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림치매대응반-98화 (98/122)

〈 98화 〉 무림치매대응반 98

* * *

“뭔 또 말 같지도 않은….”

“어차피 이제 우리 사천으로 죄다 들어올 때까지 한 달 동안 손가락 빨고 있어야 해. 시간 많아. 급한거 다 처리 했잖아?”

“동창애들 들어와서 또 자리 깔면 것도 봐야될거 아냐.”

“그건 또 그때 그것대로 대응해야지. 일영만 가도 충분하다잖아. 아니면 유하 보내든가.”

“걔는 인질이라니까….”

“문주님 저는 추호도 이 사실을 밖으로 내 보낼 생각이 없습니다.”

“아휴 다들 말씀은 그렇게들 하십니다.”

왜들 이렇게 말을 안 들어 처먹냐….

“일단 어 몸부터 겹치고나서 그러다 보면, 정이 들고 믿을 수 있게 될거라니까. 그렇다고 앞으로 화란이같은 반 행려병자들이나 받을거야?”

“받긴 뭘 받아! 안 받아! 안 받는다고!”

화란이가 왜 반 행려병자냐.

“승질은….”

“야, 너, 화란이, 린이, 서령이, 자윤이. 요렇게 다섯명이면 충분한것 같지 않냐? 충분하다 못해 넘치지 어? 내가 무슨 황제도 아니고.”

대체 이 도돌이표처럼 돌아가는 논쟁은 언제 끝나는 건지.

“황제만 익힐 수 있는 무공을 익히고 있으니까 황제처럼 살아도 되는거 아닐까?”

“농담하는거 아니야….”

“나도 농담 아닌데.”

“야!”

“자꾸 소리지르지마. 오라버니. 나도 소리 잘 지르거든?”

“이게 뭐라고 너랑 나랑 언성을 높이고 있냐…. 주선. 옷 벗지마.”

“네? 그치만….”

“그치만은 무슨 그치만이야, 자존심 안 상해? 내가 이런 이야기 까지 하는데.”

“그런거야 어린애들이나 챙기는거죠.”

“아무나 좋아?”

“아무나라뇨? 문주님이 어떻게 아무나에요? 지금 제 처지에 이보다 더 좋은 신랑감이 있을 수 있나요?”

“그치. 응.”

거기서 연이 네가 고개를 끄덕거리고 있으면 이게 뭐가 되냐 상황이. 저놈의 속을 내가 어찌 알까. 어차피 내가 여기서 뭐라고 말해도 안 들어처먹을거다. 그냥 일단 이 상황을 모면하고 나중에 생각해야겠다.

“그래. 내가 졌다. 긍정적으로 고려 해 볼게.”

“고려만 할 것 같은 느낌인데 오라버니.”

“무림대회나 다 좀 처리하고 하자. 그때까지 준비해야 할 것들 있잖아.”

“어차피 일은 우리가 다 하는걸?”

“쓰으으읍….”

“그런다고 오라버니가 무서울줄아나 뭐. 어차피 우리한테는 화도 제대로 못 내면서.”

“나잇값좀 하세요…. 왜 그러냐 진짜.”

“그냥 좀 불쌍한 애들 다 품어주면 좋겠는데, 무슨 이유를 갖다 붙여도 싫다고 하잖아. 그러니까 마지막으로 오라버니한테 억지라도 부려보는거지.”

“대체 이렇게 해서 너한테 무슨 의미가 있는건데?”

“히…. 똑같이 오라버니를 받들어 모시는 가족이 늘어났잖아.”

“전에는 질투난다고 애를 그렇게 굴리더니….”

“에헤이, 그거는 내가. 어? 나도 사람인데. 서령이의 눈부신 젊음에 질투를 했다고나 할지….”

이야기가 길어지니까 머리만 아프다.

“확실히 긍정적으로 고려해서 무림대회 끝나고 난 후에 확답을 줄 테니까, 주선이 너 아무데서나 옷 훌렁훌렁 벗지 말고 얌전히 기다려. 아까도 이야기 했듯, 유하를 금제해서 인질로 쓴다는 결론은 변하는거 없어. 알겠지?”

“네. 문주님. 긍정적인 답변을 기다리겠습니다.”

주선이는 반쯤 벗어내렸던 옷을 다시 꿰어 입었다. 얼굴도 몸매도 예쁘긴 한데.

“그 차아암…. 못 이긴척 그냥 주선이를 확….”

“아직이야. 아직이라고.”

“뭐 순번 맞춰서 하게? 그런다고 애들이 좋아할 줄 아나 뭐.”

“야! 너도 약속 지켜. 한 달 참는다 어? 알았어?”

“뭘 참아? 뭘?”

“너랑은 안 할거야.”

“와, 세상에. 저 정도 경지의 무인도 저렇게 유치할 수가 있다 주선아. 그치?”

“으음…. 괜찮아요. 귀엽네요.”

쌍으로 아주그냥….

“둘다 가. 빨랑. 가서 정보나 마저 정리해.”

“가자, 주선아. 오라버니나 내 품이 그립다고 찾지 마시지.”

“그럼 문주님, 유하가 당도하면 찾아 뵙겠습니다.”

해골이 복잡해서 방 밖으로 나가는 두 사람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뒷목이 영 뻐근한것이, 이 경지가 되어서도 혈압이나 울화 같은 그런것들에 영향을 받는걸까 싶다.

오기로라도 연이의 품을 찾지 않은 채 이십일의 시간이 흘렀다. 처음에는 자윤이나 서령이가 침소로 들어오더니 며칠 지나고 지들끼리 작당을했는지 뜸해졌다. 내가 뭐 떡에 미친놈도 아니고 왠지 기싸움처럼 되었지만 현재 내 무공을 점검 할 필요도 있어서 지하에는 내려가지 않았다. 연이하고 같이 다닌 이후로는 혼자 뭘 조용히 생각하고 할 시간이 전혀 없었는데 간만에 아침저녁으로 운기조식도 하고, 내공의 수발을 수련하거나 현재 나의 경지를 조용히 관조했다. 그렇다고 애들이 싫어지거나 한 건 아니고….

그 동안 은월문에서 복귀한 유하에게 금제를 걸었고, 노평대장공주의 용모파기를 포함하여 알고 있는 모든 정보를 뱉은 태감 정송을 사천 어딘가의 야산에 조용히 파묻었다. 가족이 없다는 일영부터 사영까지만 우리쪽에 두고 나머지는 큰 전력이 안된다고 파악해서 은월문으로 보내버렸다.

“무림맹이 오늘 도착한다고 했나?”

“네. 그렇다고 들었습니다.”

“곧 성도에 들어올겁니다.”

“흐음. 잘 지켜보고 있어.”

아침마다 주기적으로 화란이와 주선이에게 보고를 받는다. 의외로 무림맹이 먼저 도착을 한단다. 사천에서 가까운 무당이나 제갈세가, 화산 같은 문파가 먼저 도착할 줄 알았는데. 아마 직접적으로 무림맹이 요양시설을 굴리고 있어서 그런게 아닐까.

“당가에서는 뭐래?”

“무림맹에서 도착하면 요 옆의 장원으로 바로 보낸다고 하네요.”

다들 모여서 대의를 취합하고 대책을 논의하고 이런건 당가에다가 다 떠넘길 생각이다. 일단 해동장씨의문의 간판은 내걸어 놓은거고, 노평대장공주는 우리쪽으로 바로 올테니 굳이 우리가 앞장서서 사천무림의 위기를 설파할 필요는 없을것 같았다. 치료도 뭐…. 이제 그럴 필요가 있나 싶어서 마의를 통해 다 퍼트려 버릴거다. 준의의 동창을 쓸어버리고 나서 현타가 온 상태라고 해야 할지….

“무림맹에서 넘어오는 사람들 감시 확실하게 하고. 아, 너무 접근할 필요는 없어. 일부인원이 떨어져서 별동대로 움직이거나 그런거만 확인하면 되니까. 준의쪽 동창은? 일영쪽에서 넘어온건 없나?”

주선이는 그날 이후로 내 앞에서 면사를 안쓴다. 아무리 생각해도 얘도 또라이같단 말이지. 베실베실 웃으면서 보고를 이어갔다.

“네, 현재는 아무런 변동이 없습니다. 전에도 말씀 드렸듯 워낙 발견이 늦었으니까요.”

우리가 노렸던 부분이긴 하지만 군부쪽에서 동창애들 털린게 발견이 늦었다. 내공으로 간단하게만 조치를 해 놔서 피냄새때문에 금방 발견될것 같았는데 얼마나 평소에 지랄을 떨었으면 이상한 기색이 느껴져도 들여다 볼 생각을 한 번 안 하는지.

“알았어. 계속 지켜보고. 나가서 일들 봐.”

“네. 삼랑.”

“네. 문주님.”

둘이 미묘한 색기까지 느껴지는 웃음을 띄우고는 뒤로 돌아서 엉덩이를 살랑살랑 흔들며 방에서 빠져나갔다. 꼴릴뻔 했네. 내가 언제부터 밤마다 여자를 끼고 살았다고…싶지만, 원래 아는맛이 무서운거라고. 연이는 계속 내 동태를 살피고 있는지 혼자서 해결하려고 하면 귀신같이 나타나서 방문을 두들긴다. 밖으로 나가려고 해도 따라붙고. 슬슬 짜증나게.

그래도 여기서 밀리면 앞으로 두고두고 끌려다닐 것 같은 느낌…이 아니라 확신이지. 확신. 막말로 내가 와 쟤 꼴린다 따먹고 싶다 그렇게 생각해서 옆에 두게 된 여자가 없는 마당에. 이쁘면 다인가. 물론 내 여자들 미모가 어딜 갖다 놔도빠질거 없는건 사실이지만 느낌적인 느낌이 왠지 이번 고비만 넘기면 21세기 현대한국에서 살았던 강제적으로 금욕적인 생활에 최적화된 그 시절의 감각을 되살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자윤아.”

“네. 주공.”

두 사람이 나가고 나서 살짝 빡치는 마음을 뒤로하고 본채에 딸린 치료실로 향했다. 마의와 자윤이, 마교에서 온 인원이 누군가를 치료하고 있었다. 당가 인원은 거의 다 치료하지 않았나? 자윤이만 살짝 불러서 물어봤다.

“당가쪽에 치료약은 다 전달했어?”

“네.”

“지금 치료하는건 누구야?”

“감숙성에 있는 은거고수시라는데, 제자분이 모시고 오셨어요. 사천에 오면 노망을 고칠 수 있다는 소문이 나서 무작정 모시고 오셨다고….”

“아아….”

한 열흘 정도 사이에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소문이라는게 의도적으로 퍼뜨리려고 하면 인력이 많이 들어갈 것 같은데, 의외로 또 그렇지도 않아서 우리가 이미 서장으로 건너갈 때 퍼졌던 소문을 기반 삼아 정설처럼 굳어지는 것 같았다.

“당가쪽에 치료법까지 배운 인원은 얼마정도 되는거야?”

“하급무사들 중 내공을 조금이라도 다룰 수 있는 사람들은 다 익혔어요. 오십명정도 될 것 같습니다.”

“그 정도면 이제 우리가 나서서 치료를 할 필요는 없을것 같은데…. 당가가 훨씬 신뢰도 있는 이름이잖아?”

이름도 뭣도 없는 ‘해동장씨의문’같은 돌팔이 약장수 같은 간판보다야 사천당가가 노망독을 치료한다는게 훨씬 더 효율이 좋을거다. 실제로 여기까지 와서 진짜 치료가 되는거냐고 구시렁 거리는 진상들도 있었고.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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