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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치매대응반-97화 (97/122)

〈 97화 〉 무림치매대응반 97

* * *

“어쩌긴 뭘 어째. 그럴 생각 없다니까.”

“하오나, 정인들께서 모두 바쁘시지 않습니까?”

“지금 너 말고도 나랑 뒹굴지 못해서 안달하는 애들이 줄을 서 있다. 어딜 늦게 들어온게.”

인간적으로, 그럴 시간이 있다면 자윤이나 서령이를 안아줘야지.

“연이 너는, 내가 저번에도 몇 번씩 이야기를 했던 것 같은데. 자꾸 여자 끌어다 붙이지 마라고.”

“주선이 없을 때 이야기 해. 내가 잘못한건 맞는데 주선이 눈앞에서 이야기 하는건 실례야 오라버니.”

그거야 그렇긴 하지. 지금도 주선이는 열심히 눈치를 보고 있으니까.

“말씀하셨듯, 선택지에 상관이 없다면, 문주님께 안기고 싶습니다.”

“그러니까, 왜?”

“제가 옆에서 뵌 문주님은, 자기 사람은 확실하게 지키는 것 같으니까요.”

“그렇다고….”

그게 만난지 며칠 안된 사람한테 대 줄 이유가 되나? 치료를 구실로 했던 화란이, 린이 말고 자발적으로 덤비는건 최단…. 하긴 그런건 별 의미가 없지.

“오라버니, 꼭 그렇게 하나하나 이유가 납득될때까지 들어야겠어 민망하게?”

“미안하지만 나는 좀 그런 편이라서.”

“말씀드리면 허락해 주실건가요?”

“솔직히 말도 안 듣고 싶은데. 그러면 조건을 하나 붙이지.”

“오라버니 정말….”

“한달동안 연이가 참겠다고 약속하면 이유 정도는 들어줄 수 있다.”

“한…오라버니?”

분명히 나는 더 이상 여자를 늘리고 싶지 않다고 이야기 했고, 매번 반복되는 이야기 같은데 발전이 없다. 불과 그저께 나한테 매달려서 질질짠 주제에.

“아니, 오라버니! 내가 오라버닐 휘두르고 질투하고 소리질러도 사랑한다면서!”

“사랑은 하지. 누가 너 사랑 안한대?”

자꾸 선을 툭툭 넘으니까 하는 소리지.

“씨…. 그러면 내가 원하는것도 들어줘야 하는거 아냐.”

“어디까지 여자를 늘이라고?”

“그러니까 그게….”

“똑바로 이유를 이야기 해봐. 전에 가혜때는 무슨 세가를 만드니 어쩌니 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것도 아닌것 같다. 똑바로 이야기 해봐.”

“으으음….”

뭐 못할 소리라고 그걸 또 망설이고 있어?

“제가 먼저 한 말씀 드려도 될까요 문주님? 연이언니가 저한테 했던 이야기인데요.”

“야, 야아….”

“괜찮아요 언니. 문주님이라면 이해해 주실 것 같네요.”

주선이는 계속 면사를 쓰고 있어서 제대로 얼굴을 본 적이 없었다. 중간중간 잠깐씩 기회가 있긴 했지만 그거 빤히 들여다보고 있기도 뭐하고 해서 의도적으로 아직 안면을 튼적이 없는데, 면사를 벗고 겉옷도 벗어 던진다. 야 거기서 더 벗지 마라.

“읊어봐.”

대체 뭔 이야기인데 이해해 주시고 마시고….

“그냥 간단한 이야기였어요. 여자의 행복이죠. 다시 태어난 여자의 행복. 문주님께서 주실 수 있다고.”

“뭔 소리야 그게….”

“솔직히 말해서 여자라는 생물이, 네. 그래요. 자기 자식 잘 되고. 남편 내조하고. 그게 전부인데…. 저도 언니도 그게 안되던 사람이니까요.”

여자를 다시 위대하게 뭐 그런건가?

“문주님이시라면 저 받아주실거라고. 아이까지는 아직 확신이 없지만 행복하게 해 주실거라고 했어요.”

“아니, 나는…. 응…. 오라버니가 나 사랑한다고 해 주니까 사실…. 다 필요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뭐 그래서 좋으니까 같이 쓰자고 했다는 거야 뭐야?”

“그치만, 다른 사람들한테 미안할 정도로 행복한데!”

“애냐!”

연이는 이런 문제만 엮이면 뇌구조가 고장이라도 나는 것 처럼 말을 막 건너뛰는 경향이 있는데. 진짜 그냥 순수하게 내 여자들이 늘어나서 즐겁고 행복하게 지내는게 좋다는 차원에서 이러는거다. 어째 저번에 세가가 어쩌고 저쩌고 혀를 길게 놀릴때 뭔가 께름찍하더라니.

“주선이 너는, 무영문 문주라는 사람이 꼴랑 그거에 혹해서 지금 나한테 안기겠다고 온거야?”

“그, 저도 당연히 유하를 인질로 잡으신다는 이야기나…. 그런거에 대한 계산은 있었죠. 그런데….”

“그런데?”

“살면서 가장 아쉬웠던 거니까요.”

아이고 두야…. 아니 그렇다고 남자한테 직접 ‘행복하게 해 줄게’ 같은 소리를 들은것도 아니고 그 남자의 애인에게 그런 소리를 듣는걸로 따라 나선다고?

“그, 유하도 잘 컸고 무영문도 나름 잘 살아남은거 아냐?”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까 끈끈해 보이는거죠. 저한테 전수받아야 하는 오의들도 있고. 아, 그렇다고 그 전에 나빴다는게 아니라요.”

“아, 무슨 소리인지는 알겠어.”

그냥저냥 굴러가다가 뭐 쌈박질도 하다가, 노망난 주선이가 문제가 되었다가…. 뭐 그런 이야기들. 뻔한 레파토리지.

“연이 너는…. 아오….”

“왜! 뭐!”

“나, 더 감당 안된다.”

“더하게?”

“니가 문제야 니가!”

너만 아니면 내가 더….

“그치만 오라버니, 오라버니가 아니면 주선이를 누가….”

“그렇다고 꼭 내가 그럴 필요는 없는거 아니냐. 아니 주선이 너보고 뭐라고 하는게 아니라.”

“그치만 오라버니가 살려놨잖아. 나 말고 다른 애들도 오라버니가 살려놨잖아! 그럼 행복하게 해 줘야지!”

“내가 살렸냐! 니가 살렸지!”

“오라버니가 한게 내가 한거고, 내가 한게 오라버니가 한거거든?”

“야!”

“왜!”

“하아….”

이걸 진짜 쳐버릴수도 없고. 예전 가정파탄의 원인은 연이한테서 찾아야 되는거 아냐?

“…오라버니 지금 굉장히 무례한 생각을 하고 있는것 같은데….”

“니가 나한테 하고 있는게 무례다 지금….”

골치가 딱딱 아프다.

“난 오라버니가 나한테 가족을 많이 만들어 줬으면 좋겠어.”

“야, 그 차라리. 어? 세가 그래. 세가 그거 하자. 어? 막 지방 토호 막 이런것도 노리고.”

“미안해. 내가 핑계를 대고 그랬던 것 같은데. 내가 원하는건 그거였던 것 같아.”

“노인정이라도 만들 생각이야?”

“오라버니 그런거 좋아하잖아?”

“좋아하고 아니고를 떠나서 내가…. 아니, 심지어 좋아하지도 않아!”

“안 좋아하는구나….”

“너보고 뭐라고 하는게 아니라….”

“언제 우리가 오라버니한테 뭐 해달라는거 있었어? 지금 매일같이 뒹굴고 싶은거도 참는중인데.”

“그게 그렇기는 한데….”

“오라버니, 여기 오고 나서는 자꾸 일이 커지고 그래서 머리 복잡하지? 그냥 우리 치마폭에 푹 하고 들어오면 될텐데.”

“아무리 그래도 그걸 어떻게 그러냐….”

내가 생각한 것 보다 일이 커진 감은 확실히 있다. 엿을 먹이고, 뭐 내 밑으로 세력을 거두고 비전을 제시하고 이런것들. 아니 근데 따지고 보면 그것도 연이가 옆에서 펌프질한거 아냐.

“오라버니는 나를 너무 신경써.”

“그러라며?”

“아니 그러니까…. 나도 잘 설명을 못하겠네.”

“그 나이를 먹고도?”

“나이 이야기 하지 말랬지…?”

연이가 으르렁거린다.

“하여간 오라버니. 우리 오라버니 목숨을 위협했던 놈들 잡자고 나선거 치고는 좀 커졌다. 그치?”

“그래. 그렇긴 하지.”

“동창애들 치러 가서 사람잡고 온 것도 아직 좀 걸릴테고.”

“그건 아니라니까.”

“에이, 말은 그렇게 해도 원래 사람 처음 잡으면 그래.”

“아니….”

“그건 나중에 걸리면 다시 이야기 하고. 미안해.”

“뭐가?”

“그냥 내가 뭐라도 되는거 처럼 오라버니한테 자꾸 이래라 저래라 하는것 같아서.”

“이건 아니냐?”

“이것도 포함해서. 그런데, 그래도 역시 주선이는 같이 갔으면 좋겠어.”

같이 가기는 뭘 어딜 같이 가.

“야….”

“오라버니 그런거 좋아하잖아? 다른 사람 의견 듣는거.”

“내 의견은 거부인데?”

“그런거만 강력하게 의견표시하고.”

“이건 내 인생만 문제인게 아니잖아?”

“그게 쓸데없다는거야. 오라버니. 오라버니는 만약에 화란이나 린이가 따로 좋은 사람이 생겼다고 떠난다 그러면 어쩔거야?”

“잡겠지.”

“그래도 진짜 못 견디겠다면? 막 오라버니 얼굴만 봐도 싫고 그렇다고 하면?”

“그럼…. 보내야지.”

나한테 들러 붙어 있겠다고 하니까 그런거지, 솔직히 뭐…. 나 싫다고 떠난다고 하면 붙들 이유 있나. 걔들 인생인데.

“그럼 됐네. 뭐가 문제야?”

“뭐가 문제냐니?”

“주선. 너 지금 오라버니 좋지.”

“그럼요. 문주님께서 젊음도 되돌려 주셨고. 자식같은 문도들도 살려주셨고 또….”

“에이 그런거 말고 주선아. 그냥 남자로도 괜찮잖아 이만하면?”

“음…. 아직 거기까진? 침실에서 확인해봐야 알 것 같은데요.”

“그건 내가 보증한다니까?”

아 또 듣고 있으니까 말리는 느낌이다. 대체 요점이 뭐야 그래서?

“자, 자. 자꾸 곁다리 이야기 껴 넣지 말고 그래서 대체 뭐야. 뭐가 문제야. 뭘 원하는건데?”

“원하는건 계속 이야기 했잖아. 주선이도 데리고 가고, 가혜도 데리고 가고.”

당가혜는 또 왜 나오냐 여기서.

“오라버니는 자꾸 뭘 해야된다는 생각을 버리라니까?”

“아니 그럼 뭘 해?”

“뭘?”

“여기까지 판을 벌렸는데….”

“그냥 살면 되는거잖아? 우리가 아직 딱히 노출된것도 아니고. 솔직히 누가 와도 걸리적거리면 다 쓸어버려 줄게.”

얜 또 아무렇지도 않게 개소리를….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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