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매니저 어플-6화 (6/599)

<-- [매니저 어플] -->

‘해보자.’

마침 좋은 기회이기도 했고, 은하 때처럼 양심의 가책을 느낄 필요도 없었으니 말이다.

이렇듯 마음을 굳힌 나는 곧바로 매니저 어플을 실행했다.

[현재 사용자의 레벨은 ‘1’입니다.]

[반경 5미터 이내에 존재하는 여성들만 조교할 수 있습니다.]

[조교 할 여성을 골라주세요.]

[목록에 저장되어 있는 여성이 존재합니다.]

[목록을 열람하시겠습니까?]

[네 / 아니요]

이전과는 조금 다른 알림문구가 떠올랐다.

‘설마 은하인건가…….’

확실히 저장되어 있는 여성이라고 한다면 은하 밖에 없었다.

꿀꺽, 마른침을 삼킨 나는 알림문구를 빤히 쳐다보다가 이내 아니요를 눌렀다.

[새로운 대상을 탐색합니다.]

[목록을 열람하시겠습니까?]

[네 / 아니요]

이러한 물음에 나는 곧바로 네를 눌렀다.

그러자 곧 스마트폰 화면에 다수의 여성이 나타났다. 이에 나는 옆 테이블에 앉아있는 오피스 룩의 여성과 화면 속 사진을 대조하며 찾아보았다.

‘찾았다.’

[유 서연]

[나이 : 27살]

[직업 : 직장인]

틀림없이 옆 테이블에 앉아있는 여성이었다.

이를 확인한 나는 곧바로 유 서연이란 이름의 여성을 선택했다. 그러자 삐빅! 소리와 함께 알림문구가 화면에 떠올랐다.

[사용자의 레벨 혹은 지위가 대상의 지위보다 낮습니다.]

‘레벨? 지위?’

이건 또 무슨 소리라는 말인가?

다소 어처구니가 없어진 나는 잠시 멍청하니 화면을 바라보다가 이내 깨달을 수 있었다. 아무래도 이 게임 속에서 여성을 조교하기 위해서는 그 여성의 지위에 걸맞은 지위 혹은 레벨이 필요한 모양이었다.

‘……쓸데없이 깐깐하네.’

쯧쯧, 혀를 찬 나는 레벨을 올리기 위해서 사용자 정보로 들어가 보았다.

[김 유현]

[나이 : 25살]

[직업 : 대학생]

[현재 레벨 : 1 (다음 레벨에 필요한 정기 : 20)]

[보유 스킬 : 고속 이동]

‘20인가…….’

현재 가지고 있는 정기가 10이니, 딱 그만큼이 필요했다.

‘……어쩌지?’

아주 잠깐 은하를 또 조교할까 라는 생각이 떠올랐지만, 이내 나는 그 생각을 단호히 떨쳐내었다.

‘내가 미쳤지.’

어떻게 은하를 상대로 또 그런 짓을 할 생각을 한다는 말인가?

차마 선배로서 할 짓이 되지 못 했다.

“아줌마, 어쩔 거냐고?”

그 때, 또다시 오피스 룩의 여성의 언성이 높아졌다.

‘이럴 때가 아니지.’

그 소리에 정신을 차린 나는 재빨리 새로운 대상을 물색해보았다. 그리고 그러던 중에 오피스 룩의 여성과 같은 자리에 앉아있는 여성이 눈에 들어왔다

[김 민서]

[나이 : 27살]

[직업 : 무직]

솔직히 이 여성에게 딱히 이렇다 할 죄가 있는 건 아니었지만, 친구를 말리지는 못 할망정 부축이고 있으니 아주 죄가 없다고도 할 수 없었다.

‘……괜찮겠지.’

게다가 이 매니저 어플이 정말로 현실 속 여성을 데려다가 쓴다는 보장도 없고 말이다.

“후우,”

천천히 숨을 들이켰다가 내쉰 나는 곧바로 김 민서를 이름을 가진 여성을 선택했다.

[김 민서를 선택하시겠습니까?]

[네 / 아니요]

내 선택이 정말로 맞는지, 재차 묻는 알림문구에 나는 곧바로 네를 눌렀다.

[바로 조교의 방으로 이동하시겠습니까?]

[주의. 조교를 끝내기 전까지는 돌아올 수 없습니다.]

[네 / 아니요]

전부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나는 재차 확인할 것도 없이 네를 눌렀다.

[이동 중입니다.]

[잠시 기다려주세요.]

내가 네를 누른 순간, 눈앞이 어두컴컴해지더니 곧 이전에 본 방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음침하고 퇴폐적인……. 그런 방으로 말이다.

“몇 번을 봐도 도무지 익숙해지질 않네.”

쓰게 혀를 찬 나는 스마트폰을 주머니 안에 넣은 뒤에 벽에 걸려있는 가면을 들었다.

그 후, 1번 방 안으로 들어서자 옆 테이블에 오피스 룩의 여성과 함께 앉아있었던 여성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뭐, 뭐야! 뭐야, 당신!”

방 안으로 들어서는 나를 발견한 여성이 크게 소리치며 몸을 버둥거렸다.

하지만 양 팔과 양 손이 의자에 단단히 고정되어 있었기에 움직이는 건 불가능했다.

그것을 확인한 나는 옅게 웃음을 터트리며 여성 쪽으로 다가섰다.

“안녕하세요, 김 민서 씨.”

내가 여성의 이름을 부른 순간, 그녀는 흠칫 제 어깨를 떨며 나를 올려다보았다.

“어, 어떻게 내 이름을……. 그, 그보다 어떻게 날 여기로 데려온 거야? 난 방금 전까지만 해도 서연이랑 밥을……!”

경악 어린 표정을 지어보이며 내게 거듭 물음을 던지는 민서다. 그리고 이런 그녀의 말을 들어보면 확실히 현실에 존재했던 그녀를 나와 마찬가지로 이곳으로 고스란히 옮겨놓은 것만 같았다.

‘아니면 단순히 정보만 가져온 걸 수도 있고.’

천천히 숨을 고른 나는 얼굴을 가리고 있는 가면을 재차 확인했다. 혹시라도 이야기를 나누거나, 조교하는 와중에 떨어져 나갈 지도 모르니 말이다.

‘……조심해서 나쁠 건 없으니까.’

이렇듯 가면이 확실히 고정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한 나는 민서 쪽으로 시선을 던졌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여성이 성난 표정을 지어보이며 내게 소리쳤다.

“경찰에 신고하기 전에 당장 이걸 풀어!”

“경찰에요? 무슨 수로요?”

“그, 그건…….”

“뭔가 착각하고 있는 모양인데요.”

나는 웃으며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지금 그녀가 무어라 주장을 하더라도 여기서 있었던 일은 결코 입증이 되지 못 했다. 아니, 애당초 일이 이렇게 된 거, 아주 철저히 조교할 생각이었다.

그래, 일단 이 어플이 현실과 정말로 연결되어 있는 건지부터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지금 당신은 아무도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 그건…….”

“반대로 저는 뭐든지 할 수 있지요.”

이리 말한 나는 방의 벽에 걸려있는 채찍을 집어 들었다. 그 후, 허공에 한번 휘두르자 쌔액! 하고 섬뜩한 소리가 터져 나왔다.

“히익!”

순간 여성의 입술 사이로 새된 소리가 새어나왔다.

나조차도 채찍의 빠르기에 깜짝 놀랄 정도인데, 지금 의자에 구속되어 있는 당사자는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어쩌면 생명의 위협마저도 느낄지 몰랐다.

“……사, 살려주세요. 잘 못 했어요! 흑흑!”

그저 채찍을 한번 휘둘렀을 뿐인데, 민서의 태도가 싹 바뀌었다.

하긴 그 누구라도 태도를 바꿀 것이다.

“잘 못? 뭘 잘 못 했는데요?”

“뭐, 뭐든지요. 전부……. 전부 제가 잘 못 했어요. 그러니까 용서해주세요. 엉엉, 제발 여기서 내보내주세요.”

민서는 필사적으로 내게 애원하고 빌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어두컴컴한 방 안에서 여성을 구속시킨 뒤에 뭐든지,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상황……. 한 명의 남자로서 꽤나 흥분되는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게다가 이 여자는 오늘 처음 본 낯선 여자였다. 내가 여기서 무슨 짓을 한다고 하더라도 무언가 해가 되는 일은 절대로 없었다.

‘장난감인가.’

이리 생각한 순간, 뱃속이 뜨거워졌다. 동시에 하복부로 피가 쏠리는 게 느껴졌다.

“저, 저기……. 혹시 돈을 원하시는 건가요? 제가 돈은 없지만, 시간만 주시면 어떻게든 마련해볼게요. 그러니까…….”

“돈 말입니까?”

이 말을 듣는 순간, 조금 끌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괜히 여기서 돈을 요구했다간 덜미가 잡힐 수 있었다.

더욱이 딱히 돈이 필요한 입장도 아니었고 말이다.

“……하지만 김 민서 씨는 백수가 아닙니까?”

“그, 그건…….”

백수라는 말에 여성은 입술을 깨물며 내 시선을 피했다.

그리고 그 사이에 나는 스마트폰을 꺼내서 무슨 조교를 할지 고민해보았다.

‘수치 쪽이 좋을까?’

은하 때처럼 이곳저곳 만지는 것도 괜찮겠지만, 수치스럽게 만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쿡쿡, 웃음을 터트린 나는 여성 쪽으로 다가간 뒤에 다리 쪽 구속만 풀어주었다. 다행히 버튼 하나로 손쉽게 구속되고, 구속이 풀리는 구조였다.

“자, 너무 그렇게 긴장하지 마세요. 저는 김 민서 씨에게 아주 간단한 일을 시킬 거니까요.”

“어떤…….”

여성은 두려움과 긴장감으로 한데 뒤엉킨 표정을 지어보이며 내 다음 말을 기다렸다.

“제가 보는 앞에서 다리를 벌리는 겁니다.”

“다, 다리를요?”

이런 내 말에 기겁한 여성은 재빨리 자신의 다리를 오므리며 나를 경계했다

“너무 그렇게 걱정마세요. 삽입까진 하지 않을 거니까요. 딱 보는 것으로 끝낼 생각입니다.”

정말로 그럴 마음이 없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여 보인 나는 여성의 다리 쪽으로 시선을 던졌다.

“그, 그럼…….”

“정말로 단순히 볼 뿐입니다.”

“보, 보다니…….”

여성은 황당하다 못 해, 어이없어해 하는 얼굴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을 납치해 놓고서 기껏 시킨다는 것이 다리를 벌리게 만든 뒤에 그것을 보는 것이라고 한다.

솔직히 나라고 해도 조금 황당한 조건일게 틀림없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건 섹스가 아닌 조교인 걸?

“자, 그럼 다리를 벌려주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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