶은 모양이었다.
이에 나는 그녀를 안심시켜주듯이, 어깨를 가볍게 어루만져주며 입을 열었다.
“걱정 마세요. 채찍으로 때리거나 하지는 않을 겁니다.”
“저, 정말인가요?”
“물론입니다. 저는 김 민서 씨와는 다르게 제가 한 말을 잘 지키는 편입니다.”
쿡쿡, 웃음을 터트리며 대꾸한 나는 의자의 버튼을 눌러 그녀를 풀어주었다.
“……자, 일어나세요.”
“네?”
“뭘 그렇게 놀라고 그럽니까?”
이런 내 말에 그녀는 의아해하는 표정을 지어보이면서도 순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그 와중에 나는 혹시라도 그녀가 허튼 수작을 부리지는 않을까, 긴장하며 채찍을 꽉 붙잡았다.
‘뭐, 그럴 기미는 보이지 않는군.’
다행스럽게도 김 민서 씨는 내 말에 따라 순순히 의자에서 일어나, 내 앞에 섰다.
게다가 간간히 몸을 떨며, 내 시선을 마주하지 못 하고 있는 걸 보아하니 단단히 겁에 질려있는 모양이었다.
하긴 그녀의 입장에서 보자면 나는 그야말로 악마로 보이겠지.
‘……다른 사람은 물론이고, 자신조차도 눈치 채지 하게 이런 장소로 데려올 수 있는 존재는 악마 밖에 없을테니까.’
그런 악마에게 대든다?
아무리 간담이 센 자라고 해도 쉽사리 결단을 내리지 못 할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