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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저 어플-1화 (1/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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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저 어플]

“으…….”

어젯밤 술을 너무 많이 마셨는지, 머릿속이 왕왕 울려댔다.

마치 누군가 꽹과리 같은 걸로 시끄럽게 쳐대는 것처럼 말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적당히 좀 마시는 거였는데……. 여자 친구에게 차인 친구 녀석을 위로해주느라고 너무 달린 것 같다.

가볍게 한숨을 내뱉은 나는 더듬더듬 손을 뻗어, 탁자 위에 올려져있는 물병을 집어 들었다. 그 후, 뚜껑을 따서 물을 한 모금 들이켜자, 울렁거리던 머릿속이 조금은 진정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하아.”

밤새 뱃속에서 부글부글 끓고 있던 더운 숨을 입 밖으로 내뱉자, 그제야 시야가 탁 트였다.

“……윤석이는 잘 들어 갔을라나?”

살짝 걱정이 밀려왔다.

나도 이 정도로 정신이 없는데, 나보다 훨씬 더 마셔댄 윤석이 녀석은 과연 잘 들어갔을까?

안 그래도 술에 약한 녀석인데……. 혹시라도 질 나쁜 녀석들에게 걸려서 잡혀가지는 않았을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생각을 그만두었다.

걱정도 참 지랄 맞다.

세상에 그 어떤 놈이 부랄 달린 놈을 걱정해준다는 말인가?

여자라면 모를까…….

‘내 코가 석자다.’

이리 생각하면서도 나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서 윤석이에게 카톡을 보냈다. 그러자 1분도 채 되지 않아서 ‘나 죽음ㅋ’이라고 답장을 보내는 윤석이다.

다행히도 집에 잘 들어간 모양이었다.

“에휴.”

가볍게 한숨을 내뱉은 나는 시간을 확인해보았다.

“……더럽게도 많이 잤네.”

놀랍게도 시간은 5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오전 5시가 아니라, 오후 5시를 말이다.

정말로 말 그대로, 죽은 듯이 잠을 잔 것이었다.

‘그나마 방학이라서 다행이네.’

만약에 이게 학기 중이었다면, 대참사가 일어났었을 것이다.

이렇듯 안도의 숨을 내뱉은 나는 도로 자리에 누운 뒤에 혹시나 카톡이 온 게 없나 싶어서 살펴보았다. 그러나 내게 따로 개인적으로 온 카톡은 없고, 그저 단톡방에서 떠드는 메시지만 한 가득 했다.

어제의 나…….

그렇게 술을 처먹어 놓고서 여자 한명도 못 꼬셨다는 말이냐?

암울하기 그지없었다.

훌쩍, 코 울음을 소리를 낸 나는 카카오톡을 껐다. 그 후, 다른 어플을 실행하려는데 문득 난생처음 보는 어플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뭐야, 이게?”

혹시 어젯밤 술김에 설치한 걸까?

이러한 생각에서 곧바로 어플을 지우려는데, 문득 호기심이 들었다. 그래도 일단 설치한 어플이니, 한번쯤 실행시켜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매니저?”

어플을 실행시키자, 액정 화면에 Manage라는 글자가 떡 하니 떠올랐다.

혹시 아이돌 같은 걸 관리하고 키우는 게임 어플인 건 아닐까? 문득 아주 옛날에 해봤던 프린세스 메이커가 떠올랐다.

확실히 재밌었지.

[현재 상황을 동기화 시키시겠습니까?]

[네 / 아니요]

“…….”

상당히 의심스런 알림문구가 아닐 수 없었다.

혹시 국정원에서 심어놓은 해킹 어플은 아닐까?

‘설마…….’

말도 안 되는 생각이라며 헛웃음을 터트린 나는 곧바로 네를 눌렀다.

어차피 딱히 꿀릴 것도 없고, 소액 결제는 사전에 차단해두었기 때문에 따로 돈이 빠져나갈 일도 없었다.

[현재 상황을 동기화 중입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그렇게 1분 정도를 기다리자, 드디어 완료되었다는 알림문구가 떠올랐다.

[현재 사용자의 레벨은 ‘1’입니다.]

[반경 5미터 이내에 존재하는 여성들만 조교할 수 있습니다.]

[조교 할 여성을 골라주세요.]

[목록을 열람하시겠습니까?]

[네 / 아니요]

목록을 열람해볼 거냐고 묻는 알림문구에 나는 곧바로 네를 눌렀다.

그러자 놀랍게도 목록 안에 내가 알고 있는 여성의 이름이 나타났다.

[이 은하]

[나이 : 22살]

[직업 : 대학생]

심지어 사진까지도 나와 있었다.

틀림없이 내가 알고 지내던, 가끔씩 만나서 밥도 같이 먹고 그랬던 후배였다.

“이거 진짜로 리얼하네.”

괜히 현재 상황을 동기화해도 되냐고 묻는 게 아니었다.

나는 혀를 내두르며, 아무런 고민도 없이 은하를 골랐다. 딱히 억한 심정은 없지만, 그래도 아주 생판 모르는 여자아이의 매니저를 하는 것보다는 아무래도 은하의 매니저가 되는 편이 더 나을 거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은하가 연예인이라…….’

이 사실을 은하가 알면 나한테 무슨 소리를 할까?

분명히 방방 날뛰면서 어떻게 자길 상대로 이러냐고 따질 것이 틀림없었다. 그러다가 내가 미안하다고 하면 분명히 넉살좋게, 그럼 밥 한 끼 사달라고 하겠지. 은하는 분명히 그런 성격의……. 제법 시원시원한 성격이니 말이다.

여자 친구로서는 별로지만, 여자 사람 친구로서는 최고의 상대라고 할 수 있었다.

[이 은하를 선택하시겠습니까?]

[네 / 아니요]

내 선택이 정말로 맞는지, 재차 묻는 알림문구에 나는 곧바로 네를 눌렀다.

[바로 조교의 방으로 이동하시겠습니까?]

[주의. 조교를 끝내기 전까지는 돌아올 수 없습니다.]

[네 / 아니요]

이거 상당히 본격적인 게임이 아닐 수 없었다.

나는 작게 웃음을 터트리며 다시금 네를 눌렀다.

[이동 중입니다.]

[잠시 기다려주세요.]

이 말과 함께 순간 내 눈 앞에 어두컴컴해졌다.

그리고 잠시 뒤, 주변 상황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내 방에서…….

“뭐, 뭐야…….”

온갖 도구들이 가득한 그런……. 무언가 퇴폐적인 방으로 말이다.

순간 모골이 송연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장난이 아니었다. 방금 전, 그 어플이……. 나를 이상한 곳으로 이동시킨 거였다.

‘혹시 술이 덜 깬 건 아닐까?’

너무나도 비현실적인 상황에 허벅지를 꼬집어보지만, 아픔은 놀랍도록 생생하게 전해져왔다.

========== 작품 후기 ==========

저는 제 욕망에 충실하게 살기로 결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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