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0화 〉 무림치매대응반 90
* * *
“저는, 그.”
갑자기 따님을 인질로 잡겠다니 멘탈이 털리신 것 같다.
[오라버니! 갑자기 그 이야기는 왜?]
[뭐가?]
[딱히 원하는거 없다면서?]
[원하는건 없어. 그냥 안전장치지.]
[아니, 안전장치라고 해도…. 굳이 관계를 이렇게 설정 할 필요가 있어?]
[너희들은 나한테 호의로 다가왔고…. 뭐, 나도 너희들이랑 같이 있는걸 좋아하니까. 근데 모든사람에게 호인일 필요는 없잖아?]
무영문과는 그렇다. 의뢰의 보수로 동창에게서 피할 수 있는 쉘터도 만들어주고, 치료약도 줬다. 그 동안은 내가 별 가치가 없는 치료약으로 무영문을 옭아매는게 아닐까 생각했었지만 생각해보면 그런 일은 비일비재하다. 나한테는 흔하게 발에 차이는 치료약이지만 무영문에게는, 그러니까 문주인 무영신투의 치료가 가치가 있다면 그건 엄청난거지. 지금만해도 나는 하루 좀 피곤하면 끝나는 반로환동이 어떤 사람에게는 죽음의 문턱까지 가도 이룰 수 없는 기연인거니까.
“하아…. 알겠습니다. 문주님께 절대 복종 하겠습니다.”
“너무 그렇게 고깝게 생각하진 말아요. 우리도 필요해서 하는거니까. 우리가 대적하는 세력을 완전히 쓸어버렸다는 판단이 서면 그때부터는 젊어진 몸으로 마음껏 자유를 누리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무영신투도 나의 치료과정을 거치면서 경지가 급상승했다. 그제서야 지금 우리 전력이 얼마나 굉장한지 보이는거겠지. 의외로 얌전하게 뜻을 따르겠노라 고개를 주억거렸다. 지금 무영신투의 경지라면 작정하고 몸을 빼려했을때 가능은 할 것이다. 혼자라면. 하지만 내가 당당하게 소문주를 인질로 잡겠노라 선언했으니까 섣불리 움직이진 못할거다. 저런 성정이라면 소문주가 아니라 일개 문도 하나가 인질로 잡혀 있어도 말을 들을테지.
“그래서 이름이 뭐지?”
“...네?”
“무영신투님의 존성대명이 어찌되시냐고. 계속 신투 신투 하고 부르기도 이상하잖아?”
“…신 주선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하지. 오래 안걸릴테니까. 곧 죽을 목숨 젊어지기까지 했잖아?”
“…네.”
어째 자꾸 대답이 늘어지는게 불만이 많은것 같다.
금제를 걸고 싶어도, 저 정도 경지면 금제가 소용이 없다. 윤성이는 사실, 반로환동을 하고 환골탈태를해도 여전히 좆밥이라 금제가 가능한 수준이지만 무영신투는 해놓고 보니까 알겠다. 현역시절에 끗발좀 날리셨겠구나. 무공이 유틸기쪽으로 치중되어 있어서 그렇지 본인의 깨달음이나 무학에 대한 이해는 상당한 수준이다. 압박을 하거나 살살 잘 꼬시거나 해야할 것 같은데. 솔직히 자꾸 애들이 내가 그쪽 취향이라고 몰아가서 오기로라도 안꼬실거다. 진짜로.
“그럼 말 나온김에 바로 동창을 치러 가자. 연아 애들 좀 다 불러.”
“응 오라버니.”
연이는 다른애들을 불러모으기 위해 방 밖으로 나갔다.
“화란이 너는 무영신투를 데리고 무영문 사람들있는곳에 좀 다녀오고.”
“네. 어떤일을 수행하면 될까요?”
“무영신투의 입으로 직접 무영문 사람들에게 얌전히 있으라고 해야지. 일영한테 마지막으로 확인된 동창애들 위치도 알아와야 하고.”
주선은 면사 밑으로 영 못마땅한 기색이다. 하지만 받은게 워낙 크니 본인도 뭐라 말하기가 애매한 듯 그저 침묵을 지킬 뿐.
“거 사사건건 불안해하지 않아도 다 죽일것 같으면 진작에 다 죽였으니까 토달지 마시고.”
[헛수작 부리는지 잘 봐둬. 혹시 소문주를 피신시키려고 한다거나 하면. 알지?]
[네. 삼랑.]
여전히 기도가 흔들리는 무영신투를 화란이에게 딸려 보냈다. 나는 본채로 이동해서 애들이 오기를 기다렸다.
“오라버니. 여기 오라버니 옷도 있어.”
“응. 고마워. 다른건 다 챙겼지?”
일단은 나름의 습격이니 준비할 것들은 넘쳐났다. 남,녀 구분없이 동일한 크기로 만들어진 무복. 잃어버리게 되더라도 아무 문제가 없는 철검 등등. 금창약이나 이런것들도 죄다. 준비했던 것들을 늘어 놓고 하나씩 보고 있는데 무영문의 토굴로 내려갔던 화란이와 무영신투가 올라왔다.
“아, 그리고 서령이는 여기 남아서 무영문을 감시하고 진유하가 도착하면 상황을 설명해줘.”
“어? 나는 같이 안가?”
“도주로 차단은 자윤이 혼자 해도 충분할 것 같아. 그리고 솔직히 네 무공은 너무 튀어.”
왼손으로 칼을 쓰고, 기수식부터 거의 모든 초식이 역수로 검을 잡는다. 실전적이고 형에서 자유로운편이지만 서령이의 수준이 아직 그런걸 티안나게 감추면서 초식을 연계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자윤이야 소수마공을 꺼내들었다가 걸리더라도 아 마교인갑다 하지만 동창에게 해남검파를 들키면 충분히 나까지 되짚어 올 수 있는 키가 된다. 마교? 털러 가봐야 아무것도 없다. 무공도 거의 모르는 동네사람들이지.
“응, 그러면 그렇게 할게 삼아.”
“그래. 부탁좀 할게. 마의나 마교에서 온 사람들도 잘 살펴봐 주고.”
자리를 비우는 동안 챙겨야 할 내용을 서령이에게 이야기 해 주고 안뜰 구석에 숨겨놓은 공중수레를 꺼냈다.
“주선. 위치는 확실히 파악했겠지?”
“…예.”
소문주를 인질로 잡겠다는 선언을 한 이후로 딱히 동의를 구하지 않고 막 대하고 있었다. 그래서 시종일관 반응이 떨떠름 하다. 그러고보니 얼굴도 제대로 못 봤네. 진유하의 얼굴을 보면 엄마도 예쁠것 같긴 한데.
“출발합시다.”
간만에 올라타는 공중수레에 왠지 모를 아늑함을 느끼면서 탑승을 완료 했는데…. 밖에서 무영신투만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다.
“뭐해? 타!”
“…이걸요?”
“그럼 거기까지 뛰어가려고?”
현대인들 기준으로 성도에서 파주면 그렇게 먼거리는 아니다. 우리 공중수레로 가면 충분히 그에 준하는 속도를 낼 수 있지.
“아니 바퀴도 없고….”
하늘길로 거점을 이동한다거나, 지형을 무시하고 직선이동한다거나 그런 개념이 안잡혀 있는거지. 넘치는 내공으로 이런걸 띄워서 날린다는 미친짓도 상상도 못할거고.
“일단 올라 타.”
“네에….”
대충 다들 자리에 앉은걸 확인하고 밖에서 손을 흔들고 있는 서령이에게 인사를 했다. 집 잘키고 있으면 돌아와서 상을 줘야지. 연이가 진동 하나도 없이 수레를 허공으로 띄워 올렸다.
“어엇…?”
무영신투의 동공이 사정없이 흔들린다. 첫 비행은 다들 그런법이지. 다들 피식거리고는 그대로 수레 바닥에 편하게 들러붙었다. 아아, 이것은 공중수레라는 것이다. 같은 느낌의 이야기를 해 줘야 할것 같지만 무영신투라면 충분히 이것의 가치를 알아챌거다. 나중에 이런걸 전략적으로 써먹을 방법도 충분히 생각해 낼 수 있지 않을까.
“어디로 가면 돼?”
“네?”
“동창놈들이 어디있냐고.”
“파주의 준의군민부 내부에 있어요.”
“작전을 생각해봐. 도착하면 밤중이다.”
아침부터 무영신투를 반로환동 시키고 나도 좀 쉬고 회복하고 하다보니 늦은 오후였다. 빠른 속도로 날아간다고 하더라도 어쨌거나 밤중에나 들어갈텐데. 무영신투의 방식에 따라서 움직이는게 좋을 것 같았다.
“태감이 하나, 일반 환관이 다섯이 와 있어요. 그 중 둘은 직접 밖으로 돌면서 정보를 수집하고 있고 나머지 셋은 군영 안에서 내치를 합니다.”
“설마 사례감태감이 직접 나와 있나?”
“사례감태감이나 병필태감은 궐에 있습니다. 그들이 여기까지 내려올 일은 없죠. 황상이 손을 놓은 이상 중앙의 정치만으로도 바쁘니까.”
그렇다면 진짜 태감인지 아닌지도 모를 일이었다. 지들끼리 태감태감 하기도 한다니까.
“밖으로 도는 두 명은?”
“환관들은 모두 준의 안에 있는 장원에서 기거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외부에서 할 일은 거의 끝나서 밤이면 복귀합니다.”
그건 무영문이 째기 직전의이야기고, 무영문이 도망쳤으니까 아마 두 사람에 더해서 추가로 밖으로 돌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어쨌든 태감은 준의에 있다는거지?”
“네.”
무영신투는 품안에서 두루마리를 꺼내 펼쳤다. 건물 내부의 구조가 그려진 간단한 구조도였다.
“예전 토사였던 양씨 가문 사람들이 사용하던 장원이에요. 본채에는 태감이 머물고, 별채를 돌아가며 다른 환관들이 쓰고 있는 상태죠. 주요 정보는 여기, 이 전각에 보관하고 있습니다.”
“위치상 좀 떨어져 있는 것 같은데?”
“환관들이 머물고 있는 방에서 창만 열어 놓으면 항상 감시가 가능해요. 두 명 이상이 늘 감시하고 있죠. 주변으로는 한낮에도 계속해서 불을 피워놓는다고 합니다.”
한낮에도 불을 피우는 이유는 뭐, 무영문 같은 애들 방어할려고 하는거겠지. 그림자 생기면 귀신같이 써먹으니까. 아…. 생각해보니까 이거 노출이 된적 없다는 거에만 집중을 해서 무영신투를 데려왔는데…. 발병시점을 생각해보면 무영신투가 직접적으로 거기 들이박은적은 없는것 아냐. 지금이라도 돌아가서 일영을 데리고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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