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림치매대응반-91화 (91/122)

〈 91화 〉 무림치매대응반 91

* * *

“그래서, 침입경로는.”

아마도 무영문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여기까지 날아오면서 머릿속으로 뭔가 짱구를 굴려놨을거다. 대략적으로라도 듣고 도착하기 전에 작전을 확정짓는게 좋을 것 같았다. 물론 우리가 지금 거의 즉흥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만큼, 필요 하다면 토굴을 파서 정황을 살피고 침투를 하루 미루는것도 좋을 것 같지만….

“…중요한 정보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장원 외부를 경비하는 병사들을 지나치고 나면 사실상 환관들만이 남습니다. 최대한 기척을 차단한 채 흩어져서 오늘 밤 감시를 맡은 환관을 우선적으로 제압하고, 정보를 보관하는 곳으로 침투할까 합니다.”

“그 이후엔?”

“정보 획득 후 집결. 필요하다면 경계인원을 제외한 전원이 환관을 차례차례 제압합니다. 태감까지 사로잡거나 제거 후 철수 하면 될 것 같습니다.”

“도중에 발각되었을 경우는?”

“탈출 할 수 있는 곳을 생각해 봤는데, 차라리 전면전으로 전환하여 일거에 환관들을 제압한 후 이 공중수레를 통해 즉각 철수하는 것을 권장드립니다.”

“혹시 다른 인원이 상주중이라거나 그런 경우는 없나?”

“없습니다. 그 놈들은 환관이니까요.”

환관이니까요 한 마디에 다들 고개를 끄덕거린다. 뭐야. 나만 이해 못한건가. 환관놈들 특성이 어떤지 내가 알아야 말이지. 뭐, 다들 그렇다니까 그냥 그런걸로 치고.

작전은 우리 전력이 전력이다 보니 몹시 간단했다. 장원 외부를 경비하는 병사들의 이목을 속이고 접근한 후 정보를 획득하고 환관을 제압한다는 계획이다. 흠.

“그럼 태감까지 포함해서 총 여섯명인가? 각각의 무공 수위는 어때?”

“일반 환관 다섯은 평범한 수준이에요. 아, 물론 해동장씨의문 여러분을 기준으로요. 화경의 경지에는 들지 못했습니다. 일영의 말로는 태감의 경지는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하니 최소 현경은 된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화경은 못된다라. 물론 그 전력으로 지금 반병신이 된 무림 문파들에게는 재앙과도 같은 강함이겠지만, 우리한테는 그다지 특기할 만 한 것은 못된다. 서령이도 곧 있으면 현경을 바라보는 상황인데.

“그리고, 태감의 경우는 중요한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일영의 말로는 그와 충돌할 경우 내공이 흩어진다고 했습니다. 곁에서 보기에 사술은 아닌것 같다 하였는데 직접적으로 충돌한 적은 없어서 그저 조심하시라고만 전해달라 하였습니다.”

“내공이 흩어진다?”

“결국 스스로 초식이 어지러워져 무릎을 꿇는 경우를 많이 봤다 하였습니다.”

“흐으으음….”

누가 동창 아니랄까봐 개사기스러운 무공을 가지고 있네. 태감쯤 되면 그래도 뭔가 한가락이 있으니까 그 자리를 따먹고 있는거겠지.

“태감을 제외한 환관이 다섯명이라면, 외부정보는 별도의 공작원이 있나? 무영문같은.”

아마 지금까지는 무영문이 외부에서 정보를 수집하는, 현지 고용 정보원 같은 인력이었겠지만. 없더라도 대체할 수 있는 인력은 분명히 있을거다.

“파주에 있던 상단과 표국들도 표면적으로는 협조요청이지만 강압적으로 동원해서 정보를 수집하고 있어요. 무영문이 없으면 무림문파들 내부의 정보는 정확하게 알기 힘들 수 있지만 그 외의 정보는 큰 무리 없이 수집되고 있을겁니다.”

“으음. 그럼 역시 그냥 오늘 바로 끝내버려야겠다.”

“네?”

말은 안했지만 다들 역시 하루 이틀 정도는 딜레이 시키고 정황파악을 좀 더 하고 싶어하는 것 같은데.

장원 주변에 계속 기감을 펼치고 있어서 그럴일은 없을거라고 생각은 하지만, 또 모르는거다. 우리가 알 수 없는 수단으로 장거리에서 감시할 수 있는 외주인력이 있다면 내일도 우리는 평상시 처럼 활동해야 한다. 아침에 화란이가 성도를 갔다 오고, 당가에서 사람들이 오면 내 여자들 중 누군가가 마중을 하고 인사를 하고. 자윤이가 마의를 도와 치료를 하고 등등.

“동창은 우리에게 이런 이동 수단이 있다는 것을 모르니까 빨리 처리하고 내일 아침까지 돌아가자.”

“네, 삼랑.”

“예. 주인님.”

“자윤아, 너도 이거 띄워놓을 수 있겠지?”

“네. 연이처럼 혼자서 자유자재로 운용할 수는 없지만 허공에 띄워 넣는 정도라면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최대한 짧은 시간에 작전을 마무리 하려면 무영신투의 작전안에서 조금 더 수정이 필요할 것 같았다. 공중수레의 활용이 빠져있기 때문이다.

“연아, 잠깐 저기 산으로 내려가자.”

“알았어 오라버니.”

“다들 산에서 질기고 튼튼한 넝쿨을 구해와 줘. 밧줄을 만들거니까.”

“네.”

구태여 외부 경비병을 거치고 할 필요가 없다. 장원의 수직상방에 공중수레를 대기시켜두고 헬기레펠처럼 직접강하를 하면 된다. 오늘은 달이 높게 뜨는 날이라 어느 정도 고도를 확보한다고 해서 경비병들에게 육안으로 걸리거나 하진 않을 것 같았다.

“삼랑. 가져왔어요.”

“고생했어. 다들 이거 최대한 가늘고 튼튼하게 꼬아서 밧줄을 좀 만들자.”

“네!”

무식하게 격공섭물로 수레를 통으로 띄워서 소수의 특작병력을 직상방에서 투입하는 작전에는 당해본 바가 없을테니 아마 정신이 얼얼 할거다.

늦은 밤. 우리는 준의군민부 내부에 있는 옛 토사가문의 장원 근처에 도착했다. 주변을 돌면서 외부 경계병력의 배치와 수준을 파악하고, 조심 스럽게 기감을 펼쳐 환관들이 어느 전각에 몇명이나 처박혀 있는지 확인했다. 일단 기감에 걸리는게 총 여섯명인걸 보면 환관들은 모두 정위치에 있는 것 같았다.

“태감이 있는 전각이 저기가 맞지?”

“예 일단 전달받은 내용과 동일해 보입니다.”

일영이 전해 준 장원의 구조도에 따라 태감이 있는 위치를 표시했다.

“연아. 일단 잠깐 다시 벗어나자.”

“응 오라버니.”

연이가 대답하고 수레를 장원에서 멀어지도록 했다.

“내가 확인해 보니까, 확실히 태감을 제외한 나머지는 별 것없네. 내가 최대한 기막을 펼쳐서 태감이 눈치챌 수 없도록 할 테니까. 작전을 각개 격파로 변경하자. 가능하겠지?”

“응. 오라버니.”

“네, 삼랑.”

“네, 주인님.”

“예, 주공.”

“…정말 괜찮을까요?”

무영신투가 테클을 걸고 싶은 마음은 이해한다. 이런식의 막무가내 침투는 해 본적이 없을테니까. 늘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으로 이런곳을 드나들었겠지. 하지만 괜찮다. 쥐도새도 모르게 끝낼 수 있다.

“이제 자윤이가 제어를 받아.”

“네. 주공.”

살짝 수레가 흔들리는 느낌이 나더니 다시 안정을 되찾았다. 내가 손으로 신호를 주자 자윤이는 천천히 수레를 움직여 다시 장원 위로 향했다. 나는 공중수레 전체를 둘러싸는 기막을 펼치고 여기까지 날아오면서 논의한 작전에 대해 최종 브리핑을 시작했다.

“편의상 정보가 보관된 전각을 둘러싸고 있는 환관들의 전각을 북편 기준으로 일,이,삼,사,오 라고 했을 떄 오늘 감시를 맡아 창을 열어놓은 전각은 북동의 이번과 북서의 오번이다. 자윤이는 공중에서 대기, 이번은 연이, 삼번은 화란이, 사번은 나, 오번은 린이가 맡는다. 여기까지는 다들 이해했지?”

아직은 기막을 펼쳐두어서 말을 해도 상관 없는데. 다들 고개만 끄덕여서 동의를 표한다.

“정북방의 일번 전각에 있는 환관은 현재 잠들어 있고, 그보다 더 북쪽 오십보 거리에 태감이 있는 전각이 있다. 우리는 각기 맡은 전각의 환관을 기막 안에서 처리하고 일번 전각으로 집결하여 잠들어 있는 환관을 처리한다. 그 사이에 신투는 정보가 보관된 전각에서 꺼낼 수 있는 모든 자료를 꺼내 일번 전각을 등진 형태로 남쪽에 비치 할 것.”

“예. 문주님.”

“이후에 우리가 태감을 처리하고 난 후 신호를 주면 자윤이가 공중수레로 내려와서 모든 짐을 싣는다. 알겠지?”

말은 길었지만 간단하다. 환관들 수준이 좀 되면 몰려가서 한놈씩 조지려고 했는데 우리가 각개 격파를 해도 문제될 것이 없을 것 같았다. 그거 조지는 동안에 다 꺼내 놓고 태감을 잡으면 들고 튄다는 이야기지.

“그럼 바로 시작하자. 내가 기막을 풀면 각자가 맡은 전각 뒤로 떨어진다. 알겠지?”

한 명씩 눈을 맞추며 확실하게 알아 들었다는 뜻을 교환하고 기막을 풀어버렸다. 여름이라면 풀벌레 소리라도 좀 들리련만, 막 시작한 봄이라 그런것도 없다.

‘가자.’

손가락으로 수레 밖을 가리켜 보인 후 그대로 장원 안쪽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작은 전각을 둘러 쌀 만큼 기막을 펼치고 그대로 방 안으로 들어갔다. 인기척을 눈치채지 못했는지 사번 전각의 환관은 호롱불에 의지해 책을 읽고 있었다.

“…커…허어어억!”

칼은 쓰지 않았다. 등뒤에서 다가가 마혈과 아혈을 짚고 뇌호혈에다가 기운을 대량으로 밀어넣어 뇌속을 휘저어 버렸다. 아마 머리 속은 끔찍한 꼴이 되었겠지만, 고통을 느낄 감각체계도 무너져 버렸을테니 그저 큰 고통없이 갔기를 바랄 뿐이다.

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직접 사람을 죽인 경험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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