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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치매대응반-83화 (83/122)

〈 83화 〉 무림치매대응반 83

* * *

“당 소저는 자리를 좀 피해 주십시요.”

“…네?”

“보안이 필요한 일이라서요.”

내 마누라 후보라고 해도 니가 여기 낄 짬은 아니지.

“당 소저? 저와 함께 가요. 당 소저가 쓸 방을 보여줄게요.”

“네….”

우리 서령이가 얼마나 개고생을 하고 합류 했는데. 세력을 등에 업고 들어온다고 해도 쉽게는 못 넘어가지. 마음고생좀 해야될거다. 만 십팔세면 코찔찔이긴 한데, 솔직히 머리쓰는게 괘씸해서. 머뭇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당가혜를 린이가 끌고 나갔다.

“아이가 귀하게만 자라서 버릇이 없습니다.”

“아뇨, 뭐…. 딱히 탓할 생각은 없는데. 솔직히 이게 필요한 과정일까 싶고. 더 좋은 혼처가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구요.”

이번에는 최대한 구시렁거려 볼 생각이다. 이미 결정한 내용에 대해서 가급적이면 쿨하게 넘어가는건 좋지만 당가와 세력대 세력으로 결합을 할 거라면 당 가혜의 가치를 최대한 후려칠 필요가 있다. 막말로 요즘 시대에 남자 집에 와서 숙식하고 잔심부름 했다는 소문이 나면 깐깐한놈들이랑은 혼처잡기 힘들지. 그런 리스크를 하나도 지고 싶지 않으면 오늘 내로 발 빼야지.

“하여간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고, 흐음…. 밖에 누구 있냐.”

“네. 문주님.”

목소리가 자윤이다.

“지필묵을 좀 준비해 줘.”

“네.”

무슨 소리를 하려고 이렇게 뜸을 들이나 싶은지 두 사람이 눈을 끔뻑거린다.

“형식적으로나마 각서를 좀 받아야겠습니다.”

“허어…. 무슨 말씀을 하시려고….”

“문주님께서는 당가의 은인이시기도 하니 결코 그런 일은 없을겁니다.”

그거야 모르지. 니들이 당장 오늘 나한테 명분 이야기 하면서 조건을 달았는데.

“그건 제가 판단합니다. 그만큼 중요한 내용이라고 생각 해 주십시요.”

조용히 기세를 끌어 올렸다. 탁자위에 놓여있던 술잔과 식기가 달각달각 소리를 내며 떨리기 시작했다. 얘는 뭐 지필묵을 만들러 갔나.

“들어가겠습니다.”

“고마워.”

내가 기세를 끌어올리고 있으니 자윤이도 덩달아서 기세를 끌어올렸다. 내가 뭘 하려고 했는지 눈치 챈 모양이다. 과연 노고수의 풍모다.

“마의가 내려갔습니다.”

“알았다. 밖에서 기다려.”

“네. 문주님.”

일종의 무력시위다. 지금까지야 고마운 사람, 쉽게 건드리기 힘든 사람 정도의 포지션을 잡고 협력관계를 가져가려고 했지만…. 잠깐만.

굳이 내가 그걸 대적할 필요가 있나. 내 밑으로 들어오는 세력. 그러니까 뭐…. 당가까지 그렇다고 치고. 연이가 옆에서 바람을 잡았고, 오자마자 무영신투한테 뜨악한 이야기를 들어서 조금 당황스럽긴 한데. 그렇다고 내가 방향을 잘못 잡으면 안된다.

내가 연이 이야기에서 동의한 부분은 내 새끼들이 대대손손 잘먹고 잘 살았으면 좋겠다. 니까. 사천무림의 앞날까진 톡 까놓고 이야기 해서 걱정해 줄 필요가 없는거지. 나도 사람이라 가급적이면 덜 죽었으면 하지만.

“…문주?”

“잠시만, 잠시만요.”

어차피 동창과 관군이 사천에 있는 사람을 모두 씨를 말려버리려고 오는게 아니니까. 내 밑으로 거둔 사람들이 안전하게 몸을 빼서 딴곳에서라도 잘 먹고 잘 살면 되는거다.

“일단 두 분이 각서를 쓰십시요. 오늘 들은 이야기가 절대, 어떤 경로로라도 밖으로 새면 안됩니다.”

“끄으응…. 그럴 일이 없다고 말씀을 드리는데….”

“그냥 제 마음이 편하기 위해서 입니다. 이게 밖으로 나가고 혹시나 제가 하려는 일이 어그러지면….”

당가를 다 쓸어버릴 생각이니까. 흘러나가게 되면 상정외의 변수가 발생할 수 있다. 나도 변수인데. 솔직히 서둘러서 그 병력 반만 밀고 들어와도 뭐 되는건 확정이니까.

“큰 은혜를 입어 은공께 감사드리는 마음은 있지만 이런건 좀….”

“그럼 쓰지 마십시요. 제가 말씀을 안드린다고 두분이 저를 어쩔 수 있는것도 아닐테니까요.”

한번 더 기세를 끌어올려서 압박을 했다. 당가혜를 거두게 되면 내가 그들에게 사위와 손주사위가 되는거니까. 지들은 이미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았고.

“알겠네. 쓰지.”

“아버지!”

“너도 써라. 무림은 어차피 강자가 옳은것이니까. 허나 문주.”

“예.”

“내용이 별 것 아니라면, 제법 섭섭할것 같소.”

“그럴 일 없습니다.”

결국 당각과 당진운이 기세사움에서 백기를 들고 각서를 썼다. 내기같은게 아니니까 딱히 조건을 달 필요는 없었다. 그냥 오늘 들은 이야기가 절대로 밖으로 안나갈거라는 각서. 굳이 이걸 쓰라는 이유는 쳐죽일때 내 마음속의 명분이 하나, 당가혜를 거두게 되면 당가혜의 기를 죽이는 용도가 하나.

“작년에 파주의 반란이 진압된걸 기억하실겁니다.”

“제법 큰 일이었던 걸로 기억하고 있소.”

“그 병력이 현재 그대로 파주에 진주해 있는데….”

“...설마?”

“예. 동창쪽에서 사천무림을 역도로 몰아서 쓸어버릴 모양입니다. 그 병력을 거의 그대로 몰고.”

“그런….”

당각과 당진운이 서로 시선을 주고 받다가 나를 쳐다보다가, 각서를 내려다 봤다가. 쉴새없이 흔들린다. 그만큼 믿기도 힘들고, 말도 안되는 이야기다.

“동창이 무림을 견제하는거야 어제오늘 일이 아니니 예상은 했지만서도, 너무 갑작스럽군요.”

“당장은 후처리를 하느라 잠잠하지만, 올 가을 정도면 움직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허어….”

“아버지, 이게….”

“가주는 잠시 가만히. 그래, 이 이야기를 저희에게 각서까지 받아가며 해 주시는 이유가 뭡니까?”

“딱히. 다 죽으라고 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처가가 될지도 모르는데.”

당가에만 이야기 해 주는거다.

“사천의 다른 문파들은…. 아마도 변절자를 잡아내거나 하지는 못했을 것 같고. 당가는 어쨌거나 내부에서 색출을 했다고 하니까, 당장 새어나가진 않을것 같아서 말입니다.”

밖으로 새면 니들이 책임 지는거고.

“제 목적은 어디까지나 무림을 적대시하고 좀먹고 있는 세력을 때려잡는거지, 사천무림을 수호하거나 할 생각은 없습니다. 지금 규모로 보기에 가능한 일도 아닐 것 같고요.”

총포로 무장한 정규군을 무슨수로 잡아. 사천에 있는 무림인이란 무림인을 다 소집해봐야 만명은 되겠냐.

“복안이 있으십니까?”

“없습니다. 저희도 피할 생각입니다.”

“허어….”

사천당가야 뭐…. 그래도 자존심이 있으니까 개겨볼 생각부터 먼저 하는 것 같은데.

“아직 가을까지는 시간이 있습니다. 다만….”

“다만?”

“저라는 변수가 있어서 어떻게 상황이 바뀔지 알 수가 없어졌습니다.”

“어째서입니까?”

아버지가 가만히 있으래서 가만히 있던 당진운이 의아하다는 듯 묻는다.

“아직은 가설입니다만, 노망독을 풀어 놓은 세력과 이번에 관군을 이용하여 사천무림을 말살하려 하는 세력 모두 동창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동창이라….”

“그렇게 봤을때, 노망을 유발하는 독의 존재를 밝혀내고 치료하겠다고 선언한 저는 동창에서 최우선으로 제거해야 할 대상이라 할 수 있을겁니다.”

“그렇다면 문주, 당가가 위험한것이 아닙니까?”

“어느정도는 그럴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전 무림이 모여들고 나서 제가 전면으로 나오면 그런 일은 없을겁니다.”

그때 당가혜가 했던 말 대로 걔들이 계속 그 독에 대해서 연구 개발을 하고 있다면. 반드시 내 치료법에 대해서 알고자 할거다. 막아야 할테니까. 못 알아 내면 날 죽이려고 접근할테고.

“괜찮으시겠습니까?”

“저나 제 부인들은 별 문제가 없습니다. 방심은 금물이지만. 당 소저는 좀 걱정되는군요.”

“으으음….”

확실히 지금 나한테는 짐덩어리라고 짬날때 마다 어필을 해 줘야지. 당각은 그렇다 치고 당가혜 이야기만 나오면 당진운의 표정이 찌그러진다.

“당가는 일단 정보를 알려드렸으니 알아서 대응하십시요. 저희는 모일 수 있는 만큼 모였을 때 치료를 시도하고, 동창의 토벌을 막을만 한 변수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바로 철수할 생각입니다.”

신강으로 내빼야지. 신강은 청대에 가서나 지배에 들어가니까 거기까지 관군이 따라서 밀려들수는 없다. 거기다 우리는 공중수레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일직선으로 철수할 생각이라서 기동력측면에서도 어지간해서는 따라잡힐 일이 없겠지.

사실 그렇게 떼거지로 몰려들고 있다고 생각하니 어떻게 해야 할지 당장에 감은 안 잡힌다. 다만 동창이 턱 밑까지 와 있다고 치면, 여기에 무림인들을 잔뜩 모아서 치료를 한다고 했을 때 반드시 반응이 올거라는 거다. 상황은 변했지만 할 일은 변한게 없다. 할 수 있는만큼 하고 안되면 잽싸게 내빼야지.

“다른 문파들은 어찌하실 생각입니까?”

“당가는 제가 큰맘먹고 알려드렸는데, 글쎄입니다. 하는 꼬락서니 봐서는 안 알려주고 싶기도 하고 말이죠.”

“그래도….”

“일단은 다른 문파도 변절자들이 충분히 활동하고 있다면, 치료약의 존재는 이미 그쪽에 전달되었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당초에는 각 문파에 인원을 파견하여 변절자를 색출하고 고수들을 치료할 생각이었습니다만….”

당가에 변절자가 있었다고 들은게 오늘이다. 생각을 해보면, 이미 변절자들의 보고를 통해 전달되었을거다. 정말 동창이라면 사천을 쓸어버리기 위해 제법 근처에 지휘본부가 들어와 있을 가능성이크다. 아무리 멀어도 파주겠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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