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4화 〉 무림치매대응반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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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그쪽으로 치료약이 넘어갔다면 저희가 가서 변절자를 색출하고 단속을 하는걸로 그놈들을 자극하고 움직이게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최대한 전 무림의 인원들이 모이기 전에는 자극하지 않도록 할 생각입니다.”
기우일것 같긴 한데, 관군이 밀고 들어올 때 변절자놈들이 앞장서서 결사항전을 외칠 가능성도 생각해야 한다.
“무림인들을 모으기 전에 당가의 인원들부터 빠르게 치료하시죠. 소문을 낼 생각이긴 했지만 변절자놈들 덕분에 급물살을 탈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내일부터 바로 시작하면 되겠습니까?”
“네. 당가에서 치료법을 익힐 사람들도 보내 주시구요.”
“저어…. 문주님, 가혜는….”
아무래도 당진운이 마음이 좀 바뀐 모양이다. 그도 그럴게, 사천에 자리를 잡고 전 무림에서 은인취급을 받을 빛나는 미래만 상상했지 당장에 본진인 사천을 홀랑 털리게 생겼는데. 당가도 센터를 띄우고 나도 센터를 띄우면 당가혜를 나한테 찍어 붙이는 의미가 많이 퇴색되는거지.
“가주. 애시당초 가혜가 결정한 일이 아닌가?”
“하지만 아버지.”
“그만. 무가의 여식이란것은 원래 그런법이야.”
내 앞에서 이런 이야기 하는건 나보고 들으라는 이야기네? 자기들도 여기서 빼고싶기야 하겠지만 직접 빼겠다는 이야기를 하기는 애매할테니 나보고 해 달라는 신호인가?
“당가의 인원을 치료하면서 최대한 전력 회복에 주력하시고, 늦여름까지는 대적할지 피신할지 결정을 하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 부분은 당가가 알아서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 동안에 뭘 할지 그건 알아서들 하시고. 우리쪽도 할 일이 산더미라 슬슬 정리하고 보내야겠다. 이야기는 해 줬으니까 최소한의 의리는 지켰다.
“자윤. 당 소저를 불러와.”
“…네?”
“집에 가야지.”
당각과 당진운이 흠칫 놀라서 쳐다본다. 지들도 애매하긴 했어도 내가 되빠꾸를 칠 줄은 몰랐겠지. 린이가 쓸 방을 안내해 주겠다고 데리고 가기는 했지만 어차피 내가 결정하면 빼는거다. 연이도 여기서 자리를 잡고 가세를 확장할 생각을 했으니까 당가를 끌어들이는 차원에서 당가혜를 받자고 한 거겠지만 관군이 다 쓸어버릴기세로 내려오면…. 글쎄다. 큰 변수가 없다면 사천당가는 앞으로 이름에서 ‘사천’을 빼야 할거다.
“저기 문주….”
“네?”
“그….”
뭐. 왜. 할 말 있으면 하시지 왜. 물건도 아니고 받아두란 소리도 못할테지. 직접적으로 껄끄럽다고 말을 했는데도 갖다 붙여놨으면 솔직히 그 정도 각오는 좀 보여주면 좋겠는데.
“부르셨습니까 문주님.”
“아, 독왕어르신과 당가주께서 돌아가신다고 하셔서요. 이미 야심한 시각이니 그만 가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네? 그치만….”
흔들리는 눈동자로 나를 쳐다보고 있지만 나는 고개를 좌우로 저어 주었다. 느그집에 가라. 코찔찔이가.
다행히 질척거리지 않고 별 말 없이 당가 세사람은 돌아갔다.
“저, 주공.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 아니었습니까?”
“아까 연이가 설득을 해서 좀 흔들리긴 해. 본인이 선택해서 들이댄거라니까 생각이 있으면 다시 올거고, 아니면 마는거지. 우리쪽이 꼭 당가의 뒷배가 필요합니다. 이런것도 아니잖아?”
솔직히 동창에서 관군끌고 내려온다니까 지들도 떨떠름하게 대처했고. 당연히 밑에 달린 식솔이 있으니까 이해야 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이래저래 똥싸러 갈때랑 똥싸고 나서랑 다른놈들 같다. 결국 앞뒤 다 재고 서로 조건 맞으니까 들이댄거면서, 뭘 지 딸내미가 꽂혀서 너그럽게 허락해주는 거 마냥.
“일단 자윤아. 애들 다 모아봐.”
“네. 어디로 모을까요?”
“본채로 모이라고 해.”
지하는 나중에. 제대로 준공식 하고 들어가야지. 본채에 앉아서 잠깐 기다리고 있으니 하나 둘 내 여자들이 모여들었다. 오늘은 애들 제대로 얼굴도 못 봤네.
“왜 불렀어? 저거 봐야된다니까.”
“앉아봐.”
“어? 가혜는?”
“아까 주공께서….”
“오라버니!”
“쉿. 시끄럽고 일단 앉아봐.”
발작하려는 연이를 손짓으로 진정시킨다음 다 같이 모여앉았다.
“무영문애들한테 들었는데, 작년에 요 옆 파주에서 일어난 반란을 진압한 동창과 관군이 사천 무림을 쓸어버릴 예정이래.”
“…응?”
“네?”
다들 뜨악한 표정이었다. 나도 들었을때는 저런 반응이었지. 이해한다.
“아니, 왜 하필 사천이래?”
“성도 인근에 비교적 가깝게 모여있는데다, 사천에 있는 무림인들 자체가 원래 서로 교류도 많고 잘 뭉치니까.”
한 번에 쓸어버리기 편해서지 뭐.
“일단 우리는 표면적으로 무림 문파는 아니기는 한데, 우리가 치매를 치료할 수 있다고 여기저기 공표를 해 둔 만큼, 우리도 토벌 대상이 될 가능성이 커. 가능성이 큰 수준이 아니라 이미 사실 확정적이겠지.”
다른 문파에 뿌린 치료약은 변절자들의 손을 타고 이미 저쪽에 들어갔을테니까. 조 옆에 와 있는 동창이 배후라고 가정을 하는게 편하다. 아니면 당장 위험할 것은 없는데 맞다면 진짜 칼날이 턱끝까지 온거니까.
“그래서, 자윤아.”
“네, 주공.”
“내일부터 당가에서 치료받겠다고 끌고 올거야. 그럼 마의하고 같이 최대한 빨리 치료를 진행 해 줘.”
“그렇게 할게요.”
“린이는 서령이를 최대한 훈련시켜. 그 동안에 딱히 경지 상승을 바라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될 수 있으면 조금 더 강해지는게 좋겠지.”
“네. 주인님.”
“열심히 할게!”
“화란이는 내일 윤성이좀 데리고 와.”
“네. 삼랑.”
배윤성과의 관계는 슬슬 정리를 좀 할 필요가 있다. 꼭 아까 연이의 말을 듣고 그렇게 생각한게 아니라. 그냥 좀 막 부려먹을놈이 하나 필요하다. 센스있고 말귀 잘 알아 먹는. 내 혼자 여기저기 다니면서 처리하려니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내 여자들을 밖으로 내 돌리기도 싫고. 만만한게 배윤성이지.
“연이는 최대한 빨리 비급을 봐 주고.”
“알았어.”
연이의 입이 닷발은 나왔다.
“당가혜의 경우는 당가에서 자꾸 간을 봐서. 조건 맞추고 세력대 세력의 결합으로 가는건 좋은데, 그쪽에서 귀한 막내딸을 너그럽게 내어주는 모양새로 자꾸 끌고 가려고 하는건 우리한테 이득될 것이 없어.”
“뭐야? 그랬다고? 아까는 간이고 쓸개고 다 빼줄것 처럼 그러더니?”
“상황이 바뀐거니까. 사천에 있는 무림문파들이 다 힘을 합쳐봐야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꼴도 못되는 마당에. 우리도 성도에 있고, 당가도 성도에 있으면서 서로 세력을 키워갈때나 의미가 있는 결합이지 아니면 상관없잖아?”
“그렇다고 바로 그렇게 말을 바꾸다니….”
“귀한 막내딸이라 그런갑지. 어쨌거나, 그러고도 받아달라고 찾아오면 그거까지 돌려보낼 생각은 없으니까 그렇게 알아.”
“오라버니가 그렇게 까지 말 한다면 알았어.”
연이도 일단은 납득을 했고. 여자들을 쭉 한번 둘러본 다음에 모두를 향해 말을 이었다.
“이번에 날린 무림첩 대로, 각 문파와 세가들이 당가에 모인다면 확실히 그놈들쪽에서 접근을 해 올 것 같은데. 꼬리를 잡을 수 있고, 그게 동창이 맞으면 빠르게 파주로 이동해서 친다.”
“그것까지 감안해서 준비할게.”
“무영문쪽에는 그렇게 모여든 무림인들의 감시와 추적을 부탁할거고. 혹시나 은월문의 협조도 받을 수 있을지 이따가 무영문에게 물어봐야겠다.”
“은월문도 같이 합류할 수 있으면 좋지.”
일단은 정보를 확보할 수 있는 창구를 많이 열어 놔야 한다. 하오문쪽은 만복회가 이번에야 들어왔을 정도로 사천에서는 큰 영향력이 없으니까 무영문에 더해서 은월문까지 쓸 수 있으면 좋은데.
“사천에 남을지 말지도 좀 결정해야 할 것 같은데.”
“피하는게 낫지 않을까요?”
“피하게 되면 만복회도 무영문도 같이 움직여야 하니까, 마의하고 마교쪽 인원들까지. 빨리 계획을 짜야지.”
어느 정도 수준의 수레까지 띄울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확실하고 안전하게 철수하려면 역시 공중수레가 답이다. 수레를 크게 제작해보지 않아서 모르지만, 그래도 주거안정성 같은걸 포기하고 최대한 많이 태우면 하나에 십수명은 태워서 움직일 수 있지 않을까. 그것도 안걸려야 말이지.
“내일 배윤성이 오면 그거부터 준비해 놔야겠다. 나중에 가서 안 쓰는건 안 쓰더라도.”
“네. 삼랑. 내일 아침 일찍 데리고 올게요.”
“부탁할게.”
“지하는, 이제 끝났어?”
“마무리 작업만 조금 하면 끝나긴 하는데요, 음…. 저희가 여기 남을지 어떨지 모르겠어서 애매하네요.”
“그건 짬날때 진행해서 마무리 해 버려. 우리 좋자고 하는건데.”
그리고 관군들이 와서 뒤집고 다니더라도, 솔직히 올 가을만 잘 넘기고 나면 걔들 다시 원대복귀 할텐데. 아예 여기서 거점을 버릴 필요까진 없을 것 같다. 그렇게 대규모로 오는게 아니면 어지간한 전력은 막을 수도 있고.
“관군들이야 열심히 자기 의무를 명령에 따라 수행하는거니까 대규모 학살극을 일으키고 싶진 않아서 피하긴 하지만, 나름 살기 괜찮은 곳이니까. 관군이 와서 뒤지고 다니더라도 안 걸릴 정도로 입구만 잘 위장해 놓으면 나중에 와서 쓸 수 있지 않을까?”
당가야 진짜 역도로 몰려서 쓸려나가면 장원이고 뭐고 싹 몰수당할 수 있지만. 우리는 잘하면 피해갈 수도 있을거다. 그때 실제로 사천에 숨어 있어나 해야하는 경우가 생기면 거점으로도 쓸 수 있을거고.
“무영문애들하고 이야기해서 외부에 위장가능한 쪽으로 입구나 따로 더 만들어 놓는 정도면 충분할 것 같으니까 그렇게 하자고.”
“네. 삼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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