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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저 어플-2화 (2/599)

<-- [매니저 어플] -->

“이게 대체 뭐야?”

나는 최대한 침착하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채찍부터 시작해서 성인 용품의 왕도라고 불리는 바이브와 로터……. 심지어 삼각 목마까지도 있었다. 조심스레 손을 뻗어, 그것을 만져보자 놀랍게도 손끝을 통해서 생생한 감촉이 느껴졌다.

이건 정말 놀랄 노자였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지?’

나는 차분하게 현재 상황을 돌이켜보았다.

1. 가상현실이다.

2. 다른 공간으로 소환된 것이다.

3. 누군가가 나를 기절시켰고, 그 기절한 시간 동안에 나는 이곳으로 옮겨진 것이다.

세 가지의 가정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분명 이 중에 한 가지, 정답이 들어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일단 차분하게 첫 번째 가정부터 생각해보았다.

‘여기가 가상현실이라면…….’

방금 전에 실행한 매니저라는 어플을 통해서 가상현실에 접속한 것이다.

솔직히 현재 대한민국이 가지고 있는 과학기술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만에 하나라는 것이 있었다.

“로그아웃.”

가장 무난한 단어 선택이었지만, 그 어떤 반응도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이것에서 멈추지 않았다.

“……게임 종료. 종료. 메뉴. 운영자 호출. esc.”

되는대로 지껄여보지만, 아무런 반응도 나타나지 않았다.

이걸로 보았을 때, 가상현실이라는 가정은 틀린 게 되었다. 하긴 스마트폰 어플을 통해서 가상현실에 접속할 수 있게 된다면……. 그야말로 외계의 기술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었다.

‘그럼 남은 건, 내가 다른 공간에 소환되었다는 건가?’

말도 안 된다.

첫 번째 가정만큼이나 말이 안 되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역시 누군가가 나를 기절시킨 뒤에 이곳으로 데려온 건가.’

가장 그럴듯한 추측이며, 동시에 현실성이 있었다.

물론 실현시키기가 지극히 어려운 일이었지만, 마음먹고 한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 만큼 엄청난 노력과 수고가 들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타이밍이 너무 기가 막힌데…….”

어떻게 딱, 어플을 실행한 순간 나를 이곳으로 끌고온다는 말인가?

더욱이 누군가에게 얻어맞은 듯한 충격도 없었다.

내 상태는 너무나도 멀쩡했다.

특히나 눈 깜빡한 사이에……. 아아, 이젠 나도 모르겠다.

가볍게 한숨을 내뱉은 나는 일단 도움을 구하고자 스마트폰을 들었다.

“권외지역?”

정말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나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서 일단 매니저 어플을 종료하려고 했다.

[조교가 끝나기 전까지는 종료가 불가능합니다.]

[최소 1 단계 이상 상승시켜주세요.]

“……이건 또 무슨 말이야.”

갈수록 가관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내 머릿속에 퍼뜩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분명히 처음 조교를 실행할 거냐고 물어봤을 때, 조교가 끝낼 때까지 종료가 불가능하다고 나와 있었다. 그 말은 즉, 여기서 조교를 끝마쳐야지만…….

“조교?”

문득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분명히 매니저 어플을 실행시켰는데 왜 조교라는 말인가?

설마 말장난이었던 걸까?

“……그럼 설마 은하도……. 아니, 그럴 리가 없어.”

나는 애써 고개를 가로젓고는 스마트폰을 들어올렸다. 그러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액정 화면에 하나의 알림문구가 떠올랐다.

[조교의 방에 들어오신 사용자님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현재 사용자의 레벨은 ‘1’ 이며, 사용할 수 있는 시설은 이곳이 전부입니다.]

[이제부터 사용자는 이 시설과 도구들을 이용해서 대상을 조교하셔야 합니다.]

[조교를 끝마치기 위해서는 최소 1 단계 이상 올리셔야 합니다.]

[사용자의 조교 대상은 현재 1번방에 머물고 있습니다.]

“…….”

그 말에 따라 고개를 들어 주변을 둘러보니, 1번부터 10번까지 적혀있는 방이 눈에 들어왔다.

만약에 이 알림문구가 사실이라면 1번방에 은하가 있다는 것이었다.

‘진짜로?’

이거 범죄 아니야?

순간 손이 덜덜 떨려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나는 그럴 리가 없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괜찮아, 어차피 게임이잖아. 진짜일 리가 없어.

스스로를 다독인 나는 1번 방 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그 때마다 심장이 그 어느 때보다도 크게 뛰었다.

마치 어린 시절, 부모님 몰래 컴퓨터 게임을 할 때만큼이나 떨렸다.

“…….”

문고리를 붙잡은 나는 잠시 망설였다.

만약에 정말로, 은하가 이 방 안에 있다면 어떻게 하지?

뭐라고 말해야하지?

여기서 나가려면 널 조교해야 된다고?

나는 단순히 이게 연예인을 키우는 매니저 게임인 줄만 알았다고?

은하가 그걸 순순히 들어줄 리도 없었고, 내게 조교를 당해줄 리도 없었다.

애당초 말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

‘무언가 내 얼굴을 숨길만한 게…….’

이리 생각하며 고개를 돌려보자, 문득 벽에 걸려있는 여러 개의 가면들이 눈에 들어왔다.

심지어 복면도 있었다. 확실히 저거라면 들키지 않을 게 틀림없었다.

이러한 생각에서 나는 곧바로 가면 하나를 머리에 썼다. 다행히 가면은 내 얼굴에 착 달라붙어왔다. 심지어 착용법도 간단해서, 내가 따로 격하게 움직이지 않는 이상 떨어질 것 같지는 않았다.

‘이렇게 하니까 마치 범죄자라도 된 느낌인데.’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나는 애써 마음을 가라앉히며 1번 방 쪽으로 다가섰다. 그 후, 문고리를 잡아 돌린 뒤에 문을 열자, 놀랍게도 방 한 가운데 놓여있는 의자에 앉은 채로 나를 두려움에 질린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는 은하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정말로 은하인 것이다.

‘시발…….’

순간적으로 나도 모르게 문을 도로 닫고 뛰쳐나갈 뻔 했다.

“사, 살려주세요! 아저씨, 살려주세요! 저 좀 여기서 꺼내주세요!”

그 때, 은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은하는 몇 번이고 크게 소리치며 내게 도움을 구했다. 이에 은하의 상태를 차분히 확인해보니, 그녀의 팔과 다리가 의자에 단단히 결박되어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아저씨, 제 말 들리죠? 제발, 이것 좀 풀어주세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 같은 목소리로 내게 도움을 구하는 은하의 태도에 나는 순간적으로 상대방을 의심했다.

지금 내 앞에 앉아있는 그녀가 정말로 내가 평소에 알고 지내던 은하가 맞는지 말이다.

왜냐하면 내가 알고 있는 은하는 그 어느 때라도 대범하게 행동하며, 여자아이라기보다는 사내아이에 가까운 여자 후배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은하는 두려움에 질린 전형적인 가녀린 여자 아이었다.

‘가짜인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그래, 진짜로 은하를 데려올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나는 가볍게 웃음을 터트리고는 은하라고 생각되는 여자 쪽으로 다가갔다. 그 후, 그녀의 어깨 위에 손을 얹자, ‘히익!’ 소리와 함께 움찔 몸을 떠는 여자다.

‘진짜 같네.’

나는 감탄하며 여성의 어깨를 꽈악 붙잡았다.

“흐윽, 윽! 사, 살려주세요. 뭐든지 할 테니까……. 그러니까 제발 부탁드려요. 흑흑.”

갑자기 여성이 눈물을 뚝뚝 흘리며 고개를 푹 숙였다.

“…….”

그 목소리가 정말로 뭐든지 하겠다는 것처럼 들렸다.

이에 나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이걸 어떻게 해야 될까? 아니, 그보다 조교를 어떻게 해야 되는 걸까? 나는 혹시나 도움을 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스마트폰을 틀어보았다. 그러자 아니나 다를까, 조교 항목이 화면에 떠올랐다.

[쾌락] [봉사] [고통] [수치] [애널]

아무래도 이 중에 한 가지를 선택해서 조교시켜야 되는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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