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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치매대응반-82화 (82/122)

〈 82화 〉 무림치매대응반 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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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한 곳에서 뜻하지 않은 정보를 얻었다. 흠.

쌓여오던 문제들이 세번의 전란을 거치면서 결국 터진거다. 현재 명나라의 행정이 마비지경에 이른 원인중의 하나로 황태자 문제도 있다. 후세에 쟁국본(?國?)으로도 전해지는 황제와 신하들의 배틀은 아주 주옥같은 파장을 많이도 남긴다.

어쨌든 양응룡의 난 종료와 황태자의 책봉이 시기적으로 겹쳤던걸로 아는데, 아직 황태자가 책봉이 되었는지 말았는지 모르지만, 쟁국본 때문에도 당금 천자의 심기는 뒤틀리다 못해 삐딱선을 대차게 탔을터다. 어쨌든 관리들도 황제의 분노를 돌려 놓을 패가 필요하다는 걸거다. 마침 무림 문파를 다 쓸어버리면 돈도 두둑하게 줄 수 있을거고 그 돈으로 자기 무덤이나 짓겠지. 그놈이 워낙 돈을 좋아하는 수전노라.

“조정에서 움직이는데, 대명률에 따라 심판을 하지 않는단 말인가?”

“무림인은 황제에 충성을 하지 않으니까요.”

아마 천자는 지금도 모든일을 내팽개치고 탱자탱자 놀고 있는 시기일테니, 천자가 직접 정한건 아닐거다. 노망독을 풀고 각 문파마다 변절자를 박아서 무림을 안쪽에서 야금야금 무너지게 하는 계책은 시기상으로 봤을 때, 당대의 천자가 즉위하기 전 부터 진행된 계획일테니, 정말 황실이 배후라면 필연적으로 황제 자체의 복심이라기 보다는 비선에서 장기로 이어진 거라고 봐야 할 것 같다.

“역시 배후는 동창같은데.”

“저희가 정보를 얻은것은 동창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만…?”

“아, 그것 말고. 무영신투께서 중독된 노망독 역시 동창에서 준비한게 아닐까 추측하는거지.”

일영은 의아하다는 듯 말을 받았고, 무영신투는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일단 무영문 여러분은 동창으로부터 몸을 숨기는것에 주력합시다. 어차피 파주 토벌에 동원되었던 병력이 그대로 사천으로 밀고 들어오면 사천에 있는 무림문파들로는 저항이 불가능합니다.”

“문주님 말씀대로 입니다.”

흐음. 당문사람들하고 이야기하는걸 미룬게 오히려 다행이었다. 이 정보를 듣지 않고 이야기 했다면 시답지않은 혼례 동맹에 대해서나 이야기 하다가 말았겠지. 끄응…. 이걸 어쩐다.

이대로 가서 사방팔방 알려댄다고 믿어줄 것 같지도 않고. 그렇다고 믿을 수 있는 증거를 확보해서 눈앞에 디밀 수 있는 성격의 상황도 아니고.

“일단 유하는. 예정대로 내일 아침일찍 은월문에 다녀오도록 하고.”

“예. 문주님.”

“무영신투께서는 그 외에 또 전해야 할 일이 있으십니까?”

“없습니다.”

“그러면 무영문도들과 함께 최대한 몸을 숨기고 회복에 집중 해 주십시요.”

“제가 회복을 해 본들, 이제는 무공을 펼치기도 여의치 않아서요.”

“그래야 문도들에게 뭘 가르치기라도 할 것 아닙니까. 그리고 일영.”

“예 문주님.”

“문도들 잘 챙기고, 무슨 일 있으면 바로 나나 내 부인들에게 보고하도록. 밑에 사람 보내지 말고 자네가 직접.”

“그렇게 하겠습니다.”

임시로 지휘권을 받은 상태긴 하지만, 역시 무영문은 그냥 아예 통으로 내 휘하에 넣을 필요가 있을 것 같았다. 소문주인 진유하가 은월문에 제대로 다녀오면 다짐했던대로 약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무영신투를 완전치료 해 준 다음에 그냥 통으로 호로록 해야지.

“무영문의 본산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타지에 있는 무영신투 대대로 이어진 비고를 제외하고 본산은 아마 모두 털렸을 것입니다.”

“최근까지 야행을 했습니까?”

“저희가 야행을 계속 할 수 있었다면 관의 손을 잡지 않았겠지요?”

무영문은 무영신투라는 별호에 맞게 원래 도둑질이 전문인 문파다. 사람을 죽이거나 힘없는 서민들의 재산을 갈취하진 않아서 정사지간의 문파로 취급되었지만 그것도 유명하지 않던 시절의 이야기.

무영신투라는 이름이 몇대 째 이어져 내려오면서 별별 일에 무영신투의 이름을 팔았다. 뇌물로 주고 무영신투가 훔쳐갔다고 하고, 횡령하고 무영신투가 훔쳐갔다고 하고. 거의 뭐 민간신앙처럼 물건이 하여간 안 보인다 하면 무영신투 탓이라고 하니, 무영문에서는 작정하고 무림에 성명을 냈다. 앞으로 저얼대 도둑질 안한다고. 무영신투 탓 하지 말라고.

잠입, 암행, 절도에 최적화된 무공덕분에 계속해서 의심은 받았지만 몇 대를 지나오는 동안에 어쨌거나 무영신투의 별호는 이어지더라도 도둑질의 이미지는 많이 희석되었고. 실제로 무영문은 도둑질을 못하게 됐다.

거기다 돈 있는놈들이 죄다 화약으로 무장하고, 경비가 강화되면서 어설픈 무공으로는 털지도 못하는 시대가 되었고.

“뒤로 살금살금 하긴 했지만, 그래도 관아와 군부의 의뢰를 받아 수행하는 걸로 문파를 유지하였지요. 전대에 획득한 출처 불분명의 재보를 팔기도 하고.”

도둑질 문파에서 비즈니스 모델을 바꿨지만 결과는 신통하지 않았고, 봐서는 안되는 정보를 보게되어 문도가 죽어나가도 관에 개겨보지도 못했다. 결국 여기도 지금 무림과 마찬가지로 제대로 무공을 발휘할 수 있는건 문주인 무영신투를 비롯하여 소문주인 진유하, 일영에서 삼영정도까지. 나머지는 경신법에도 급급해서 무영문의 독문 무공을 배우기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오늘은 제가 다른 손님들이 있어 여기까지만 하시죠. 일단 다들 회복이 필요한 상태니까.”

“그렇게 하겠습니다.”

“유하는 여기 있을거지?”

“네. 문주님. 혹시 필요하신 일이라도.”

“아니, 괜찮아. 마의를 내려보낼테니까.”

일어서니까 아픈 문도들까지 다 같이 일어나서 인사를 박으려고 하기에 손을 저어서 다시 자리에 주저 앉혔다. 여기도 침구랑 이런걸 좀 준비해 줘야 겠는데. 일단 오늘은 아쉬운대로 치료실 용으로 준비해 뒀던 침상보를 깔고 쉬라고 해야겠다.

“아, 삼아.”

“왜 나와 있어?”

“안에는 린 언니가 계셔.”

“마의는?”

“자윤언니랑.”

“마의한테 지하에 있는 애들 치료 좀 부탁한다고 해.”

“응. 그렇게 전할게.”

서령이를 시켜 무영문에 마의를 보내 주고 당가 사람들을 대접하고 있다는 방으로 들어갔다.

“죄송합니다. 급하게 처리할 일이 있어서.”

“아닙니다 문주. 오히려 저희가 죄송하지요.”

방 안으로 들어서자 당 각, 당진운, 당가혜가 앉아 있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내 쪽으로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아닙니다. 서로 오해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쪽으로 앉으시지요.”

“독왕께서 계신데 제가 어찌 상석에….”

“어찌 객이 상석을 차지 하겠습니까.”

어차피 날 상석에 앉힐 생각을 하고 비워 둔 모양이니까 그냥 모른척 앉았다. 독왕이 지금 저자세로 나와야 하는 입장은 사실 맞는거고.

“…소녀가 얕은 심계로 대인의 마음을 어지럽게 하였습니다. 다시 한 번 사죄드립니다.”

아닌 척 하지만 애가 풀이 팍 죽었다. 나 없는 사이에 애를 얼마나 잡아댄거야.

“예, 뭐. 그 건은 일단 나중에 생각합시다. 지금 그것보다 중요한 일들이 많아서. 다른분들도 앉으시지요.”

얘들한테 어디까지 공개를 해 줘야하나 고민을 좀 해봐야겠다. 지금 관군을 끌고가서 네놈들의 머리통을 다 날려버리겠다고 동창이 곧 들이닥칠거라고 이야기를 해 주긴 해줘야 할텐데. 동창에서 그냥 사천의 무림세력을 날려버리는 걸로 만족을 할지, 아예 사천무림의 맥을 끊고 씨를 말려야 끝이 날지를 모르겠단 말이지.

그렇다고 지금 협상안을 제시하면, 반란군의 뒷처리때문에 가을에나 들이닥칠 애들의 시선을 괜히 끌어들이는 꼴이고.

“저, 문주. 저희는 정말 그….”

“가만히 있거라. 내가 말씀을 드리마.”

“예?”

내가 앉아서 복잡한 표정으로 얼굴을 구기고 있으니 당가혜때문에 고민을 하는 것 처럼 느껴졌나 보다. 당진운이 뭔가 말을 꺼내려다 독왕에게 저지를 당했다. 독왕이 침을 꿀꺽 삼키더니 큰 결심을 한 것 마냥 말을 던졌다.

“가혜에게 당가의 비전도 함께 전하겠네.”

“…예?”

“해동장씨의문의 후인들이 당가의 비전을 익혀도 좋다는 말일세.”

아, 놔.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자꾸 해골복잡하게.

“아뇨 지금 당 소저때문에 고민하는게 아닙니다. 다른 문제가 좀 있어서요. 흠. 일단 그러면 그 이야기 부터 마무리 합시다.”

“으음?”

“당가와 동맹을 맺는 일은 당소저가 있건 없건 그대로 진행 할겁니다. 무림첩은 혹시 돌렸습니까?”

“오늘 문주님과 이야기 하고 바로 발송하였습니다.”

“알겠습니다. 당가로 초빙하셨습니까?”

“도착을 하면 당가로 기별은 하겠지만, 정확히 당가에서 모인다고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럼 도착하는대로, 요 앞에 새로 올리고 계시는 장원으로 모시지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아침에 바로는 무슨. 내가 당가혜한테 지랄한걸 당가혜가 요 앞의 즈그 장원에 가서 기별을 하고 바로 본가로 전파했겠지. 간보다가 좆될까 싶어서 그때서야 날린걸테고. 아침이나 낮이나 별 차이 없으니까 내가 다 알면서도 속아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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