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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치매대응반-81화 (81/122)

〈 81화 〉 무림치매대응반 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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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거의 저물어서 잠깐 기다렸다가 완전히 어두워 진 후, 우리는 무영문의 문도들을 세 차례에 걸쳐 날랐다. 만일을 위해서 무영신투는 내가 지키고 있고 제일 마지막에 옮기도록 했다. 유하를 바로 은월문으로 보내려고 했지만, 이미 어두워졌으니 해동장씨의문에서 무영문도들과 하룻밤을 보내도록 했다.

“비급은?”

“생각보다 양이 많지 않아. 금방 보겠어.”

“부탁좀 할게.”

“하룻밤이면 될거야.”

연이방으로 오늘 가져온 비급들을 모두 옮겼다. 사실 이 안에 있을거라고 딱히 기대하는건 아니었다. 이미 무영문을 휘하에 넣기로 했으니까, 주객전도지 이미. 치료법도 완성된 상태고 뭐가 더 있을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문주님. 혹시 시간이 괜찮으시다면, 저희 문주님이 뵙기를 청하십니다.”

무영문도들과 무영신투를 토굴에다가 집어 넣고, 당가와의 이야기를 마무리 하려는데 유하가 나를 찾았다. 무영신투하고 지금 딱히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는데.

“무슨일이지? 지금은 좀 다른 일이 있다만.”

“혹시나 지금 기억하고 있는 내용을 잊어 버릴지 불안해 합니다. 가급적이면 만나주시기를 감히 청합니다.”

“흐음…. 약기운이 도는 동안에는 기억에 문제가 생길일이 없을텐데.”

일단은 문주대 문주로 이야기를 할 필요는 있을 것 같다. 괜히 무영문 사람들이 동요하는것도 좋을게 없다. 토굴에 처박아놓고 뭘 할 생각인지 불안해 할 수 있으니까.

“서령아. 당가 사람들한테 가서 좀 기다리라고 해. 아, 이거 딱히 내가 뭐 화나고 그래서 곤란하게 만들려고 그러는거 아니니까 그것도 잘 설명해 드리고. 아까 만복회주가 싸준 음식들 있지? 그거랑 술이랑 해서 대접 좀 부탁해.”

확실히 배윤성이 센스가 좋다. 급거 우리집에 머물게 된 무영문 인원들이 내일까지 먹을만 한 음식을 준비해서 챙겨주었다. 물론, 혹시나 동창에서 급증한 식재 구매를 의심할 수 있으므로 식재 보충은 적당히 분산해서 하라고 이야기 해 두었다.

“응. 그렇게 할게.”

고개를 조아리고 있는 유하를 데리고 비어있는 전각으로 들어가 지하로 내려갔다. 오늘은 일단 급하게 파느라고 이쪽으로 입구를 텄지만 이후에 공사를 다시 해서 장원의 경계 밖으로 빼 둘 필요가 있었다.

“나다. 일영.”

“어서오십시요 소문주. 문주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응.”

나름의 자각은 있는지 이 안에서도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었다. 일영이 비켜주는 입구를 지나 안쪽으로 들어가니 아까 기절하듯 잠들어 있던 무영신투가 일어나 있었다. 역시 늙었어도 무공빨인지 그렇게까지 늙지는 않았다. 노인티가 나긴 해도.

“해동장씨의문의 문주님 되십니까.”

“처음뵙겠습니다 무영신투. 해동장씨의문의 문주 장 구라고 합니다.”

장 구. 입에 붙겠다 이제. 누가 어이 구! 하고 부르면 네! 하고 대답할 것 같다.

“문주님 덕분에 이 질긴 목숨을 조금 더 이어갈 수 있게 됐습니다. 감사합니다.”

“예. 뭐. 저도 무영문에 바라는게 있어서 약을 드렸으니까요.”

“그렇다하더라도, 덕분에 저는 전해야 할 것을 전하고 생을 끝맺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대체 동창에는 어쩌다가….”

“얼마 전 끝난 양씨가문의 반란을 아시는지요?”

양씨가문의 반란이라면 양응룡의 반란을 말하는 걸거다. 사건이 터졌던것은 바로 인근으로 파주는 갈라져 사천으로 준의가 합병된다.

“알고는 있습니다만….”

“무영문은 동창의 명령을 받아 반란군의 토벌에 참가했습니다.”

과연. 관이랑 관계를 맺고 있었다면 그런 국내의 반란에 동원될 만 하지.

“저도 사실은 그간 정신이 온전치 못한 상황이어서 방금 이야기를 들었습니다만, 이야기를 듣고 급히 모셨습니다. 일영.”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문주님.”

“부탁하지.”

“믿으실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동창은, 아니 황실은 사천 인근의 무림 문파를 말살시킬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뭐?”

일영은 무덤덤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계속했다.

“정확히 어떤 계획이고, 어디서부터 출발했는지 까지는 모릅니다. 저희가 획득한 정보는 무영문을 제외한 사천의 무림 문파를 말살하는 계획이었습니다.”

“어떤 방식으로….”

“금의위를 포함하여 동창의 고수들과 군문이 함께 움직일 예정입니다. 전원 총포로 무장하고 기마병력까지 편제되어 있습니다.”

“전쟁이라도 할 작정인가.”

“황실은 최근에 있었던 세번의 큰 전란으로 많은 병력과 전비를 상실하였습니다. 무림인들이 협조를 하였다면 모양이 좋았겠으나, 하나같이 협조를 하지 않았지요. 특히 이번 파주의 반란은….”

정식으로 황명을 내려 기존 파주를 둘러싼 사천, 귀주, 호북의 명문대파들에게 지원을 요청한 것이다. 무림인의 기동력과 무력이면 확실히 피해를 줄일 수 있으니까. 반란세력 역시 인근의 조막만한 문파들을 모아서 별기군으로 운용하기도 했고.

그런데, 당문도 그랬지만 치료제 있다니까 번개같이 튀어나온 아미, 점창, 전진, 청성 이런애들이 죄다 지금 고수도 없고 전력도 반토막 난 상태라서 거절을 한거지. 가 봐야 기대한 만큼 활약도 못할거고, 가뜩이나 요새는 수련하겠다고 입문하는 제자들도 없는데 생색내기 식으로 밑에 애들 보내봐야 다 죽어나갈거고.

딴에는 정중하게 거절을 하고 군자금을 지원하는 형식으로나마 보탬이 되겠다며 읍소를 했지만, 조선에서 있었던 왜란은 둘째치고 국내에서만 십여년 사이에 두 번 반란이 터진 상황이니 그냥 이참에 본보기로 사천 인근의 무림문파를 싹 쓸어버리기로 한 것이었다.

“아마 이제는 저희도 포함되었을겁니다. 정보를 확인하자 마자 달아났으니까요.”

“모르는 척 하고 계속 관에 협조를 했다면 어쨌거나 목숨은 부지할 수 있었을것 같은데…?”

“사천의 무림문파들에 대한 정보 수집을 지시 받았는데, 그 과정에서 정보를 봐 버렸고 이런식이라면 결국 우리도 금방 정리당할 것 같았습니다. 은월문에서 알려주더군요. 저희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라는 협박이 들어왔다고.”

“그럼 그 은월문이라는 곳도 위험한 거 아닌가?”

“그쪽은 일단 괜찮습니다. 저희도 위치자체는 모르거든요. 아마 은월문을 친다고 해도 마지막에나 칠겁니다.”

명나라 군대를 우습게 봐선 안된다. 이번 반란 진압에 투입된것만해도 풍문으로 듣기에는 물경 20만이 넘는다. 대충 동창에서 수집한 정보를 기반으로 의심지역을 찍으면 인해전술로 싹 흝어서 찾는 미친짓도 충분히 가능하다. 당연히 그 정도쯤 되면 다른곳에서도 알 만큼 소문이 날테니까 거의 마지막에나 밀겠지.

“마침 사천은 성도를 중심으로 문파들이 포진해 있어 한번에 밀물처럼 밀고 들어가면 각 문파들이 밀접하게 연계하지 않는 이상은 탈출하는것도 힘들겁니다.”

“계획의 실행 시점은?”

“정확하게는 모릅니다. 더 알아보려 했다가는 꼬리를 잡힐 상황이었으니까요.”

“그럼 동창에서 무영문이 해당 정보를 확인했다는건 모르는건가?”

“모를거라고 생각합니다. 아마 알았으면 전력을 다 해 저희를 추살하려 하였을 겁니다.”

“흐으으음….”

“성도에 가까이 오기 전 일부 인원을 시켜 북쪽으로 흔적을 이어지도록 했습니다. 섬서나 감숙으로 들어간 것으로 착각하기 쉬울겁니다.”

“그럼 다행이긴 한데.”

“저희가 여기서 숨죽이고 있으면 다른곳으로 흘러간 줄 알게 될겁니다. 고위층은 없이 말단들 정도만 저희를 추격했거든요.”

일단 동창에서 모른다면 최악의 상황은 아니다. 그냥 무영문이 하기 싫어서 도주했다고 생각하게 내버려 두는게 났다.

“지금 당장은 아니어야 할텐데.”

“지금 당장은 확실히 아닐겁니다. 아직 파주쪽 처리가 작년에 막 끝났거든요. 잔당들 문제도 있고. 토사(??)들이 여러모로 문제가 많습니다. 그 건을 제대로 마무리 하려면 못해도 가을은 가야 될겁니다.”

겨울에 토벌을 하기는 쉽지 않을테니까.

“문제는 또 있습니다.”

“또?”

“저희가 빠져나오면서 황성쪽에도 줄을 좀 대서 알아 봤는데, 고관대작들이 하나같이 무림을 역도로 지정하고 몰아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답니다.”

양응룡이 파주에서 그 지랄을 떨었으니. 세습 토사가 있는 지역이면 안심할 수 없다는 명분도 생겼을거고…. 사천무림은 동원에 응하지 않았으니 그 명분도 생겼을터다. 명 조정 입장에서 보면 이해는 간다.

말이 좋아 정마대전이지 중앙정부의 통제를 무시하는 전국구 조폭연합체가 정면충돌해서 사람이 어마어마 하게 죽어나간 사건이다. 정치적인 관점에서 절대 좋을게 없는거다. 뭘 좀 같이 하자고 해도 말도 안듣고. 지방관을 보내 놓으면 주색과 뇌물에 절여서 병신을 만들어 놓고. 지역 패권을 기반으로 한 상권 장악과 세금누수까지 아주 골고루 하는 놈들이다. 역도 맞네.

통제안되는 무력을 잡으려고 황궁에서도 고수들을 육성해 본들, 대가리 좀 굵어지면 충성이고 뭐고 팽개치고 뛰쳐나가는 일이 비일비재. 적어도 어릴때 부터 굴려서 20년 내지 30년을 굴려야 쓸만한 고수가 나오는데. 아무래도 너무 적다. 무림은 감당 안되고. 자칫하다가는 지방세력들이 들고 일어나게 생겼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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